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庸玉 /전 국방부 차관지난해 11월 국방부는 국방백서 발간 주기를 매년에서 격년으로, 발간 시기도 10월에서 5월로 조정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국방 당국이 북한을 ‘주적(主敵)’으로 분명히 명시하기를 요구하는 보수적 국민 여론과 정부의 햇볕정책 및 북한의 신경질적인 거부반응 사이에 끼어 짜낸 일종의 고육지계(苦肉之計)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더욱 황당했던 것은 북한이 국방부의 조치에 대해 격년으로 발행될 국방백서에서도 북한을 계속 주적으로 명시하기로 했다고 비난하고 나섬으로써 우리
“아직 미국 대사관으로부터 통보를 못 받았습니다.” 지난 26일 저녁 9시쯤(한국시각 10시쯤) 주중(駐中) 한국대사관 관계자들은 탈북자 2명의 미대사관 진입 사건에 대해 판에 박은 답변만 되풀이했다. 이날 새벽 3시쯤 발생한 사건을, 하루 낮을 다 보낸 시점까지 미대사관으로부터는 전화 한 통 못받았다는 이야기다.이날 오전 11시쯤 베이징 외교가 싼리툰(三里屯)의 독일 대사관 정문. 전날 저녁 탈북자 1명이 진입한 독일대사관 앞은 중국 공안(경찰)들이 삼엄한 경계를 펼치고 있었다. 이들은 기자들에게 ‘사진 촬영은 안된다’, ‘즉시
정부 일각에서 다시 제기하고 있는 국방백서상의 ‘북한 주적(主敵)’ 표현의 삭제나 변경론은 그 계기와 방법, 북한당국의 대응태도, 이후의 부작용 등을 고려할 때 현단계에서는 수용할 수 없다고 본다. 이번 주장은 지난번 대통령 특사 방북 때 북한측이 강력히 요구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이며, 북한의 주적론 폐기주장은 곧바로 남한에 대해 이른바 ‘민족공조’와 ‘외세공조’ 중 택일하라는 위협과 이어져 있다.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임동원 청와대특보 등이 주적론 폐기에 앞장서고 있는 사실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상황을 객관적
金正源/세종대 석좌교수·국제정치학“누가 언제 당신 가정을 침입할지 모르기 때문에 견고하고 훌륭한 자물쇠를 현관에 달고 창문을 뚫고 들어오는 것에 대비해 경보장치를 설치한다. 또 경찰은 동네를 순찰하고 거리에서 불량배를 몰아낸다. 이 같은 논리는 국가방위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최근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 최신호 기고문에서 21세기 미국의 국방정책을 가정의 도난 방지 대책에 비유했다.여기에는 9·11테러와 아프간 전쟁을 겪으면서 업그레이드
두만강변의 중국 투먼(圖們)에서 북한 보안원들이 탈북자 100여명의 코와 손을 철사로 꿰어 트럭으로 북송(北送)하고 있는 현장을 목격했다는 한 미국인의 증언은 충격을 넘어 참담한 수치심을 느끼게 한다. 줄줄이 사람의 코를 꿰어 끌고 가는, 그래서 노예사회에서나 있을법한 엽기적 인권유린은 도대체 어떤 체제 유지를 위해 필요한 것인가. 북한정권이 수령절대주의 체제를 지키기 위해 무슨 일을 하든, 거기에도 사람 사는 사회로서의 최소한의 조건과 기준은 있어야 한다. 체제 여하를 막론하고 말이다.탈북자들에 대한 가혹한 단속과 탄압, 공포분위
◇24일 서울 용산구 남영동사무소에 주민등록증 발급 신청서를 제출하고 있는 김용화씨.“대한민국 국민 인정받는 데 14년이 걸렸습니다.”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남영동 동사무소. 양복을 말쑥하게 차려입은 탈북자 김용화(金龍華·49)씨는 주민등록신청서에 또박또박 이름과 생년월일을 써넣었다. 정식 주민등록증은 다음달 10일쯤 발급될 예정. 김씨는 임시로 쓸 ‘주민등록증발급신청확인서’를 내보이며 활짝 웃었다.지난 88년 7월 북한 함흥철도국 승무지도원이었던 김씨는 아내와 세 자녀를 남겨두고 중국으로 탈출했다. 철도사고에 따른 문책을 피하기
며칠 전 제3국 탈북자들의 한국행을 돕고 있다는 사람이 기자를 찾아왔다. 그는 자신을 나쁘게 말하면 「브로커」, 좋게 말하면 「인권운동?뭉箚?소개했다. 몇 년 전 사업차 중국을 방문했다가 탈북자들의 참상을 보고 도저히 방관할 수 없어 한 명 두 명 한국으로 안내하던 것이 지금까지 일을 계속하게 됐다는 것이다. 사재를 털어 이 일에 나서다보니 빚더미에 앉았고, 최소한의 비용을 받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더 이상 탈북자들을 돕고 싶지 않다고 고개를 저었다. 한국에만 가면 무엇이든 보답하겠다던 탈북자들이 정작 입국 후
