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양(瀋陽)에서 발생한 탈북자 망명시도 사건을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외교 갈등을 지켜보는 한국민의 심정은 분노어린 착잡함이다. 우리는 기본적으로는 우리 동포 문제로 인해 양국이 마찰을 빚고 있는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동시에 양국 간 갈등이 탈북자들의 신병처리에 조금이라도 불리하게 작용해서는 결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해 둔다.중국 경찰이 일본 총영사관에서 탈북자들을 끌고가는 과정에서 일본 영사의 허락이 있었는지 여부를 놓고 양국은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으며, 이것이 국가 자존심 문제로까지 여겨지고 있다. 우리는 양국 간
金昌基작년 6월 장길수군 가족 7명이 베이징(北京)의 유엔난민담당관실(UNHCR) 사무소에 들어가 ‘난민(難民)’ 지위 인정과 한국으로의 망명을 요구해 뜻을 이룬 이래, 중국 내 탈북자들의 외국 공관 진입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일련의 사건에서 중국 당국은 일단 공관 진입에 성공한 탈북자들에 대해서는 제3국 추방 형식으로 한국에 보내주는 데 별로 인색하지 않아, 탈북자들에게 다행스럽고 한국으로서도 고마운 일이었다.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북한의 입장을 너무나 의식하고 있는 것 같다. 중국 내 각지에서 탈북자들에 대해 대대적 단속을
金榮奉오는 29일 필자가 몸담고 있는 대학의 학생 30 여명이 금강산으로 졸업여행을 떠난다. 1인당 경비 49만8000원 중 29만9000원은 정부로부터 얻어 간다. 졸업여행이건 수학여행이건 그 본질은 놀러가는 여행인데 국고에서 경비를 지원하는 나라가 세상에 어디 있었던?? 이들이 보는 것도 철조망으로 가둬놓은 달러벌이 자연공원이지 사람 사는 북한 땅이 아니다. 여행 도중 학생들은 북한인민보다는 아마도 ‘공짜구경’이 추가경비 낸 만큼 즐길 만했던가를 더 생각할 것이다. 국가 돈을 얻어먹는 달콤한 느낌도 얻어올지 모른다. 필자는 내가
한 여인이 땅바닥에 쓰러진 채 사력을 다해 철문을 움켜잡고 있다. 경찰들은 그녀를 끌어내기 위해 안간힘이다. 이 여인에게 철문의 안쪽은 자유와 생명이며, 바깥은 죽음이다. 자유를 부여잡은 나약한 손은 뒷덜미를 당기는 거대한 공권력에 힘없이 풀어진다.중국 선양(瀋陽)의 일본 총영사관 입구와 구내에서 중국공안에 끌려간 탈북자들의 신병처리가 한ㆍ중ㆍ일의 외교문제로 등장했다. 탈북자 문제가 본격적인 국제문제화하고 있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는 외국공관 진입에 성공했느냐 실패했느냐가 탈북자들의 운명을 가르는 절대기준이 돼서는 결코
중국 베이징(北京) 시내 중심부인 싼리툰(三里屯) 외교단지에 지난 3일부터 일제히 철조망이 쳐졌다. 단지 외부는 물론, 단지 내부 외국 공관들도 일일이 3~4겹의 철조망으로 둘러싸였다. 공관 외벽 둘레와 약 2m 높이의 담장 위에 흉측한 이빨을 드러낸 이 철조망들은 탈북자들 진입을 막기 위한 것이다.지난달 탈북자가 진입했던 독일대사관은 무장경찰들이 들이닥쳐 철조망을 설치하려 하자 대사관 간부가 저지하고 나섰다. 하지만 ‘탈북자들이 다시 몰려올 가능성이 있어 보안상 철조망을 가설해야 한다’는 주장에 물러서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북한당국이 남북경협 회담을 하루 전에 돌연 일방적으로 거부해버린 것은 우리 국민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욕이다. 그 이유라는 것이 더욱 가관이다. 한 미국 신문이 최성홍 외교부장관의 워싱턴 발언이라고 보도한 내용에 대해 한국정부가 사죄하고 책임있는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회담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북한당국의 의도는 한국정부 요인들의 발언까지 직접적으로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재작년에는 장충식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작년에는 홍순영 통일부장관이 북한당국의 비위를 거스르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북한측의 집요한 공격을
