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柱洪/경기대 교수·국제정치학이라크전이 시작됐다. 미국은 예측한 대로 속전속결로 끝내기 위해 첨단 전자전 능력을 총동원해 육·해·공 입체작전을 펼치고 있고, 후세인 정권은 성전(聖戰)을 외치며 결사항전을 하고 있다. 순전히 전략적 측면에서만 판단한다면 이번 전쟁은 승패가 이미 판가름난 것이나 다름없다. 이라크의 능력이 절대적 한계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발발하면 끝내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현대전의 특성을 감안한다면 이번 전쟁은 의외로 오래갈 수도 있다. 즉 전투는 미국의 계획대로 일방적인 단기결전으로 끝날 수 있으나 테러
미국 국방부의 핵심 당국자가 주한미군의 한강 이남 이전 계획을 사실상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주한미군의 재배치 문제가 한국정부의 희망과는 다른 방향과 속도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구나 미국측 복안에는 한국에서의 반미감정 고조에 대한 감정적 대응의 분위기마저 느껴져 사태의 심각성을 더 하고 있다.주한미군의 재배치문제와 관련해 고건 총리는 이달초 허버드 주한미대사에게 선(先) 북핵문제 해결, 미군의 전쟁억지력 유지, 미군의 인계철선(引繫鐵線) 역할 지속의 3대 원칙을 제시했고, 이는 한국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간주돼 왔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요 며칠 사이 같은 사안을 놓고 정반대 언급을 해 무엇이 진심인지 알 수 없게 만들고 있다.노 대통령은 지난 13일 한 인터넷 매체가 현직 장관의 말을 빌려 미국 관리가 북폭(北爆) 타진을 해왔다고 보도하자, 다음날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그 장관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실수라 하더라도 엄청난 실수”라고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문제의 장관이 김진표 경제부총리라는 사실이 드러난 뒤인 18일 국무회의에선 김 부총리에게 “아무것도 아닌데 뭘…”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김대중·理事기자“한국(코리아)은 미국을 너무 모르고 미국은 한국을 너무 모른다”는 것이 한·미 문제를 비교적 성실하게 추적해 온 사람들의 총평이다. 다르게 말하면 미국은 한국을 ‘미국이 구해주고 온갖 혜택을 베풀어 준 수혜(受惠)의 나라’로만 생각하고 한국은 미국을 ‘패권주의에 젖은 강대하고 오만한 나라’로 보는 경향이 있다는 말이다. 거기다가 한국은 한국이 이제는 민족적 자긍심을 가진 나라이고, 미국은 한국이 언제까지나 미국편인 나라로만 여겨왔다는 생각도 곁들어 있다. 미국에 주재하는 한국의 한 고위 외교관은 특히 그런 경향이 최
대북 비밀송금 특검과 관련해 북한이 연일 한나라당의 대북밀사 파견설을 주장하면서 남한을 흔들어 놓으려고 시도하고 있는 데 대해 민주당이 쐐기를 박고 나선 것은 현명하고 올바른 태도다. 이는 북한으로 하여금 남한에 대한 내정간섭적인 공세가 오히려 자신들에게 역효과를 초래하고 있음을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민주당이 “북한의 주장은 여야 관계를 악화시키고 우리 국민 사이에 갈등을 증폭시킨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면서 “북한당국의 내정 간섭과 분열책동에는 여야 구분 없이 대처할 것”이라고 천명한 것은 북한의 의도를 정확
朴斗植/논설위원조만간 시작될 이라크전(戰)은 ‘부시의 전쟁’이다. 세계 여론이 뭐라고 해도, 국제사회의 다수가 말려도 부시 미국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은 꿈쩍도 않는다. 이들은 ‘9·11 테러’ 사태 이후 신(新)질서를 창조한다는 신념으로 가득차 있다. 지난 주말 미국 NBC 방송의 ‘언론과의 만남(Meet the Press)’에 출연한 딕 체니 부통령은 “지금은 세계가 우리를 이해 못하지만 곧 따라올 것”이라고 했다. 어지간한 믿음이 아니고는 쉽게 하기 힘든 말이다.하지만 체니가 백악관에 입성하기 전 집중 연구한 주제가 로마제국의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미국 대통령이 엊그제 전화통화에서 ‘한·미 동맹의 중요성’에 인식을 같이한 것은, 현재 한반도 상황을 바라보는 안팎의 불안 심리를 가라앉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출발이다.지금 우리에게 닥친 안보 및 경제 위기감의 바닥에 깔린 것은 다른 무엇보다 비틀리고 꼬여가는 듯한 한·미 동맹관계에 대한 우려와 불안이었다. 이런 점에서 노 대통령이 이라크 개전(開戰) 문제로 외교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시 대통령에게 이라크전(戰)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은 그 의미가 적지 않다. 국내에도 반전(反戰) 여론이 있지만
