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향후 경제협력의 대원칙을 확인했다. 키워드는 ‘남북경협을 통한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정부 당국간 협력을 축(축)으로 하는 경협’이다.

정부는 이런 대원칙 아래 남북경협을 촉진하기 위한 세부계획 마련에 돌입했다. 남북한 정상은 첫 경협사업으로 이미 경의선 철도 연결과 임진강 수해방지 사업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정부는 피폐된 북한 경제를 조속히 재건하고 남북한 교역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간선 교통망과 항만, 수리시설 등 기본적인 사회간접자본의 확충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김대중 대통령은 ‘베를린 선언’을 통해 북한의 사회간접자본(SOC) 건설과 농업기반시설 제공을 약속한 바 있다. 그동안 정치·군사적인 이유로 진전을 보지 못했던 청산결제 ,투자보장, 이중과세 문제, 분쟁조정 절차 등 남북 경협의 제도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문제도 양측 당국간 실무협의를 통해 조속히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남북한은 ‘남북 경제교류협력 공동위’를 재가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92년 남북합의서에 따라 설치된 경제공동위는 양측이 각각 9명으로, 우리는 재정경제부 차관을 대표로 경제부처 국·실장급 공무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이 기구를 통해 투자보장협정 등 경협에 걸림돌이 되는 제도의 개선을 협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는 공동위를 지원하기 위해 ‘남북 교류협력 추진협의회’(가칭)를 두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이는 지난 94년 김영삼 대통령 시절 남북경협을 위해 준비했던 민관(민관) 합동의 범(범) 정부적 대북 지원기구이다. 당시 검토했던 협의회는 재정경제·산업자원·농림·해양수산·노동·건설교통부 등 정부 경제 관련 부처를 총괄하는 대북 경협지원 부서로 산하에 교역·위탁가공·제조업·농어업·에너지·전력·지하자원·교통·통신·인 프라 등 대북 경협 지원을 위한 실무 작업반(Task Force)을 두게 된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통일부의 기능이 정치·사회분야의 교류협력에 맞춰져 있어 전문적인 개발기구의 역할을 수행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막대한 경협 재원을 어떻게 조달하느냐도 정부가 고민하는 대목이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는 북한의 주요 산업단지에 사회간접자본을 재건할 경우 드는 비용은 대략 10조원 규모로 추산했다.

현재 우리 정부가 비축한 경협 재원은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7000억원, 국제협력단(KOICA)기금 400억원 정도이며, 남북협력기금은 현재 5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확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을 꾀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자간 협력 방식에 의한 국제협력이 꼭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이럴 경우 우선 활용가능한 자금은 일본의 공적개발원조(ODA)와 현재 일·북한 간에 교섭 중인 대일청구권 자금(약 50억달러)이 있다. 국제식량농업기구(FAO), 아시아개발은행(ADB) 세계은행, IMF(국제통화기금) 등 국제기구의 자금 지원도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선 북한이 국제기구에 회원으로 가입해야 하는 데 당장 실현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국제기구 가입을 지원한다는 기본 입장을 각 기구에 전달한 상태이며 앞으로도 계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여 나갈 방침이다. 국제기구 가입 전에라도 특별신탁기금(Trust Fund)을 설치하거나 민자유치나 비정부기구(NGO)를 통한 우회지원 방식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준기자 junlee@chosun.com

/조희천기자 hccho@chosun.com

정상회담 이후 남북경협 지원 예상 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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