국회에서 임동원 장관 해임안이 의결되고 본인도 사표를 낸 상황임에도, 민주당의 몇몇 의원들은 임 장관 해임안을 통과시킨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반역사적ㆍ반민족적'행위를 강력히 규탄하고,'민족의 장래' 운운하며 국회의원회관에서 항의농성을 벌이고 있다. 우리는 임 장관의 해임이 어째서 반민족적이고, 반역사적이며, 반통일적이라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야말로 임 장관'개인숭배'요, '임동원=햇볕'식의 과잉논리가 아닐 수 없다.

굳이 말하자면 햇볕정책은 김 대통령의 '정책'이며 김 대통령이 그 중심에 있다고 하겠다. 임동원씨는 햇볕정책의 '전도사'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 전도사가 그만 둔다고'햇볕' 자체가 붕괴되는 것도 아니요, 또 국회가 김 대통령의 정책이 틀렸다고 주장하는 것도 아닌데 어째서 이번 일이 반역사적, 반민족적이 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듣기에 따라서는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대통령보다 임씨가 '햇볕'에 더 핵심에 있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들린다.

임 장관 스스로 밝혔듯이'김 대통령을 지난 7년 가까이 모시며 남북문제를 보좌해온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고'또한'햇볕전도사'로 자타가 공인할 만큼 남북관계 일에 매달려온 사람인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기본적으로'개인'이 아니라'직책'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그런데도 집권측은 그동안 8·15평양축전 사태와 관련해 임 장관 인책론이 제기된 초기부터, 임 장관을 불가촉(불가촉)의 성역 속에 집어넣고 극력 감싸왔다.

해임안이 통과되자 민주당 원내사령탑이 한나라당과 자민련의'반민족ㆍ반통일적' 행위가'민족과 역사 앞에 응징될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던 것이나, 이번 3박4일의 농성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 속에서도 김 대통령은'햇볕정책은 흔들림 없이 추진될 것'임을 다짐했다. 대체'반역사적ㆍ반민족적'야당들을 상대로 어떻게 통일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인지 새삼 걱정도 된다. 현정부의'햇볕'이 안고있는 문제점은 바로 이번 해임파동이 말해주듯, 도그마화 되다시피 한 그 경직성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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