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금에 한총련을 둘러싸고 정부 내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98년 대법원은 한총련에 대해 “북한을 찬양·고무하고 국가 변란을 선전·선동하는 것을 목적으로 결성된 조직”으로 규정하고 ‘이적단체’로 판결했다. 대법원의 판결은 이 사안에 대한 법의 최종적인 판단이다.그런데 대통령은 얼마 전 “한총련을 언제까지 이적단체로 간주해 수배할 것인지 답답하다”고 했고, 법무부장관은 “한총련의 변화를 지켜보고 수배 해제문제 등을 검찰과 협의하겠다”고 했다.법무부장관의 말이 나온 지 며칠 되지도 않아 경찰청장은 엊그제 국회
유엔인권위원회가 16일 채택한 북한인권 규탄 결의안은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에 대해 조금이라도 고민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내용이다. 지금 이순간에도 북한 땅에서 벌어지고 있을 고문과 공개처형, 정치적 이유에 따른 사형 등 인권 유린과 탄압 행위에 대해 마침내 국제사회가 입을 연 것이다.그러나 한국정부는 결의안 표결에 아예 불참함으로써, 이런 세계적 분노와 우려에 동참하길 거부했다. 정부는 지금 북한 인권문제를 거론해 북한을 자극하기보다는 대신 북한의 변화를 유도해 인권을 개선하는 장기적 관점에서 다룰 방침이라고 말
정부 당국자들의 복잡한 배경 설명에서 화려한 수사를 빼버리면 결국 줄거리는 대충 이렇게 정리된다. 먼저 북한이 미국에 “한국은 빼자”고 한다. 미국은 “그럴까…”라면서 한국에 “북한이 당신은 빠지라고 하니까 그러는 게 어때?”라고 묻는다. 한국은 내키지는 않지만 “원래 이 일은 당신 두 사람 일이니 일만 잘 된다면 뭐…”라면서 선선히 물러난다. 그러자 중국은 북한에 “우리는 끼어도 되겠지?”라고 물었고, 북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완벽한 ‘왕따’다. 아무리 무시하고 괴롭혀도 별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상대에게 가해지는 것이
우리 정부는 북한의 중요한 양대 이슈인 핵과 인권 문제에서 모두 발을 뺐다. 미국·북한·중국 3자가 참여하는 북한 핵 회담에는 북측의 반대로 밀렸고, 유엔 인권위가 통과시킨 북한 인권규탄결의안 표결에는 정부 스스로 빠졌다.정부는 작년 10월 북핵 문제가 불거진 이후 줄곧 북핵 문제의 ‘주도적 해결’을 공언해왔다. 미·북 간의 ‘중재역’도 자임해왔다. 노무현 대통령도 작년 12월 20일 당선 기자회견에서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우리가 주도적 역할을 하고, 한·미·일 간 공조협력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었다. 이랬던 정부
/白珍鉉·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북한 핵문제가 반년 만에 외교적 해결 쪽으로 일단 방향을 잡았다. 이라크 다음으로 한반도가 전쟁터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이 높던 터라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회담이 곧 열린다고 하니 다행이다. 회담이 열린다고 문제가 쉽게 해결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어쨌든 북한 핵을 둘러싼 무력충돌 가능성은 당분간 낮아졌다.그러나 핵문제의 직접 당사자인 한국이 1993~94년 1차 핵위기 때처럼 회담에서 배제된 사실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특히 노무현 정부는 10년 전 우리정부의 북핵 대응방식을 강력히 비판해 왔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가 한국을 배제한 채 미·북·중 3자 회담으로 출발하게 된 이유와 배경을 우리 국민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 전·현 정부가 그동안 이 문제를 다루면서 한국이 소외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수모를 참아가면서 북한의 비위를 맞춰온 듯 이야기해 온 결과가 북한의 반대로 대화에 끼지도 못하는 이런 참담한 결과를 초래하게 됐으니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 또다시 우리가 확인한 것은 아무리 정성을 기울여도 북한은 오직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남북관계를 다루고 있을 뿐이며, 남쪽의 일부 인사까지 박자를 맞췄던 이른
/金秉柱·서강대 교수언제부턴가 한국 정부의 나침반 바늘은 노동자·농민 등 기층민(基層民)의 이익 증진과 남북한 동포 의식을 지향해 맞추어져 왔다. 그러나 북한 주민 대다수의 안전·생존·번영에 관심을 두는 올바른 동포 의식이 실종돼 보인다.우선 정부는 ‘진정한’ 동포 의식이 결여돼 있다. 통일연구원의 ‘2003년 북한 인권 보고서’에 따르면 함남 요덕 등 10여곳에 설치된 정치범수용소에 20여만명이 갇혀 기아선상에서 노역을 강제당하고 있다. 매년 200여명이 공개 처형돼 공포의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수용소 밖 북한 주민들의 생활도