남북한은 만사 제쳐 두고라도 붕괴 위험성이 제기되고 있는 북한 금강산댐의 안전관리 문제부터 화급하게 논의해야 한다. 정부는 북측에 공동조사를 제의하고 거부당하면 우리쪽 화천댐을 비워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지만 이런 소극적인 대응으로는 안된다. 북한이 남북공동 대처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보지만, 만약 외면한다면 정부는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내야 한다.그러나 현정부가 이 문제를 놓고 북한당국에 얼마나 단호한 자세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을 떨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지금까지 정부행태가 그
金源一/소설가한국전쟁 당시 북으로 간 아버지의 별세 기일을 알아내고 그쪽에서 결혼한 가족을 만날까 하고 방문단 일원에 끼어 2박3일 일정으로 금강산에 다녀왔다. 봄 가뭄을 달래며 내내 비가 내렸다. 그 단비가 왠지 내게는 이산가족 만남의 기쁜 눈물이 아니라 전쟁 전후 헤어진 채 50년 넘게 만나지 못하고 있는 1000만 이산가족의 눈물과 이승에서 상봉하지 못한 채 무주고혼이 된 영혼들의 맺힌 한이 눈물이 되어 마른 땅을 적시고 있다는 느낌이었다.4월 30일 오전 11시, 마지막 작별의 만남이 끝나고 가랑비 속에 버스에 오른 남측 방
趙元喆/연세대 교수·토목공학1980년대 중반에 온 나라를 들끓게 하였던 금강산댐 문제가 이제야 현실적인 것으로 다가왔다. 사실 금강산댐이라는 이름도 우리가 붙인 것이라 북한에서는 코웃음칠 일이겠지만 그 때 ‘통??殆貶【??대응조처로 이루어진 평화의댐 사업처럼 그렇게도 신뢰를 받지 못했던 국가적인 대사도 없을 것이다.그 후 언제 그러한 일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조용히(?) 지내던 상황이 금년에 들어와서 현실적인 위험으로 인지되었으나 또다시 조용히 대처하다가 마침내 그 실상이 시민들에게 노출되었다. 지난 1월 17일부터 평화의댐 상류
대사관 담장 하나가 생사(生死)를 가르는 분계선이 돼버리는 것인가. 베이징(北京)의 한국대사관으로 들어가려던 탈북자 3명이 중국 공안당국에 붙잡혀 북한으로 송환될 위기에 처해 있다. 우리는 중국당국이 인도적 견지에서 최소한 이들을 북한으로 송환하는 일만은 하지 말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이들이 다시 북한으로 붙잡혀 갈 경우 어떤 처벌을 받는지는 중국정부도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북한당국이 탈북자 중에서도 한국행을 시도했거나 기독교와 접촉한 사람들은 정치범으로 간주해 처형 아니면 정치범수용소 수용 등의 가혹한 처벌을 하고 있음은
朴庸玉 /전 국방부 차관지난해 11월 국방부는 국방백서 발간 주기를 매년에서 격년으로, 발간 시기도 10월에서 5월로 조정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국방 당국이 북한을 ‘주적(主敵)’으로 분명히 명시하기를 요구하는 보수적 국민 여론과 정부의 햇볕정책 및 북한의 신경질적인 거부반응 사이에 끼어 짜낸 일종의 고육지계(苦肉之計)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더욱 황당했던 것은 북한이 국방부의 조치에 대해 격년으로 발행될 국방백서에서도 북한을 계속 주적으로 명시하기로 했다고 비난하고 나섬으로써 우리
임동원(林東源) 청와대 특보가 이달 초 평양을 다녀와서 북한이 미국의 잭 프리처드(Pritchard) 대북협상담당 대사의 방북을 환영한다고 전한 뒤 벌써 한 달이 지나고 있다. 하지만 미·북 대화가 재개될 기미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미국은 그동안 북한이 직접 대화 여부를 통고한 바 없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북한이 과연 대화 준비가 돼 있느냐는 의심을 짙게 깔고 있는 듯하다.북한은 지난 11일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대화분위기 조성 문제’를 거론하며 미·북 대화가 시기상조임을 암시했다. 북한은 이후 민주조선·조선중앙통신·노동신문
정부 일각에서 다시 제기하고 있는 국방백서상의 ‘북한 주적(主敵)’ 표현의 삭제나 변경론은 그 계기와 방법, 북한당국의 대응태도, 이후의 부작용 등을 고려할 때 현단계에서는 수용할 수 없다고 본다. 이번 주장은 지난번 대통령 특사 방북 때 북한측이 강력히 요구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이며, 북한의 주적론 폐기주장은 곧바로 남한에 대해 이른바 ‘민족공조’와 ‘외세공조’ 중 택일하라는 위협과 이어져 있다.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임동원 청와대특보 등이 주적론 폐기에 앞장서고 있는 사실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상황을 객관적
