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완씨의 전 운전기사 두 명이 1999년 하반기부터 2000년 상반기 사이에 정체 불명의 상자 수십개를 김씨 집으로 운반했고, 그 상자 안에는 현금이 들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를 보는 국민들은 의문을 넘어 울화가 치민다. 국가의 수사권이 모두 손을 놓고 있고, 언론만 나서서 취재 보도하는 이런 미스터리 연속극 같은 일이 언제까지 계속 돼야 하느냐는 것이다.그런데도 어제 민주당 대표가 현대측이 박지원씨에게 전달해 김영완씨가 돈세탁했다는 150억원에 대한 특검조차 거부했다니 민주당은 이 엄청난 의혹을 은폐하기 위해 노골적으로
북핵 해법을 둘러싼 한·미 간의 의견 차이가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재 한·미 양국의 이견(異見)이 확연하게 드러난 문제는 두 가지다. 북핵을 규탄하는 유엔 안보리 의장(議長) 성명을 채택하는 방안과, 대북 경수로 사업을 계속할 것인지 여부에 관한 것이다.한국 정부는 안보리 의장 성명은 북핵 다자(多者)회담에 별 성과가 없으면 그때 채택해도 늦지 않으며 경수로 사업도 계속되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미국은 북핵을 안보리에 빨리 상정하고 경수로 사업도 중단하는 등 대북 압박의 고삐를 더욱 바짝 죄겠다는 입장이다. 어느 방
남성욱/고려대 교수·북한학과북한이 작년 7월 1일 경제개혁을 추진한 지 1년이 됐다. ‘7·1 경제관리개선조???명명된 경제실험은 최근 ‘개선’이라는 소극적인 표현 대신 북한이 그간 기피하던 ‘개혁’이란 용어까지 구사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북한 당국은 7·1조치가 북한 사회주의의 기초를 구축한 ‘토지개혁’에 비유될 만큼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선전하였다. 이런 비유는 현실로 나타나면서 57년 동안 사회주의에서 살아온 주민들의 삶을 바닥부터 변화시키고 있다. 우선 주민들이 ‘돈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있다. 물가가 평균
과거 군부압제로부터 탄압받고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던 우리 정치 지도자들의 대미관(對美觀)에는 공통적인 것이 있었다. 미국 정부가 군부정치를 막지 않거나 후원해줬고 민주화 운동을 적극 응원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느 정치 지도자는 군부 독재를 종식시키기 위해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군의 존재가 군부독재의 연장을 뒷받침하고 선거부정을 묵인하기 때문에 민주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광주사태가 미국의 방관 또는 옹호 아래 벌어졌다고 주장하며 미국을 맹비난하는 사람도 많다.부시가 이라크를 침공할 때 내세운 대외
대북 비밀송금 사건에 대한 특검의 수사 결과는 그동안 제기됐던 각종 의혹들이 대부분 사실임을 확인해 주는 것이다.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엄청난 국민의 혈세를 북한정권에 몰래 갖다 바쳤으며, 그 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은행에 압력을 넣고 국정원은 송금을 도왔으며, 현대는 갖가지 허위장부를 만들었다는 것이 그 줄거리다.그중에서도 남북 정권이 정상회담을 갖기로 합의하면서 현금 1억달러를 주고받기로 약속하고, 더구나 청와대가 그 돈을 현대에 떠넘겼다는 특검 발표는 정상회담의 도덕성과 역사적 의미를 크게 퇴색시킬 수
지난 24일 지난해 서해교전 전사자들의 희생정신을 기리는 전적비 제막식이 열린 경기도 평택 2함대사령부 충무동산. 전사자 유가족과 참전 장병들이 오열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해군 장병 등 군 관계자들의 얼굴이 붉게 상기됐다. 흐르는 눈물을 훔치거나 애써 눈물을 보이지 않기 위해 자리를 피하는 장성, 장교들도 있었다.“북한이 다시 도발한다면 그냥 두지 않을 것입니다. 절대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한 장성은 비통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한 영관장교는 “지난 99년 연평해전과 서해교전, 최근의 북방한계선(NLL)
6·25전쟁 53주년을 맞는다. 아무리 처절한 역사일지라도 세월에 닳고 바람에 깎이면서 끝내는 망각의 저편으로 사라진다고 하지만 6·25 전쟁만은 결코 잊혀진 전쟁이 돼서는 안된다.지금 우리 사회는 북한의 핵 개발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서도 막연한 ‘평화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쟁을 막기 위한 단호한 조치를 거론하는 것 자체를 ‘민족 대결’이니 ‘냉전적 사고’라고 몰아붙이는 풍조까지 만연하고 있다. 정확한 상황 인식도 없이 무조건 평화만을 외친다고 해서 전쟁을 막을 수 있다면 53년 전의 전쟁도 애당초 일어나지 않았을
