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박정훈기자】 영화가 끝난 후에도 일본인 관객들은 한동안 미동도 하지 않았다. 정적이 흐른 뒤 이윽고 박수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쉬리’가 일본에 상륙한 22일. 도쿄 번화가 한복판 ‘시부야 판테온’ 극장은 ‘쉬리’가 몰고 온 한국 영화 열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대히트 예감이 드는군요. ”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입장객 물결에 이 극장 지배인 야마시타(산하희광) 씨는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오전 10시50분. 첫회 상영을 10분 앞두고 1119석 대형 객석은 관객으로 완전히 채워졌다. 마지막 4회분만 약간 자리를 남겼을 뿐 하루종일 만석(만석)이었다. “이 정도 인파면 웬만한 할리우드 대작에 뒤지지 않는다”고 극장 관계자는 말했다.

이날 쉬리를 개봉한 극장은 일본 전역 83개 극장. 이번 금요일까지 130개 극장으로 확대된다. 지금까지 일본서 큰 호응을 얻은 한국 영화는 ‘서편제’ 정도. ‘쉬리’는 지난해 도쿄 국제영화제에서 호평 받은 데다, 일본 매스컴에 여러번 보도된 덕에 대중 동원력이 ‘서편제’보다 월등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첫날 관객은 역시 20∼30대 젊은 층이 주류였다. 한국 영화는 처음이라는 누마다 유스케(25·회사원) 씨는 “액션이 대단하다”며 엄지 손가락을 위로 올려보였다. 함께 온 여자친구 사사키 리에(24) 씨는 “북한 공작원 훈련 장면이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고이즈미 다케오(35) 씨는 “분단이 얼마나 큰 비극인지 비로소 실감했다”고 말했다.

오후 1시20분. 첫 회 종료 후 강제규 감독과 배우 최민식은 박수 속에서 무대에 올랐다. “쉬리의 주제는 ‘벽’이다. 한일간 벽도 허물 수 있기를…. ”(강 감독) 두 사람이 일본의 4인조 여성보컬 ‘컬러’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내려갈 때까지 관객은 거의 자리를 뜨지 않았다. 공영 NHK-TV를 비롯한 일본 취재진은 극장 안팎을 오가며 분주하게 움직였고, 저녁8, 9시 황금 시간대 뉴스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jh-par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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