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주 유엔 인권위원회의 북한 인권개선 촉구 결의안 표결에 불참해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작년에는 결의안 상정 자체를 막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다는 나종일 청와대 외교안보보좌관의 국회 증언에는 할 말을 잃게 된다. 국민세금으로 월급받는 우리 외교관들이 북한주민들의 인권개선을 위해 애쓰지는 못할망정 왜 거꾸로 국제사회의 그런 노력을 저지하려고 뛰어다녀야 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여기에다 몇 년 전 중국에서 구원을 요청하는 탈북자에게 “당신 세금 낸 적 있느냐. 왜 국가에 부담을 주려 하느냐”고 나무랐던 해외공관 직원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국가정보원장에 고영구씨를 굳이 임명하려는 것은 걱정스러운 일이다.북한은 우리 국민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상대이기도 하면서 어떻든 협상해야 하는 상대이기도 한 이중성을 갖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이 중 위협세력으로서의 북한을 관찰하고 대응하는 최전선에 있는 기관이다. 만약 고씨가 적십자사 총재와 같이 북한과 협상하고 돕는 기관의 장(長)으로 임명된다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간첩 석방을 외치고 반국가단체의 명예회복 운동을 벌였던 고씨가, 다른 기관도 아닌 대북 최일선에 있는
국회 정보위가 어제 다수의견으로 고영구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해 “국가의 최고정보기관인 국정원장으로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이에따라 노무현 대통령은 조만간 국회의 의견을 받아들여 새 국정원장 후보를 찾을 것인지 아니면 당초 계획대로 밀고 나갈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고영구씨의 국정원장 임명을 철회하는 게 순리이고 정도다. 비록 국회의 의견이 법적 구속력은 없다고는 하지만, 국정원장과 검찰총장 같은 권력기관의 장(長)에 대해 국회가 인사청문회를 실시키로 한 여야(與野) 합의의 정신을 생각해보면 그 답은 분명
/원재천(元在天)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 교수국제 인권 시민단체 팀원으로 유엔인권 위원회에 참석했던 필자는 유엔이 설립 이래 처음으로 북한 인권결의안을 통과시키는 현장을 직접 목격했다. 표결이 시작되기 전에 만난 유럽의 어느 인권 전문가는 이번 상정안이 통과되기 아주 어려울 거라고 예견했다. 유엔인권 위원회에서만 수십 년 활동한 그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보통 이런 경우에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국가들이 담합, 특정국가를 겨냥한 유엔인권위원회 결의안을 무조건 거부해 왔다는 것이다. 이들 지역 국가 대부분이 자신들도 어느 순간 유엔의 표적이
/崔秉默 정치부차장대우 bmchoi@chosun.com고영구(高泳耉) 국가정보원장 후보에 대한 국회 정보위의 인사청문회가 열린 다음날인 23일, 서울 노원구의 한 40대 지역구민이 전화를 걸어왔다. 국회 정보위원인 민주당 함승희 의원의 지역에 살고 있는 유권자다. 2000년 총선에서 함 후보를 지지했다는 그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함 의원은 고 후보를 상대로 “판사를 했던 후보자가 (간첩으로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김낙중의 (석방운동을) 지원해 온 행태를 보면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총수로서 사상성
최근 미국 국방부가 만들었다는 ‘중국과 힘을 합쳐 북한 김정일 정권을 교체하려는 외교적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내용의 비망록에서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미국 정부 내에 뚜렷한 하나의 흐름으로 굳어져 가고 있는 ‘김정일 정권을 그대로 두고서는 북핵을 포함한 한반도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이다.물론 부시 대통령이 수차례 밝혔듯이 북핵문제를 다루는 미국의 공식 입장은 ‘외교적·평화적 해결’이고, 오늘 중국 베이징(北京)에서는 미국·북한·중국이 참가하는 3자회담이 열려 북핵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향한 첫 걸음을 내딛는다. 그러나 북핵
