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成旭/고려대 교수·북한학 북핵(北核) 위기 속에서 북한 주민들의 식량부족 사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북한 주민들에게 봄철은 만물이 소생하는 희망의 시작이 아니라 배고픔이 본격화되는 춘궁기일 뿐이다. 지난해 평년작을 상회하는 410만t의 곡물을 생산했으나 수요량에는 여전히 140여만t 이상이 부족하다. 장기간에 걸친 국제사회의 대북 식량지원 피로감과 북핵 위기로 외부 지원량은 예년에 비해 턱없이 줄어들고 있다. 세계식량계획(WFP)은 올 겨울 국제사회의 대북 식량지원 축소로 북한주민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700만명에게 공급할
禹泰榮북한 핵 위기가 고조되는 요즘 한국을 방문한 외국기자들의 눈에 가장 의아하게 보이는 것 중의 하나가 한국의 평온함이다. 한국에 머무는 외교관들 중 상당수는 북한 핵 위기가 계속될 경우 미국이 북한을 폭격할 가능성이 크다고 믿고 있다. 최근 만난 한 일본 외교관은 미군이 철수하면 자국민들의 철수를 시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국이 북한을 폭격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논의되고, 전쟁이 시작되면 며칠 만에 한국인 수백만명이 죽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보도가 나오며 외교관들은 암암리에 철수 대책을 세우는데도, 한국사람들은
金明燮/한신대 교수·국제정치노무현 대통령은 취임식 연설에서 무려 열여덟 번이나 ‘동북아시아’를 언급했다. 사실 휴전선에 가로막혀 ‘반도(半島)’라기보다는 차라리 섬에 가까왔던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공간 개념은 절실하다. 이 점에서 동북아론은 시원하게 펼쳐진 미래로의 초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동북아를 우리 민족의 명운을 거는 공간으로 삼기에는 몇 가지 점에서 조심스럽다. 첫째, 중국이 없다. 중국이 동북아의 일원이 아니라, 오히려 동북아가 중국의 일부라고 보는 중국인들의 생각은 뿌리가 깊다. 티베트나 신장을 아우르려
대북 비밀 송금의 진상이 밝혀지면 북한 정권이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되는 그 무슨 말 못할 사정이라도 있는 것인가. 특검제를 무산시키기 위해 집요하게 대남 위협을 되풀이해온 북한이 이번에는 야당의 대북 지원 밀약 주장까지 들고 나왔다. 밀약설의 사실 여부는 두고 봐야겠지만 북한의 의도가 남한 내부의 정쟁(政爭)을 유도하면서 특검제에 물타기를 시도하려는 것임은 쉽게 짐작이 간다. 그러나 북한 정권이 특검제를 막기 위해 남쪽을 향해 내정간섭적인 협박을 하면 할수록 국민적 의혹과 궁금증, 그리고 특검제의 당위성도 더불어 커질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 경제는 총체적 위기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연일 급등하면서 기업과 개인들이 ‘달러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경제의 문외한들까지 5년여 전 외환위기의 악몽(惡夢)을 떠올리기 시작하고 있다. 여기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 주가폭락 사태와 무역수지 적자 전환, 외국인들의 대한(對韓)투자 기피, 노사분규 악화 가능성을 비롯해 무엇 하나 희망적인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기업인은 기업인끼리, 서민들은 서민들끼리 모였다 하면 “IMF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특히 주목해야 할 사실은 세계
/헨리 키신저트리뷴 미디어 서비스 인터내셔널이라크와의 전쟁 준비에 바쁜 미국은 지금 한반도에서 더 심각하고 점증하는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요원들을 추방한 뒤 영변의 핵 시설을 재가동하면서 양자협상을 미국에 요구하고 있다. 북한은 핵활동 동결의 대가로 불가침조약 외에 대미(對美) 협상 과정에서 더 많은 것을 얻으려 할 것이다. 불가침조약 제안은 겉만 봐도 속임수다. 미국과의 모든 기존 합의를 저버리고, 1983년 미얀마 양곤에서 한국 각료의 절반을 폭탄으로
대북 정책과 한·미관계에 관한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은 너무 돌출적인 데다 때론 그 진의가 무엇인지를 알기 힘들 뿐 아니라 내외의 혼란을 자초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어 걱정스럽다. 2주 전 취임사에서 “한·미 동맹을 소중히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던 노 대통령이 엊그제 민주당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는 대북 정책에선 미국과 의견이 다름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이것만 놓고 본다면 노 대통령은 취임 후 2주 동안 북한과 한·미관계라는 가장 중요한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 서로 상충될 뿐만 아니라 정반대로 해석될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대북정책과 관련해 ‘미국과의 이견(異見)’을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있어 그 배경과 앞으로 어떻게 하려는 것인지에 관심이 모이지고 있다.