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북한의 젊은이들 속에서는 정체불명의 노래들이 불려 지기 시작했다. 이런 노래들은 중국연변의 조선족교포들의 노래로 대부분 소개 되는데 나중에 알고보면 이들 노래는 거의 남한노래였다. 10대나 20대초반의 젊은이들은 어느 사회든지 모험심은 강하다. 북한의 젊은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딱딱하고 수령우상화 노래 일색인 북한노래에 신물이 나있던 젊은이들에게 남한의 사랑노래는 마약처럼 헤어날 수 없게 그들의 가슴속에 파고들기 시작했다. ◆ 북한전역에 내려진 포고령 젊은이들이 집단적으로 모여있는 북한의 청년돌격대는 북한의 여러분야에
탈북인들이 남한에 와서 놀라는 것들 가운데는 아파트나 큰 건물을 지을 때 사람이 안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거대한 고층건물이 쭉쭉 올라가고 있는 것을 보면 신기해 한다. 북한에서는 1985년 이후부터 세계청년학생축전을 비롯한 여러 가지 행사를 맞아 수도 평양을 현대화하기 위한 공사를 본격적으로 벌였다. 그 가운데 하나가 평양 광복거리와 통일거리 건설이다. 수만 가구를 한꺼번에 짓는 대형공사였기 때문에 엄청난 외화와 인력이 투입되었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젊은 청년들로 이루어진 돌격대원들과 인민군 군인들이 건설장에 동원되어 인력
누군가가 말했듯이 북한도 사람 사는 곳이다. 사람 사는 곳에는 반드시 남녀간의 사랑 이야기가 있다. 남한에는 소설이라든가 영화, 드라마 등 사랑을 주제로 한 내용들이 너무나 많다. 사랑이야기가 가장 보편적으로 사회와 생활의 이슈로 등장하고 소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다. 사랑이라는 주제가 없이는 아예 이야기거리가 안되니 말이다. 북한에도 사랑이야기는 많다. 그러나 남녀간의 사랑에 관한 영화를 만든다던가 하는 일은 아주 예외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신상옥감독이 북한에 가서 영화를 만들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도 느꼈고 또 북한주민
우인희는 1960~70년대 북한 주민들에 의해 최고의 미인으로 꼽힐만큼 미모가 뛰어났던 여배우였다. 그는 '목란꽃,' '한자위단원의 운명,' '세동서' 등 수많은 영화에 출연하면서 북한에서 최고의 여배우로 이름을 날렸다. 그런 우인희가 1970년대 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별 지시에 의해 총살을 당하게 된 것은 돈 많은 재일 교포 주정기가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그와 정사를 가진 후 숨진 사건이 발단이 됐다. 당시 이들이 발견되었을 때 주정기는 벌거벗은 채로 가스에 중독돼 완전히 숨진 상태였고 우인희는 목숨이 겨우 붙어 있는 상황이었
남한에 와서 처음 맞은 명절이 추석이었다. 국정원(당시는 안기부) 직원들은 탈북자들이 명절을 전후해 넘어와 사람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고 투덜거렸다. 얼마나 크고 중요한 명절이기에 저럴까 좀 의아하게 생각했었다. 북에서는 추석이 조상 묘에 다녀오는 하루 휴일 정도의 별 볼일 없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TV를 보니 추석이 민족최대의 명절이라면서 고향으로 향하는 귀성 차량들로 도로가 꽉꽉 막혔다는 등 온 나라가 그야말로 대명절 분위기였다. 그러나 제 스스로가 추석을 민족최대의 명절로 실감하게 된 것은 아마 남한에 와서 3년 정도 지났
◇사진설명: 북한에서 생산되는 고급 담배들.최근 북한의 언론매체들은 "담배를 끊고 강성대국 건설하자" "백해무익한 담배"라는 구호까지 만들어 놓고 금연운동을 벌리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자료에 의하면 1993년 기준 1인당 담배소비량은 4kg 으로 쿠바, 불가리아에 이어 세계 3위를 차지할 정도다. 이렇게 담배를 많이 피우지만 남한사람들이 일상적으로 피우는 여과담배는 북쪽에서는 특권층이나 피울 수 있는 담배다. 북한주민들이 주로 피우는 담배는 '마라초'다. 마라초는 잎담배를 개인이 잘게 썰어 종이에 말아 피우는 담배다. '조
전 세계가 감탄한 北韓의 집단체조는 사실 북한 말고는 그 어느 나라도 흉내낼 수 없는 엄청난 것이다. 2000년 10월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북한 방문 때에는 종전에는 볼 수 없었던 인민군 특수부대의 무술훈련시범까지 실시 되었다. 북한의 집단체조는 몇 년에 한번씩 하는 행사가 아니다. 엄청난 인력과 자금이 소요되는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일년에 몇 번씩 진행할 정도로 그 빈도가 높다. 특히 외국의 중요한 국가수반의 방문이나 나름대로 의미가 깊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연례행사처럼 진행하는 것이 집단체조이다. 보통 6만명 규모이지만 올