(Premature to call it a breakthrough)로버트 아인혼Robert J Einhorn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이제 미국과 대화를 재개하기로 했다. 부시 미 행정부의 강경책이 먹혀들었다는 뜻일까? 또 이로써 상당한 돌파구가 마련됐다는 의미일까? 나는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 그 지도자에 대해 거친 표현들을 사용하는 것은 미·북 사이의 경색 국면을 장기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 표현들은 북한으로 하여금, 미 행정부가 북한 정권과 거래할 의사는 확실히 없으므로 미·북이 다시 협상 테이블에 마주
남북경협 항로를 오가는 중국선적의 정기화물선이 중국산으로 추정되는 엄청난 양의 마약을 북한 나진항에서 실어 한국으로 밀수입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남북교역과 교류가 갈수록 활발해질 전망인데도 이 같은 범죄를 감시하고 통제할 남북 간의 제도적 장치가 전무한 형편이니 앞으로가 더욱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다.문제의 필로폰은 마약 밀수사건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로, 300만명이 투약할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우리 수사당국은 이 필로폰이 북한 항구에서 출발한 사실을 알고서도 5개월간 쉬쉬해 왔다고 하니 그 강심
남북한을 오가는 중국선적의 정기화물선이 중국산으로 추정되는 엄청난 양의 마약을 북한 나진항에서 실어 한국으로 밀수입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남북교역과 교류가 갈수록 활발해질 전망인데도 이같은 범죄를 감시하고 통제할 남북간의 제도적 장치가 전무한 형편이니 앞으로가 더욱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다.문제의 필로폰은 마약 밀수사건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로, 300만 명이 투약할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우리 수사당국은 이 필로폰이 북한 항구에서 출발한 사실을 알고서도 5개월간 쉬쉬해 왔다고 하니 그 강심장이 놀라
탈북자 K씨는 본지에 글을 기고하면서 사진만은 내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북한에 아버지가 살아계시기 때문이란다.그의 아버지는 광산노동자다. 탈북 당시 20대 후반이었던 K씨는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없는 북한에서 더는 살 수 없다고 생각했고, 아들이 생겼을 때는 마음이 급해졌다. “아버지. 제 자식에게도 이 지옥 같은 막장일을 물려줄 수는 없어요”라고 했다. K씨는 노동당원이었던 아버지와는 화해할 수 없었다. 밤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남한방송을 듣다가 아버지에게 들켜 매를 맞아도 소용없었다. 거기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좋았고,
金昌基강경하게 대립하는 것으로 보였던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누그러질 수도 있는 전기(轉機)를 맞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미국 국무부의 잭 프리처드(Pritchard) 대북협상 특사가 지난 11~12일 서울을 다녀갔다. 북한과의 협상을 위한 방북을 앞두고 한국과 협의를 하기 위해서였다. 앞서 8~9일 이틀간 도쿄(東京)에서는 한·미·일 3국의 외교부 국장급 실무책임자들이 모두 모여 ‘대북정책 조정·감독 그룹(TCOG)’ 회의를 가졌다. 임동원(林東源) 청와대 특보가 대통령 특사로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오자마자 사전 계획대로 열린 것이었다
정부의 불법체류자 방지대책에 항의해 집회와 시위를 벌여오던 국내 중국동포들이 12일부터 500여명이 참가하는 단식농성을 시작함으로써 사태가 악화되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12일 내놓은 ‘불법체류방지 종합대책’의 골자는 오는 5월 25일까지 자진신고하는 불법체류자에게는 1년간의 ‘출국 준비기간’을 주고 범칙금 등을 면제해 주는 대신, 신고하지 않은 사람들은 강제출국시키며, 앞으로 밀입국 관련자들의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98년 이후 불법체류 외국인이 매년 30~40%씩 늘어나 2월 말 현재 26만명을 넘어섰으며, 월드컵과
