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3일 동안의 평양 방문을 마치고 15일 오후 서울로 돌아온 김대중(김대중) 대통령은 방북 결과를 매우 길고 자세하게 설명했다. 이례적이었다. 평소 논리 위주로 설명하던 방식과는 달리 북한을 방문했던 개인적인 소회까지 여러번 토로했다. 평양 방문,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을 이룬 데 대한 감격이 채 가시지 않은 표정이었다.

다음은 김 대통령의 방북결과 보고 내용 중 이번 회담의 의미와 개인적인 소회를 밝힌 대목이다.

“제가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밤잠 주무시지 않고 성원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충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우리에게도 이제 새 날이 밝아 왔습니다. 55년 분단과 적대에 종지부를 찍고 민족사의 새 전기를 닦을 시점에 왔습니다. 이번 방북이 한반도 평화와 남북간 교류협력, 우리 조국의 통일로 가는 길을 닦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더 이상 바람이 없겠습니다.

김정일 북한 위원장이 전혀 생각지 못했던 환대를 제게 베풀어줬습니다. 공항에 출영하고 환송을 나왔습니다.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도중에는 절망적인 생각을 할 때가 몇 번 있었으나 우리가 성의껏 노력해 김 위원장이 상당한 협력을 하고 해서 그 정도 합의를 도출했습니다.

평양시에 들어갈 때 평양시민이 60만, 나올 때 30만~40만, 약 100만명의 평양시민이 열광적으로 환송하고 환영해줬습니다. 평양에서는 처음으로 큰 군중 환영이었습니다. 이러한 평양시민의 환영에 대해 여러분과 같이 혈육의 정으로 감사의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또한 세계 여론이 한결같이 한 나라의 예외도 없이 성원해 줬고, 언론 보도에도 감사드립니다. 저는 평양에서 국내의 TV와 신문도 봤습니다. 우리 역사에 전례가 없을 정도로, 제가 그렇게 보도를 많이 받는 것은 참으로 죄송하기도 하고 감사한 일이기도 하지만, 우리 언론이 우리 민족의 화해와 협력을 얼마나 희망하느냐 하는 증거라고 생각하고 언론에도 감사드립니다.

양 정상은 민족과 세계에 대한 책임을 얘기했습니다. 만일 성공 못했을 때의 엄청난 파장, 성공했을 때 가져올 세계사적 발전과 전망을 얘기했습니다. 성공을 위해 성의와 노력을 다하자고 다짐했습니다.

만난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평양도 가보니 우리 땅이었습니다. 평양에 사는 사람도 같은 핏줄, 같은 민족이었습니다. 그들도 겉으로야 뭐라고 하든 마음 속으로는 남쪽 동포에 대해 그리움과 사랑이 깊이 배어 있었습니다. 그건 너무도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반 만년간 우리 민족이 단일민족으로 내려왔습니다. 통일을 이룩한 지 1300년이 됐습니다. 그런 민족이 타의에 의한 55년의 분단으로 정신적으로 남남이 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저는 화해 협력 통일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당장 통일은 안되더라도 남과 북이 협력해서 하늘도 트고, 길도 트고, 항구도 트고 왕래 협력하고 지역개발도 시키고 나간다면 한국 민족이 가지고 있는 교육적 높은 전통과 문화 창의력으로 꼭 통일을 이룰 수 있다고 봅니다. ”

/이하원기자 may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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