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내일 미국 방문길에 오른다. 다른 어느 때보다 이번 노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은, 그만큼 한·미 사이에 중요하고 급한 일이 많다는 뜻이다.노 대통령이 방미 중 다뤄야 할 이슈들은 하나같이 만만치 않다. 우선 북핵이라는 대형 안보위기에 대한 한·미 공동의 해법을 찾아야 하고, 노 대통령 취임 이후 심상치 않은 균열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한·미동맹을 다시 정상궤도에 올려놓는 것도 필요하다. 그리고 한국의 상황을 때론 불안한 눈으로, 때론 탐탁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는 미국 경제계를 설득해 다시 한번
朴淵徹/변호사검찰이 1997년 제5기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기소하고 대법원에서 확정한 이후 한총련 관련 입건자는 매년 900여명에 이르고 자연히 학생운동은 위축됐다. 또 한총련 관련자에 대한 지명수배가 장기화하고 집행 방법이 경직화되면서 어느덧 치명적인 인권문제로 등장하게 됐다.소위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에서도 우리의 대학생들이 그 연합단체에 가입해 임원으로 활동했다는 이유만으로 길게는 7년째 도피와 은둔의 생활을 해야 하는 일이 일어나야 하는가. 그들이 가족들과 생이별을 하면서 서로 만나지 못한채, 집안의 애경사에도 참석하지
姜孝祥/경제부장그리 대중화된 통상용어는 아니지만, 어느 한 나라의 투자자들이 상대국에 투자할 때 상대국 국민들과 똑같은 조건으로 투자하도록 보장하는 양자투자협정(BIT)이란 것이 있다. 이 BIT가 다음주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에서 의제로 논의되는 모양이다.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다. 현재 미국은 세계적으로 90여개 국가들과 BIT를 체결하고 있다. 놀라운 사실은 몽골도 올라있는 미국과의 BIT 리스트에 한국은 빠져 있다는 점이다. BIT에서 소외되면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BIT 체결국이 혜택을 받을 동안 한국은 다른 나라에
노무현 대통령의 첫 방미를 앞두고 있는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두 나라의 대북정책을 조율하면서 한국측의 주장에 대해 세 가지 문제점을 제시하고 있다. 이 의문점은 아마도 노·부시 회담 후 발표될 합동발표문의 내용과 표현을 둘러싸고 제기되는 것 같다. 그동안 노 대통령과 그의 팀들이 제시해 온 견해와 발언을 세밀히 검토해 온 부시팀으로서는 이번 노·부시 회담이 한·미 공조를 과시하는 계기가 되기보다 이견이 노출되는 자리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부시팀이 이해할 수 없다는 첫 번째 문제는 한국이 왜 굳이 미국이 대북문제에 군사력을 사용
문정인/연세대 교수·정치학노무현 대통령의 역사적 방미가 목전에 와 있다. 이번 노무현·부시 정상회담에 거는 국민적 관심과 기대는 2000년 남북 정상회담에 견줄 수 있을 만큼 매우 크다. 어떤 이는 이번 정상회담을 한국의 명운을 담보하는 사활적 이벤트라고 규정하고 있는가 하면, 골드만삭스라는 세계적인 투자회사는 대한국 투자 여부를 이번 정상회담의 결과를 보면서 결정하라고 고객들에게 조언해 주고 있다.그만큼 이번 정상회담은 중차대하다.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한때 삐걱이던 한·미동맹의 재결속, 그리고 그에
金昌基/국제부장 changkim@chosun.com이라크전쟁이 끝나고 세계의 시선은 한반도로 쏠려 있다. 하지만 북한 핵문제는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한·미 동맹관계는 유례없을 정도로 불안정한 상황이다. 그만큼 내주에 워싱턴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은 세계의 주목을 받을 것이고,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아마도 사상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회담이 될 것 같다.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 것인가. 그를 맞이할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과연 어떤 이야기를 꺼낼까.요즘 미국에서 부시 행정부의 대외 정책에 가장 큰 입김을 미
尹平重한신대 교수·철학한나라당이 극구 반대했을 뿐 아니라 국회 정보위가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낸 서동만 국정원 기조실장 임명을 둘러싼 논란은 우리 사회 공론장의 취약성과 천박함을 극명히 보여 준다.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인사청문회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더 바람직했다. 그러나 기조실장 임명이 청문회 심의 대상도 아니며, 대통령의 인사권에 속한다는 것도 맞는 이야기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서동만 실장 임명에 반대하는 쪽의 어법이다. 교수 시절 서동만 실장의 발언에서 심각한 이념적 문제점이 발견