“아직 미국 대사관으로부터 통보를 못 받았습니다.” 지난 26일 저녁 9시쯤(한국시각 10시쯤) 주중(駐中) 한국대사관 관계자들은 탈북자 2명의 미대사관 진입 사건에 대해 판에 박은 답변만 되풀이했다. 이날 새벽 3시쯤 발생한 사건을, 하루 낮을 다 보낸 시점까지 미대사관으로부터는 전화 한 통 못받았다는 이야기다.이날 오전 11시쯤 베이징 외교가 싼리툰(三里屯)의 독일 대사관 정문. 전날 저녁 탈북자 1명이 진입한 독일대사관 앞은 중국 공안(경찰)들이 삼엄한 경계를 펼치고 있었다. 이들은 기자들에게 ‘사진 촬영은 안된다’, ‘즉시
金正源/세종대 석좌교수·국제정치학“누가 언제 당신 가정을 침입할지 모르기 때문에 견고하고 훌륭한 자물쇠를 현관에 달고 창문을 뚫고 들어오는 것에 대비해 경보장치를 설치한다. 또 경찰은 동네를 순찰하고 거리에서 불량배를 몰아낸다. 이 같은 논리는 국가방위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최근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 최신호 기고문에서 21세기 미국의 국방정책을 가정의 도난 방지 대책에 비유했다.여기에는 9·11테러와 아프간 전쟁을 겪으면서 업그레이드
◇24일 서울 용산구 남영동사무소에 주민등록증 발급 신청서를 제출하고 있는 김용화씨.“대한민국 국민 인정받는 데 14년이 걸렸습니다.”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남영동 동사무소. 양복을 말쑥하게 차려입은 탈북자 김용화(金龍華·49)씨는 주민등록신청서에 또박또박 이름과 생년월일을 써넣었다. 정식 주민등록증은 다음달 10일쯤 발급될 예정. 김씨는 임시로 쓸 ‘주민등록증발급신청확인서’를 내보이며 활짝 웃었다.지난 88년 7월 북한 함흥철도국 승무지도원이었던 김씨는 아내와 세 자녀를 남겨두고 중국으로 탈출했다. 철도사고에 따른 문책을 피하기
두만강변의 중국 투먼(圖們)에서 북한 보안원들이 탈북자 100여명의 코와 손을 철사로 꿰어 트럭으로 북송(北送)하고 있는 현장을 목격했다는 한 미국인의 증언은 충격을 넘어 참담한 수치심을 느끼게 한다. 줄줄이 사람의 코를 꿰어 끌고 가는, 그래서 노예사회에서나 있을법한 엽기적 인권유린은 도대체 어떤 체제 유지를 위해 필요한 것인가. 북한정권이 수령절대주의 체제를 지키기 위해 무슨 일을 하든, 거기에도 사람 사는 사회로서의 최소한의 조건과 기준은 있어야 한다. 체제 여하를 막론하고 말이다.탈북자들에 대한 가혹한 단속과 탄압, 공포분위
며칠 전 제3국 탈북자들의 한국행을 돕고 있다는 사람이 기자를 찾아왔다. 그는 자신을 나쁘게 말하면 「브로커」, 좋게 말하면 「인권운동?뭉箚?소개했다. 몇 년 전 사업차 중국을 방문했다가 탈북자들의 참상을 보고 도저히 방관할 수 없어 한 명 두 명 한국으로 안내하던 것이 지금까지 일을 계속하게 됐다는 것이다. 사재를 털어 이 일에 나서다보니 빚더미에 앉았고, 최소한의 비용을 받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더 이상 탈북자들을 돕고 싶지 않다고 고개를 저었다. 한국에만 가면 무엇이든 보답하겠다던 탈북자들이 정작 입국 후
남북경협 항로를 오가는 중국선적의 정기화물선이 중국산으로 추정되는 엄청난 양의 마약을 북한 나진항에서 실어 한국으로 밀수입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남북교역과 교류가 갈수록 활발해질 전망인데도 이 같은 범죄를 감시하고 통제할 남북 간의 제도적 장치가 전무한 형편이니 앞으로가 더욱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다.문제의 필로폰은 마약 밀수사건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로, 300만명이 투약할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우리 수사당국은 이 필로폰이 북한 항구에서 출발한 사실을 알고서도 5개월간 쉬쉬해 왔다고 하니 그 강심
(Premature to call it a breakthrough)로버트 아인혼Robert J Einhorn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이제 미국과 대화를 재개하기로 했다. 부시 미 행정부의 강경책이 먹혀들었다는 뜻일까? 또 이로써 상당한 돌파구가 마련됐다는 의미일까? 나는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 그 지도자에 대해 거친 표현들을 사용하는 것은 미·북 사이의 경색 국면을 장기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 표현들은 북한으로 하여금, 미 행정부가 북한 정권과 거래할 의사는 확실히 없으므로 미·북이 다시 협상 테이블에 마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