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김대중) 대통령이 20일 민주당 창당대회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남북 정상회담’ 제안을 분명하게 이야기했다. 김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이 원한다면 응할 용의가 있다”(98년 2월25일 대통령 취임사) “김정일 북한 지도자와 만날 용의가 있다”(99년 5월5일 CNN방송 위성회견) “정상회담을 가지고 모든 것을 해결하려면 오히려 문제를 어렵게 만들 것”(99년 11월23일 충청지역 회견) 등 다분히 수동적이고 연연해 하지 않는 자세를 유지했다. 실제로 지난 2년간 정부는 남북기본합의서 이행을 위한 ‘특사교환’이나 ‘장차관급 상설 대화 채널 확보’에 더 주력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민족의 화해와 한반도 평화, 그리고 남북간 공존공영의 상호협력에 대한 문제를 논의하겠다”며 구체적 의제까지 거론하는 등 상당히 적극적이다.

김 대통령은 임기 내에 남북 정상회담을 갖고 싶은데, 북한이 이에 응하지 않는 것은 4월 총선 변수 때문일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

김 대통령 참모들은 “총선에서 여권이 이겨 정치적 안정을 이루면 북한이 우리와의 대화로 나올 것이고 여권이 지면 계속 외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북한이 당국간 대화에 적극적이지 않은 더 본질적인 이유는 선거와 무관하다는 견해도 있다. 민간 교류를 통해 필요한 돈과 물자를 얻고 있는데다 미국 일본과의 관계개선이 급선무라고 판단하고 있어 우리와의 당국간 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김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선거를 의식한 것’으로 분석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한편 김 대통령은 탈북 주민 7명의 북송이 우리 외교의 실패라는 비판적 여론을 의식, “그들의 운명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그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온갖 노력을 끝까지 아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김인구기자 gink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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