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관광 첫날인 5일 오전 도라산 남북출입무소에서 개성으로 향하는 관광객들이 수속을 밟고 있다./연합

본격적인 개성 관광 시대가 열렸다.

현대아산은 5일 당일 일정으로 경의선 육로를 이용해 개성 본관광을 실시했다.

1998년 11월 금강산 관광을 시작한 지 9년 만이며, 2003년 2월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이 개성 답사를 한 이후 4년10개월 만이다.

일반관광객 229명과 취재진, 행사 관계자 등이 포함된 332명의 개성 관광단은 이날 오전 6시 종로구 계동 현대빌딩에 집결해 버스에 나눠타고 개성으로 출발했다.

관광단의 최고령 관광객은 김윤경(87) 옹, 최연소 관광객은 심주은(4) 어린이로 이들은 남측 도라산 CIQ에서 관광 기념 꽃다발을 증정받았다.

이후 일행은 출국 소속을 거쳐 개성공단을 통해 개성으로 들어가 북측의 환영 행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관광 일정을 시작하게 된다.

이날 행사에는 북측의 전금률 아태평화위 서기장, 장우영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총국장 등이 직접 나와 첫 개성 관광단을 환영했다.

현대아산은 개성 관광을 크게 세 코스로 나눴다.

이날 관광단이 선택한 관광코스는 오전에 박연폭포 일대를 둘러보고 오후에는 고려박물관과 선죽교 등을 둘러보는 일정으로 구성된 '박연 코스'다.

오전 일정을 박연폭포 대신 영통사로 가면 '영통사 코스', 박연폭포와 영통사 대신 왕건왕릉과 공민왕릉을 보면 '왕릉 코스'가 된다. 영통사 코스와 왕릉 코스는 관광객의 신청이 있을 때 별도로 운영된다고 현대아산은 설명했다.

관광단이 먼저 찾아간 박연폭포는 개성 시내에서 버스로 달려 30분 가량 떨어진 박연리에 위치해 있다.

금강산 구릉폭포, 설악산 대승폭포와 함께 한국 3대 폭포로 꼽히는 박연폭포는 폭포 위에 박연(朴淵)이라는 연못이 있고, 폭포 아래에는 직경 40m의 고모담(姑母潭)이라는 바위 연못이 있다.

이날 아들과 함께 박연폭포를 찾아 온 최명수(76) 씨는 "고향이 황해도 신막인데 개성 관광이 시작된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신청해 오게 됐다"며 "개성에 오니 옛날 고향 생각도 나고 여러모로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관음사는 박연폭포 인근에 위치한 사찰로, 970년 법안국사가 대웅전의 천연굴 속에 관음보살상 한 쌍을 가져다 두고 그 굴 이름을 관음굴이라 부른데서 관음사라 이름붙여졌다.

이후 관광단은 개성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식당인 통일관에서 '개성 13첩 반상기'로 중식을 했다.

13첩 반상기는 쌀밥에 닭고기 신선로와 생선 및 돼지구이 등이 놋으로 만든 반상기에 담겨 나오는 개성지역 전통 토속요리다.

점심 식사 후 관광단은 선죽교와 숭양서원, 고려박물관 등을 둘러봤다.

고려박물관은 국자감의 후신인 성균관의 건물로, 임진왜란 때 소실됐다 17세기 초에 재건됐다.

건물은 부속동을 포함한 18개 동으로 구성돼 있으며 1천여 점의 북측 유물이 전시돼 있다. 500년 넘은 은행나무 두 그루와 450년이 넘은 느티나무도 유명하다.

선죽교는 고려말 충신 정몽주가 이방원에게 피습당한 곳으로 남측에서도 유명하다.

선죽교는 너비 2.54m, 길이 6.67m의 돌다리로, 원래 선지교(善地橋)라 불리던 것이 정몽주의 피습 사건 이후 다리 주변에 대나무가 자라났다고 해 선죽교(善竹橋)로 개칭됐다고 한다.

어릴 적 개성 용산동에 살았다는 유현목(71) 씨는 "옛날 이 근처에서 친구들과 뛰어놀면서 자랐는데 다시 와 보니 너무 감격스럽다"며 "어릴 때 선죽교를 볼 때는 아주 커 보였는데 지금 보니 조금 작아 보인다"고 말했다.

관광을 끝내고 관광단은 버스로 개성공단을 한바퀴 돌아본 후 오후 6시 도라산 CIQ를 통해 남측으로 돌아왔다.

현대아산 윤만준 사장은 "앞으로 월요일을 제외한 주 6일 매일 300명 정도의 관광객을 유치할 계획"이라며 "연간 개성 관광객은 10만명 정도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윤 사장은 "남측 관광객이 하루 이상 머무를 수 있는 숙소 문제 등은 관광객의 증가 추세에 따라 고려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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