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김대중(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의 2차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6·15 남북 공동선언’은 엄청난 산고(산고)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정상이 가장 첨예하게 논쟁을 벌인 대목은 통일방안 문제였다고 한다. 당초 우리 측이 준비한 ‘평양선언’의 핵심은 평화공존이었다.

그러나 ‘공동선언’에는 이러한 표현이 빠져 있다. 정부 당국자는 “김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선 북한이 무력도발 중지를 선언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으나,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고려연방제’로 대응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그동안 “고려연방제안은 북과 남이 서로 먹거나 먹히지 않는 통일방안”이라고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두 정상 간에 상당히 긴 토론이 벌어졌으며, 결국 막판에 우리 측이 연방제안을 ‘논의 대상’으로 받아들이는 선에서 매듭지어졌다.

엄청난 국내 비판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이를 수용한 것은 분단 55년 만의 첫 정상회담의 의미를 훼손시키지 않기 위해서였다는 후문이다.

‘자주적 원칙’ 부분은 입장은 같으나 표현 문제로 역시 상당한 시간을 끌었다고 한다. 우리 측은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 해결원칙’이란 용어를 고집했다. 북한이 말하는 ‘자주의 원칙’이 주한미군 철수 요구의 빌미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대목 또한 결국 우리 측이 북측에 양보했다는 것이다. 통일부의 한 당국자는 “이름 ‘남북공동선언’이란 것을 유념해 달라”고 말했다. ‘공동’이란 표현이 북측의 주장이 많이 반영됐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8·15 이산가족 상봉과 다방면 교류협력, 당국간 대화,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답방) 등 4가지 사안은 별 어려움 없이 합의됐으며, 선언문안 작성 때에도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이산가족 문제에 대해선 북한이 회담 전부터 “(남측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해, 성과가 있을 것으로 예견됐었다.

서울에서 회담을 지켜보았던 정부 관계자는 “3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담에서 아마도 60~70%는 ‘6·15선언’의 1항과 2항을 합의하는 데 소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1항과 2항은 우리 측이 북측에 준 ‘선물’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인구기자 gink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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