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楊相勳·논설위원우리는 우리의 운명을 남의 선의(善意)에 맡기고 살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 너무 익숙해지고 있다. 북한 핵 과학자의 망명설을 지켜보면서 우리가 우리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면서 사는 나라인가에 대한 회의를 떨칠 수 없다.북한 핵의 최대 피해자는 미국도 일본도 아니고 우리 국민들이다. 북한 핵 정보에 가장 목말라 해야 할 나라는 미국도 일본도 아니고 남한이어야 마땅하다. 만약 북한 핵 과학자가 망명했다면 그 뒤엔 남한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것이 당연한 일이 돼야 할 것이다.그러나 거의 언제나 우리가 아니라 미국이
22일 국가정보원장 인사 청문회에서 고영구(高泳耉) 후보자는 자신이 과거 인권변호사로서 취했던 ‘진보적 입장’과 앞으로 국정원장으로서 필요한 ‘체제 수호적 입장’을 조화시키느라 진땀을 흘려야 했다. 그는 특히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 의원이 “김낙중은 전형적인 고정간첩인데, 간첩 석방운동을 벌였던 분이 앞으로 어떻게 부하직원들에게 간첩을 잡으라고 할 것인?굡箚?물었을 때 몹시 곤혹스러워했다. 결국 고 후보자는 “과거 인권 변호사로서 가졌던 시각이 있었지만, 국가 안보를 최우선 가치로 생각해야 할 국정원장으로서는 실정법 질서를 좀더
/빅터 차(Victor Cha)미국 조지타운대 교수·국제정치학2월 말부터 3월 초 사이 북한은 일본 쪽을 향해 2기(基)의 지대함 미사일을 발사했다. 일본은 이에 대해 첫 번째 경우 사거리 90㎞는 미사일 발사 유예 약속을 위반하지 않은 것이고, 두 번째 실험 때는 북으로부터 사전 통보를 받았다며 그 의미를 축소하려고 애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협은 명백해졌다. 특히 두 번째 미사일 실험 때 일본 주가지수는 83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는 지난달 24일 일본은 위협에 맞서 재무장해야 한다며,
남태평양의 작은 섬 나우루는 바티칸을 빼고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다. 가로 세로 10리 남짓인 21㎢의 타원형 국토에 인구는 1만2000여명. 국회의원이래야 18명이고 장관은 4~5명이다. 군대는 아예 없다. 초등 교육기관 몇 개에 교사 20여명이 고작이다. 고등교육을 받으려면 호주 등지로 나가야 한다. 그래도 비료 원료로 쓰이는 인광석을 팔아 한때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는 세계 최고의 부자나라였지만 지금은 인광석이 고갈돼 경제가 파산지경이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이 조그만 나라가 100만달러를 받기로 하고 북한의 핵
許萬鎬 (경북대학교)유엔인권위원회에서 북한 인권개선 촉구 결의안이 채택되도록 로비를 하기 위해 북한인권시민연합 이사인 필자는 국제캠페인 간사 이혜영씨와 함께 4월 5일 제네바로 갔다. 일행이 제네바에 도착했을 때 중국이 결의안에 대해 무의결 절차 동의(No-Action Procedural Motion)를 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다행히 중국은 이 동의(動議)를 하지 않았다.우리의 또 다른 임무는 결의안 내용을 실천성이 있도록 좀더 구체화하는 일이었다. 이는 외국 NGO(비정부 단체)들의 도움을 받았다. 특히 결의안 제5조에서
崔源錫 논설위원한총련 합법화 문제를 놓고 한 달 넘게 여러 말이 오가고 있다. 논의의 출발은 노무현 대통령의 말이었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언제까지 한총련 학생들을 수배할 것인지 답답하다”고 했다. 이어 한총련 신임의장이 한총련의 발전적 해체를 얘기하면서 법무부의 합법화 긍정검토 방침에 가속도가 붙었다. 강금실 법무장관은 장기 수배생활을 하는 한총련 학생과 그 가족의 고통을 고려할 만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수배자 한 명당 1.7개의 질병을 갖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고, ‘세상이 바뀌었는데…’라는 말도 있다. 자, 사정이 이렇
빅터 차 조지타운대학 교수2월 말부터 3월 초 사이 북한은 일본 쪽을 향해 2기(基)의 지대함 미사일을 발사했다. 일본은 이에 대해 첫 번째 경우 사거리 90㎞는 미사일 발사 유예 약속을 위반하지 않은 것이고, 두 번째 실험 때는 북으로부터 사전 통보를 받았다며 그 의미를 축소하려고 애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협은 명백해졌다. 특히 두 번째 미사일 실험 때 일본 주가지수는 83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는 지난달 24일 일본은 위협에 맞서 재무장해야 한다며, 일부 일본인들 속에 숨겨져 있는 정
한국전쟁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던 1953년 1월, 미국의 신임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방한(訪韓)을 앞두고 미 8군 사령부가 신생기업이었던 현대건설측에 부산 유엔군 묘지 단장을 맡긴 일이 있다. 대통령이 참배할 예정인 묘역에 파란 잔디를 입혀달라는 조건이었다. 터무니없는 주문이었지만 정주영씨는 실제 공사비의 세 배를 받기로 하고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고는 낙동강 모래밭으로 달려가 파란 싹이 돋아난 보리를 옮겨심어 미군들을 탄복케했다. 쌀가게로 출발했던 현대그룹이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된 것은 이런 군부대 공사 수주 덕분이었다.
