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이후 미국 의회 의원들의 잇단 초청에 미국 방문의사를 강하게 밝혀온 황장엽씨가 최근 갑자기 "지금은 미국을 방문하지 않겠다"고 말해 사람들을 의아하게 만들고 있다. 그의 입장변화에 대해 국민들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그가 한국에 온 후 '선비적 양심'을 일관되게 지켜왔고 '미국행'에 대한 그의 논리도 국민들이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황씨는 여러 경로를 통해 북한 수령독재체제에 대한 자신의 증언이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북한 민주화에 기여할 수 있으며, 9·11테러 이후에는 자신의 증언이 북한
이상우연두기자회견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해인 금년에 역점을 두고 추진해 나갈 일 네 가지를 꼽으면서 남북관계 개선도 그 하나로 포함시켰다. 그리고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서는 경의선 연결, 개성공단 진척, 금강산 육상관광로 개척, 이산가족의 만남과 군사적 신뢰구축을 5대 과제로 천명하였다. 임기 초기 ‘햇볕정책’의 기치 아래 과감한 통일정책을 국정목표로 내세우던 열기는 사라지고 북한에서 어떻게 대응할지 모를 프로젝트만 나열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햇볕정책의 기본틀은 새로운 것이 아니고 앞선 정권에서 제시했던 「민족화합민주통일론」
김현호/조선일보 통한문제연구소장·hhkim@chosun.com6·15남북공동선언의 빛이 바래고 있다. 남북관계를 규율하는 지배적 규범으로서의 실천력을 잃고 있을 뿐 아니라, 자칫 현 정부와 다음 정권에까지 부담으로 작용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북한당국이 근자에 와서 공동선언의 정신은 물론 핵심적인 합의내용까지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최근 북한의 국영 언론들은 6·15선언이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한」(제2항) 것을 놓고 「남북이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침범해 해상순시선에 쫓기다 중국 해역에서 침몰된 괴선박은 북한배가 확실해 보인다. 여기에는 15명 가량이 타고 있었다고 한다. 배가 침몰된 후 일본측에서는 구명대를 던지는 등 구조 노력을 보였으나 아무도 반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일본 정부의 현장촬영 화면 정밀분석 결과는 배 앞부분에서 두 차례의 폭발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배가 스스로 폭파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방위청은 시사한 바 있다. 이들의 죽음은 북한에서 '영웅'의 탄생을 의미한다. 해상에서 선박을 이용해 공작을 펼치는 이들은 대부분 조선노동당
피에르 리굴로/프랑스 북한인권위원회 위원장, '사회사평론'편집장월간 ‘리스톼르(L’Histoire)’ 는 프랑스에서 매우 잘 알려진 역사 평론지다.이 잡지 작년 10월호에는 북한역사에 관한 논문이 실렸다. 홍수나 기근 등 북한에 대해 단편적인 지식만을 가지고 있는 독자들에게 북한경제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를 돕는데 유용한 글이었다. 북한의 경제적 실패는 그들이 채택하고 있는 경제시스템 자체에 있기 때문에 체제의 총체적인 변화 없이는 해외원조로부터는 어떠한 장기적인 발전도 꾀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북한 경제의 어려움은 최근의 외적 요
정부가 스스로 대북 햇볕정책의 '옥동자'라고 자랑해 온 금강산 관광사업이 '계륵(鷄肋)'으로 변해가고 있다. 정부가 내세운 시장경제 원칙에 따른다면 적자 투성이의 이 사업은 과감히 정리할 수밖에 없지만, 그렇게 하자니 남북교류의 상징적 사업이라는 역사적 의미가 퇴색할 것이 걱정인 모양이다.이런 가운데 정부 일각에서 금강산 관광사업의 주체인 현대아산에 매달 20억~30억원의 적자를 남북협력기금에서 보전해줌으로써 사업중단만은 막아보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 통일부는 이것이 구체화된 계획은 아니라고 한걸음 물러서고 있지만,