고영구 국정원장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반국가단체 규정에서 ‘정부 참칭’ 부분을 빼야 한다”면서 국가보안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은 우선 그의 신분에 비추어 적절치 못하다고 본다.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국정원의 기본임무는 북한의 다양한 대남 침투로부터 국가안전을 지켜내는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고, 이런 임무를 법적으로 뒷받침해 주는 것이 국가보안법이다. 현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국정원 개혁도 정치사찰과 같은 국내활동을 겨냥한 것이지, 북한에 대한 대비태세를 약화시키려는 의도는 아닐 것이다. 국정원을 책임질 사람이라면
/남성욱고려대 교수·북한학최근 북한 경제가 북핵 위기 속에서 변화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7월 1일 경제관리 개선 조치를 발표한 후 북한 당국은 지난 50년대 발행 경험이 있는 인민경제공채를 오는 5월 1일부터 발행키로 했다. 또 사경제의 현장인 농민시장(Farmers's Market)의 명칭에서 농민이란 부분을 삭제, 시장의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자본주의적 냄새가 물씬 풍기는 조치들을 계속 발표하고 있다. 북핵 위기 와중에서 시장경제 지향적 정책들이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으나 기존의 국가 계획경제에 주는 영향과 충격은 단순하
/楊相勳·논설위원우리는 우리의 운명을 남의 선의(善意)에 맡기고 살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 너무 익숙해지고 있다. 북한 핵 과학자의 망명설을 지켜보면서 우리가 우리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면서 사는 나라인가에 대한 회의를 떨칠 수 없다.북한 핵의 최대 피해자는 미국도 일본도 아니고 우리 국민들이다. 북한 핵 정보에 가장 목말라 해야 할 나라는 미국도 일본도 아니고 남한이어야 마땅하다. 만약 북한 핵 과학자가 망명했다면 그 뒤엔 남한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것이 당연한 일이 돼야 할 것이다.그러나 거의 언제나 우리가 아니라 미국이
22일 국가정보원장 인사 청문회에서 고영구(高泳耉) 후보자는 자신이 과거 인권변호사로서 취했던 ‘진보적 입장’과 앞으로 국정원장으로서 필요한 ‘체제 수호적 입장’을 조화시키느라 진땀을 흘려야 했다. 그는 특히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 의원이 “김낙중은 전형적인 고정간첩인데, 간첩 석방운동을 벌였던 분이 앞으로 어떻게 부하직원들에게 간첩을 잡으라고 할 것인?굡箚?물었을 때 몹시 곤혹스러워했다. 결국 고 후보자는 “과거 인권 변호사로서 가졌던 시각이 있었지만, 국가 안보를 최우선 가치로 생각해야 할 국정원장으로서는 실정법 질서를 좀더
/빅터 차(Victor Cha)미국 조지타운대 교수·국제정치학2월 말부터 3월 초 사이 북한은 일본 쪽을 향해 2기(基)의 지대함 미사일을 발사했다. 일본은 이에 대해 첫 번째 경우 사거리 90㎞는 미사일 발사 유예 약속을 위반하지 않은 것이고, 두 번째 실험 때는 북으로부터 사전 통보를 받았다며 그 의미를 축소하려고 애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협은 명백해졌다. 특히 두 번째 미사일 실험 때 일본 주가지수는 83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는 지난달 24일 일본은 위협에 맞서 재무장해야 한다며,
남태평양의 작은 섬 나우루는 바티칸을 빼고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다. 가로 세로 10리 남짓인 21㎢의 타원형 국토에 인구는 1만2000여명. 국회의원이래야 18명이고 장관은 4~5명이다. 군대는 아예 없다. 초등 교육기관 몇 개에 교사 20여명이 고작이다. 고등교육을 받으려면 호주 등지로 나가야 한다. 그래도 비료 원료로 쓰이는 인광석을 팔아 한때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는 세계 최고의 부자나라였지만 지금은 인광석이 고갈돼 경제가 파산지경이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이 조그만 나라가 100만달러를 받기로 하고 북한의 핵
許萬鎬 (경북대학교)유엔인권위원회에서 북한 인권개선 촉구 결의안이 채택되도록 로비를 하기 위해 북한인권시민연합 이사인 필자는 국제캠페인 간사 이혜영씨와 함께 4월 5일 제네바로 갔다. 일행이 제네바에 도착했을 때 중국이 결의안에 대해 무의결 절차 동의(No-Action Procedural Motion)를 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다행히 중국은 이 동의(動議)를 하지 않았다.우리의 또 다른 임무는 결의안 내용을 실천성이 있도록 좀더 구체화하는 일이었다. 이는 외국 NGO(비정부 단체)들의 도움을 받았다. 특히 결의안 제5조에서
崔源錫 논설위원한총련 합법화 문제를 놓고 한 달 넘게 여러 말이 오가고 있다. 논의의 출발은 노무현 대통령의 말이었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언제까지 한총련 학생들을 수배할 것인지 답답하다”고 했다. 이어 한총련 신임의장이 한총련의 발전적 해체를 얘기하면서 법무부의 합법화 긍정검토 방침에 가속도가 붙었다. 강금실 법무장관은 장기 수배생활을 하는 한총련 학생과 그 가족의 고통을 고려할 만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수배자 한 명당 1.7개의 질병을 갖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고, ‘세상이 바뀌었는데…’라는 말도 있다. 자, 사정이 이렇