독일이 통일된 직후인 91년 봄날이었다. 동독지역의 포츠담에 있는 상수시 궁전 입구 매표소에는 관광객들이 줄을 서 있었다. 그런데 정각 오후 5시가 되자 매표원이 창구를 닫아버렸다. 매표시간이 끝났기 때문이다. 기다리는 사람이 얼마 안되니 마저 들어가게 해달라고 부탁했지만 매표원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한 서독인이 혀를 끌끌 찼다. “저러니 동독이 망할 수 밖?? ▶사회주의 체제 사람들의 기계적인 경직성은 우리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 정도였다. 구소련에서는 비가 오는 날에도 거리에서 물을 뿌리고 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李相禹김대중 대통령 특사로 평양을 방문한 임동원 특사에게 북한당국은 ‘6가지 합의’를 선물로 들려 보냈다. 우리 대통령이 원하던 경의선 복원의사를 밝혔고 동해북부선 연결도 원칙합의를 보았다. 그동안 북한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 중단됐던 남북한 간의 몇몇 회담장에 북한이 다시 돌아오겠다고도 했다. 물론 그 대가로 우리 측은 식량지원과 전기공급 등을 ‘인도주의’와 ‘상부상조’라는 이름으로 약속했다.이번 합의에 대해 반대할 사람은 없다. 어떤 형태이든 남북한 간의 접촉기회가 많아지는 것은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크게 기대할 것도 없
임동원(林東源) 특사 방북 이후 현 정부는 다음의 사실들을 성찰해 보아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합의는 과연 제대로 지켜지겠느냐 하는 점이다. 그동안 남북관계 진전이 기대 이하였던 것은 합의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북측이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합의’와 ‘파기’를 수없이 반복해왔기 때문이다. 북한은 남한보다 미국과의 관계를 더욱 중요시하는 이른바 ‘선미후남(先美後南)’ 입장을 견지해 미국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대미(對美) 관계가 악화되자 대남(對南) 대화도 동결해버렸다. 때문에 앞으로 대미 대화가 여의치 않으면 언제든지 대남 대화를 다
河英善임동원 특사가 평양 방문을 마치고 돌아와서 남북의 6개 공동합의 사항을 발표했다. 발표를 들으면서 궁금한 것은 지난해 11월 제6차 장관급회담이 결렬된 이후 얼어 붙었던 남북관계에 정말 봄 같은 봄이 찾아올까 하는 것이다. 북한은 임동원 특사의 평양방문을 수락한 이유를 “민족 앞에 닥쳐온 엄중한 사태와 관련하여… 6·15북남공동선언의 기본정신을 존중하고 민족끼리 공조해 나갈 의지가 있는가에 대한 명백한 대답을 들어 보려는 데 있다”고 강조하였다.북한이 강조하고 있는 틀에 따라 남북의 합의내용을 해체하면 엄중한 사태를 다룬 1항
김대중 대통령의 특사로 평양을 방문한 임동원(林東源)씨의 머리와 가방속에 무엇이 새롭게 채워졌는지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남북간 특사의 임무와 성과는 발표문안보다는 그 이면에 더욱 많이 숨겨져 있게 마련이다. 이번 특사 방북은 남북 당국간 대화를 재개하고 미·북 대화에도 촉진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돼 왔다. 임 특사는 4일 저녁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 및 만찬을 포함해 5시간여 동안 자리를 함께하면서 9·11 테러사태 이후 미국의 달라진 세계전략과 이에 따른 한반도 정세, 이에 대한 북한의 바람직한 대응
북한은 김대중 대통령의 특사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하기에 앞서 미국과 뉴욕에서 대사급 접촉을 갖고 대미(對美) 대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의 대화수용 태세가 근본적인 자세 변화인지 아니면 일시적인 상황 탐색용인지는 여전히 분명치 않다. 지금 남북한, 그리고 미·북 간에는 복잡하고 미묘한 문제들이 이리저리 뒤엉켜 있다. 구체적 현안들의 해법찾기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서로가 상대를 바라보는 인식이 일정한 안정성을 찾지 못한 상태이며 그것이 상호관계의 불안한 변화까지 초래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럴수록 진정하고도 정당한 의미
북한이 금강산 관광 수입금을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했다는 내용을 담은 미국 의회조사국의 보고서가 공개됐다. 보고서는 미중앙정보국(CIA)과 주한미군사령부가 이 같은 판단을 내리고 있으며, CIA는 작년 한국 정부에 이를 알리는 비망록까지 보냈다고 밝혔다. 우리는 이 보고서 내용의 사실 여부를 판단할 구체적 근거를 갖고 있지 못하지만, 그동안 이 같은 의혹이 곳곳에서 꾸준히 제기돼 온 만큼 사실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만약 보고서 내용이 사실이라면, 금강산 관광사업은 현 정부가 주장하는 ‘평화 사업’이 아니라 ‘긴장조성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