그저께 저녁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미국 대통령은 전화 통화를 갖고 한·미 양국 간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북핵문제의 평화적 타결을 모색한다는 기본 원칙을 재확인했다. 북핵문제를 둘러싼 경색 국면을 감안할 때 이는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아직도 상황 인식과 구체적 해법에 있어서는 입장 차이가 매우 큰 것으로 보인다.미국은 작년 10월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보유 발언을 ‘위기’로 판단하고 북한에 대한 중유 공급을 중단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하고 사용 후 연료봉을 재처리하기 일보 직전인 현
대북 비밀송금 특별검사제법 확정 논란은 이제 여야의 최후 협상만을 남겨놓고 있다. 지금까지 문제가 하나 둘이 아니지만, 이 과정에서 드러난 현 정치권의 리더십 부재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국민들은 딱히 특검 문제만이 아니라 안보 위기와 경제 불안 등 긴급한 현안이 줄을 서 있는 나라 상황을 생각할 때, 정치권의 리더십 부재는 이제 방치하기 힘든 위험 요인으로 느끼고 있고 걱정하고 있다.먼저 지적할 것은 여권의 리더십 부재다. 민주당은 무조건 특검을 거부하면서 아예 야당과 협상도 제대로 하지 않으려 했고, 막상 특검법이 통과되자 대
朴玟哉/변호사현대그룹의 대북송금사건 특별검사법(특검법) 실시를 놓고 노무현 대통령이 법률안 거부권 행사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은 특검법을 한 자(字)도 고칠 수 없다는 입장인 데 반해 민주당은 남북관계의 미래를 위해 특검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청와대는 거부권 행사 여부 시한인 14일 국무회의에서 결정을 내린다는 입장이다. 거부권이란 국회가 의결해 정부에 이송한 법률안에 대해 대통령이 이의를 가질 때 국회의 재의에 부칠 수 있는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이다. 대통령은
어제 열린 노무현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권한대행과의 여야 영수회담이 대북 비밀송금 특별검사제법에 대한 의견 접근을 보지 못한 채 끝났다. 이제 사태의 시한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 시한이 14일이어서 곧 무언가 일이 터질 것 같은 긴박감이 돌고 있다.지금 나라의 사정을 보면 여유가 없다. 안보와 경제가 동시에 휘청거리고 있다. 기업과 은행, 나라의 신용이 추락 일보 전이다. 그렇다고 특검을 되돌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여야는 ‘기본’으로 돌아가서 문제를 생각하기 바란다. 대통령의 거부
南成旭/고려대 교수·북한학 북핵(北核) 위기 속에서 북한 주민들의 식량부족 사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북한 주민들에게 봄철은 만물이 소생하는 희망의 시작이 아니라 배고픔이 본격화되는 춘궁기일 뿐이다. 지난해 평년작을 상회하는 410만t의 곡물을 생산했으나 수요량에는 여전히 140여만t 이상이 부족하다. 장기간에 걸친 국제사회의 대북 식량지원 피로감과 북핵 위기로 외부 지원량은 예년에 비해 턱없이 줄어들고 있다. 세계식량계획(WFP)은 올 겨울 국제사회의 대북 식량지원 축소로 북한주민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700만명에게 공급할
禹泰榮북한 핵 위기가 고조되는 요즘 한국을 방문한 외국기자들의 눈에 가장 의아하게 보이는 것 중의 하나가 한국의 평온함이다. 한국에 머무는 외교관들 중 상당수는 북한 핵 위기가 계속될 경우 미국이 북한을 폭격할 가능성이 크다고 믿고 있다. 최근 만난 한 일본 외교관은 미군이 철수하면 자국민들의 철수를 시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국이 북한을 폭격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논의되고, 전쟁이 시작되면 며칠 만에 한국인 수백만명이 죽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보도가 나오며 외교관들은 암암리에 철수 대책을 세우는데도, 한국사람들은
金明燮/한신대 교수·국제정치노무현 대통령은 취임식 연설에서 무려 열여덟 번이나 ‘동북아시아’를 언급했다. 사실 휴전선에 가로막혀 ‘반도(半島)’라기보다는 차라리 섬에 가까왔던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공간 개념은 절실하다. 이 점에서 동북아론은 시원하게 펼쳐진 미래로의 초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동북아를 우리 민족의 명운을 거는 공간으로 삼기에는 몇 가지 점에서 조심스럽다. 첫째, 중국이 없다. 중국이 동북아의 일원이 아니라, 오히려 동북아가 중국의 일부라고 보는 중국인들의 생각은 뿌리가 깊다. 티베트나 신장을 아우르려
