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3국의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에서 미국이 극히 제한적 성격이긴 하지만 북한과의 대화용의를 표명함으로써 꽉 막혀 있던 북한핵(核) 위기 국면에 작지만 의미있는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이 조건 없이 핵무기 개발프로그램을 확실한 방법으로 포기한 후라야 대화에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지켜왔으나, 이번에 “북한이 국제사회에 한 약속을 어떻게 준수할 것인지에 관해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핵개발 포기에 앞서 ‘포기 의사’를 분명하게 천명하면, 그 구체적 방법에 관해서는 이야기를 할 수
노무현 당선자의 첫 시험대는 북핵(北核) 문제다. 사실 이 문제는 1994년에 이미 한 번 출제됐던 문제다. 그렇긴 해도 그때와 지금은 사정이 크게 변했다. 문제가 달라졌다는 게 아니라 문제를 둘러싼 상황이 달라졌다는 말이다. 직접적 계기는 미군의 무한궤도차량에 치인 두 여중생의 참변이다. 주한 미국대사관을 전투경찰이 겹겹이 둘러싸고 있는 모습은 벌써 눈에 익어 버렸다. 한국 방위를 위해 이 땅에 주둔한 미군기지를 한국경찰이 방위하는 진풍경도 이미 낯설지가 않다. 교회와 성당과 절에서 핵과 한·미관계라는 생소한 안보 이슈에 대한 설
리언 라포트 주한 유엔군사령관은 엊그제 발표한 논평에서 “북한이 정전협정 자체를 지킬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 의심이 간다”며 “대한민국 국민의 안보문제를 해칠 수 있다고 본다”고 경고했다. 주한 유엔사측이 이처럼 강한 어조로 북한을 비난하고, ‘정전체제’에 대한 우려를 밝힌 것 자체가 심상치 않은 일이다.지난 반세기 동안 한반도 평화와 안전을 지탱해온 것이 ‘정전체제’인데 라포트 사령관의 논평에는 마치 그 축이 흔들리는 듯한 경고가 들어 있는 것이다. 현재의 북핵(北核) 위기와 정권 교체기라는 상황을 감안할 때 이처럼 우리의 안보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등장 이후 미국 내에서 한·미관계를 걱정하는 주장이 끊이질 않고 있는 것은 우리의 국익을 감안할 때 그다지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이런 우려들은 대개의 경우 그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확대재생산 되기 일쑤이고, 자칫하면 한·미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이같은 미국 내 분위기는 우선 노 당선자가 상대적으로 낯선 인물이라는 게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지난 연말 미국 유력일간지 월스트리트 저널이 노 당선자의 얼굴 커리커처를 잘못 실은 데 이어, 어제 LA타임스는 노 당선자를 북한 대통령으로 오기
金玄浩/논설위원 겸 통한문제연구소장 hhkim@chosun.com 이번 16대 대통령 선거 결과는 김대중 대통령에게 여러모로 다행스럽게 받아들여졌겠지만, 특히 자신의 대북정책이 단명(短命)으로 끝나지 않고 차기 정부로 이어지게 됐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큰 위안이 됐을 것이다. 남북문제야말로 김 대통령 스스로 필생의 과업으로 삼아왔고 노벨평화상까지 안겨준 만큼 자신의 대북정책 철학과 원칙이 생명력을 유지해 역사 속에서 평가받기를 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김 대통령이 진실로 자신의 대북정책이 차기 정부로 온전히 이어져 역사적 성
미국 국무부는 어제 북한 핵문제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을 계속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 주민들이 국제기구를 통해 식량·의료품 같은 인도적 지원을 계속 받을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따지고 보면 이번 발표가 아주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부시 미국 정부는 그동안 줄곧 ‘인도적인 대북 식량 지원’은 계속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왔고, 또 “인도적 지원을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미국 외교의 오랜 원칙이기도 하다.부시 정부가 북핵 위기와는 관계없이 인도적 지원을 계속