◇사진설명: 북한에서 생산되는 여러 종류의 고급 술들.추운 지방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술을 좋아하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남한사람보다 북한사람들이 술을 더 좋아한다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특히 함경북도에 가까운 지방일수록 추운 지방답게 독한 술을 즐긴다. 대부분의 북한사람들은 술을 좋아한다. 탈북자들 대부분이 남한에 와서 처음에 놀랍기도 하고 기뻤던 것은 받는 월급에 비해 술값이 싸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술 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술을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술도 너무 자주 먹다보니, 만
▶평양의 한 신혼부부가 야외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한국에 와보니 50년간의 오랜 분단도 한민족의 전통을 완전히 다르게 할 수는 없었다는 느낌이 든다. 남한에도 시골에 가면 결혼식풍경은 북한과 비슷한 점이 많다. 그러나 도시에서의 결혼식은 완전히 달라진 것 같다. 같은 민족이면서 달라진 우리의 전통, 결혼문화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살펴본다. 북한의 결혼식은 대부분 전통 혼례식으로 치러진다. 단지 전통한복의 착용이나 신랑신부 맞절 등의 전통방식은 거의 없어졌다. 여자들만 한복을 입고 남자들은 양복을 입는다. 복장 외의 것은 대부분 전통
북한주민들은 자기가 사는 지역을 벗어나려면 기차를 타야 한다. 기차이외에는 여행수단이 전혀 없기 때문에, 철도는 없어서는 안될 매우 중요한 운송 수단이다. 버스는 주로 시내나 군내에서만 운영이 되고 있다. 남한의 고속버스처럼 타지역까지 운행되는 버스는 전혀 없다. 또 대부분의 버스는 기차역까지의 운행이 전부이다. 기차 이외의 수단으로는 드물기는 하지만 트럭이 이용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자동차(트럭)운전사와의 개별접촉을 통해 뇌물을 주고 화물칸을 이용한다. ◇사진설명: 출구가 따로 없는 일반기차◆ 유일한 여행 수단인 기차이처럼 기차
▶중국에서 바라본 혜산시의 일부.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별지시가 자주 내려가는 곳이 있다. 좋은 일 때문이 아니라 아주 안 좋은 일 때문이다. 그곳이 바로 압록강을 끼고 중국 장백현이 눈앞에 보이는 북한의 변방도시 혜산이다.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자작나무를 흔히 볼 수 있고, 중국과 마주하고 있는 도시 가운데서는 신의주 다음으로 두 번째로 큰 도시다. 강폭이 좁고 추운 겨울이 3∼4월까지 계속되는 관계로 두터운 얼음이 4월 중순에야 완전히 풀린다. 기나긴 추운 겨울은 밀수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국경지대로 가는 통행증은
요즘 북한에서는 과거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것은 평양을 제외한 지방도시의 기차역 앞에서 점쟁이들이 책까지 펴놓고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는 광경이다. 불과 1990년 초만 해도 내놓고 점을 본다는 것은 사상적으로 크게 처벌될 수도 있는 엄청난 것이었다. 원래 북한은 모든 종교를 허용하지 않았다. 기독교, 불교는 물론 점보는 것조차도 엄격하게 금지시켰다. 기독교나 불교만큼 심하게 탄압하지는 않았지만 평양에서 점을 봐주다 걸리면 바로 지방으로 추방됐다. 1995년부터 식량난이 심각해지고 사람들의 운명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
◇사진설명: 북한 인민학교 2학년생들이 소년단 입단식에서 입을 모아 소년단 선서를 외워 복창하고 있다.북한에서 온 사람들은 거의 예외없이 기억력이 비상하다. 북한사회에서 살아가려면 기억력이 좋아야 한다. 잘 외워야 출세한다.끝없이 외우고 또 외우는 생애는 유치원에 들어가면서부터 시작된다. 아이들은 유치원마다 설치돼 있는 연구실에 들어가 김일성 생가 모형세트를 보고 학습을 받는다. 그림만 보고도 '들메나무에 오르시어 무지개를 잡으시는 김일성 원수님...' 하며 또박또박 입을 모아 암기를 할 수 있게 된다. 인민학교(초등학교)에 가면