김재원북한에는 의사담당구역제라고 해 의사 한 사람이 5~6개의 인민반(200~300명)을 맡아 주치의처럼 건강을 관리하는데 맡은 인민반에서 누가 아프다고 하면 의사가 직접 가주게 돼 있다. 환자가 발생했다고 해 달려 가보면 푸짐하게 고기를 구워 놓고 먹어라 마셔라 하는 사람도 있다. 어디가 아픈지 물어보면 『선생님을 초대하고 싶어서 왕진오시라고 했습니다』라고 하지만 사실은 며칠이라도 집에서 쉬고 싶은데 결근을 하자면 진단서가 없으면 안 되니 그러는 것이었다. 6일까지는 담당 의사가 개별적으로 진단서를 발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허위
로버트 J 아인혼(Robert J Einhorn)미·북 관계에 있어서 2000년이 커다란 희망의 해였다면, 2001년은 교착의 한 해였다. 2002년에 이 교착상태가 극복되지 않는다면 상황은 훨씬 악화될 수도 있다.교착의 한 원인은, 평양측이 부시 행정부의 발언과 행동에 대해 가능한 최악의 해석을 적용하고서는, 그 바탕 위에서 ‘언제 어디서든 조건없이 만나자’는 워싱턴의 대화 제의를 지금까지 거절해오고 있기 때문이다.미 행정부가 재래식 무기들도 논의하길 원한다고 말하자, 북한은 이를 자신들을 일방적으로 무장해제시키려는 노력이라고 비
최진이아빠를 따라 여섯 살에 북한을 빠져나온 소년이 한국에서 정착교육을 받는 중에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꿈에서 빨간 피 많이 흘리면서 어떤 사람 누워있는 것 봤다."탈북한 지 1년 반쯤 된 여성은 내게 이런 얘기를 들려 주었다. "북한에서 식량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지 여기 와서도 꿈을 자꾸 꾸잖겠니? 새벽에 일어나 부엌에 나가 쌀독 뚜껑을 열어보니 한 톨도 없는 거야. 아침은 뭘로 끓이나 안타까워서 가슴을 바짝바짝 태우다가 깨어났어.”탈북한 지 2년이 되도록 계속 꾸고 있는 나의 꿈은 이렇다. 작가동맹에서 작가들이 창작을 하느
설빔을 예쁘게 차려입은 어린이 세 명이 세배를 하고 있다. 표정은 밝고 몸가짐은 단아하다.2002년 북한 달력은 어린이들의 환한 웃음으로 열리고 있다. 『경애하는 아버지 김정일장군님께 새해 설 인사를 드립니다』는 문귀도 빠지지 않는다.고난의 땅 북녘에도 새해가 밝았다. 금년에는 정말 북녘 동포들이 달력속의 어린이들처럼 행복한 웃음을 지을 수 있기를 빌어 본다. 그러나 그것은 잘 훈련된 외형적인 웃음이 아니라, 내면의 충만감이 솟아나는 자연스런 미소라야 할 것이다.무엇보다 새해는 북한 주민들이 절대 기아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한 해가
지만원/군사평론가일본 순시선과 괴선박 간의 전투는 이를테면 ‘활과 기관총’과의 싸움이었다. 괴선박은 17일 남포항을 떠난 이후 미국과 일본의 영상정보 수집 및 통신감청에 의해 움직임이 파악됐다. 일본 순시선은 31시간 동안 ‘고양이가 쥐를 갖고 놀듯’ 괴선박을 요리했다. 일본 해상자위대가 촬영한 화면은 적나라하게 이 장면들을 보여준다. 일본 순시선에는 자이로와 전자 로직(Logic)으로 구성된 사격통제 시스템이 설치돼 있어서 배가 요동을 쳐도 포구는 목표물을 향하고 있다. 하지만 괴선박에는 그런 시스템이 없었다. 배가 흔들리면 총구
김창기 북한의 경수로 관련 고위 실무자 20명이 지금 남한의 핵심 시설이랄 수 있는 울진과 고리의 원자력발전소 등에 머물면서 자세한 현장 시찰을 하고 있다. 지난 16일 내한한 이들은 2주일의 일정을 마치면 월말쯤 평양으로 되돌아갈 것이다.북한측 요구와 우리 정부 당국의 ‘배려’로 이들의 남한 생활이 자세히 알려지지 않고 있어서 그렇지, 사실 엄청난 일이다. 또 좋은 일이다. 이런 성격의 인적 교류가 많이 이뤄져서 북한에 조금이라도 실질적 도움이 가고, 그렇게 해서 조금씩 서로 신뢰가 쌓이고 긴장도 완화된다면 얼마나 좋은 일이겠는가
김형덕/1974년 자강도 희천 출생, 민주당 김성호 의원 비서1987년 12월 고향 자강도 희천시를 떠나 평안남도 개천시의 룡복고등중학교로 전학했다. 자강도는 워낙 살기가 팍팍해 우리 가족은 조금은 살기 낫다고 여겨지는 평야지대로 이사를 한 것이다. 이때부터 오히려 커다란 시련을 겪게 됐다. 어머니가 폐결핵으로 입원해 투병생활을 시작했다. 병간호를 위해 우리 가족은 배급의 일정량을 농민시장(장마당)에 팔아 그 돈으로 약을 사야 했다. 그러다 보니 항상 곤궁한 생활에 시달렸다. 학교를 마치기가 무섭게 집안 일을 거들어야 했고 식량을