빅터 차 조지타운대학 교수2월 말부터 3월 초 사이 북한은 일본 쪽을 향해 2기(基)의 지대함 미사일을 발사했다. 일본은 이에 대해 첫 번째 경우 사거리 90㎞는 미사일 발사 유예 약속을 위반하지 않은 것이고, 두 번째 실험 때는 북으로부터 사전 통보를 받았다며 그 의미를 축소하려고 애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협은 명백해졌다. 특히 두 번째 미사일 실험 때 일본 주가지수는 83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는 지난달 24일 일본은 위협에 맞서 재무장해야 한다며, 일부 일본인들 속에 숨겨져 있는 정
한국전쟁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던 1953년 1월, 미국의 신임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방한(訪韓)을 앞두고 미 8군 사령부가 신생기업이었던 현대건설측에 부산 유엔군 묘지 단장을 맡긴 일이 있다. 대통령이 참배할 예정인 묘역에 파란 잔디를 입혀달라는 조건이었다. 터무니없는 주문이었지만 정주영씨는 실제 공사비의 세 배를 받기로 하고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고는 낙동강 모래밭으로 달려가 파란 싹이 돋아난 보리를 옮겨심어 미군들을 탄복케했다. 쌀가게로 출발했던 현대그룹이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된 것은 이런 군부대 공사 수주 덕분이었다.
북한이 폐연료봉 재처리작업을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북핵사태 전반을 걷잡을 수 없는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는 폭탄선언이다. 핵무기급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폐연료봉 재처리는 사실상 핵무기 제조가 시작됐음을 뜻하는 것이고, 한·미 양국은 이를 북한이 ‘넘어서는 안 될 선(red line)’으로 규정해 놓고 있다. 당사자가 이런데도 한국 정부가 “북한이 실제로 재처리를 시작한 증거는 없다”며 북측 발표를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처사다. 북한의 주장을 단순히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벼랑 끝
李侖相/ 굿네이버스 사업운영본부장그동안 대북 지원 사업을 위해 필자는 20여 차례 이상 북한을 방문했다. 며칠 후 다시 북한에 갈 준비를 하면서 어느 때보다 민족에 대한 복잡한 생각이 스치는 이유는 요즘 세계의 시선이 북한에 쏠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을 방문하면서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은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나 민족화해협의회 일꾼들만이 아니다. 북한의 많은 어린이들과 주민들도 만나게 된다. 우리 단체가 지원하고 있는 젖소목장(국영목장 3개, 협동농장 1개)과 닭목장(평양지역 2개, 사리원지역 1개)을 방문할 때면 북한의 농업
로버트 아인혼/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선임고문(전 국무부 비확산담당 차관보)북한 외무성의 11일자 성명을 어떻게 해석하든 간?こ錚璨?영문 번역을 따르든, 덜 놀라운 한글판을 따르든―그것이 갖는 의미는 긍정적인 것이 아니다.가장 호의적으로 해석한다면 북한은 아직 실제로 폐핵연료 재처리를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언제든지 재처리에 착수할 수 있다고 말함으로써 협상력을 강화시키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이번 성명은 벼랑끝 타기 전술에 집착하고 있는 정권과 협상이 대단히 힘들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더욱 걱정스러운 쪽으로 해석한다면 북한은 협상력을
/김대중·理事기자이라크 전쟁이 사실상 끝난 지금에도 세계는 여전히 분열돼 미국 등은 승리감에 도취해 있고 반전(反戰) 세력들은 연일 전쟁 희생자의 비참상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전쟁을 막을 수 있었던 지혜와 교훈에는 눈길을 돌리지 않고 있다. 이제 와서 하는 얘기라고 하겠지만, 전쟁은 분명 막을 수 있었다. 프랑스·독일 등이 유엔을 통해 시간을 끌려고 하지 않고 사담 후세인 제거에 동조했더라면 후세인은 손을 들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고 후세인이 퇴진했다면 사태는 전쟁까지 가지 않았을 것이다. 설혹 전쟁 언저리의 상황까지 갔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