1월 2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가 새해 문을 열자마자 한 펀드 매니저를 만나 보았다. 한국 내에서 일고 있는 반미 감정과 새 대통령 당선 이후 불거진 북핵 문제를 바라보는 월가의 시각이 궁금해서였다.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불안해서 한국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고 말했다. 그는 “금방 전쟁이 나지는 않겠지만, 북핵 문제와 반미 감정이 상호 상승작용을 하면서 한국은 자칫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어느 외국인 투자가가 핵 위협이 존재하는 한반도에 투자를 하겠습니까? 아마 한반도의 현재 상황에 가장 쾌재를 부르는 곳은
金昌基/국제부장 changkim@chosun.com과연 얼마나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여론조사 결과, 북한이 핵무기를 가져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안 된다고 하는 사람보다 더 많다는 것이다.‘북한이 핵무기 가지면 어떠냐’는 생각의 근거는 크게 두 가지 정도로 보인다. 하나는 핵무기를 강대국의 상징으로 여기고, 우리 남한은 못가질지언정 북한이라도 그렇게 해서 강대국 반열에 낀다면 기분 나쁠 것 없지 않느냐는 소박한 견해다. 이런 생각은 핵무기의 군사적·전략적 위협에 관한 인식이 낮고 오히려 막연한 동경(憧憬) 대상으로 여긴다는 점
미국 워싱턴의 새해 첫날도 작년 말부터 계속된 주제인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와 북한의 핵무기 위협 중 어느 쪽이 더 위험한???따지는 TV 토크쇼로 시작됐다.지난 한해 동안 세계의 뉴스는 위협과 위험, 공포로 점철된 부정적인 소식들로 채워졌다. 팔레스타인과이스라엘간의 유혈분쟁, 핵전쟁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일으켰던 인도와파키스탄분쟁, 인도네시아의 발리와 필리핀의 폭탄테러, 러시아에서 체첸반군의 테러가 이어졌다.새해에도 그런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다. 이라크 전쟁 가능성은 올해 국제 정세와 세계경제에 가장 큰 불확실성을 제
부시 미국정부가 북한에 대한 ‘맞춤형 봉쇄’ 전략을 마련했다고 한다. 이 전략의 골자는 북한을 경제적으로 고립시켜 핵포기를 강요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요구를 고분고분 들어주던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북핵(北核) 문제를 풀겠다는 부시 정부의 의지가 강하게 담긴 셈이다.이로써 북한은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됐다.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느냐, 아니면 국제적 고립 및 고사(枯死)의 길로 가느냐 하는 두 가지 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타난 북한의 태도로 볼 때 쉽게 핵을 포기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거꾸로 북
金泰宇/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했던가. 월드컵, 아시안게임, 대통령 선거 등 국운 상승의 호기가 이어지는가 했더니, 한 해의 끝자락에서 북핵 문제가 불거지면서 새해 벽두부터 남북관계를 짓누를 기세이다. 그 동안 주변에서는 북핵을 위협으로 보지 않는 낭만적 시각이 만연했지만, 노무현 당선자는 미국과 주변국에 특사 파견을 준비하는 등 핵 해결에 주력하면서 일각에서 제기했던 우려들을 씻어내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올바른 위협 인식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혼선없는 북핵문제 접근을 위해 새 정부는 주요
지금 국제사회의 최대 현안 중 하나가 북한 핵위기다. 뉴욕 월가 등 국제 증권시장이 북핵(北核)이라는 악재로 휘청거리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국내 증시는 이미 북핵 한파로 가파르게 곤두박질치고 있다. 미국은 물론 유럽과 중국 러시아 등 국제사회가 일제히 북한의 핵도박을 규탄하고 나설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그런데 이들의 눈으로 볼 때 서울의 모습이 평화롭다 못해 한가하게까지 느껴지는 모양이다. 외국 언론들은 서울에서 위기감은커녕 일부 젊은 세대들은 북한 핵무장을 문제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하고 있다. 더욱이 외국언론들은
崔在天나라가 온통 대선의 회오리바람에 휘둘리는 동안 국내외의 많은 중요한 뉴스들이 우리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채 흘러가 버렸다. 그 중의 하나가 지난 12월 10일 뉴욕타임스에 실린 비무장지대에 관한 기고문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의 김계중 교수와 하버드대학의 윌슨 교수는 이 기고문에서 비무장지대를 ‘평화의 공원’으로 지정하기 위한 남북의 대화를 촉구했다. 전세계 온대지방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생물다양성의 보고(寶庫)인 비무장지대를 보전하자는 움직임은 전세계적으로 이미 더할 수 없이 중요한 이슈가 되어 있는데 정
