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조하다’라는 단어는 남북한에서 모두 ‘도와주다, 지지하다’라는 뜻을 갖습니다. 영어로는 ‘assist’나 ‘aid’, 또는 ‘support’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남한에서 ‘방조하다’는 주로 나쁜 일을 돕는다는 뜻인 반면, 북한에서는 좋은 일에 쓰입니다. 남한에서는 살인, 강도와 같은 범죄행위를 도와줄 때 방조하다라는 말을 많이 쓰죠. “그는 살인 사건을 방조했다(he assisted in a second degree homicide)라는 식이죠. 그러나 북한에서는 “주민들은 시민회관 건설을 방조하기로 결정했다(The resi
◇사진설명: 평양영화제에 참석해 조선예술영화촬영소를 둘러보는 외국 인사들.내가 본 북한영화는 소재가 너무 제한되어 있었다. 표현 방법도 제한적이었다. 이것은 영화발전의 큰 걸림돌이었다. 우리 부부가 북한에서 영화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먼저 관심을 쏟은 것은 소재의 다영화, 외국과의 교류를 통해 숨통을 트는 일 등이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동유럽이나 중국에서 해외 촬영을 많이 하고, 국제영화제에 출품하고, 홍콩이나 일본의 기술자들을 초빙하여 영화를 만드는 등의 다각적 노력을 경주했다.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새로운 피’를 수혈하려고 여
‘긴장하다’ ‘unfavorable’ 한국에서 ‘긴장’은 영어로 “strain”이나 “stress”입니다. “I’m very stressed out”이라고 하면, “너무 긴장해서 기진맥진이야”라는 뜻이 될 겁니다. 저같이 외국에서 객지생활하는 사람이 자주 쓰는 말이지요. 그런데 북한에서는 ‘긴장’이라는 단어에 이런 뜻 외에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전력 사정이 긴장하다” 라든가 “식량사정이 긴장하다”는 말을 북에서는 흔히 씁니다. 이럴 때 긴장이라는 말은 영어로 풀이 하면 ‘unfavorable (나쁘다)’이나 ‘worsening(
김정일의 열정과 고민 김정일이 영화에 쏟는 정열은 정말 대단했다. 필요하다고 여겨지면 파격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영화는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북한에 있을 때 나는 김정일에게 이와 같은 북한 영화의 문제점을 솔직하게 예를 들어가며 지적했다. 김정일은 나의 비판을 듣고 ‘신선생이 지금 지적한 점이 바로 내가 바라던 것’이라며 금방 수긍했다. 김정일은 북한 영화의 현실을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1983년 10월 19일 내가 비밀리에 녹음해 두었던 대화속에 북한 영화 현실에 대한 그의 고민
“총비서” “General Secretary”저는 요즘 조선일보 북한 전문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갈 북한 주요 인물의 영문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일(Kim Jong Il)의 호칭이나 직책을 북한에서는 영어로 어떻게 표기할까요? 그에게는 대략 7 가지의 호칭이 사용됩니다. ‘친애하는 지도자’는 ‘The Dear Leader’이고, ‘위대한 령도자’는 ‘The Great Leader’입니다. ‘인민군 최고사령관’은 ‘Supreme Commander of the Korean People's Army’, ‘(
예술가들 회유..안되면 강제동원목숨건 망명·자살 등 수난의 역사'영화광' 김정일 정권 유지에 이용역사적으로 살펴보면, 독재자 중에 영화를 좋아한 사람이 많다. 레닌, 스탈린, 히틀러와 무솔리니가 그랬고, 페론과 차우셰스쿠, 북한의 김정일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영화를 정치에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정책을 폈다. 사진설명 : ◇평양의 대동문영화관폭군 네로는 한편의 시를 짓기 위해 로마 시가지를 불태웠고, 희대의 독재자 히틀러는 젊은 시절 미술을 공부한 사람이다. 이탈리아의 무솔리니도 영화에 미쳐 '치네 치타 촬영소'를 만들었다. 유명한 영
"부화사건?""sex scandal"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르윈스키양 사이에 있었던 일을 북한 사람들이 이렇게 부른다는 걸 알고 고개가 갸우뚱해졌습니다. 한국말로 ‘부화 ’라고 하면 ‘동물이 알을 깨고 나오다 ’는 뜻이고 영어로는 ‘hatch ’혹은 ‘incubation ’인데, 클린턴과 르윈스키가 알을 깨고 나와? 알쏭달쏭했습니다. 한국말 부화와 북한말 부화는 전혀 다른 뜻임을 이제 확실히 알게 됐습니다. 북한말 부화는 한국말로 ‘불륜 ’입니다. 영어로는 ‘sex scandal ’이나 ‘infidelity ’또는 ‘marital u
