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이 3일 북한을 방문함으로써 관계 개선 조짐의 중-북한 관계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홍콩의 중국계 일간 문회보(文匯報)가 4일 논평했다.

문회보는 지난 92년 중-한 수교 후 처음으로 중국의 최고 지도자가 북한을 방문한 점을 상기시킨 뒤 중국의 대한(對韓) 접근으로 한 때 금갔던 중-조(朝) 혈맹관계가 이제 완전히 회복돼 발전 국면으로 진입하게 됐으며 장 주석의 방북이 양국간 새로운 발전 관계를 열어주는 '중요한 상징'이라고 논평했다.

문회보는 중국과 북한이 서로 '피로써 맺어진 우의'를 강조해오는 등 '특수관계'라고 강조한 뒤 고(故) 김일성 주석이 생전에 중국을 10여 차례 방문했으며 중국 역시 저우언라이(周恩來) 전 총리와 류샤오치(劉少奇) 전 국가주석, 덩샤오핑(이상 사망) 등이 여러 차례 북한을 찾아가 우의를 다진 바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또 최근에도 양국 지도자들이 대거 교환 방문에 나서면서 '한중 수교'로 소원해진 관계 회복에 힘쓰고 있다고 지적한 뒤 지난해 5월과 올해 1월 중국을 두 차례 방문한 김 위원장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방중, 장 주석의 오른팔 쩡칭훙(曾慶紅) 당중앙 조직부장의 방북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중국은 지난해 이후 쩡 부장외에 츠하오톈(遲浩田) 국방부장, 장춘윈(姜春雲) 정치국원(전인대 부위원장) 등 고위 당.정.군 지도자들이 대거 북한을 방문해 김 위원장과 면담하는 등 양국관계의 진전 양상을 보였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문회보는 또 중-북우호협력협정 조인 40주년이자 '항미원조(抗美援朝) 출정' 50주년이 겹쳤던 지난해 양국이 모두 전쟁 50주년 기념식을 성대하게 치러 혈맹으로서의 우의를 과시했다고 분석한 뒤 '이는 양국관계 증진의 새 국면 진입을 보여준 것으로 장 주석 방북으로 이런 기조가 한층 공고해지게 됐다'고 논평했다.

한편 경제 일간 신보(信報)는 4일 분석기사에서 '장 주석이 중-미 군용기 충돌 사건 마무리 직후 재빨리 대미 관계 회복에 나선 이유는 북한이 미국과 본격적으로 미사일 및 핵협상에 돌입하기 이전에 북한에 대미,대일 관계 증진 등을 권고,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것'이라고 논평했다.

신보는 또 '중국은 이를 통해 국제사회에 한반도 문제 해결에 있어서 대북 영향력 등 모종의 역할을 갖고 있음을 과시하고 싶어한다'고 덧붙였다./홍콩=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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