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열린 한-중 국방장관 회담은 21세기 벽두에 양국 군 수뇌가 마주앉아 미래지향적 동반자관계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회담결과 공식 발표 내용은 지난해 8월 조성태(조성태) 장관의 중국방문으로 열린 베이징(북경) 회담과 비교해 크게 진전된 것을 찾기 힘들다. 그러나 북한과 ‘혈맹’관계인 중국군 수뇌가 군부 요직에 있는 수행원들을 이끌고 한국을 먼저 공식 방문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정치, 군사적 의미가 있다는 평가이다.

회담에서 츠하오톈(지호전) 중국 국방부장은 동북아 번영과 발전을 위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 긴요하며, 이를 위해 핵과 미사일, 생화학무기 등 대량 살상무기 확산에 반대한다는 종전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는 대포동2호와 같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과 오는 4월 총선을 전후해 우려되는 북한의 잠수정 침투 등 국지도발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군 관계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구체적인 군사교류 및 협력 발전 방안은 이날 북한을 의식해 공식 발표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양국 합참의장 및 육-해-공군 참모총장 등 군 수뇌와 군사사절단의 연내 상호방문, 체육분야 및 학생 교류 등에 사실상 합의, 실질적인 진전이 있었다.

중국측은 해군함정 교환방문과 공동 수색 및 구조훈련 등에 대해선 아직 시기상조라며 난색을 표명했다는 후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본격적인 한-중 군사교류 및 협력이 실현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번 ‘서울 회담’은 우리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에 힘을 실어주고 한반도 전쟁억지력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중국은 남북한과 적절한 관계를 유지한 채 한반도에서 미국과 일본을 견제하면서 새로운 중재자의 역할을 모색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츠하오톈 중국 국방부장 수행원에는 중국 군부 실세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수행원은 부인 장칭핑(강청평) 여사를 포함 17명. 그 중 장성은 현역 상장(한국군 대장에 상응)인 츠 부장을 제외하고도 왕젠민(왕건민) 심양군구(심양군구) 참모장(소장) 등 6명. 우리 수도방위사령부와 비슷한 짱원칭(장문청) 북경군구 부(부)사령원(중장),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전략무기를 관할하는 수이밍타이(수명태) 제2(전략)포병 정치위원(중장)과 정선샤(정신협) 공군사령부 참모장(중장), 왕위청(왕옥성) 해군사령부 부참모장(소장), 뤄빈(나빈) 국방부 외사판공실 주임(소장)이 왔다. 특히 뤄빈 주임은 중국 국방부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실세로 지난 96년 중국군 고위인사로는 처음으로 방한하기도 했다.

/유용원기자 kys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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