지난 9월 13일 개막된 '제7회 평양 국제영화제'에서 일본영화 6편이 특별 초대 작품으로 상연되었고, 영화제가 끝난 후 평양시내 일반극장에서도 상연되었다고 한다. 초대된 작품은 야마다 요지감독의 ‘남자는 괴로워’ 등이다. 사진설명 : ◇조선예술영화촬영소내 영화 포스터.‘남자는 괴로워’는 무려 48편까지 연작이 만들어져 기네스북에 오른 화제작이기는 하지만, 일본의 서민생활을 모르고 보면 별로 재미가 없고, 그다지 예술성이 뛰어난 작품도 아니다. 그런데 그 많은 일본 영화 중에서 왜 이 작품이 초대되었을까? 아마도 해답은 김일성 주석
“일 없습니다” “Everything’s cool” 얼마전 한 북한 출신 여성을 만났습니다. 다른 사람과의 약속이었는데 제가 끼였습니다. 제가 동행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리지 못한 탓에 첫 인사를 할 때 양해를 구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분은 웃으며 “일 없습니다”고 하더군요. 식사 후에 “커피 드실래요?”하고 물었더니 또 “일 없습니다”고 했습니다. 정확히는 아니지만 대충의 뜻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표정으로 봐서 기분이 나빠서 하는 말 같지도 않았구요. 그러나 나중에 한국인 친구들에게 제가 “일 없다”는 말을 사용했더니 별로 좋아
북한에서 널리 통용되는 1원짜리 지폐의 뒷면에는 영화배우들이 그려져 있다. 한가운데에는 ‘꽃파는 처녀’의 주인공 홍영희가 양손에 꽃바구니를 들고 서있고, 오른쪽에는 ‘피바다’의 주인공 양혜련이 빨치산에게 진입로를 터주는 장면, 그리고 왼쪽에는 ‘어느 자위대원의 운명’의 주인공 엄길선이 소총을 높이 들고 김일성 장군 품으로 가자고 절규하는 모습이 찍혀 있다. ◇북한 최고인기 배우 최창수(오른쪽)와 최은희가 주연한 '탈출기'의 한 장면1원짜리 화폐에도 배우들 등장.... '높은 대우' 젊은이들 선망 대상가장 널리 쓰이는 지폐에 영화배우
84년 춘향전 뮤지컬 "사랑…" 암표 나올 정도로 인기폭발영화는 그 사회의 현실을 되비추는 '사회의 거울'이다. 그러나 북한의 영화는 그렇지가 못하다. 위정자들이 원하는 것만을 비추는 일그러진 거울이랄까. ◇최초로 강간 장면이 등장한 강경애 원작 '소금'에서 열연하는 최은희씨.북한도 사람이 사는 곳이고, 사람이 사는 곳이니 당연히 복잡미묘한 사랑의 감정이 있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그런 표현이 없었다. 할 수가 없었다. 밀고 당기는 삼각관계는 '부정한 것'이어서 안 되고, 키스신도 물론 안된다. 그러니 영화가 단조롭고, 극적 긴장감이
관객 동원이라는 측면에서는 북한 영화가 세계에서 최고일지도 모른다. 돈과 연결되는 '흥행'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봤느냐만을 따진다면 아마도 단연 으뜸일 것이다. 당이 선정하는 영화는 전 국민이 의무적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보도에 따르면 김일성의 무장 항일투쟁을 그린 '조선의 별'은 40여만 회 이상 상영했고, 관람 연인원은 1억5000만명이 넘는다는 식이다.현재 북한 전역에는 약 1000여개의 영화관이 있고, 각 공장이나 기업소 등 생산현장에는 영사 시설이 갖추어져 있거나 이동 영사대를 조직해서 영화를 전국적이고
북한 영화를 볼 기회가 거의 없었으면서도 많은 사람들은 북한영화에 대한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대부분의 남한 사람에게 북한 영화는 빨간 영화, 이상한 영화, 살벌한 영화, 촌스러운 영화 등의 느낌으로 남아 있다." (김영훈 '북한 영화 어떻게 볼 것인가'에서) 사진설명 : ◇신상옥 감독이 그린 괴물 불가사리 스케치이런 고정관념은 우리의 시각에서 북한 영화를 파악하려 하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반대로 북한 사람들이 자기들의 고정된 시각을 가지고 남한의 영화를 본다면 어떤 느낌을 가질까? 한국에서 일반에 개봉된 북한영화
북한에서 영화작업을 하면서 나 역시 문화적 이질감을 느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만 했다. 영화의 표현이란 매우 구체적이어야 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남한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 북한에서는 금기로 되어 있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북한영화에는 키스장면도 없었고, 삼각관계도 금기로 되어 있어 다룰 수 없었다. 공항 접대원 출신 서구형 미인'달덩이 같아야 춘향이 감' 캐스팅 마찰도미인관의 차이로 내가 겪은 갈등도 바로 그런 것 중의 하나였다. ‘사랑 사랑 내 사랑’을 감독하면서 나는 춘향역의 주연배우로 평양 순안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