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들어 끊임 없이 논란을 거듭해 온 것이 햇볕정책이다. 햇볕정책은 현 정권의 레이블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정작 햇볕정책이 어떤 정책인지 국민은 명확히 모른다. 현 정권도 속시원히 밝힌 적도 없다. 있다면 북한에 대한 ‘포용’이며 ‘지원’이며 ‘신뢰구축’이며 ‘평화유지’ 정도다. 그러나 이는 현 정권만 내세워 온 것이 아니라 역대 정권 모두가 다 내세웠다. 이는 또 우리 국민 누구도 부정하거나 거부하지 않는 국민적 목표다. 어느 정권이든 북한을 포용하지 않고 지원하려 하지 않았다면 견뎌낼 수 있었을까. 어느 정권이든 신뢰구축과
북한이 서해교전에서 침몰한 해군경비정 인양작업에 관한 구체적 사항들을 사전에 통보하라고 우리측에 요구하고 나선 것은 우리 군(軍)과 국민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독행위다. 우리 해군이 즉각 북한의 요구를 일축하는 단호한 입장을 밝힌 것은 당연한 일이다.문제의 경비정은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북한군의 기습 선제공격을 받아 우리 해역에 침몰해 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내밀듯 느닷없는 공격으로 많은 장병들을 사상(死傷)케 한 데 대해 깊이 사죄를 해도 시원치 않을 마당에 북한은 ‘새로운 충돌’을 막으려면 인양작업의 세부내용을 사전
테오 좀머/독일 주간지 ‘디 차이트’ 대(大)기자서독은 2차 대전 후 소련군을 피해 오거나 폴란드와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쫓겨난 1200만명의 난민들을 받아들였다. 1949년 독일이 분할된 이후에는 동독 공산정권의 질곡에서 빠져나온 400만명의 동독인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했다.철의 장막에 마지막까지 남은 틈새로 난민들이 꾸준히 홍수처럼 밀려나오자, 공산주의자들은 1961년에 악명높은 베를린 장벽을 세웠다. 그로부터 28년 후인 1989년, 공산체제에 반발한 난민들의 물결이 프라하와 부다페스트의 서독 대사관 앞으로 몰려들면서 공산 통치의
姜天錫/논설실장 김대중(金大中·DJ) 대통령이 뭔가 이상하다. 분명 무슨 변화가 있는 게 틀림없다. 정책이 변했다는 것이 아니다. 정치적 연출의 박자가 맞지 않다는 말이다. 공식행사에 대통령의 모습이 비치거나 보이지 않는 것이 국민의 예상이나 기대와 자주 어긋난다. 말도 마찬가지다. 앞에 할 말과 뒤에 할 말, 길게 할 말과 짧게 할 말이 뒤집히는 경우가 잦아졌다. 그래서 요코하마 월드컵 결승전, 서해 전사 장병 영결식, 월드컵 국민축제, 일본방문 귀국보고가 끝나면 으레 구시렁거리는 소리가 뒤따랐다. 김 대통령은 50년 동안 정치로
국방부가 북한의 서해도발은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한 의도적 공격’이라는 조사결과를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북한을 향해 침묵하고 있는 것은 불가사의(不可思議)다.국방부 조사는 이번 사태의 발발과정과 우리의 대응조치를 면밀히 검토해서 그 책임소재와 경중(輕重)을 가리고 안보상의 취약점을 고쳐 사태재발을 막자는 취지였지만 조사결과는 일반의 상식선에서 제기되는 의문점들마저 해소하지 못하는 미흡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해군당국이 ‘사망자’를 ‘사상자’로 잘못 들었다는 대목은 차라리 코미디다. 특히 북한 경비정이 지방선거 투표일인 지
崔普植“우리 어선이 넘어갔기 때문에 북한 경비정이 쳐들어온 거 아니유. 다 이유가 있었던 게지. 일전에 방송도 그렇게 보도하던데.”귀가하는 택시 안에서 50대 운전사가 이렇게 말을 붙였다. 기자는 방심했다. 대응할 찬스를 놓친 뒤였다. 이제 뒤늦게나마 전말기(顚末記)를 적는다.우리 내부의 분열은 진부한 풍경이다. 그럼에도 안보 위기 상황은 ‘순간접착제’ 구실을 해왔다. 중산층의 이기심이란 자신이 영위해온 삶의 기반이 외부로부터 어느 선까지 침해받았다고 느끼는 순간 똘똘 뭉친다. 이기심은 체제를 지탱해온 힘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宋大晟국민의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햇볕정책’에 대해 그 시작부터 가장 염려되고 심각한 문제점으로 인식되어졌던 점은 우리 사회 곳곳에 소위 ‘이적성문화(利敵性文化)의 침투 및 확산’ 문제였다. 불행하게도 그러한 염려와 문제점은 오늘날 실제 현실로 나타나고 있어 더욱 걱정스럽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이적성문화란 한마디로 ‘적을 이롭게 하는 속성의 문화’라고 정의할 수 있다. 적을 이롭게 할 수 있는 문화의 구체적인 내용들은 분명히 적(敵)임에도 불구하고 적을 적으로 인식하거나 다루지 못하게 하는 문화 적에 대한 적개심 및 전쟁의지를 약
