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각종 인도적 지원이 작년에는 재작년보다 무려 38%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북(對北) 지원은 1996년 이후 계속 증가해 왔으나, 핵 위기가 불거진 지난 2년간 연속 감소 추세로 돌아선 것이다. 유엔의 세계식량계획(WFP)을 비롯한 대북 지원 기관·단체들은 기회있을 때마다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해왔지만, 이젠 그 호소력도 날로 떨어지고 있다. 작년에 한국의 대북 지원은 정부와 민간 부문이 모두 재작년보다 늘었는데도, 1억달러 가까운 국제사회의 지원 감소분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결국 자기 백성들 굶겨가
董龍昇/삼성경제연구소 북한연구팀장 북한은 핵 문제로 인해 만성적인 식량 부족과 경제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북한 경제의 미래가 암울하다. 지금 북한은 경제문제 해결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2002년 7월 1일 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2003년 4월에는 종합시장을 도입하면서, ‘개혁’이란 용어도 사용하고 있다. 신의주를 비롯하여 개성과 금강산을 특구로 지정하고 대외 개방의 폭을 넓히고 있다. 그러나 이런 조치만으로는 경제문제가 해소되기 쉽지 않아 보인다.북한보다 먼저 개혁·개방을 경험한 베트남 인문사회과학원 세계경
/김대중 (理事기자)한국과 미국의 여러 상황을 종합하건대 이제부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미국’ 없이 가는 독자(獨自)의 길을 준비하고 훈련하는 것이다. 그것은 한국민의 의식이 그렇게 변하고 있고, 미국 역시 한국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단계에 들어갔다고 보기 때문이다.이런 상황은 이미 오래전에 잉태된 것이다. 한국은 건국 이후 지금까지 ‘미국’이란 편식(偏食)을 해왔다. 그것은 6·25전쟁을 거쳐 냉전시대에 살면서 심한 이데올로기 싸움 속에 근·현대를 보내야 했던 한국으로서는 불가피한, 또는 강요된 선택이었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하
한·미 양국은 용산 미군기지를 완전히 경기도 평택으로 옮기기로 합의했다. 머지않아 미2사단도 한강 이남으로 옮기게 돼 있다. 결국 얼마 안 있으면 한수(漢水) 이북엔 주한미군으로서는 업무연락관 50여명만 구(舊) 용산기지에 남는 꼴이 되고 말았다.우선 정부가 주한미군의 ‘한수 이남(以南)’ 시대에 대비해 전력과 장비 보완을 비롯한 안보 대책을 세워두고 있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이것은 ‘자주국방’이라는 구호만 복창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전력과 장비 보충에 드는 비용은 이전 경비 30억달러를 몇 배 초과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현인택/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일민국제관계연구원장시곗바늘이 갑자기 한 50년 전쯤으로 돌아간 듯싶다. 이제 막 식민시대를 벗어나 신국가 형성의 문제에 직면한 국가들에서나 있음직한 논쟁이 수출로 밥을 먹고살고 세계의 IT 강국이라고 자처하는 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벌써 졸업했음직한 ‘자주(自主)냐 동맹이냐’ 하는 논쟁이 대학가도 아니고 정부의 일각에서 벌어지고 있다니, 국민들은 그저 아연하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현 시점에서 한국 외교의 비전을 자주외교라고 규정한다면 그것은 퇴행적일 뿐더러, 심지어 시대착오적이기
한·미 양국은 용산의 유엔사령부와 한미연합사령부를 경기도 평택으로 이전하는 문제에 관해 16일 하와이(한국시각 17일)에서 결론을 내릴 것으로 전해져, 석연치 않은 상황에서 의외로 서둘러지고 있다는 우려를 자아낸다.문제의 핵심은 이들 두 사령부가 용산기지에 잔류할 경우 기존 80만평의 부지 가운데 미군측이 얼마를 계속 사용할 것이냐였다. 작년 10월 미국측은 28만평을 요청했고 우리측은 17만평을 제시했으나, 미국측은 11월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방한 이후 면적에 관계없이 완전 이전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노무현 대