북한이 폐연료봉 재처리작업을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북핵사태 전반을 걷잡을 수 없는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는 폭탄선언이다. 핵무기급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폐연료봉 재처리는 사실상 핵무기 제조가 시작됐음을 뜻하는 것이고, 한·미 양국은 이를 북한이 ‘넘어서는 안 될 선(red line)’으로 규정해 놓고 있다. 당사자가 이런데도 한국 정부가 “북한이 실제로 재처리를 시작한 증거는 없다”며 북측 발표를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처사다. 북한의 주장을 단순히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벼랑 끝
李侖相/ 굿네이버스 사업운영본부장그동안 대북 지원 사업을 위해 필자는 20여 차례 이상 북한을 방문했다. 며칠 후 다시 북한에 갈 준비를 하면서 어느 때보다 민족에 대한 복잡한 생각이 스치는 이유는 요즘 세계의 시선이 북한에 쏠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을 방문하면서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은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나 민족화해협의회 일꾼들만이 아니다. 북한의 많은 어린이들과 주민들도 만나게 된다. 우리 단체가 지원하고 있는 젖소목장(국영목장 3개, 협동농장 1개)과 닭목장(평양지역 2개, 사리원지역 1개)을 방문할 때면 북한의 농업
로버트 아인혼/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선임고문(전 국무부 비확산담당 차관보)북한 외무성의 11일자 성명을 어떻게 해석하든 간?こ錚璨?영문 번역을 따르든, 덜 놀라운 한글판을 따르든―그것이 갖는 의미는 긍정적인 것이 아니다.가장 호의적으로 해석한다면 북한은 아직 실제로 폐핵연료 재처리를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언제든지 재처리에 착수할 수 있다고 말함으로써 협상력을 강화시키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이번 성명은 벼랑끝 타기 전술에 집착하고 있는 정권과 협상이 대단히 힘들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더욱 걱정스러운 쪽으로 해석한다면 북한은 협상력을
/김대중·理事기자이라크 전쟁이 사실상 끝난 지금에도 세계는 여전히 분열돼 미국 등은 승리감에 도취해 있고 반전(反戰) 세력들은 연일 전쟁 희생자의 비참상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전쟁을 막을 수 있었던 지혜와 교훈에는 눈길을 돌리지 않고 있다. 이제 와서 하는 얘기라고 하겠지만, 전쟁은 분명 막을 수 있었다. 프랑스·독일 등이 유엔을 통해 시간을 끌려고 하지 않고 사담 후세인 제거에 동조했더라면 후세인은 손을 들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고 후세인이 퇴진했다면 사태는 전쟁까지 가지 않았을 것이다. 설혹 전쟁 언저리의 상황까지 갔더라
작금에 한총련을 둘러싸고 정부 내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98년 대법원은 한총련에 대해 “북한을 찬양·고무하고 국가 변란을 선전·선동하는 것을 목적으로 결성된 조직”으로 규정하고 ‘이적단체’로 판결했다. 대법원의 판결은 이 사안에 대한 법의 최종적인 판단이다.그런데 대통령은 얼마 전 “한총련을 언제까지 이적단체로 간주해 수배할 것인지 답답하다”고 했고, 법무부장관은 “한총련의 변화를 지켜보고 수배 해제문제 등을 검찰과 협의하겠다”고 했다.법무부장관의 말이 나온 지 며칠 되지도 않아 경찰청장은 엊그제 국회
유엔인권위원회가 16일 채택한 북한인권 규탄 결의안은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에 대해 조금이라도 고민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내용이다. 지금 이순간에도 북한 땅에서 벌어지고 있을 고문과 공개처형, 정치적 이유에 따른 사형 등 인권 유린과 탄압 행위에 대해 마침내 국제사회가 입을 연 것이다.그러나 한국정부는 결의안 표결에 아예 불참함으로써, 이런 세계적 분노와 우려에 동참하길 거부했다. 정부는 지금 북한 인권문제를 거론해 북한을 자극하기보다는 대신 북한의 변화를 유도해 인권을 개선하는 장기적 관점에서 다룰 방침이라고 말
