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비밀리에 열린 남북정상회담 예비접촉 때 현대측 정몽헌, 이익치씨가 동석했다는 보도에도 불구하고 정·이씨측은 어제까지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이같은 정황 자체가 보여주는 바대로 현대 관계자는 “현대가 북에 보낸 돈은 정상회담 대가였다”고 말하고 있다.이미 여론조사에 나타난 것처럼 많은 국민들은 진작부터 이 돈이 정상회담용 ‘뇌물’이었던 것으로 믿고 있었지만, ‘속았다’는 배신감은 새삼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북한 정권에 뇌물을 주고 정상회담을 산 것은 ‘남북평화를 위한 고뇌’도 아니고 ‘북한 동포를 위한 결
최근 한반도 상황은 혼돈 그 자체다. 외신에 따르면 평양은 등화관제 훈련까지 할 만큼 결전(決戰) 분위기로 가득하고, 미국 부시 행정부는 군사조치를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언급하기 시작했는데 서울은 태평성대다. 대북 비밀송금 의혹으로 온 나라가 분노로 들끓고 있건만 이런 세상 인심에는 아랑곳 않는 ‘3·1절 공동집회’ 운운이 거론되고 있다.하지만 대한민국이 정녕 제대로 된 나라라면 이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국제사회의 공분을 낳고 있는 북한 핵문제는 다른 누구보다 우리 민족의 존망이 걸린 우리의 문제다. 우리가 남의 집 불구경 하
李東馥/15대 국회의원대북 비밀송금 문제에 관한 김대중 대통령의 최근 언행이 국헌의 문란을 초래하고 국기를 위태롭게 할 정도의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우리나라 삼권분립형 권력구조에서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하고 있는 권한은 무한하지 않다. 헌법 제66조 1항은 대통령에게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함께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부여하고 있다. 대통령은 헌법 제69조에 의거, 취임에 즈음해 ‘헌법준수’를 ‘선서’하게 돼 있다. 요컨대 대통령도 반드시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그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지금까지 드러
최근 미국을 방문했던 노무현 당선자 특사단이 미국측 고위인사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주한미군 철수 내지는 재배치에 관한 이야기가 오갔다고 한다. 특사단 단장인 정대철 민주당 최고위원은 ‘철수 관련 언급’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지만,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한국이 원한다면 그곳에 주둔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고 완전히 다른 설명을 내놓았다.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런 식으로 국가 안보와 직결된 주한미군 문제가 거론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주한미군은 지난 반 세기 동안 한반도 안보의 기둥이었고, 그 현
金昌基/changkim@chosun.com2년 전 남북 정상회담 직전에 현대그룹을 통해 이뤄진 수천억원의 대북 송금에 대해 지금 여권(與圈) 인사들은 ‘어려운 북한 돕기’였다거나 ‘평화를 사기 위해 지급한 돈’이었다는 식의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그토록 당당한 대의명분이 있었다면 왜 진작부터 내놓고 하지 못하고 하늘이라도 무너질 듯이 비밀에 부쳐 왔는지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햇볕정책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흔히 ‘퍼주기’라고 비판해 온 것은 무엇보다 명분이 약하거나 일방적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4000억원―또는 실
평소 바른말 잘하기로 유명해 국회에서 ‘미스터 바른말’로 통하는 민주당 조순형(趙舜衡) 의원이 요즘 한가지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북한 핵 위기와 관련,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의 뜻을 전하기 위해 12일 러시아로 출발할 예정이지만, 정작 1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러시아의 누구를 만나 어떤 얘기를 할지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기 때문이다.6일 오후 만난 조 의원은 “가라고 해서 가기는 하는데 내가 외교전문가도 아니고…. 민족 생존이 걸린 문제라 최선을 다할 생각이지만 답답하고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인수위가 러시
