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경협을 준비해온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북한 진출을 위해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북한사업에 선두격인 현대그룹 외에도 삼성과 LG, SK그룹 등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앞으로 남북 경협이 급류를 탈 것으로 보고 북한 진출 사업내용을 본격적으로 챙기기 시작했다.

삼성은 현재 북한과 협의하고 있는 50만평 규모의 전자단지 조성이 급진전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지난 3월 말부터 임가공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는 컬러TV와 전화기, 오디오 등 3개 품목 외에 스피커와 모니터의 북한 생산도 검토하고 있다.

LG그룹은 우선 봉제와 전자제품, 부품 분야 시범투자사업을 본격화하고 공단개발과 자원개발로 사업영역을 확대해나갈 계획을 세웠다. 궁극적으로는 정유와 석유화학 등 대형 프로젝트도 추진할 방침. LG는 또 지난 97년 협력사업자 승인을 받은 연간 20만대 생산규모의 컬러TV 합영사업과 연간 50만대 규모의 자전거 합영사업에 큰 진전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그룹은 손길승 회장이 방북단에 포함됐지만 주력사업이 북한과 직접적인 연관관계가 없어 아직은 북한투자에 소극적인 자세. 손 회장은 최근 “인프라 수준을 감안한다면 북한을 비즈니스관계로 접근하기에는 곤란한 점이 많다”며 “상사 등을 통해 북한 상품의 수출을 지원하는 것과 같은 간접지원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플라스틱가공 분야 합작사업 등에 300억원 정도의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청진과 나진 지역에 물류센터 건설사업도 계획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 측이 전력난을 극복할 수 있는 협력방안을 요청할 것으로 보고 여유전력 송전과 북한 내 신규 발전소 건설, 낡은 발전소 보수 등 대북 전력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한전은 이를 위해 최근 전력협력준비팀을 구성했다.

통일교 계열 금강산국제그룹의 자회사인 평화자동차는 최근 남포에 북한 조선련봉총회사와 합작으로 자동차수리·개조공장을 설립했다. 평화자동차는 또 내년 말까지 자동차 조립라인을 만들어 이탈리아 피아트의 1500㏄급 ‘씨에나’ 승용차를 생산할 계획.

KOTRA는 최근 설립한 ‘대북 위탁가공교역 지원센터’를 통해 대북 교역품목 선정과 중개상 알선, 상담지원 등 대북 위탁가공분야 인큐베이터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중견·중소기업들은 대기업들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케드콤 등 전자공업협동조합 소속 9개사는 이달 말쯤 방북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김영수 이사장은 “3년 전부터 가동하고 있는 대동강 공장에 회원사들이 신규 입주하는 문제와 대동강에서 생산한 전자부품을 북한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에 납품하는 문제를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소기협중앙회는 이르면 7월쯤 30명 정도의 방북단을 파견, 임가공 진출방안과 서해안 중소기업 전용공단 조성문제를 협의할 예정이다.

무역협회 염동철 무역지원실장은 “최근 무역업체 800곳을 대상으로 위탁가공무역 희망 여부를 설문조사했는데 240개 업체가 북한 진출을 희망했다”면서 “물류와 전력 등 문제만 해결되면 중소 무역업체들의 북한 진출 러시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교기자 gyoseo@chosun.com

1~4월중 품목별 반입품목 규모

승인된 주요 남북협력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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