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신문의 1면을 뒤덮은 대북 뒷거래 의혹과 정보부대 현역장군의 폭로사건은 김대중 정권의 말기가 이토록 어지럽고 국민을 불안하게 만드는 근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현 정권이 스스로 최대 치적으로 내세워 온 대북정책이 알고보니 마피아 집단에서나 있음직한 검은 거래로 이루어졌다는 증언이 청와대를 지목하기 시작했고, 그런 대북정책의 와중에 우리 군(軍) 수뇌부가 분열되고 기강은 더 갈 데 없이 허물어져 버린 실상이 여지없이 드러난 것이다.이 정권에 국민이 더이상 기대할 것이 무엇인가. “서해교전 때 북한이 우리가
현대상선에 대한 4000억원 대출 당시 산업은행 총재였던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이 “상부(上部)의 강력한 지시가 있었다”고 털어놓았다는 엄낙용 전(前) 산은총재의 증언은 이미 대다수 국민들이 짐작하고 있던 바를 확인해주는 것이다. 이 ‘상부’가 현대상선에 대한 산업은행의 어처구니없는 대출과정의 상당부분을 해명해주는 열쇠다. 이 위원장은 엄 전 총재 증언의 사실여부에 대해서 숨김없이 밝혀야 한다. 현대상선에 대한 산업은행의 대출과정을 보면 대출규정 위반은 약과이고 아예 4000억원에 대한 대출서류 자체가 조작됐을 가능성까지 거론될 정도
북한의 6·29 서해도발 직전 대북 통신감청 부대가 북의 도발 가능성을 경고하는 정보보고서를 올렸는데도 당시 국방장관이 도발 위험이 없는 것처럼 재작성하라고 지시했다는 한나라당 박세환 의원의 주장은 국감장에서 한번 호통치는 정도로 넘어갈 수 없는 중대한 문제다. 군 당국은 즉각 관련자들을 수사해서 진상을 밝히고 책임소재를 철저히 가려야 한다. 월드컵 막바지에 터진 북한의 서해도발은 한국축구의 4강진출로 달아오른 거국적 축제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북의 태도변화를 기대해온 국민들에게 결정적 배신감을 안긴 폭거였다. 그러나 그에 대한 우
중국이 양빈(楊斌) 신의주특구 행정장관을 전격 체포함으로써 북한의 파격적인 ‘자본주의 특구 실험’은 시작도 해보기 전에 한 편의 코미디처럼 되고 있다. 이번 일로 특구 구상 자체가 물거품이 됐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대외적 신뢰도는 결정타를 맞은 셈이다. 앞으로 누가 무얼 믿고 신의주에 투자하려 하겠는가. 일이 이렇게 돼 버린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북한 지도부의 단견(短見)과 무모함을 첫째로 꼽지 않을 수 없다. 특구 운영의 전권을 행사할 최고책임자를 ‘깜짝쇼’ 하듯 고른 것부터가 너무 ‘북한식’이었다. 양빈의 경력과 언행에
현대상선에 대한 4000억원 대출 당시 산업은행 총재였던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이 “상부(上部)의 강력한 지시가 있었다”고 털어놓았다는 엄낙용 전(前) 산은총재의 증언은 이미 대다수 국민들이 짐작하고 있던 바를 확인해주는 것이다. 이 ‘상부’가 현대상선에 대한 산업은행의 어처구니없는 대출과정의 상당부분을 해명해주는 열쇠다. 이 위원장은 엄 전 총재 증언의 사실여부에 대해서 숨김없이 밝혀야 한다.현대상선에 대한 산업은행의 대출과정을 보면 대출규정 위반은 약과이고 아예 4000억원에 대한 대출서류 자체가 조작됐을 가능성까지 거론될 정도다
북한에 납치됐던 일본인들의 사망 과정과 사후 조치 등에 대한 북한 당국의 설명은 누가 들어도 선뜻 납득할 수 없다. 북한측 해명은 일본 유가족들과 여론의 분노를 달래기는커녕 오히려 증폭시켰고, 일본 정부는 조사단을 다시 북한에 보낼 방침이다. 사망자 8명 중 7명의 묘소가 홍수로 유실돼 버렸다는 주장부터가 수상쩍다. 한 군데 모여 있던 것도 아니고 여러 곳에 흩어져 있었다는 묘소들이 같은 해에 한꺼번에 사라져버린 것을 우연으로만 보기에는 영 석연치 않은 것이다. 유해 조사를 통해 정확한 사망원인이 규명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속임수가
지금부터 정확히 40년 전, 1961년 8월 13일 동독은 270만명에 이르고 있던 서독행 탈주자를 막기 위해 서베를린을 둘러싼 경계선 155㎞에 콘크리트 장벽을 쌓고 감시탑 293개, 벙커 57개, 각종 감지시설 등을 설치했다. 빌리 브란트 당시 서베를린 시장은 “장벽 설치로 동독은 거대한 수용소로 변할 것”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1989년 11월 9일 베를린장벽이 붕괴될 때까지 5000여명이 땅굴, 열기구 등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자유의 땅을 찾았다. ▶우리 역사에서 집단이주의 기록은 드물다. 조선시대 세종 때 김종서