대북 비밀 송금의 진상이 밝혀지면 북한 정권이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되는 그 무슨 말 못할 사정이라도 있는 것인가. 특검제를 무산시키기 위해 집요하게 대남 위협을 되풀이해온 북한이 이번에는 야당의 대북 지원 밀약 주장까지 들고 나왔다. 밀약설의 사실 여부는 두고 봐야겠지만 북한의 의도가 남한 내부의 정쟁(政爭)을 유도하면서 특검제에 물타기를 시도하려는 것임은 쉽게 짐작이 간다. 그러나 북한 정권이 특검제를 막기 위해 남쪽을 향해 내정간섭적인 협박을 하면 할수록 국민적 의혹과 궁금증, 그리고 특검제의 당위성도 더불어 커질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 경제는 총체적 위기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연일 급등하면서 기업과 개인들이 ‘달러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경제의 문외한들까지 5년여 전 외환위기의 악몽(惡夢)을 떠올리기 시작하고 있다. 여기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 주가폭락 사태와 무역수지 적자 전환, 외국인들의 대한(對韓)투자 기피, 노사분규 악화 가능성을 비롯해 무엇 하나 희망적인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기업인은 기업인끼리, 서민들은 서민들끼리 모였다 하면 “IMF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특히 주목해야 할 사실은 세계
/헨리 키신저트리뷴 미디어 서비스 인터내셔널이라크와의 전쟁 준비에 바쁜 미국은 지금 한반도에서 더 심각하고 점증하는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요원들을 추방한 뒤 영변의 핵 시설을 재가동하면서 양자협상을 미국에 요구하고 있다. 북한은 핵활동 동결의 대가로 불가침조약 외에 대미(對美) 협상 과정에서 더 많은 것을 얻으려 할 것이다. 불가침조약 제안은 겉만 봐도 속임수다. 미국과의 모든 기존 합의를 저버리고, 1983년 미얀마 양곤에서 한국 각료의 절반을 폭탄으로
대북 정책과 한·미관계에 관한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은 너무 돌출적인 데다 때론 그 진의가 무엇인지를 알기 힘들 뿐 아니라 내외의 혼란을 자초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어 걱정스럽다. 2주 전 취임사에서 “한·미 동맹을 소중히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던 노 대통령이 엊그제 민주당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는 대북 정책에선 미국과 의견이 다름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이것만 놓고 본다면 노 대통령은 취임 후 2주 동안 북한과 한·미관계라는 가장 중요한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 서로 상충될 뿐만 아니라 정반대로 해석될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대북정책과 관련해 ‘미국과의 이견(異見)’을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있어 그 배경과 앞으로 어떻게 하려는 것인지에 관심이 모이지고 있다.노 대통령은 9일 민주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다음과 같은 요지로 말했다고 송경희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한국정부의 대북정책에는 98년 이래 변화가 없었다. 전 세계가 지지했었다. 특히 2001년 9·11 이후 북에 대한 미국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달라지니까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치게 됐다. 한·미의 입장에도 그런 상황에 한국정부가 빠져 버린 것이다. 공개적으로 전쟁에
지금 청와대는 작금의 경제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보고 있는 것 같다. 말로는 경제가 어렵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실제로 나타나는 정책이나 움직임은 그렇지가 못하다. 최근 청와대에서 법인세 인하문제를 놓고 경제원론책에나 나올 법한 형평성 논쟁을 벌인 것은 한가한 발상이다. 모든 경제정책은 양면을 갖고 있는 선택의 문제다. 문제는 어느 시기에 어떤 정책을 채택하느냐 하는 것이다. 법인세 인하여부는 지금 한국을 탈출하려는 외국인 투자가들을 유인하는 것이 가장 급한 일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면 될 일이다. 지금 한국경제는 비상(非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