국방부가 7일 발표한 ‘서해교전 조사결과’는 이번 서해사태에서 드러난 우리 군(軍) 대응의 문제점을 ‘실무진의 잘못’으로 결론짓고 있다. ‘5명 사망’이라는 현장의 보고가 전달과정에서 ‘5명 사상(死傷)’으로 잘못 전달되면서 지휘부의 상황파악에 혼선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또 서해 도발의 최고 책임자로서 국방위원장인 김정일을 지목하는 것을 피하고 있다. 김동신 국방장관이 직접 김대중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재가까지 받은 이런 발표는 실망을 넘어 국민적 분노를 사기에 충분하다. 서해사태를 ‘실무진의 실수’로 돌리려는 김 대통령과 군 지휘부
“금강산댐 기사는 어떤 경위로, 누구에게서 들어서 쓴 것입니까?”북한이 금강산댐 증축공사를 재개했다는 기사가 본지에 보도된 지난 4일, 이른 아침부터 기자의 휴대전화는 정보기관 관계자들의 ‘문의전화’로 바쁘게 울려댔다. 어조는 겸손했지만 기자에게 취재원을 밝히라는 ‘무례한 요구’를 서슴없이 하고 있었다. 시달리기는 건설교통부 공무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누가 금강산댐 관련 정보를 언론에 흘렸는지를 색출하는 조사가 강도 높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그 후 건교부 공무원들은 언론과 마주치는 것 자체를 피하고 있다. 대화 도중 금상산댐 얘기라도
장성/재향군인회 안보정책위원·예비역 육군대장일본 방문을 마치고 지난 2일 서울공항에 도착한 김대중 대통령이 귀국보고에서 “정부는 북(北)에 대해 사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를 단호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하기에 곧 ‘단호한 조???취해지기를 기대하였으나 현재까지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다.이번 북한의 서해 도발은 철저한 준비로 시행된 ‘계획적인 도발’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으며, 북한의 체제와 권력구조로 볼 때 김정일의 명령이나 승인이 없이는 절대 불가능한 것이다. 이번 도발은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중대한 사건이며, 도발
북한이 최근 금강산댐에서 새로운 공사를 하고 있는 사실이 인공위성 사진을 통해 확인된 것은 현 정부가 바짝 주목해야 할 일이다. 금강산댐은 지난 4월 함몰 부위를 비롯해 여러 가지 구조적 문제점들이 발견돼 붕괴 위험성까지 제기됐으나, 북한이 우리 측의 공동조사 제의를 일축해버려 제대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새 공사가 어떤 목적인지는 북한당국이 밝히지 않는 한 지금 단계에서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위성사진 판독 결과 일부 전문가들은 “여수로(물이 넘쳐 흐르는 통로)의 수문 기둥이 높아지고 곳곳에 새로운 구조물
서해 패전(敗戰)과 이후 대응과정에서 나타난 군(軍) 지휘부의 모습은 한마디로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서해 패전으로 여론이 들끓자 이남신 합참의장을 비롯한 군 지휘부는 이른바 ‘확전(擴戰) 위험’을 강조하는 것으로 책임을 면하려 하고 있다. 우리 초계함이 출동하자 북한 해군의 미사일 레이더가 가동됐고, 북한 경비정을 격침시키려 했을 경우 서해에서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는 주장이다.그러나 군 자체 조사 결과에서도 초기 상황파악과 대응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지적됐다. 북한 경비정의 잦은 침범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었고, 초계함의
崔平吉 /연세대 교수·남북한 군사북한해군이 한국해군 고속정을 선제 조준사격으로 침몰시킨 계획된 군사도발은 앞으로 어디서고 언제든지 계속 일어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첫째 원인은 북한내부 사정에 기인하며, 둘째는 한국정부가 원인 제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주재 외국공관에 진입한 탈북자를 제3국을 경유해 한국에 송환하는 절차가 관례화되는 것은 한국과 중국정부의 암묵적 협조라고 북한은 보고 있다. 최근 만주지역에 유엔이 북한 탈북자를 수용하는 정착촌을 건설해 북한난민을 한국에 보내려는 계획은 북한주민의 대규모 한국 탈주를 부추길
‘서해도발 같은 북한의 공격에는 단호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 우리 사회 일각에서 “그렇다면 전쟁을 하자는 거냐”는 식의 흑백논리적 단순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은 문제의 실체적 진실을 가려야 할 필요성에서도 명증하게 따져봐야 할 일이다.이러한 시각들은 북한에 대한 단호한 대응을 ‘무책임한 강경론’이나 ‘수구 냉전세력의 선동’이라고 몰아붙이면서 “전쟁은 장난이 아니다”고 말한다. 여러 가지 단계와 수단이 있을 수 있는 ‘단호한 대처’를 왜 곧 ‘전쟁 불가피론’으로 직결시키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 예컨대 금강산 관광 중단 같은
