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금강산댐에서 새로운 공사를 하고 있는 사실이 인공위성 사진을 통해 확인된 것은 현 정부가 바짝 주목해야 할 일이다. 금강산댐은 지난 4월 함몰 부위를 비롯해 여러 가지 구조적 문제점들이 발견돼 붕괴 위험성까지 제기됐으나, 북한이 우리 측의 공동조사 제의를 일축해버려 제대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새 공사가 어떤 목적인지는 북한당국이 밝히지 않는 한 지금 단계에서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위성사진 판독 결과 일부 전문가들은 “여수로(물이 넘쳐 흐르는 통로)의 수문 기둥이 높아지고 곳곳에 새로운 구조물
서해 패전(敗戰)과 이후 대응과정에서 나타난 군(軍) 지휘부의 모습은 한마디로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서해 패전으로 여론이 들끓자 이남신 합참의장을 비롯한 군 지휘부는 이른바 ‘확전(擴戰) 위험’을 강조하는 것으로 책임을 면하려 하고 있다. 우리 초계함이 출동하자 북한 해군의 미사일 레이더가 가동됐고, 북한 경비정을 격침시키려 했을 경우 서해에서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는 주장이다.그러나 군 자체 조사 결과에서도 초기 상황파악과 대응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지적됐다. 북한 경비정의 잦은 침범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었고, 초계함의
崔平吉 /연세대 교수·남북한 군사북한해군이 한국해군 고속정을 선제 조준사격으로 침몰시킨 계획된 군사도발은 앞으로 어디서고 언제든지 계속 일어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첫째 원인은 북한내부 사정에 기인하며, 둘째는 한국정부가 원인 제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주재 외국공관에 진입한 탈북자를 제3국을 경유해 한국에 송환하는 절차가 관례화되는 것은 한국과 중국정부의 암묵적 협조라고 북한은 보고 있다. 최근 만주지역에 유엔이 북한 탈북자를 수용하는 정착촌을 건설해 북한난민을 한국에 보내려는 계획은 북한주민의 대규모 한국 탈주를 부추길
‘서해도발 같은 북한의 공격에는 단호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 우리 사회 일각에서 “그렇다면 전쟁을 하자는 거냐”는 식의 흑백논리적 단순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은 문제의 실체적 진실을 가려야 할 필요성에서도 명증하게 따져봐야 할 일이다.이러한 시각들은 북한에 대한 단호한 대응을 ‘무책임한 강경론’이나 ‘수구 냉전세력의 선동’이라고 몰아붙이면서 “전쟁은 장난이 아니다”고 말한다. 여러 가지 단계와 수단이 있을 수 있는 ‘단호한 대처’를 왜 곧 ‘전쟁 불가피론’으로 직결시키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 예컨대 금강산 관광 중단 같은
이한우“논리적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다.” ‘햇볕정책의 전도사’로 불리는 학계나 언론계의 전문가란 사람들이 이번 서해교전 사태에 대해 내놓고 있는 진단의 일부다. 일반인들은 쉽게 이해하는 북한의 도발을, ‘전문??湛?자처하는 그들은 왜 설명할 수 없는 걸까.그들은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북한의 지도부는 남북정상회담 이후 탈냉전적 방향으로 나아가려 한다. 그러니 이번에 서해상에서 보여준 북한의 ‘냉전적 도발’은 우발적인 것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설명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일부 언론들도 동조하고 있다.그들의 사고에는 결
김영수/서강대 교수·정치학현재 우리 군(軍)은 사면초가에 있다. 화해와 협력을 최우선으로 하는 대북정책으로 인해 영해를 침범한 북한군에 얻어맞고도 제대로 싸워보지 못하는 참담한 꼴이 됐다. 군은 평시가 아닌 돌발적 전시상황에서 최대한의 전력으로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래서 평소 고된 훈련을 감내한다. 김정일은 툭하면 군부가 말을 듣지 않아 남북교류를 진전시키기 어렵다고 구실을 댄다. 당과 김정일 보위를 외치는 군대가 당과 국방위원장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은 북한체제 특성상 이해하기 어려운 핑계다. 우리는 “군대가 말을
북한의 서해도발 이후 우리 사회의 피아(彼我) 대치구도에 혼선이 오고 있다. 등뒤에 ‘내 편’을 두고 ‘네 편’과 마주 대하는 게 원칙인데, 거꾸로 북한을 등 뒤에 감싸고 국내 여론에 맞서는 듯한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일부 방송이 집중 제기하고 민주당 관계자들도 솔깃한 반응을 보였던 ‘남측 꽃게잡이 조업 책임론’은 “북한 경비선이 북방한계선을 넘어와 우리 군 선박을 선제공격했다”는 이 사건의 본질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어선과 해군, 어로한계선과 북방한계선, 꽃게잡이 조업과 무력 도발 등 서로 질적으로 비교 불가능한 사항들의