노 대통령은 9일 민주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다음과 같은 요지로 말했다고 송경희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한국정부의 대북정책에는 98년 이래 변화가 없었다. 전 세계가 지지했었다. 특히 2001년 9·11 이후 북에 대한 미국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달라지니까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치게 됐다. 한·미의 입장에도 그런 상황에 한국정부가 빠져 버린 것이다. 공개적으로 전쟁에
지금 청와대는 작금의 경제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보고 있는 것 같다. 말로는 경제가 어렵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실제로 나타나는 정책이나 움직임은 그렇지가 못하다. 최근 청와대에서 법인세 인하문제를 놓고 경제원론책에나 나올 법한 형평성 논쟁을 벌인 것은 한가한 발상이다. 모든 경제정책은 양면을 갖고 있는 선택의 문제다. 문제는 어느 시기에 어떤 정책을 채택하느냐 하는 것이다. 법인세 인하여부는 지금 한국을 탈출하려는 외국인 투자가들을 유인하는 것이 가장 급한 일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면 될 일이다. 지금 한국경제는 비상(非常
“북한의 의도성을 판단하는 데 시간이 걸려 늦게 성명을 내게 됐습니다.”국방부는 7일 오전 지난 2일 발생한 북한 전투기의 미 정찰기 위협비행 사건과 관련, 대북(對北) 성명을 발표하면서 사건 발생 닷새가 지난 뒤에야 성명을 낸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이날 성명은 대통령 주재로 6일 열린 통일·외교·안보 분야 장관회의에서 이 사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것으로, 조영길(曺永吉) 국방장관이 강하게 필요성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방부의 설명은 우리 정부가 사건 직후 보인 태
宋大晟/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지난해 10월 북한의 비밀 핵개발 계획이 알려진 뒤 나날이 심각한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한반도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가장 합리적인 방안은 오직 철저한 ‘한·미공조’밖에 없다는 것이 현재 많은 전문가들이 내리고 있는 결론이다. 이는 우선 북한핵 포기라는 목표를 분명히 달성하기 위해선 한·미 간 지혜와 힘을 합친 철저한 한·미공조 없이는 절대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한국과 미국은 군사 동맹국으로서 안보 위기상황을 맞아 양국이 상호 공조하는 것은 조약상의 기본적인 의무이고, 지난 역사 속에서 미국의 한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북핵’ ‘대미관계’ ‘경제’였다. 그런데 이 세가지 불안 요인들이 우선 순위에 따라 해결되는 방향이 아니라 서로 상승 작용을 일으키면서 우리를 덮쳐오고 있는 것 같은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이 오늘의 상황이다.북한은 이제 폐연료봉 재처리라는 ‘휘발유에 불지르기’만을 남겨놓았고, 미국은 폭격기 증강 배치로 대응하고 있다. 동해 공해상에서 양측 군용기가 충돌 일보전까지 간 것은 한반도 위기가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버팀목이 돼야 할 대미관계는 휘청거리고 있다. 한국의
송대성(宋大晟)/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새 정부가 출범하였고 새 봄이 오고 있는데도 많은 국민들 가슴속에는 나날이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참여정부’의 깃발을 높게 올리고,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새 인물들로 내각을 구성하고, 기존 가치관들을 과감하게 쓰레기통에 버리면서 나날이 수많은 개혁조치들을 발표하고 있는데도 많은 국민들은 희망과 꿈을 갖고 참여 쪽으로 성큼 달려가기보다는 무엇인가 불안한 마음을 갖고 머뭇거리고 있다. 무엇이 이토록 많은 국민들을 머뭇거리고 불안하게 하고 있는가?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요인들은 많이 있을 수 있다.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이 새 정부 출범 직전 북한측과 비밀접촉을 가졌던 사실이 드러난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천명한 대북정책의 4대 원칙 중 하나인 ‘대내외적 투명성 높이기’에 대한 정부의 실천 의지에 근본적 의문을 갖게 한다.물론 남북 간에 불가피한 비밀접촉이 있을 수 있고, 투명성이 반드시 모든 접촉의 즉시 공개를 의미한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번 일은 접촉의 시기와 방법, 그리고 당위성에서 많은 의혹을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남북관계에서) 국민 참여를 확대하고 초당적 협력을 얻겠다”는 새 정부의 다짐을 스스로