이제 대통령선거의 들뜬 분위기와 치열한 정치적 대결양상에서 벗어나 나라의 장래를 생각하며 정신을 가다듬을 때다. 지금처럼 한반도의 안보상황이 불안했던 적이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연일 핵무기 제조의 수순을 밟으며 국제사회를 위협하고 있고 한국에는 반미(反美)가 나날이 강도를 더해가는 가운데 마침내 미국에서 주한미군 철수가 거론되기 시작한 작금의 상황은 한국의 안보가 예측불허의 상태로 몰려가고 있음을 말해준다.최근 조선일보 인터넷 영문판에 쏟아지고 있는 100여건의 미국인 독자 편지는 섬뜩한 내용들로 가득하다. 초기에 『두 여중생의
25일자 시론 ‘다시 시작된 北核게임’을 읽었다. 나쁜 평화가 좋은 전쟁보다는 바람직하나,북한핵의 볼모는 미국이 아니라 한국임을 명심해야 한다는 말에 동감한다. 북핵 문제로 미국과 북한이 한치의 양보도 없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하여 세계의 언론들이 각종 전망과 분석을 내놓고 있는데 그 가운데 워싱턴포스트는 “북한핵 위험은 절망의 행동”이라며 일본 도쿄 다쿠쇼쿠대학의 북한 전문가의 분석을 인용했다.이런 분석이 뒷받침되는 자료가 통계청에서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01년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한국은 8900
김영진착잡한 심정과 당혹감으로 연일 계속되는 격렬한 대규모 반미시위의 영상을 지켜보던 미국인들을 노무현 후보의 승리소식이 강타했다. 많은 미국인들에게서 필자가 받은 질문이다. 급진적이며 반미성향을 가진 노 정권의 출범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김대중 정부 하에서 축적된 한미 간의 상호 불신으로 상처입은 양국관계를 재구축하려는 미국의 희망은 꺾이게 될 것인가?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이 동맹국가의 행동규범을 이탈하고, 미국의 최우선순위 과제인 반(反)테러 전쟁과 대량살상무기 확산 저지 정책의 효과적 집행을 저해할까 미국 정부는 우려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구상 중인 북핵(北核) 해법의 골격은 ‘미·북 중재론’이다. 대통령 후보 시절에 이 같은 입장을 거듭 피력했고, 대선 이후 노 당선자의 외교안보 참모들이 미·북 중재 방안을 집중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다. 이 주장의 핵심은, 정면충돌 코스로 치닫고 있는 미국과 북한이 서로 대화하고 협상할 수 있도록 한국이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적잖은 대중적 호소력을 갖춘 방안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북한 핵위기를 둘러싼 냉엄한 국제 현실이다. 우선 미국이 북한의 협상요구에 응하지 않는 이유를
지금 미국과 북한은 마치 상대방을 향해 질주하는 열차나 다름없다. 이렇게 가면 충돌할 것이 분명하지만, 당분간은 속도를 줄일 생각도 없고 또 각자의 내부 사정 때문에 그럴 수도 없는 형편이다. 북한이 연일 핵게임의 수위를 높여가는 것에 맞춰 미국측에서 나오는 비난과 경고도 한층 강해지고 있다. 북한은 어제 방사화학실험실에 대한 봉인마저 해제함으로써,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핵폭탄 제조물질인 플루토늄 추출에 돌입할 수 있는 상태가 됐다.‘외교적 해결’을 강조하던 미국에서도 ‘군사적 수단’ 같은 말들이 흘러나오더니, 급기야 럼즈펠드 국방
鄭玉任 1993년 3월 북한의 NPT 탈퇴 선언으로 야기된 핵 문제는 94년 5월 북한이 8000여개의 연료봉을 인출함으로써 한반도를 중대 위기 국면으로 내몰았다. 인출된 폐연료봉을 이용해 4~6기 정도의 핵 폭탄을 생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유엔을 통한 대북 경제제재 준비에 들어갔고, “제재는 곧 선전포고”라는 북한의 경고에 맞서 군사적 대응책도 실천에 옮겼다. 미국 본토로부터의 미군 증파 계획을 세웠고, 실현에 옮기지는 않았으나 영변 핵 시설에 대한 공습도 검토했다. 경제제재 추진과 미군 증파안으로 한반도에서 전쟁 가능
현재 북한이 벌이고 있는 ‘핵(核)게임’은 성공확률이 제로에 가까운 위험천만한 도박에 불과하다. 최근 들어 북한 핵 도발의 단계와 수위가 날마다 높아지고 있다. 엊그제 영변 핵단지의 5MW급 원자로에 대한 봉인을 제거하고 감시카메라 작동을 중단시키더니 어제는 저수조에 보관된 폐( )연료봉 감시장비와 봉인에까지 손을 댔다.8000여개의 폐연료봉은 재처리만 하면 언제든 핵폭탄 제조 물질인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기에 한·미 정부와 국제사회는 여기에 손대는 것을 ‘인내의 마지노선(線)’으로 간주해 왔다. 이제 북한의 의도는 분명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