김기환(서울파이낸셜포럼 회장)필자는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사흘에 걸쳐 서울에서 개최된 미국·유럽·한국 유력 인사들의 삼자회의(Trilateral Commission)에 참석하였다. 이 회의에서 논의된 여러 내용 중 특히 우리나라 장래와 관련된 두 가지 논의를 소개하고, 그것이 우리나라에 갖는 의미를 검토하고자 한다. 그 중 하나는 최근 이라크 전쟁에서 선례가 된 미국에 의한 선제공격의 가능성이 이라크전쟁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 이유는 미국의 전쟁에 대한 인식이 9·11테러로 말미암아 근본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북한 인권문제만 나오면 바짝 움츠러드는 한국정부의 이해못할 태도는 이제 자칫 국제사회의 조소거리가 될지도 모르게 됐다. 사상 처음으로 유엔인권위에 상정된 북한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결의안 표결에 한국정부가 불참키로 한 결정에 대해 과연 어떤 나라가 이해와 공감을 표해줄지 의문이다. 유럽국가들이 제출한 이번 결의안이 채택될 경우 북한인권 문제에 중요한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결의안에 대한 한국정부의 태도는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북한인권 문제에 어떻게 접근해 나갈 것인지를 보여주는 시금석이 된다는 점에서 주목거리
“우리는 북한에서 좋은 진전을 이루고 있다”는 부시 미국 대통령의 엊그제 발언이 눈길을 끄는 것은, 작년 가을 북핵 위기가 다시 등장한 뒤 미국 대통령의 입에서 처음으로 ‘낙관적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라크 전쟁이 미국의 일방적 승리로 막을 내려가는 시점에서 부시 대통령이 북핵 문제를 언급하면서 “매우 희망적” “매우 좋은 뉴스”라는 표현을 썼다는 것만으로도 한반도에 드리워진 북핵 위기의 중압감을 상당부분 덜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이제는 이 같은 낙관적 전망이 현실화 될 수 있도록 외교가 제 몫을 해야 할 때다.
이적단체로 규정돼 많은 구성원들이 수배상태에 있는 한총련이 스스로 합법화 노력을 기울일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일단 주목할만한 방향 설정이다. 한총련의 강령과 규칙을 민주적으로 개정하겠다고 약속한 후보가 새 의장에 당선된 사실과 그가 당선 일성(一聲)으로 한총련의 ‘발전적 해체’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새로운 변화 조짐이라고 할 만하다.물론 이러한 움직임이 한총련의 한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일시적인 전술변화에 그칠지, 아니면 기존 노선이나 운동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강령과 규칙이 구
“북한 주민은 어느 나라 국민인가?”“헌법상 우리나라 국민으로 돼 있다.”“우리나라 국민의 인권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인권위원회 업무 보고에 북한 주민의 인권 상황에 대한 보고나 대책이 왜 한 줄도 나와 있지 않나?”“…. 유념하겠다.”“우리나라 인권과 북한의 인권 중 어디가 더 심각한가?”“숫자나 계량적인 것으로 나온 것이 없어서….” “엠네스티나 ‘아시아 워??같은 저명 인권단체가 80년대 이후 북한의 정치범 문제나 인권 문제를 계속 제기하고, 전 세계 언론들이 북한의 문제점을 보도하는데도 모른다는 것인가?”“단편적으로만 알고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엊그제 “만일 미국이 핵 문제의 해결을 위해 대(對)조선 정책을 대담하게 전환할 용의가 있다면 우리는 대화의 형식에 크게 구애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은, 그간 닫혀 있던 대화의 문을 여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다.물론 정말 북한이 자신들의 핵문제를 다루는 국제대화에 나올 것인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지금껏 북핵 문제가 ‘미·북 직접 대화’만을 고집하는 북한측 주장과, 다자(多者) 방식의 회담이라는 미국측 입장이 맞서 아예 대화의 마당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었던 만큼 “형식에
내달 11일로 확정된 노무현 대통령의 미국방문은 그 동안 혼선과 갈등양상을 보여온 한·미관계가 미래지향적으로 잘 추스려질 것인지, 아니면 상처가 덧날 것인지를 가름하는 결정적 분수령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노 대통령의 방미는 양국의 굳건한 동맹관계를 실질적으로 다지고 대내외에 과시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 이라크전쟁 이후 예상되는 국제정세와 북핵문제를 둘러싼 현재의 한반도 상황에서 한·미동맹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민족적 자존심’이나 ‘자주의식’ 같은 개념을 마치 ‘동맹관계’와 배치되는 것으로 인식하는 이분법적 사고는