이한우“논리적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다.” ‘햇볕정책의 전도사’로 불리는 학계나 언론계의 전문가란 사람들이 이번 서해교전 사태에 대해 내놓고 있는 진단의 일부다. 일반인들은 쉽게 이해하는 북한의 도발을, ‘전문??湛?자처하는 그들은 왜 설명할 수 없는 걸까.그들은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북한의 지도부는 남북정상회담 이후 탈냉전적 방향으로 나아가려 한다. 그러니 이번에 서해상에서 보여준 북한의 ‘냉전적 도발’은 우발적인 것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설명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일부 언론들도 동조하고 있다.그들의 사고에는 결
김영수/서강대 교수·정치학현재 우리 군(軍)은 사면초가에 있다. 화해와 협력을 최우선으로 하는 대북정책으로 인해 영해를 침범한 북한군에 얻어맞고도 제대로 싸워보지 못하는 참담한 꼴이 됐다. 군은 평시가 아닌 돌발적 전시상황에서 최대한의 전력으로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래서 평소 고된 훈련을 감내한다. 김정일은 툭하면 군부가 말을 듣지 않아 남북교류를 진전시키기 어렵다고 구실을 댄다. 당과 김정일 보위를 외치는 군대가 당과 국방위원장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은 북한체제 특성상 이해하기 어려운 핑계다. 우리는 “군대가 말을
북한의 서해도발 이후 우리 사회의 피아(彼我) 대치구도에 혼선이 오고 있다. 등뒤에 ‘내 편’을 두고 ‘네 편’과 마주 대하는 게 원칙인데, 거꾸로 북한을 등 뒤에 감싸고 국내 여론에 맞서는 듯한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일부 방송이 집중 제기하고 민주당 관계자들도 솔깃한 반응을 보였던 ‘남측 꽃게잡이 조업 책임론’은 “북한 경비선이 북방한계선을 넘어와 우리 군 선박을 선제공격했다”는 이 사건의 본질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어선과 해군, 어로한계선과 북방한계선, 꽃게잡이 조업과 무력 도발 등 서로 질적으로 비교 불가능한 사항들의
북한 서해도발 사건의 본질은 두말할 것 없이 “북한 경비정이 북방한계선을 넘어와, 저지하는 우리 측 경비정에 무차별 선제공격을 가해 격침시킨” 사실이다. 이번 사건의 성격규정과 그에 따른 대응조치도 이러한 사건의 본질에서 출발해야 함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럼에도 일부에서 마치 우리 측이 이번 사건의 원인을 제공한 정황이 있다는 투로 들릴 만한 설명을 집중적으로 하고, 이것이 인터넷상에서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것은 우려할 만한 일이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 문제의 해역에서 우리 어선들이 해군통제를 피해 어로한계선을 마구 벗어나는 무질서
서해사태 후 한·미 공조에도 심각한 불협화음이 감지되고 있다. 미국정부는 한국측의 계속된 ‘강권’에도 불구하고,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를 대북 특사 자격으로 파견하려던 계획을 스스로 취소했다.부시 행정부의 이같은 결정은 대북 특사파견 목적이 북한 핵 및 미사일 문제 등 어려운 난제들에 관한 본격적인 미·북 협상을 위한 것인데 북한의 서해도발 사건이 발생하자 협상의 실효성에 의문을 갖게 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북한 핵·미사일 문제가 갖고 있는 긴박성에 비춰볼 때 미·북간 협상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도 우려할 만한
김창기/국제부장 changkim@chosun.com서해에서의 북한측 도발 이후 우리 국내의 우려도 우려려니와, 우방인 미국과 일본 쪽의 반응도 대단히 심각하게 나오고 있다.미국 정부는 당장 국무부의 제임스 켈리 차관보를 7월 10일 평양에 보내겠다던 제의를 철회했다. 미국 최대의 일간지인 월스트리트 저널은 사설에서 “이번 사건은 한국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햇볕정책의 유해를 매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평소 한국에 대해서는 발언이 조심스러운 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도 1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직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