김정원/세종대 석좌교수·국제정치학 9·11 테러는 미국의 안보축을 서쪽에서 동쪽과 남쪽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공산주의 대 민주주의’라는 냉전의 틀에서 유럽을 중시했던 것과는 달리, ‘테러 대 반테러’라는 새로운 이정표에서는 아시아·오세아니아·중동 등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미국은 지난 2년 동안 대테러의 깃발 아래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을 치렀다. 이 과정에서 일본과 호주는 새로운 전략기지이자, 혈맹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우선 요즘 일본의 외교 안보정책에는 거침이 없다. 일본 정치권은 1977년 이후 26년 동
대북 송금 의혹 특별검사의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노무현 대통령이 거부한 것은 명분 없고 부당한 대통령 권한 행사의 선례로 기록될 것이다.특검이 수사기간 연장을 요청한 것은 수사가 미진했기 때문이란 것은 상식이다. 더구나 남북정상회담 준비자금이란 명목으로 박지원씨가 현대로부터 150억원을 받았다는 새로운 의혹까지 불거진 마당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더 이상 수사를 못하게 막은 것은 그 동기가 순수하지 않다고 볼 수밖에 없다.지금 민주당 구주류는 물론이고 ‘개혁적’이라는 신주류까지 특검 수사에 대한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의 반발로
어제 아침 신문에는 일반 독자들이 생전 처음 보는 희한한 사진 한 장이 실렸다. 지난 20일 노 대통령이 국정원을 방문하고 기념촬영한 이 사진에 등장한 뒷줄의 22명은 마치 복면이라도 쓴 것처럼 얼굴이 검은색 원으로 가려져 있었다. 사진 속의 얼굴 없는 인물들은 그 직책과 신원이 국가기밀로 분류되는 국정원의 실·국장급 간부들이다.그런데 한 인터넷 신문이 무려 39시간 동안이나 이들의 얼굴을 그대로 드러낸 사진을 인터넷에 올려 국정원 간부들의 정체가 모두 공개되는, 세계적으로도 유례 없는 일이 벌어졌다. 대통령이 국정원을 방문해 ‘개
金玄浩/논설위원 북한 통치자 김정일(金正日)의 일본 출신 전속 요리사가 폭로한 ‘경애하는 장군님’의 식탁은 주지육림(酒池肉林)이라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야자상어날개탕, 뱀장어 캐비어, 비둘기 간장찜, 염소고기 샤슬리크…. 웬만한 미식가들도 이름조차 듣지 못했을 진기한 요리들이 즐비하다. 게다가 창고에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술이 1만 병이 넘는다고 하니, 말 그대로 술이 못(池)을 이루고 고기가 숲(林)을 이루지 않는가.김정일의 먹고 마시는 행태에 관한 비슷한 내용의 증언은 한둘이 아니다. 2년 전에는 프랑스 출신의 요
全寅永/ 서울대 교수·국제정치학북한의 핵·미사일 보유 야심과 미국의 강경한 북핵 저지 정책으로 인해 한반도는 지구상의 위험한 화약고로 변모되고 있다. 최근 북한의 ‘핵 보유’ 발언과 미국의 휴전선 인근 미 제2사단 병력 후방 재배치 강조는 우리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악화된 북·미 관계는 햇볕정책을 계승한 노무현(盧武鉉) 정부의 입장과 평화번영 정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의 한반도 정세는 강력하고 효율적인 해결수단을 지니지 못한 남한의 입장을 어렵게 하는 동시에, 자주국방의 중요성을 환기시켜 주고 있다. 현재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대북 송금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거부한 23일 송두환(宋斗煥) 특별검사팀의 서울 대치동 사무실에서는 진한 아쉬움이 배어 나왔다.송 특별검사의 표정에서도 짐을 벗었다는 홀가분함은 잘 보이지 않았다. 점심식사를 위해 사무실을 나서는 길에 기자들과 잠시 마주친 그는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언급하기를 몹시 조심스러워했다. 그는 심경을 묻자 “대통령의 결정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면서 “정치적인 성격도 포함되어 있는 사건이기 때문에 그렇게 판단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박지원(朴智元)
