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김대중)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4일 서명한 ‘6·15 공동선언’에서 남 측의 연합단계와 북 측의 ‘낮은 단계 연방제’ 안이 서로 공통점이 있다며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김 대통령의 3단계 통일방안 중 1단계인 ‘남북연합’과 북한의 고려연방제는 영문으로는 모두 ‘confederation’이다.

그러나 국가연합(confederation)을 의미하는 남북연합과, 연방(federation)을 표방하는 고려연방제는 서로 다르다. ‘연합’은 상대적으로 결속과 유대의 정도가 느슨하지만, ‘연방’은 대외적으로 하나의 국가로 인정되는 수준이다.

김 대통령이 주장하는 남북연합은 남과 북이 독립국가로서, 협력기구를 제도화하는 것이 골자다. 남북연합 정상회의, 남북연합회의(국회), 남북연합 각료회의 등을 통해 교류를 넓혀가는 단계이다. 국방 및 외교권은 남북이 각각 소유하는, ‘1민족 2국가 2체제 2정부’다.

북한의 연방제는 ‘1민족 2체제 2정부’는 같으나 ‘1국가’이다. 하나의 국가에서 연방정부가 국방 및 외교권을 행사하고, 지역정부는 다른 체제와 자치를 서로 인정받는다. 김일성은 1991년 신년사에서 ‘느슨한(낮은 단계) 연방제’를 처음 꺼냈다. 완전한 고려연방제 달성에 앞서 잠정적으로 지역정부에 국방·외교권 등까지 부여하자는 것이다. 이 안은 남·북한의 체제 공존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남북연합과 일정부분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국가가 하나냐 둘이냐의 차이는 논쟁의 소지가 있다. 남북회담 전문가 이동복(이동복)씨는 “북한의 연방제에는 ‘자주’ 등의 전제조건들이 붙어있다”면서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등 전제조건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논의 자체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제성호(제성호) 중앙대 교수도 “마치 북측의 연방제 안에다 우리의 남북연합 안을 포함시킨 형국이라 적지 않은 논쟁거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 교수는 “금년 8·15 때 다양한 통일논의가 이루어지고, 북측이 범민족대회 등을 열 경우, 이념논쟁에 시달릴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연방제 논의를 수용한 것이지, 연방제 자체를 수용한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남북연합이나 낮은 단계의 연방제나 사실상 평화공존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본격 논의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구기자 ginko@chosun.com

/홍석준기자 udo@chosun.com

◇ 국가연합과 낮은 단계 연방제 대비표

김대중 대통령이 구상하는 남북연합의 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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