대북(對北) 비밀 송금과 관련해 “전모를 공개하면 현대가 망할 것”이라는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은 그냥 묵과할 수 없는 중대한 실언이다.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한 뒷거래 의혹을 덮으려고 내놓은 말치고는 너무 황당하기 이를 데 없다.남북 경협사업에 사용했다는 자금 내역을 밝히면 왜 현대가 망한다는 것인지, 또 스스로 망할 짓을 한 기업이 자멸하는 것을 무슨 수로 막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무슨 속사정이 있기에 이토록 노골적으로 현대를 감싸고 도는지 어리둥절할 뿐이다. 그 동안 정부가 틈나는 대로 자랑해 왔던 기업개혁과 구
750년 전인 13세기 중반께 프란체스코 수도회의 수도승 두 사람이 8년간에 걸쳐 험준한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 몽골의 수도를 방문했었다. 고려 고종(高宗) 말년으로 몽골이 개성을 점거하고 왕족을 몽골에 인질보내고 있던 그 무렵이다. 「잡혀서 죽임을 당하는 것이라는 공포말고도 굶주림·갈증·혹서·혹한·인해(人害)·수해(獸害) 등 상상을 초월한ㅡ」 고난을 겪은 수도승 카르피니와 뤼브뤼케는 각기 기행문을 남겼다. 전자의 기행문에는 그곳 왕궁에서 만난 고려 사신들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데 아마 인질 잡혀가 있던 왕족 왕순이나 사신으로 가있던
레너드 S 스펙터/미국 몬터레이 비핵확산연구소 부소장북한이 핵무기를 만들려는 노력을 가속화하면 할수록 비극적 결과를 피하기 위한 길은 하나씩 사라지고 있다. 북한이 현재의 노선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비극적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연말쯤 되면 그들의 수중에 4~6개의 핵무기가 있게 될 것이고 ‘핵 보유국’이라는 점을 세계에 과시하기 위해 핵실험을 하게 될 것이다.그러는 한편 북한은 영변의 원자로를 사용해 매년 핵폭탄 1개씩을 늘려갈 것이며,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이 결실을 볼 때가 되면 더 많은 핵무기를 갖게 될 수 있게 된다. 일본을
金昌基/changkim@chosun.com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임기 중 현대그룹을 통해 이뤄진 수천억원의 대북 송금에 대해 지금 여권(與圈) 인사들은 ‘어려운 북한 돕기’였다거나 ‘평화를 사기 위해 지불한 돈’이었다는 식의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그토록 당당한 대의명분이 있었다면 왜 진작부터 내놓고 하지 못하고 하늘이라도 무너질 듯이 비밀에 부쳐 왔는지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햇볕정책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흔히 ‘퍼주기’라고 비판해 온 것은 특히, 명분이 약하거나 일방적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4000억원(또는
李鍾遠/정치부 차장 jwlee@chosun.com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5일 ‘대북송금 전모 공개 반대’입장을 표명하면서 “서독도 통일과정에서 동독에 500억 달러 이상의 돈을 주었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의 말대로 서독이 동독에 돈을 준 것은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서독도 동독과 비밀거래를 했었다. 1963년부터 통일 때까지 3만3756명의 동독 정치범들을 서독으로 데려오기 위해 몰래 동독과 거래를 한 것이 거의 유일한 비밀 거래 사례이다.그러나 서독의 비밀거래는 우리 정부의 ‘대북 뒷거??姑?뚜렷하게 다른 점이 있다. 서독정부는
오정인/소설가거두절미하고 노무현 당선자에게 묻고 싶다. 무엇이 벌써 노 당선자의 발목을 잡고 있는가? 그야말로 국익을 위해 우리는 이 문제부터 해결하고 가야 할 것 같다. 현대상선 2235억원에 대해 진실을 밝히지 않을 재간이 없다며 결연한 수사 의지를 말한 게 불과 며칠 전이다. 그 말이 노 당선자의 진심이었을 것이다.새 시대를 열어 갈 대통령 당선자의 진실된 의지를 며칠 사이에 흔들어 용두사미로 만들고, 취임도 하기 전에 속된 말로 스타일 다 구기게 해서 국민들에게 냉소와 불신감을 심어 주며 당선자와 이간질시키는 요소가 도대체