북한 서해도발 사건의 본질은 두말할 것 없이 “북한 경비정이 북방한계선을 넘어와, 저지하는 우리 측 경비정에 무차별 선제공격을 가해 격침시킨” 사실이다. 이번 사건의 성격규정과 그에 따른 대응조치도 이러한 사건의 본질에서 출발해야 함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럼에도 일부에서 마치 우리 측이 이번 사건의 원인을 제공한 정황이 있다는 투로 들릴 만한 설명을 집중적으로 하고, 이것이 인터넷상에서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것은 우려할 만한 일이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 문제의 해역에서 우리 어선들이 해군통제를 피해 어로한계선을 마구 벗어나는 무질서
서해사태 후 한·미 공조에도 심각한 불협화음이 감지되고 있다. 미국정부는 한국측의 계속된 ‘강권’에도 불구하고,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를 대북 특사 자격으로 파견하려던 계획을 스스로 취소했다.부시 행정부의 이같은 결정은 대북 특사파견 목적이 북한 핵 및 미사일 문제 등 어려운 난제들에 관한 본격적인 미·북 협상을 위한 것인데 북한의 서해도발 사건이 발생하자 협상의 실효성에 의문을 갖게 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북한 핵·미사일 문제가 갖고 있는 긴박성에 비춰볼 때 미·북간 협상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도 우려할 만한
김창기/국제부장 changkim@chosun.com서해에서의 북한측 도발 이후 우리 국내의 우려도 우려려니와, 우방인 미국과 일본 쪽의 반응도 대단히 심각하게 나오고 있다.미국 정부는 당장 국무부의 제임스 켈리 차관보를 7월 10일 평양에 보내겠다던 제의를 철회했다. 미국 최대의 일간지인 월스트리트 저널은 사설에서 “이번 사건은 한국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햇볕정책의 유해를 매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평소 한국에 대해서는 발언이 조심스러운 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도 1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직후
지난 1일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한국측이 북한의 6·29 서해 도발에 대해 우발적인 충돌일 가능성이 높으니 냉정하게 대처하자고 주문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나온 2일, 우리 당국자들은 이를 “오보(誤報)”라고 부인하지 않았다. 대신 “북한이 큰 틀에서 전쟁을 위한 작전계획에 따라 도발을 시도한 것은 아닐 것이란 취지로 설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실제로 한·일 정상회담의 발표 내용 중 가장 중요한 대목도 ‘냉정한 대응’이었다. 이날 오후 귀국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냉정한 대응을 마치 일본측이 당부한 것처럼 설명했지만, 우리
김희상 /미국 RAND연구소 객원연구원·전 국방대 총장서해상에서 느닷없는 봉변을 당한 정부는 그 망신스러운 결과에도 불구하고 언성만 높일 뿐 ‘대북 화해 협력 기조’의 기존 정책을 지속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내외 정세와 남북한 관계가 지금처럼 희망적일 때에도 이런 악의적 도발을 자행한다면 앞으로 북한의 도발 가능성은 문자 그대로 ‘상존’한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의심스럽다. 또 다시 화해 정책을 위한 성급함 때문에 재발 방지를 위한 냉철하고 진지한 현실 분석을 간과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금할 수 없다
양상훈/정치부 차장 jhyang@chosun.com 왼손 손가락이 포탄 파편에 다 날아갔다. 오른 손 하나로 탄창을 갈아끼우고 왼손목으로 총열을 누르면서 사격했다. 자동포에선 두 병사가 방아쇠를 쥔 채 숨져 있었다. 두 팔에 파편이 박힌 채로 실탄을 다 쏴버리고 옆을 보니 전우가 죽어 있었다. 조타실에 있던 부사관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불탔다. 쓰러진 정장(艇長)은 아무리 인공호흡을 해도 움직이지 않았다. 파편에 오른쪽 다리가 잘린 부장(副長)이 병사들을 지휘했다. 해군 제2함대 고속정 357함의 장병들은 그렇게 싸웠다.그들 중
