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발 TV영상이 안방을 강타했다. 기대 이상의 생생한 화질, 예상 못한 풍부하고 다양한 장면 장면들이 이틀째 시청자들을 TV앞에 붙들고 있다. 정상회담은 남북 방송 교류-협력사에서도 새 장을 열었다.

북한서의 생중계가 호응을 얻자, TV는3사는 미리 편성한 각종 특집과 정규방송을 아예 제쳐두고, 북한 발 생중계, 녹화중계 뉴스 내보내기 경쟁에 나섰다.

최대 뉴스였던 13일 오전 김정일 위원장의 깜짝 영접 장면 생방송(10시20분~11시20분)은 평소 13.9 %보다 2배 가까운 22.9%(KBS1, MBC,SBS 3사합계·TNS미디어코리아 조사)를 기록했다.

KBS 기획통제실 박동영 주간은 “북한(PAL)과 남한(NTSC)간 TV송출 방식이 다른데다, 정치적 이유로 자유로운 생중계가 가능할지 방송 직전까지 확신할 수 없었다”며 “북한 측이 갖고 나온 중계차와 우리 중계요원이 가져간 ENG카메라, SNG 장비가 힘을 합쳐 생중계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스포츠 중계 이외에 북한 화면이 생중계로 우리쪽에 전달된 것은 처음. 한 방송 관계자는 “북한 중계 장비가 예상보다 매우 신형이었다고 취재단이 전했다”면서 “처음 생방송 그림이 들어왔을 때 ‘정말 깨끗하다’며 다들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말했다.

이후 방송사들은 ‘만경대 국제마라톤’(KBS1) ‘비화 남북교류’(MBC) ‘남북정상회담 특별기획-영상기획 평양 2000’(SBS) 등 미리 예정했던 프로그램을 취소한 채 ‘특보’를 내보냈다. 시청률 1위 드라마 ‘허준’도 결방의 운명이 됐다. 방송3사는 14일도 북한에 나간 취재진들이 새로운 화면과 뉴스를 보내올 때마다 정규 방송을 끊고 정상 회담 소식 전하기에 나섰다.

MBC 김상균 보도국장은 “남북 정상회담에 대비, 보도국 기자들이 총동원돼 특집프로그램을 만들어 뒀지만 내보내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가 미리 만들어놓은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것보다 북한에서 보내온 화면이 더욱 생생하고 뉴스가 되기 때문에 거듭 방송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기철기자 kich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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