엊그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11만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6·25 국민대회’는 오늘의 시국 상황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서울시청 앞에선 불과 얼마 전 ‘사망 여중생 추모 집회’가 열린 바 있다. 이처럼 ‘이념’이 거리에서 맞부딪치는 것은 결코 성숙한 사회의 모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우리 사회가 이처럼 이념적 이슈들이 거리에서 세(勢) 경쟁을 벌이게 된 데는 정부의 잘못이 크다.민주사회에서 생각의 차이는 거리의 집회가 아니라 투표에 의해 표출되고 정리되는 것이 정상이다. 그리고 새로 탄생한 정부는 이 차이를 국민통합이란
金琅基 대북 송금 사건의 특검 수사기간 연장 문제를 둘러싼 일련의 과정은 법치주의의 실종과 정치권력의 수사개입 과정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장면이다. 우선 노무현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송두환 특별검사를 초청해 수사기간 연장의 필요성에 대해 묻고 설명을 들은 것부터가 그렇다. 굳이 대통령이 특검을 불러 직접 만날 필요가 있었을까? 송 특검은 이미 지난 20일 연장이 필요한 사유를 적은 요청서를 청와대에 보냈다. 대통령은 그것을 읽고 연장 허가든 불허든 결정하면 된다. 특검법에도 대통령이 연장 여부 결정에 앞서 특검을 직접 만나 사
오공단중국 속담에 생선은 사흘 지나면 썩고, 손님은 사흘 지나면 반가운 방문객이 지겨운 불청객이 된다고 했다. 한국전쟁 이후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되었고, 냉전과 탈냉전의 반 세기가 지난 오늘까지 주한 미군의 존재는 어떤 때는 동맹의 손님으로, 어떤 때는 지겨운 외부인으로 존속해왔다. 동맹 50주년이 되는 2003년 미국 국방부는 제2사단을 한강 이남으로 이동시키고, 한국 주둔 미군 기지를 점진적으로 축소한다는 정책을 공식적으로 한국에 통보했다. 미군 철수를 외치던 시민들과 정부의 반응은 상상 외로 부정적이었다. 가장 인상 깊은
박지원(朴智元)씨에 대한 특검 수사에서 불거져 나온 「150억원」은 아직 그 성격과 용처에 관해 분명한 가닥이 잡히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도 청와대 관계자들 입에서 특검의 수사기한 연장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언급이 나오고 있는 것은 정상적인 판단이라고 보기 어렵다.양도성 예금증서로 전달됐다는 문제의 돈은 사채업자의 손을 빌려 밥집 주인들 이름까지 도용하는 세탁 과정을 거쳤고, 가운데 섰던 무기중개상은 해외로 달아나 버렸다. 분명히 줬다는데 그 돈을 왼손으로 받았다는 측은 그 사람과 그럴 사이가 아니라고 펄펄 뛰고 있다. 특검이
2000년 4월 현대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측근 박지원씨에게 150억원을 줬다는 이익치씨의 진술을 듣고 국민들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할 지경이다.박씨가 부인하고 있지만 특검이 청구한 박씨에 대한 구속영장에는 뇌물수수 혐의가 명시돼 있고 박씨가 먼저 돈을 요구했다는 내용까지 적시돼 있다고 한다. 어쨌든 150억원이 현대에서 나간 것은 사실이고 특검은 이 돈이 박씨에게로 갔다는 나름의 근거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특검의 판단이 옳다면 남북정상회담 뒤에서 온갖 돈판이 벌어졌다는 얘기가 된다. 뇌물액수도 150억원 이라니 단일 건수
方碩晧 (홍익대 법학과 교수)“오직 진실만이 과거를 편안히 쉬게 해줄 수 있다.”지난 94년 남아공 최초의 민주선거에서 당선된 만델라 대통령이 화합정치를 표방하면서 한 말이다. 그에게 노벨 평화상을 안겨준 화합은 원칙 없는 타협이나 무조건 과거를 용서하자는 것이 아니었다. 인종 탄압을 저질렀던 사람들은 진실을 고백하면 용서와 관용의 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진실과 화해법’이라는 특별법이 그들을 사면해 준다. 물론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법의 심판을 받게 된다. 스스로 진실을 고백하게 만드는 것은 그 어떤 형벌보
咸澤英우리 국방정책은 안팎으로 도전을 받고 있다. 북한 핵위기의 평화적 해결이 지연되는 가운데 무력사태의 가능성이 상존한다. 국내 여론은 보다 동등한 한미동맹을 요구하지만, 한편으로 주한미군 철수 이야기만 나오면 불안해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친미·반미를 떠나 자주국방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최근 주한미군을 대북 억지력에서 동북아지역 신속 대응군으로 전환하기 위한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한국의 상응하는 군비증강을 요구했다.국방부는 지난 11일 발표한 내년도 국방예산 요구안에서 현재 GDP(국내총생산)의 2.7~2.8%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