/프랑스 북한인권위원회 위원장, '사회사평론'편집장지난 12월 6일 스위스의 매혹적인 호반 도시 제네바에서 『북한에서 인도적 지원 활동을 할 때 지켜야 할 최소한의 조건은 무엇인?뼁?대해 북한에서 활동하는 비정부기구(NGO)활동가들과 유엔 산하 단체 관계자들이 모여 협의회를 열었다.이탈리아의 「협력과 개발」, 스위스의 「교회공동운동」, 「아시아-태평양 월드비전」, 홍콩 「카리타스」, 프랑스의 「반기아행동」, 「국경없는 의사회」, 아일랜드의 「관심 월드와이드」(Concern Worldwide) 등의 NGO, 그리고 세계식량계획(WFP
북한의 66년 월드컵 8강 진출은 여전히 하나의 신화다. 그 주역들이 수용소 등에서 수난을 겪은 사실은 신화의 비극으로 남아 있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영문 시사주간지 ‘파이스턴 이코노믹 리뷰(FEER)’는 지난 13일자에 다큐멘터리 제작자와 여행사 대표가 지난달 북한을 방문해 당시의 북한 대표선수들과 인터뷰한 내용을 실었다. 북한축구의 간판스타였던 박두익이 당시 선수들이 『수용소에 갔거나 지방으로 쫓겨갔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소리』라며 격분했다는 내용을 전했다. 이 잡지 기사를 국내의 일부 신문이 전하기도 했다. NK리포트 지난 3월
박상학내가 태를 묻고 성장한 고향은 양강도 혜산시 혜신동이라는 한반도 북단의 국경마을이다. 코앞이 중국 장백현 록강촌이었다. 압록강은 본래 맑고 푸른 물위에 오리가 많이 서식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데 적어도 내게는 한반도에서 가장 긴 강이라거나 백두산과 함께 한반도를 대표한다거나 하는 부담스러운 상징이 아니다. 여름이면 아이들이 멱을 감고, 겨울이면 스케이트를 타며, 아낙네들이 빨래를 하던 일상의 터전이었다. 개울처럼 다정한 강이었다. 때로는 깊고 강하게 성장기 소년의 내면으로 흘러들어 야망을 불러일으켰을지도 모른다. 강
요즘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 분위기는 썰렁하다. 미·북, 남·북 관계가 얼어붙으면서 한·미 관계도 무덤덤해진 탓일까. 간헐적으로 열리는 한반도 세미나들도 김 빠진 맥주 같다. 그나마 논의를 촉발시키고 있는 계기가 미·북 관계의 새로운 위기 가능성이라는 점이 더 을씨년스럽다.11일 낮(미국시각) 한 점심 자리에서는 한반도 문제를 싸고 단골로 논쟁을 벌이던 두 ‘앙숙’이 모처럼 만났다. 클린턴 행정부 때 국무부에서 제네바 협정 실무를 맡았던 조엘 위트(Wit)와 지난 8월 국무부에 들어간 로버트 매닝(Manning) 전 미 외교협의회
민성길/연세대 통일연구원장·정신의학 교수남북한 통일과정에서 국가 통일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사람의 통일이다. 사람의 통일은 국가통일에 앞서 준비돼야 하고, 또 그 이후에도 상당 기간 지속돼야 할 과제다. 50년 넘게 분단된 남북한의 보통사람들이 잘 어울려 산다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북한 주민들은 분명 우리와 같은 민족이고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만, 사고방식 가치관 행동양식 등은 이미 판이하게 달라져 있음을 우리는 곳곳에서 확인하고 있다.최근 통일연구를 위해 루마니아를 방문하고 많은 걸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이 나
허광일/1954년 함경북도 김책시 출생. 한국전력 동부지점 근무내 고향은 함경북도 김책시(옛 성진시) 쌍암동 대동골이라는, 시내가 흐르는 작은 골짜기 마을이었다. 여름방학이면 방학숙제를 대충 해치우고는 할머니가 쩌준 감자와 풋강냉이 한소랭이를 게눈 감추듯 먹어치우고는 검은 연기 세차게 내뿜는 성진제강소 옆 쌍바위가 우뚝하게 솟은 해변가 도래굽이에서 해가 지는 줄 모르고 친구들이랑 해수욕에 정신이 팔렸다.지금도 추억에 젖으면 웃음을 참을 수 없는 것은 해수욕장에 인접한 포구에 가끔씩 돛단 고깃배가 닻을 놓고 성게 해삼을 비롯한 진귀한
이병호/전 국정원(안기부) 차장최근 국정원 간부 몇 사람의 비리 혐의와 ‘수지 김’ 사건 은폐 혐의로 국정원이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 정보기관이 그 직원의 비리 또는 잘못된 운영으로 물의를 일으켜 비판의 대상이 된 사례는 외국 정보기관도 예외는 아니다.미국 CIA의 경우, 직원 앨드리치 에임즈가 구소련 KGB에 포섭되어 1994년 체포될 때까지 10여년간 CIA 기밀을 유출한 사건으로 오랜기간 후유증에 시달렸었다. 그러나 CIA 사건 경우와는 달리 국정원 관련 이번 스캔들은 국정원 간부가 금융 비리와 관련하여 돈을 받은,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