로마제국 제1대 황제인 옥타비아누스는 BC 31년 악티움 해전에서 안토니우스를 격파하고 지배권을 움켜쥐었다. 그가 로마의 정치무대에 처음 등장한 것은 12살 때 외할머니 율리아의 장례식에서 추도사를 맡으면서였다. 당시에도 추도사는 정치적 야망을 가진 젊은이에게 명연설을 익히는 기본과목이었다. ▶이보다 400년전 아테네를 중심으로 하는 델로스 동맹과 스파르타를 중심으로 하는 펠로폰네소스 동맹 사이에 전쟁이 벌어져 27년만에 스파르타가 승리했다. 싸움은 졌지만 아테네의 정치가였던 페리클레스의 추도연설은 후세에 고전으로 남는다. “…현재
월드컵 성공 축제가 벌어졌던 어제, 시청 앞에서 광화문으로 가는데 행인이 하는 말이 들렸다. “어, 충무공상 앞에 조기(弔旗)가 걸렸네.” 동상 바로 앞에 갸름한 장방형의 검은 깃발모양의 것이 드리워져 있어 누가 보아도 조기를 연상하게 돼있었다. 서해 무장충돌 사건의 미온적인 대처를 두고 해전의 영웅인 충무공 정신의 증발을 통탄하는 민심의 반응이거나, 우리 해군 함정이 격침당하고 그에 대한 응분의 반격을 하지 못한 데 대한 충무공에 대한 사죄의 민심이려니 했다. 한데 보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검은 깃발이 아니라 검은 상자들을 여러
북한의 서해 도발에 대한 대응과정에서 나타난 우리 군(軍)의 행동은 허점과 의문투성이다. 초계함 2척을 포함해 첨단장비로 무장한 해군함정 8척이, 수동식 포(砲)에 의존하는 북한 경비정으로부터 선제공격을 당하고도 격침시키지 못한 것은 의문을 넘은 분노의 대상이다.이번 서해전투 완패(完敗)의 원인은 현장 잘못보다는, 이들의 손발을 묶은 채 전투에 임하도록 한 김대중 정부와 군 지휘부의 문제였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오히려 우리 장병들은 전사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방아쇠에서 손을 떼지 않았고, 한쪽 손가락이 잘리자 남은 손만으로 탄창을
현 정권은 북한 정권과의 심리적 대결에서 완패하고 있다. 나아가 국민마저 그 패배의 길로 오도(誤導)하고 있다. ‘서해 참패’의 과정에서뿐만 아니라, 그 이후의 대응에서 더욱 그렇다. 무방비 상태에서 북한군의 선제공격을 받아 국가 최전선이 무너지고, 많은 장병들이 쓰러져 간 후 현 정부는 어떤 자세와 대응조치를 취하고 있는가. 북한측에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게 고작이고, 북한은 이를 일소에 부쳤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햇볕정책의 계속’과 “이런 때일수록 교류협력이 더욱 필요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비군사적 제재 수단마
/ 金正源·세종대 석좌교수·국제정치학 한국이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4강에 진출해 3·4위를 가리려는 축제의 아침, 우리 영해에 침범한 북한군에 의해 27명의 대한민국 군인들이 살상되고 고속경비정이 바다 속으로 침몰했다. 자랑스럽게 ‘대~한민국’을 연호하던 국민들과 한민족의 저력을 칭송하던 세계는 경악했다. 6·29 서해 만행은 냉엄한 정전상태를 간과하고 군을 정치화한 대가가 어떤 것인지, 햇볕정책으로 한반도 안보를 지킨다는 김대중 정부의 믿음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 주었다. 과연 북한의 본심이 무엇인지 드러나는
북한의 서해 도발 공격으로 순국한 장병들의 사연 하나하나는 우리 모두를 슬픔과 분노에 잠기게 만든다. 군인이 아니었다면 붉은 악마 유니폼을 입고 축구 응원에 나섰을 이 20대 젊은이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참사의 원인은 무엇인가? 3년 전 연평해전 때 북한 해군의 화력을 압도했던 우리 해군이 왜 이렇게 당해야 했던가?김동신 국방장관은 국회 국방위에서 “(현장 대응 등에서 나타난) 관련자의 잘못이 밝혀지면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며 “본인도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라고 했다.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먼저
김대중 대통령과 현 정부는 그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한반도에 평화가 유지되고 있는 것은 햇볕정책 덕분”이라고 자랑스럽게 강조해 왔다. 그렇다면 이번에 북한이 기습 선제공격으로 사실상의 전쟁행위를 도발한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나마 전면전으로 확대되지 않은 것은 햇볕정책 덕분”이라고 말할 것인가.실제로 현 정부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않고서야 전사자 유족들의 오열이 진동하는데도 김 대통령이 예정대로 일본으로 떠나고, 금강산 관광선이 한가롭게 북한으로 출항할 수 있겠는가. 북한의 의도적이고 중대한 공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