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3일간의 남북 정상회담 중 두 주역의 표정과 화법, 행동은 온통 세인의 화제였다. 남북한은 물론 전 세계가 김대중(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일거수 일투족을 현미경을 들이대고 보는 듯했다.

방북 기간 중 김 대통령은 대단히 차분했고 겸양으로 일관했다는 게 중평이다. 김 대통령은 평상시 자리에서 대화를 주도하며, 이 때문에 다변(다변)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 그러나 이번 북한 방문 중 그런 김 대통령의 모습은 찾기 힘들었고, 대단히 말을 아꼈다. 두 정상이 대좌해도 화두를 먼저 꺼내는 경우가 적었다.

김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대하는 행동에서도 지극한 ‘겸양’으로 대했다. 자신보다 연배가 18살이나 어린 김 위원장과 지난 15일 밤 목련관 만찬에서 건배하는 순간을 봐도 이는 확인된다. 김 대통령은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하듯, 자신의 잔을 김 위원장의 잔 아랫부분에 부딪쳤다. 또 공식 만찬사 등에서 자신을 표현할 때도 “저”라고 호칭했다. 반면에 김 위원장은 “나”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 때문에 “김 대통령이 지나치게 저자세를 보이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오기도 했다.

반면 김 위원장은 큰 목소리에, 수다에 가까울 정도의 다변이었다. 13일 김 대통령의 평양 도착 직후 김 대통령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에서 가진 첫 남북 단독 정상회담에서 드러낸 그의 다변은 15일 고별오찬까지 이어졌다. 때로는 그는 김 대통령의 말 허리를 자르며 쉬지않고 말을 쏟아냈다.

그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여유있는 표정에 활달한 스타일로 외부 세계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곧잘 농담을 끄집어내 좌중을 웃겼으며, 특히 “중국과 인도네시아 등 국가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구라파에서는 나를 은둔생활한다고 한다”(14일 단독 정상회담), “내가 원샷한 것을 두고 ‘김 위원장은 역시 술을 잘한다’고 썼더구만”(15일 오찬)이라는 말은 화제가 됐다. 14일 저녁 목련관에서 열린 김 대통령 주최 만찬에서는 참석자들에게 ‘지시’해, 김 대통령에게 술잔을 자꾸 권하도록 하기도 했다.

/최준석기자 jscho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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