우리나라 안보에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어디인지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북한(33%)보다 미국(39%)을 꼽은 국민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본보 12일자 29면) 특히 20대에서는 58%가 미국을 꼽은 반면 북한은 20%에 그쳤다. 이 조사 결과대로라면 이제 대한민국의 주적은 북한이 아니라 미국으로 바뀌어야 할 판이다.일반 국민들의 이런 어이없는 인식의 결과는 때론 엄청날 수도 있다. 외교와 국가안보는 전문적 영역에 속하지만 일반 국민의 상식적 인식이나 정서의 폭(幅) 안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국가가 우방을 선택하고
崔普植사회부차장대우“저는 돌아오는 1월 30일에 앨런우드 연방형무소 생활을 마감하고 지방감옥소로 이감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6개월 살면 저의 9년형을 다 마치게 됩니다. 이것이 조국을 사랑했던 결과이며 저와 저의 가족에게 너무나 큰 벌이었습니다….”미국 감옥에 수감 중인 로버트김(63·한국명 김채곤)이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냈다. 지난 97년 스파이혐의로 체포됐던 그가 마침내 내년 7월 27일 가석방된다. 그동안 그는 우리 정부에 ‘나는 조국이 버린 미운 오리새끼입니까’라는 탄원서도 내고, 공개질의서도 보냈다. 정권이 세 번 바뀔
레너드 스펙터/몬테레이 비확산연구소 워싱턴 사무소장리비아가 대량살상무기(WMD)와 사정 300㎞ 이상의 미사일 개발을 포기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시키려는 노력에 큰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리비아는 국가이익이―그리고 아마도 카다피 대통령 정부의 생존 자체도―국제 공동체와의 관계 정상화와 세계경제로의 통합에 달려 있다고 결론 내렸다.리비아의 WMD포기 결단에 결정적으로 중요했던 것은 미국과 영국도 믿을 만한 협상 상대이며, 합의를 이끌어내고 그것을 지킬 태세가 돼 있는 나라임을 카다피가 인식했다는 점이다
북한과의 연결지점인 경의선 도라산역에 남북출입사무소가 24일 문을 열었다. 육로를 통한 남북간 사람과 물자의 원활한 왕래를 위해 상설사무소가 세워진 것이다. 그만큼 남북 교류가 일상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이자 구체적인 진전이다. 남북출입사무소는 앞으로 경의선·동해선을 포함한 남북간 모든 철도와 도로를 이용한 출입 관련 업무를 총괄하게 된다. 당장은 경의선 연결공사에 필요한 각종 인적·물적 왕래를 관리하는 데 치중하겠지만 개성공단 개발사업과 금강산 육로관광 등이 본격화하면 명실공히 남북을 잇는 주관문으로 등장하게 될 것이다
프랑스의 유태계 장교 드레퓌스는 독일에 군사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1895년 유죄 판결을 받아 ‘악마의 섬’으로 유배됐다. 그리고 3년이 지난 후 그의 혐의를 뒤집을 만한 새로운 증거가 나왔지만 무죄를 입증하기에는 군부의 힘과 음모가 너무 막강했다. 이때 나선 사람이 유명 작가 에밀 졸라였다. 그가 ‘나는 고발한다’라는 제목으로 군부의 음모를 파헤치는 공개 편지를 신문에 실은 것은 군부가 자신을 명예 훼손으로 고발해 주기를 바랐기 때문이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 ▶졸라는 재판 과정을 드레퓌스에 행해진 군의 음모와 횡포를 고발하는 광장
李相薰용산기지의 유엔군사령부와 한미연합사령부 잔류면적 허용문제를 두고 정부와 미군측의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 두 사령부가 오산·평택으로 이전하게 되는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한국과 미국은 그동안 태평양의 거리를 뛰어넘는 ‘동맹’ 관계를 50년 이상 지속해온 혈맹이다. 이 50년간이 유사 이래 외침(外侵)이 없었던 반세기로 기록되고 있음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남북 대치의 특수상황 속에서도 수없이 잦았던 갈등을 이겨내고 우리가 정치적 발전과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한·미동
禹泰榮북한 중앙방송 강 기자께. 지난 9월 초 일주일간 스위스 정부가 마련해준 덕택에 저와 공동취재를 했었는데 그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북한도 요즘 이상기온이라 하는데 연만하신 강 선생께서는 감기에 특히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함께 취재했던 카메라기자 오 선생은 말씀하신 대로 첫 손자를 보셨는지요.강 선생께서 스위스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방송하겠다며 취재를 열심히 하셨는데 시청자들의 반응은 좋았는지 궁금합니다. 북한에서도 요즘에는 일의 결과를 평가해 급여를 차등지급하는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고 하셨지요. 중앙방송국도 언제 이러한 변화의