지난 3~4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노무현 당선자 특사단이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뒀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선 특사단이 당초 기대했던 부시 미국 대통령을 만나지 못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물론 부시 대통령 면담 여부가 특사단 활동 평가의 유일한 기준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지난달 방한한 미국 특사단이 노 당선자를 면담했고, 북한 핵 위기와 심상치 않은 한·미관계 등 전후 상황을 감안할 때 부시 대통령 면담 불발은 모양새가 썩 좋지는 않다.그리고 세간의 시선이 이같은 점에 쏠리는 까닭은 자업자득의 측면이 강하다. 노 당선자가 늘 ‘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당선자 진영이 대북 비밀송금사건을 김 대통령의 해명과 사과로 마무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처사다. 김 대통령의 의중을 대변하는 입장에 있는 한화갑 민주당대표가 “퇴임하는 대통령이 이 문제를 매듭지었으면 좋겠다”고 밝히자, 노 당선자의 문희상 비서실장 내정자가 “가능만 하다면 좋은 일”이라고 호응한 데서 여권의 이런 기류를 읽을 수 있다.결론부터 말하자면 김 대통령의 해명과 대(對)국민 사과는 이번 문제를 풀어가는 출발점이나 ‘하나의 과정’은 될지언정 결코 종착점이 될 수는
姜孝祥/경제부장현대상선의 대북 비밀송금사건은 경제계로선 재앙(災殃)에 가까운 사건이다. IMF 외환위기의 원인이 무엇이었던가. 바로 한국 기업들의 불투명성이었다. 한보와 기아가 쓰러지는 과정에서 한국 기업의 회계장부를 불신하게 된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서둘러 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한 것이 외환위기의 직접적인 촉발 계기였다. 외국인들은 투자를 할 때 투자대상 기업의 실적이 나쁜 점보다도 ‘도대체 실적을 알 수가 없는 점(불투명성)’을 가장 싫어한다.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97년 말 기자가 미국에서 만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로렌스 클라인
대북 비밀 송금 의혹은 검찰이 수사를 사실상 포기한 이상 이제는 특검(特檢)이 진상을 규명하는 수 밖에 없게 됐다. 검찰은 ‘국익’을 위해 수사를 유보했다지만 진짜 국익은 진실이 무엇인지를 밝히는 것이다.지금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앞으로 남측의 모든 대북 포용전략은 항상 정치적 음모설·공작설의 부담을 지고 시달릴 수밖에 없다. 또 남북관계의 잘못된 부분을 지금 바로잡지 않으면 북측의 남한에 대한 오판과 뒤틀린 전략은 완전히 고질화될 것이다.밝혀야 할 진상은 누가, 무슨 목적으로, 얼마의 뒷돈을, 어떻게 북에 보냈느냐 하는 것이다.
대북(對北) 뒷거래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 유보 결정은 검찰과 정치권이 맺어온 불유쾌한 관계가 향후 5년간 다시 되풀이될 것이라는 예고인 것 같아 개운치 못하다. 노무현(盧武鉉) 정부의 새로운 5년이 시작되는 도입부에서 또다시 이런 구태의 반복을 목격하면서 국민은 실망을 넘어 절망을 느끼게 된다.검찰은 “현재 정치권에서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므로”라고 수사 유보의 이유를 달았는데, 과연 정치권의 어느 구석에서 진상규명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문희상(文喜相) 비서실장은 “꼬치꼬치 밝힌다고 하다?┷逑
최근 미국을 다녀온 함승희 민주당 의원은 엊그제 “미국 행정부와 의회에서 주한미군 철수문제가 심각하게 논의되고 있는데 우리 정부의 인식은 매우 안이하고 아전인수격”이라고 말했다. 여권 인사로부터는 좀처럼 듣기 힘든 함 의원의 발언은 미국 현지 분위기를 직접 체험하고 목격한 데서 나온 솔직한 위기 의식의 토로(吐露)이자 지금껏 한·미관계에 관한 안팎의 경보음을 애써 무시해온 정부와 여당에 대한 신랄한 질책이라고 볼 수 있다.한국 내 반미(反美) 시위와 미국 내 반한(反韓) 분위기 등이 맞물리면서 한·미관계는 중대한 전환기를 맞고 있다
洪準浩/정치부장 jhhong@chosun.com우여곡절끝에 특별검사의 손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지만, 최소 2억 달러의 대북 비밀 송금 사건에 대해 그동안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보여온 태도는 사람들을 헷갈리게 했다.검찰 수사를 당연시하던 발언이 국회에서 판단해달라는 쪽으로 바뀌고, 진상규명만큼은 정치적 고려를 배제해야 한다던 입장이 외교적 파장과 국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듯했다. 또 바뀐 입장을 본인 입으로 직접 말하지 않고 대변인이나 비서들을 통해 대신 전하는 방식을 취해, 그의 진심이 무엇인지 종잡기
김병주/서강대 교수·경제학레닌(1870~1924)과 스탈린(1879~1953) 같은 구(舊)소련 지도자들이 자본주의를 비판한 말 가운데 귀담아 들을 말이 없지 않다. 요즘 문득 그들이 자본주의 장사꾼을 비아냥거리며 내뱉었다는 말이 생각났다. “자본주의 장사치들은 이익이 된다면 제 목을 조르는 데 쓰일 동아줄도 팔아먹는다.”우리는 두 가지 의문을 갖게 된다. 햇볕정책에 따라 추진된 대북경협사업 주체 가운데 이익 추구에 투철한 사업가가 있었나가 첫째 의문이고, 그가 제공한 자금이 북한이 우리를 옭아맬 동아줄(무기 구입과 핵개발)을 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