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의 장면은 참으로 특이했다. 라종일(羅鍾一) 대통령국가안보보좌관이 노무현 정부 출범 직전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인사를 만나 남북정상회담 개최 문제를 논의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된 것이다. 노 대통령이 “…투명하게 하는 것이 좋다. 남북관계는 투명성과 원칙을 강조해야 하기 때문에 밝힐 수 있으면 밝히라”고 라 보좌관에게 말했다는 것이 청와대 대변인의 설명이다. 노 대통령은 “라 보좌관이 오후 브리핑에 나가서 사실이 아니라면 공식 입장을 설명하라”고까지 말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라 보좌관은 “내가 직접
/朴勝俊sjpark@chosun.com 중국 외교부에는 4명의 대변인이 있다. 수석대변인 쿵취안(孔泉)을 비롯, 3명의 대변인이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두 차례의 브리핑에 번갈아 나선다. 요즘 중국 외교부 대변인들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북한 핵문제와 이라크문제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 4명의 대변인들의 말은 이 사람 다르고 저 사람 다르지 않다. 이들이 북한 핵문제에 관해 하는 대답은 한결같다. “조선(북한) 핵문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일관된 것이다. 첫째는 조선반도의 비핵화이고, 둘째는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이며, 셋째는
위험 요소가 다가와도 달아나지 않는 최소한의 거리를 심리학자 헤디거는 ‘도주 거리’라고 이름 붙였다. 달음박질이 빠른 영양은 450m, 도마뱀은 약 1.8m가 도주 거리다. 인간은 야생 동물에 비해 타인이나 잠재적인 적(敵)의 접근에 대한 관용도가 훨씬 높다. 인간이 타인의 접근을 참아낼 수 있는 거리는 90㎝. 한 팔을 뻗은 거리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만든 ‘인체 비례도’ 역시 양 팔, 양 다리를 뻗어 그리는 원을 완벽한 사적(私的) 공간으로 묘사한다. 그 안에 타인이 들어오는 것은 애정의 표현이거나 침입 행위. 서양에서는
3·1절 민족대회에 참석한 북한의 ‘종교인’들이 서울의 한 교회에서 “미국의 핵 선제공격” “민족공조, 외세배격” 운운의 정치 선전을 하다 신도들의 항의를 받은 것은 우리가 북한과 대화를 하되 대화 상대방의 실상은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경종이 됐다.어느샌가 우리 사회에선 마치 북한에 진실된 종교와 종교인이 있는 것처럼 착각하는 현상들이 퍼지고 있다. 북한은 마르크스의 교리에 따라 종교를 아편으로 규정하다 1990년대 들어 대외·대남 활동에 필요하다는 전략적 판단에서 ‘종교시설’을 짓고 ‘종교인’을 양성했다. 결국 북한 정권이 양성한
정권이 바뀐 지 불과 며칠 만에 검찰이 김성호(金成豪) 전 복지부장관의 수뢰 혐의에 대해 수사에 나섰다는 소식은 이러고서도 검찰이 「권력층 수사」를 정권의 영향력을 배제하고 엄정히 수사할 능력과 의지가 있다고 할 수 있는가를 다시 한번 의심케 하고 있다.검찰은 “김홍업(金弘業)씨에 관련된 수사 과정에서 김 전 장관이 기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흔적이 포착됐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검찰은 9개월여간 수사를 일부러 늦춰온 셈이 된다. 검찰의 해명으로는 “계좌를 따라가며 추적하다 보니 늦어졌다”는 것인데, 계좌추적 전문가들이
/金玄浩 논설위원hhkim@chosun.com3·1절을 전후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일련의 일들은 갓 출범한 노무현 정부가 남북문제와 관련해 앞으로 겪게 될 시련과 극복해야 할 과제들을 구체적으로 예고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담긴 의미를 얼마나 깊이 성찰해내고 대응책을 마련하느냐에 따라 새 정부 대북정책의 초반 성패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우선 정부는 나라의 안보를 걱정하는 시민들이 서울시청 앞 광장을 뒤덮은 ‘사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새겨보아야 한다. 시민들은 북한 핵과 김정일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고,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