‘고구려사(史)’를 자기네 역사로 삼으려는 중국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중국은 2002년 2월부터 ‘동북공정(東北工程)’ 프로젝트를 통해 고구려사를 중국사로 편입하려는 국책사업을 진행 중이다. 5년간 총 200억위안(약 3조원)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그러더니 지난 6월에는 중국 공산당의 학술 분야를 대변하는 ‘광명일보’가 “고구려는 중국의 일부”라는 주장까지 하고 나섰다.2004년 6월에는 유네스코 산하 세계유산위원회(WHC) 총회가 중국 쑤저우(蘇州)에서 열린다. 그 자리에서 올 7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했다가 중국의 방해
정세현 통일부장관이 북한의 변화 여부에 대한 황장엽씨의 강연 내용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은 여러 가지 점에서 적절치 못했다. 황씨는 지난 3일 북한의 근본적인 변화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으로 협동농장의 개인농업화, 정치범수용소 폐쇄, 군 복무기간 완화 등을 제시하면서 현재의 장마당(민간 시장) 활성화를 변화의 징후로 과대평가해선 곤란하다는 주장을 폈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이튿날 “북한의 변화는 상징적 변화에서 의미있는 변화로 가는 단계”라고 황씨를 정면으로 반박했다.북한의 변화 방향과 깊이, 속도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
우리나라에서 제일 추운 곳이 중강진(中江鎭)이란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70년 전인 1933년 1월 영하 43도라는 최저기온 기록을 세운 뒤 중강진은 분단 후 북한의 이미지와 겹치면서 ‘동토(凍土)의 왕국’의 상징처럼 되어버렸다. 그러나 중강진은 마산에서 출발, 대구를 거쳐 한반도의 중심을 꿰며 북상하는 국도 5호선의 어엿한 종착 도시다. 남북 분단만 아니었더라면 서울서 반나절이면 달려갈 수 있는 ‘손에 닿을 곳’이며, 조선시대에는 중국으로 통하는 관문이기도 했다. ▶지구 온난화는 ‘얼어붙은 땅’에도 어김없이 영향을 미치고 있
일본 외교관 2명이 지난달 29일 이라크에서 무장 괴한의 습격을 받아 숨지고, 스페인 장교 8명도 같은 날 후세인 추종 세력의 매복 공격에 목숨을 잃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라크 주둔 미군 사망자도 11월 한달동안에만 75명에 이르러 개전 이후 가장 많은 인명손실을 기록했다고 한다. 그만큼 이라크 현지 사정이 갈수록 혼미하고 위험스러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미국에 3000여명의 군대를 추가 파병키로 약속한 한국으로서는 이런 지금의 이라크 상황에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분명한 것은 이런 위협 때문에 국가적 신의와 위신이 걸
국방부는 엊그제 서울 용산 미군기지에 있는 한·미 연합사령부와 유엔사령부를 경기도 오산과 평택으로 옮기는 것과 관련해 “(두 사령부가) 한강 이남으로 옮기더라도 한반도 안보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발표로 연합사와 유엔사의 한강 이남 이전을 기정사실화한 셈이다.서울 용산에 있던 이들 사령부가 남쪽으로 수십㎞ 떨어진 곳으로 옮겨간다고 해서 당장 우리 안보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국방부측 발표가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에 앞서 국방부는 왜 지난 몇 달 동안 계속된 한·미 협상에서 연합사와 유엔사
시인 백석(白石)은 1936년 시집 ‘사슴’을 자비로 발간하면서 조선 문단의 눈길을 한몸에 받게 된다. 우리말의 멋과 맛을 주옥 같이 담아낸 이 시집은 100부만 찍은 탓에 금세 동이 났다. 시인 윤동주마저 이 시집을 구할 길 없어 직접 손으로 베껴 간직했다고 한다. 시인 신경림(申庚林)은 6·25전쟁 후 서울 동대문 헌책방에서 이 시집을 찾아냈을 때의 감격을 주체할 수 없었다. “실린 시는 40편이 못 됐지만 그 감동은 열 권의 장편소설을 읽은 것보다 더한 것이었다. 읽고 또 읽었다. ‘사슴’은 내가 시를 공부하는 데 교과서 구실
庾龍源제35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 참석을 위해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즉답은 피했다. 그러나 답변에는 일관된 흐름이 있었다. “군사력은 숫자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치명적 군사능력을 융통성 있게 투입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숫자는 무의미하며, 예를 들어 전함이 5척이었다가 3척으로 되면 척수는 줄겠지만 전함의 전투능력을 향상시킨다면 실제로 전함이 줄었다고 볼 수 없다.”폴 울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 리언 러포트 주한미군사령관 등 다른 미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