姜孝祥/경제부장 “수교(修交)를 위해 소련에 20억달러를 지원했는데 남북의 평화정착을 위해 이 정도의 비용은 감수할 수 있다.” “독일도 서독이 동독에 막대한 경제 지원을 퍼붓는 바람에 결국 통일을 얻어낸 것 아닌가.” 산업은행에서 비밀리에 대출된 4000억원이 6·15 남북정상회담의 대가로 현대그룹을 통해 북한으로 송금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여당인 민주당뿐 아니라 일부 젊은 학자들 사이에서 이런 반응들이 나온다고 한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만약 작금의 의혹이 사실이라면, 북으로 넘어간 이 돈은 대북(對北) 지원금이 아
10월1일 오전 11시. 중국 단둥(丹東)의 압록강변은 사람들로 북적댔다. 중국 최대 명절의 하나인 국경절(國慶節)로부터 1주일 연휴가 시작되기 때문이다.강변 부두에 보트를 매단 유람선 회사들은 “조선 땅을 가까이 가서 볼 수 있다”며 호객에 여념이 없었다. 6~7명이 앉는 모터보트는 하얀 물거품을 내뿜으며 북한쪽 강변까지 내달린다. 북한 우표와 돈을 파는 장사꾼들도 대목을 만나 한껏 목청을 높인다.강변을 따라 조성된 단둥개발구에는 고층건물들이 줄지어 서있고, 건물마다 중조(中朝)무역과 관련된 간판들이 내걸려 있다. 우뚝 솟은 4성
김대중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 ‘뒷거??의혹에서 비롯된 오늘의 국정 마비와 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그 진상 규명을 이토록 완강하게 거부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그리고 이 일에 직·간접으로 관여한 현 정권 고위 인사들이 공직에 요구되는 최소한의 도덕성마저 포기한 채 진실에 접근하는 것을 기피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이번 의혹을 푸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인 금감원의 계좌추적을 거부하고 있는 이근영 금감원장은 2000년 6월 산업은행이 현대상선에 문제의 4900억원을 대출키로 결정할 때 이 은행 총재를 지낸 인물이다. 이씨를 그냥 두고 계좌추
김창기/국제부장 changkim@chosun.com미국 국무부의 제임스 켈리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3일 평양을 방문한다. 미국의 카터 행정부 말기에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한 이래 2년 만에 열리는 미·북 고위급 대화다.회담 결과를 단언하기는 곤란하겠지만, 한·미 양국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는 대체적 전망은 이번에 큰 돌파구가 마련되지는 않을 듯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회담이 끝나기 전까지는 누구도 뜻밖의 결과가 나오지 않을 거라고 잘라 말할 수도 없다.그동안 어려워보였던 미·북 간의 고위급 대좌(對坐)
국회 문광위 국감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제기한 ‘KBS, MBC의 북한공연 수백만불 제공의혹’은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최근 남북 방송교류라는 명분으로 공영방송이 경쟁하듯 북한공연을 갖는 것이 시청자를 위한 일인지도 의문이지만 상당액의 뒷거래가 있다면 이는 교류가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퍼주기이기 때문이다. KBS는 추석맞이란 이름으로 ‘남북 교향악단 합동연주회’를 평양에서 생중계 하는 데 140만달러(약 16억8000만원)를 썼다고 보고했다. MBC는 ‘이미자의 평양 동백아가씨’ 등 두 차례 공연에 60만달러(약 7억2000만원
현 정부의 대북 비밀지원 의혹이 확산되자 민주당 한화갑 대표는 27일 “독일은 통일을 돈 주고 산 것인데 이런 사실을 말하는 사람이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설혹 비밀지원이 사실이더라도 독일의 경우에 비추어 그렇게 비난할 일이 아니라는 뜻인 듯한데, 여당대표의 인식이 이 정도라면 보통 사태가 아니다.한 대표는 북한정권에 몰래 거액의 뒷돈을 갖다 바치는 것이 정말로 통일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의혹을 밝혀내려는 시도 자체를 ‘민족적 양심을 벗어난 작태’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한 대표는 아무 데나 독일 사례를 갖다대면서 사태의
오는 10월 3~5일 평양에서 열리는 미·북대화는, 최근 북한이 보여준 대외 개방 의지의 진위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여기서 다룰 의제들이 한반도 평화 및 안전과 직결되는 사안인 데다, 미·북대화의 진전 여부에 북한이 추구하는 대외진출의 성패(成敗)가 걸려있기 때문이다.북한이 국제사회에 정식으로 참여하기 위해서 반드시 통과해야 할 관문이 미국의 ‘승인’이다. 미국이 세계의 유일 초강국으로 자리잡고 있는 지금의 국제질서를 볼 때도 그렇고, 또 북한 개혁·개방에 필요한 국제금융기관의 지원을 받으려 해도 미국이 북한을 ‘악의 축(軸)