평양을 기점으로 할 때 서울은 194km, 부산 519km, 목포 472km, 백두산 385km, 독도 572km, 한반도 최남단의 마라도는 무려 656km….이는 직선거리로 실제 이정(里程, mileage)은 이보다 훨씬 멀다.흔히 도시 간의 이정은 도로의 출발점이자 거리의 기준이 되는 도로원표(道路元標)를 기착점으로 산정한다. 평양에도 도로원표가 있는데 북한은 이를 '나라길시작점'이라 부른다. 현재 위치는 평양시 중구역 김일성광장 주석단(연단) 아래 중앙.◆ '나라길시작점'으로 불러, 96년에 현 위치로 옮겨와1990년대 초까지
주식거래와 선물거래의 차이는?지난해 주식시장의 폭락세 때문에 약세장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선물거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주식거래와 선물거래의 차이점을 알아보자.첫째, 주식거래는 가격 상승이 예상될 때 낮은 가격에 사서 높은 가격에 파는 것이 가능하지만 가격하락이 예상될 때 높은 가격에 팔고 낮은 가격에 되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선물거래는 가격의 상승 또는 하락에 관계 없이 예상만 적중하면 언제든지 이익을 올릴 수 있다. 즉 가격상승을 예상하는 투자자는 가격상승에 대해 배팅을 하고 예상대로 가격이 상승하면 이익을
20∼40층 아파트 노인들 "땅 한번 밟아보는게 소원" 20층에서 40층에 이르는 평양의 고층아파트에 전기 부족으로 엘리베이트가 멈춘 지 오래다. 이 때문에 가장 큰 고통을 받는 사람은 노인들이다. 이사해서 한 번 올라간 후 다시 내려와 보지 못한 노인들도 있다. 이들의 소원은 ‘땅을 한 번 밟아보는 것’이다. 노인들이 계단을 걸어서 오르내리기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자녀들은 돈을 써서라도 아랫층과 집을 바꿔주려고 애쓴다. 그것이 가장 큰 효도다. 평양의 실내복은 특수하다. 외출복을 벗어놓고 바깥에서보다 더 많이 껴입거나 체온을 최
고위층서 어린이까지 눈 치우기 일상생활화 2000년 12월 29일 아침 평양 창광거리에서 시민들이 밤새 내린 눈을 치우고 있다. 길가에 일정한 간격으로 내걸린 빨간 색의 현수막들이 인상적이다. /조선일보DB사진서울의 폭설은 도시를 마비시킨다. 며칠이 지나도 곳곳에 치우지 않은 눈이 가득하다. 남한의 이런 풍경과는 달리 북한에서는 밤새 아무리 큰 눈이 와도 이튿날 오전 중이면 눈은 말끔히 치워진다. 북한 주민들에게 눈 치우는 일은 일상 생활처럼 돼 있다. 눈이 오면 보통 때보다 더 일찍 출근해서 직장 안팎의 눈을 치운다. 이때 지각하
북한에서 ‘가두 여성’은 무슨 뜻일까요? 이것을 영어로 ‘street woman’이나 ‘prostitute(윤락녀)’라고 옮기면 정말 큰일 납니다. 영화 Pretty Woman에 나오는 Julia Roberts가 아니랍니다. 여기서 ‘가두’는 ‘가두 연설(street oration)’ 이나 ‘가두 데모 (street demonstration)’ 처럼 ‘거리’라는 뜻이 전혀 아닙니다. 북한의 ‘가두 여성’은 직장없이 가사에만 종사하는 주부, 즉 ‘전업 주부(house wife)’를 말합니다. 이때 ‘가두’는 혹시 ‘가두다’에서 나온
현실과 민중-민족 이름위에 음악혼 불태운 천재 작곡가 "자유 독립 우리 나라, 깃발을 날려라" 도적처럼 몰래 찾아온 해방 앞에서 우리 민족은 '건국 행진곡'을 소리 높여 불렀다. 해방의 감격을 노래하고 외치는 소리의 축제였다. 음악사적으로는 민족음악의 기틀을 마련하는 순간이었다. 이 노래의 작곡가 김순남. 그 역시 예술인들의 '나라만들기' 열망이 정치적 활동으로 분출하고 결국 월북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밟게 된다. 그는 해방공간의 음악분야에서 실천적 좌파운동의 중심에 있었고, 임화의 시에 그가 곡을 부친 '인민항쟁가'는 그 주제가가
전 운동권 간부 기고..."구국의 소리" 청취해 1월초 배포 지난 8일자 NK리포트 ‘북한 주민의 신년사 학습’ 기사를 보고 주사파 운동권 간부로 활동했던 한 독자가 원고를 보내 왔습니다. 필자의 요청에 따라 신원은 밝히지 않습니다. (편집자) NK리포트는 신년사를 통째로 암기해야 하는 북한 주민의 고역을 전해주었지만, 더 고단한 것은 남한의 운동권 학생들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북한의 공동사설(예전의 신년사) 이외에도 한국민족민주전선(민민전) 신년사까지 읽고 통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김일성 신년사를 처음 접한 것은 1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