일본에서 최근 북한의 위협을 빌미로 군사력을 강화하고 그 사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의 개헌 움직임이 추진력을 얻고 있는 것은 매우 경계해야 할 일이다. 일본 자민당 내의 보수적 단체인 헌법조사회가 일본의 군사력 보유를 명기하고 총리가 비상사태를 발동해 군대를 동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개헌 골격을 마련했다는 일본 마이니치 신문의 보도는 일본 내에서 개헌을 이미 기정사실화해 가는 여러 흐름 중의 하나를 보여준 사례일 뿐이다. 일본 국회는 2000년 초당적인 헌법조사회를 구성했고 2005년에 개헌 관련 보고서를 낼 예정이다.‘평화
레너드 스펙터/몬테레이 비확산연구소 워싱턴 소장, 전 미국 에너지부 군비통제·비확산 차관보후세인의 대량살상무기를 제거하기 위한 이라크 전쟁은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북한에도 적용될 수 있는 많은 교훈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지난달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북 3자회담에서 북한 대표는 미국의 켈리 차관보에게, 북한이 실제로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직설적으로 선언,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을 것이라는 미국의 가정(假定)을 더욱 확신시켰다. 북한은 또 폐(廢) 핵연료봉에서 추가로 핵무기 물질을 추출했다고 말함으로써 그들이 곧 5~6개의 핵폭탄을
한국의 북핵 3자회담 참여문제에 대한 노무현 정부의 입장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워싱턴을 방문중인 라종일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은 엊그제 “(북핵 해결의)실질적인 진전이 중요하지 여기에 (우리가) 참여하나 안하나, 우리가 얼마나 주도적인 역할을 하나, 이 점에 관해서는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엊그제 ‘청와대 브리핑’에서 한국의 3자회담 참여 문제에 대해 “무리하게 끼어들 수는 없다”고 말했다.그럼 지금까지 “한국의 참여를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던 윤영관 외교부장관의 말은 무엇인가? 윤 장관은 “과거처럼 우리가
현정부 들어 처음 열린 남북장관급회담의 합의문은 현재의 가파른 북핵(北核) 위기 상황에 비추어 볼 때 한가롭기 그지없다는 인상뿐이다. 회담대표들은 핵문제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북측에 전달했다고 하지만 회담의 결과물인 합의문에서는 그런 흔적을 찾을 수 없다.북한의 핵무기 보유 시인으로 위기가 한층 고조됐지만 이 문제에 대한 합의문 내용은 지난 1월 회담 때 것을 되풀이 한 것이나 별반 다름이 없다. 상황은 급박해졌는데 합의 내용이 그대로라면 엄밀히 말하면 이번 회담은 사실상 뒷걸음질이라고 보아야 한다. 더구나 베이징 3자회담에
함승희 민주당 의원이 지난 28일 당 의원총회에서 “국정원이 이념·사상적으로 다소 문제가 있는 사람들로 채워졌을 때 북한 핵이나 국가 안보에 관한 주요 정보를 우방들과 교환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지적한 것은, 지금의 우리 안보 현실에서 결코 소홀히 여길 수 없는 중요한 문제를 던지고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과거 이념적 성향 등이 문제가 돼 ‘부적절하다’는 판정을 내린 고영구 신임 국정원장 체제를 과연 미국정부가 ‘믿을만하다’고 볼 것이며, 또 고급 정보를 나눠가지려 할 것인가 하는 당연한 의문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입장을 바
金正源/세종대학교 석좌교수·국제정치학“북한 핵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이제 평양보다는 베이징이 결심을 해야 하는 순간이 왔습니다. 한국도 중국을 설득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최근 워싱턴에서 만난 제임스 릴리 전 주중·주한 미국대사는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북한 핵 사태의 향방을 그렇게 진단했다.지난 10여년 동안 미국은 북한 핵문제를 다루면서 중국의 긍정적 역할을 고대해왔다. 중국만큼 북한에 정?ㅁ본簾ㅀ姸╂岵막?영향력을 발휘하는 국가가 없다는 판단 아래 북한 핵, 미사일 위기가 터지면 주변국들은 중국이 북한을 설득해 줄 것을