朴正男 엇그제 조선일보 1면에서 경의선 연결공사를 위해 지뢰지대의 삼림을 폭파하는 사진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DMZ(비무장지대) 안의 지뢰를 제거하기 위해 꼭 폭발물을 터뜨려야만 하는지….멀쩡한 숲이 순식간에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DMZ의 자연보존을 위해 노력하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은 우울하다. 꼭 이런 방법밖에 없는 것인가. 경의선이 개통되고 동해선을 복구하는 것을 나무랄 사람은 없다고 본다. 경의선 지역에 폭 250m, 동해선 지역에 100m의 도로와 철길이 DMZ를 통과한다면 약 42만평의 지역이 초토화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
금융감독위원회 이근영(李瑾榮) 위원장의 비정상적인 행동이 ‘4억달러 대북(對北) 비밀지원’ 의혹을 더해주고 있다. 지난 2000년 6월에 현대상선에 대출해 준 4900억원이 현대아산을 통해 대북사업비로 흘러갔을 방증(傍證)들이 국감증언과 산업은행 내부 증언을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도, 산은에 대한 특별검사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지난 26일 금감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은 여야(與野)를 가리지 않고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김원길(金元吉·민주당) 의원은 “현대상선의 회계 장부를 열람해서 4900억원을
김대중 정권이 북한 김정일 정권과 검은 뒷거래를 해온 것이 사실이고 이제 그 실체가 벗겨지기 시작하는 것인가. 현정부가 재작년 남북 정상회담을 전후해 미화 4억달러를 북한에 전달했다는 주장이 25일 국회에서 제기되었고 이를 뒷받침하는 내용의 관계자 증언이 나왔다. 한나라당 엄호성 의원의 주장은, 산업은행이 현대상선에 지원한 돈이 곧바로 현대아산으로 넘어가 북한으로 갔다는 것이고, 당시 산업은행 총재는 이 돈의 채무자가 현대가 아니라 사실은 정부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증언했다. 물론 정부 핵심관계자들은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지만,
홍성필/북한인권시민연합 기획이사·법학박사·전 이화여대 교수중국 정부와 북한 당국의 강화된 통제에도 불구하고 탈북 동포들의 자유를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외국 대사관에서 한국대사관으로, 외국공관 부설 학교에서 아예 중국 외교부로, 탈출로를 잃은 이들의 질주는 극한을 치닫고 있다. 북한 주민과 탈북자들의 인권에 대한 국제적인 우려 또한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외부인들의 관심은 이제 일본·미국·프랑스 등 서유럽을 넘어서서 과거 북한의 공산주의 형제 국가들이었던 동유럽 국가들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7년 동안 북한 인권
남북 정상회담을 놓고 4900억원에 달하는 뒷거래가 있었다는 의혹은 현 정권의 도덕성과 존립 근거가 걸려있는 사안이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이 엄청난 의혹 제기에 대해 분명하게 “아니다”라고 부인하지도 않아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청와대는 납득하기 힘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고, 거론된 인사들은 한결같이 “나는 잘 모른다”, “…수도 있었을 것이다”라는 식의 책임회피성 말만 늘어놓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정권의 임기와 관계없이 반드시 그 진상이 규명되어야 하는, 국기(國基)와 직결된 중대 사안인 만큼 국가적 차원의 조사가 필요
로버트 두자릭/미국 허드슨 연구소 선임연구원·워싱턴 한·일 오찬그룹 회장냉전 체제가 무너지자 1990년에 일본의 원로 정치인 가네마루 신은 평양으로 날아갔다. 당시 한국은 일본이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의 입장을 저해할까 우려해 그의 방북에 편치 않은 심기를 나타냈다.10년이 넘은 지금, 상황은 바뀌었다. 한국은 일본과 미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기를 바라고 있다. 한국 정부는 북한과 자본주의 세계와의 긍정적 상호작용이 한반도 긴장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한국 정부는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방북이 북한과 일본 사이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