김대중·理事기자바그다드의 중심 광장에서 이라크의 독재자 사담 후세인의 동상이 끌어 내려지던 날(9일) 아침, 뉴욕타임스에 미국에 거주하는 어느 중국 작가(作家)의 글이 실렸다. 다른 사람의 말을 인용한 것이지만 그 글은 이런 문구로 시작했다. 『톨스토이는 모든 민주주의가 다 다르다고 했겠지만 모든 전체주의 국가들은 다 똑같다. (그들 독재 국가에서는) 지도자가 곳곳에 자신의 동상을 세우고 100%의 지지를 얻는다. 그 나라에서의 삶은 살아 있는 지옥임에 틀림없다.』우리의 짧은 기억으로 본 「동상의 붕괴」는 그리 많지 않다. 베를린
차우셰스쿠 전(前) 루마니아 대통령은 수도 부쿠레슈티에 방 1000개가 넘는 궁을 지었다. 이 호화판 궁전은 샹들리에만 3500개가 넘고, 집무실과 연회장을 모두 대리석으로 꾸몄다. 벽과 천장, 화장실은 금 도금으로 치장했다. 저격수의 사거리(射距離)까지 계산해서 지었지만, 독재자 차우셰스쿠는 이곳에서 살아보지도 못하고 2인자로 불리던 아내 일리나와 함께 89년 처형당하고 말았다. 지금 이 호화판 대통령 궁의 일부는 이름난 관광 코스로 변신, 외화벌이에 기여하고 있다.▶투표로 선출한 대통령의 관저를 궁(宮ㆍpalace)이라고 부르는
지금대로라면 이라크 전쟁은 머지않은 장래에 미국의 일방적인 승리로 막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라크를 덮고 있는 포연(砲煙)이 걷히기 시작하면 세계의 눈과 귀는 한반도로 향할 것이다. 부시 미국 정부는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한 독재정권이라는 이유로 북한과 이라크를 ‘악의 축(軸)’으로 지목한 바 있고, 미국은 이라크 사태가 마무리되는 대로 북핵(北核) 해결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운명을 가르는 결단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먼저 북한은 이 순간부터 더 이상의 도발을 중지해야 한다. 북한은 작년 말
金周榮/소설가삽시간에 결판날 것 같았던 이라크전쟁은 예상을 뒤엎고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전쟁이 뿜어내는 분진이 사방으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지구촌 곳곳에서는 대규모 반전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반미·반전시위가 던진 역(逆)반사의 무게까지 전쟁의 치열성에 오히려 힘을 실어주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올곧지 못하다는 여론이 있는 이 전쟁이 지루하다 해서 흐지부지 끝날 것 같지 않겠다는 불안이 가슴속에 자리잡는다. 전쟁을 흐지부지 끝낼 때 미국과 영국은 그들이 가진 막대한 영향력을 급전직하로 상실당하는 치명타를 입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
북한이 지난 1일 서해에서 미사일을 발사했는지의 여부에 대한 국방부의 판단이 혼선을 빚은 사실은 우리의 대북 군사 정보력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더구나 이를 놓고 한·미·일 간에 “쏘았다” “아니다”며 서로 다른 이야기가 나온 것은 3국 간의 대북 정보공조에 틈이 생긴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았다. 정부는 3일 북한 미사일 발사를 부인하고 한·미간 정보교류도 잘 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번 일에 담긴 의미는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여부를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서는 첩보 위성이 촬영한 사진 정보 등이 필수
나종일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핵(北核) 문제의 해법 중 하나로 러시아와 남북한을 관통하는 가스관을 건설해 가스 일부를 북한에 제공한다는 구상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우선 말이 너무 가벼웠다. 나 보좌관은 “하나의 예로 이야기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으나, 국가 외교안보 분야를 총괄 조정하는 막중한 자리에 있는 사람으로서 이런 논란을 초래한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닐 수 없다.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한·미 외무장관 회담을 통해 ‘다자(多者) 간 대화’라는 총론적 원칙에 합의가 이루어졌을 뿐 구체적 접근법은 전혀 그려지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