정부 당국자들의 복잡한 배경 설명에서 화려한 수사를 빼버리면 결국 줄거리는 대충 이렇게 정리된다. 먼저 북한이 미국에 “한국은 빼자”고 한다. 미국은 “그럴까…”라면서 한국에 “북한이 당신은 빠지라고 하니까 그러는 게 어때?”라고 묻는다. 한국은 내키지는 않지만 “원래 이 일은 당신 두 사람 일이니 일만 잘 된다면 뭐…”라면서 선선히 물러난다. 그러자 중국은 북한에 “우리는 끼어도 되겠지?”라고 물었고, 북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완벽한 ‘왕따’다. 아무리 무시하고 괴롭혀도 별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상대에게 가해지는 것이
우리 정부는 북한의 중요한 양대 이슈인 핵과 인권 문제에서 모두 발을 뺐다. 미국·북한·중국 3자가 참여하는 북한 핵 회담에는 북측의 반대로 밀렸고, 유엔 인권위가 통과시킨 북한 인권규탄결의안 표결에는 정부 스스로 빠졌다.정부는 작년 10월 북핵 문제가 불거진 이후 줄곧 북핵 문제의 ‘주도적 해결’을 공언해왔다. 미·북 간의 ‘중재역’도 자임해왔다. 노무현 대통령도 작년 12월 20일 당선 기자회견에서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우리가 주도적 역할을 하고, 한·미·일 간 공조협력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었다. 이랬던 정부
/白珍鉉·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북한 핵문제가 반년 만에 외교적 해결 쪽으로 일단 방향을 잡았다. 이라크 다음으로 한반도가 전쟁터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이 높던 터라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회담이 곧 열린다고 하니 다행이다. 회담이 열린다고 문제가 쉽게 해결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어쨌든 북한 핵을 둘러싼 무력충돌 가능성은 당분간 낮아졌다.그러나 핵문제의 직접 당사자인 한국이 1993~94년 1차 핵위기 때처럼 회담에서 배제된 사실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특히 노무현 정부는 10년 전 우리정부의 북핵 대응방식을 강력히 비판해 왔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가 한국을 배제한 채 미·북·중 3자 회담으로 출발하게 된 이유와 배경을 우리 국민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 전·현 정부가 그동안 이 문제를 다루면서 한국이 소외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수모를 참아가면서 북한의 비위를 맞춰온 듯 이야기해 온 결과가 북한의 반대로 대화에 끼지도 못하는 이런 참담한 결과를 초래하게 됐으니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 또다시 우리가 확인한 것은 아무리 정성을 기울여도 북한은 오직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남북관계를 다루고 있을 뿐이며, 남쪽의 일부 인사까지 박자를 맞췄던 이른
/金秉柱·서강대 교수언제부턴가 한국 정부의 나침반 바늘은 노동자·농민 등 기층민(基層民)의 이익 증진과 남북한 동포 의식을 지향해 맞추어져 왔다. 그러나 북한 주민 대다수의 안전·생존·번영에 관심을 두는 올바른 동포 의식이 실종돼 보인다.우선 정부는 ‘진정한’ 동포 의식이 결여돼 있다. 통일연구원의 ‘2003년 북한 인권 보고서’에 따르면 함남 요덕 등 10여곳에 설치된 정치범수용소에 20여만명이 갇혀 기아선상에서 노역을 강제당하고 있다. 매년 200여명이 공개 처형돼 공포의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수용소 밖 북한 주민들의 생활도
김기환(서울파이낸셜포럼 회장)필자는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사흘에 걸쳐 서울에서 개최된 미국·유럽·한국 유력 인사들의 삼자회의(Trilateral Commission)에 참석하였다. 이 회의에서 논의된 여러 내용 중 특히 우리나라 장래와 관련된 두 가지 논의를 소개하고, 그것이 우리나라에 갖는 의미를 검토하고자 한다. 그 중 하나는 최근 이라크 전쟁에서 선례가 된 미국에 의한 선제공격의 가능성이 이라크전쟁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 이유는 미국의 전쟁에 대한 인식이 9·11테러로 말미암아 근본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