/金龍喆·변호사한총련 의장과 수배학생 가족들이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만나 ‘한총련 합법화를 요청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보도를 보면 한총련 의장은 민정수석비서관에게 “한총련은 유연하고 개방적인 단체로 거듭나려고 하는 만큼 합법화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한다.그러나 한총련의 주장과는 달리 한총련은 전혀 변화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조직을 더 강화시키고 있다고 필자는 보고 있다. 한총련은 새시대를 맞아 새로운 학생운동을 전개하겠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이렇게 다짐하고 있다.“올해 자주민주통일을 완성시키자. 이를 위하여 ‘학우 중심·
金玄浩/논설위원노무현 대통령이 국회의 반대를 일축하고 서둘러 새 국정원장을 임명한 것은 북한의 핵보유 공언 사실이 알려진 지난 25일이었다. 두 가지 사안이 시간적으로 겹친 것이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노 대통령이 보인 반응은 판이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침묵, 국회에 대해서는 격앙이었다.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가졌고, 핵 실험을 해 보일 수도 있다”고 장담하고 나서자 세계 언론이 경악하고 한국의 주가가 폭락했지만 노 대통령의 언급은 찾아볼 수 없었다. 북한의 핵보유는 허용할 수 없다는 기존의 원칙론만, 그것도 정부당국자를 통해 나왔을
북한이 지난주 베이징 3자회담에서 북핵(北核)문제 해결을 위한 ‘새롭고 대범한 제안’을 내놓았다고 한다. 국내외 언론 보도와 정부측의 비공식 설명 등을 종합해 보면 북한은 핵 포기 대가로 체제 보장과 경제적 지원을 요구하면서 이를 위한 미·북 포괄협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북한의 이 같은 제안은 평화적·외교적인 북핵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변화다. 하지만 북한이 베이징회담에서 포괄협상을 제안하면서 동시에 ‘이미 핵을 보유하고 있다’고 시인한 대목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식 화전(和戰) 양면 전략을
어제 평양에서 시작된 남북 장관급회담은 노무현 정부가 앞으로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오는 29일까지 계속될 이 회담에 대한 국내외적인 관심이 다른 어느 때보다 높은 것은 지난주에 열린 베이징 3자회담에서 북한이 ‘이미 핵을 보유하고 있다’고 시인한 직후에 열리는 데다, 한국의 새정부 출범 후 처음 갖는 본격적인 남북회담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회담은 국제사회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북핵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인식과 시각, 이를 풀려는 의지와 방법 등을 전 세계
북한이 베이징(北京) 3자회담에서 보여준 ‘핵 위협’은 시대 착오적이고 위험천만한 도박이다. 지난 23일부터 사흘 동안 미국·북한·중국 3자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번 회담의 목표는 북핵(北核)문제의 평화적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북한은 거꾸로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필요할 경우 핵 실험과 핵물질 수출 같은 본격적인 핵활동을 행동으로 옮길 수도 있다’는 식의 위협을 늘어 놓았다고 한다.이번 회담을 통해 북핵문제의 외교적 해결에 대한 희망의 불씨가 계속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랐던 주위의 기
국정원장과 KBS 사장 후보자에 대한 검증과정에서 국회와 일반 여론의 비판적 지적을 ‘색깔론’ 시비로 몰고가는 일부의 시각은 이해할 수 없다. 국정원이나 KBS의 책임자를 결정하는 데는 그 직책의 성격상 이념적·정치적 성향이 중요한 잣대가 될 수밖에 없는데도 그것을 따져보는 것 자체를 ‘색깔 씌우기’니 ‘냉전적 사고’로 몰아붙이는 것이야말로 ‘역(逆)색깔 공세’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국정원장의 적임 여부를 가늠하는 데 어떻게 후보자의 과거 북한 관련 인식이나 활동을 살펴보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또 여론 형성에 지대한 영향력을
알렉산드르 만수로프/하와이 아시아태평양 안보연구센터 교수베이징에서 열린 미·중·북 3자회담은 실패로 끝났다. 북한은 핵무기를 갖고 있음을 공식 선언하면서, 미국의 행동에 따라 북한은 핵무기 실험을 할 수도 있고, 수출하거나 사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일치된 뜻과, 동맹인 중국의 일관된 설득과, 남한에 대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의) 법적 의무를 전적으로 무시한 채, 이제 핵 보유국 대열에 9번째로 합류했음을 선언한 셈이다.이제 공은 미국 쪽으로 넘어왔다. 미국이 택할 수 있는 길은 세 가지다. 첫째는 북한의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