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해외주둔 미군의 구조 조정 문제와 관련해 주한 미군을 언급하면서 “원하지 않는 곳이나 비우호적인 곳에는 미군을 주둔시키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추진해 나갈 변화는 2차대전 종전 이후 최대 규모의 미군 구조 재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럼즈펠드 장관의 이 같은 언급은 평소 그의 말이나 발언의 문맥으로 보아 주한 미군의 감축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그는 작년 11월 방한 중 주한미군 감축 문제에 대해 “군사력은 숫자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 그 가능성을 전면 부인하
/金玄浩 논설위원세계식량계획(WFP)은 지난 1월 30일 긴급보고서를 발표했다. 북한에 대해 즉각적인 추가 식량지원이 없을 경우 2~3월 중 400만명이 배급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식량 배급이 끊어진 주민들이 이 혹독한 겨울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북한에서 대규모 기아 사태가 일어난 지 올해로 10년이다. 북한 당국이 외부세계에 공개적인 원조 요청을 한 것은 대홍수가 일어난 95년이지만 실제 기아는 최소한 그 전해부터 시작됐다. WFP의 긴급 호소는 10년이 지나도록 북한이 대량 아사는 모면했지만 여
최근 파키스탄에서 국민적 영웅인 한 과학자와 대통령 사이에 ‘진실 게임’이 벌어져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주인공은 1998년 5월 인도(印度)가 첫 핵실험을 한 지 보름 만에 기다렸다는 듯이 파키스탄의 첫 핵실험을 성공시킨 압둘 카디르 칸 박사. 그런 그가 지난 십수년간 핵기술을 리비아·이란·북한 등지에 몰래 확산시켜 온 사실을 최근 시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이를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을 포함한 역대 군부 지도자들도 알았다고 자백한 것으로 보도돼, 이를 부인해 온 무샤라프를 결정적 궁지로 몰아넣었다. ▶칸 박사의 연구소가
‘금빛 꽃 장식을 모자에 꽂았는데/ 백마(白馬)는 머뭇거리네/ 나는 듯한 춤사위에 소맷자락 넓은 것이/ 마치 해동(海東)에서 온 한 마리 새 같네.’중국인들이 시선(詩仙)이라고 부르는 이백(李白)이 쓴 시다. 한 행이 한자(漢字) 다섯 글자로 된 오언절구(五言絶句)다. 이 시의 제목이 바로 ‘고구려(高句麗)’다. 고구려인이 날아갈 듯이 춤추는 모습을 보고 생생하게 표현한 시로 중국학계는 추정하고 있다. 이백은 생년월일이 분명치 않으나, 대체로 서기 701년부터 762년 사이에 살았던 사람으로 중국학계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고구려는
핵보유국인 파키스탄이 지난 91년부터 북한에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우라늄 농축기술을 제공해 왔음이 사실로 드러났다. 파키스탄 핵개발의 주역인 압둘 칸디르 칸 박사가 북한을 10여 차례 방문했고, 선박과 전세기로 핵 부품들을 북한으로 실어 날랐다고 한다. 칸 박사는 파키스탄 대통령과 군부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파키스탄이 북한에 핵기술을 제공한 것은 한국의 안보와 한민족의 생존을 위협하는 중대한 적대적 행위이다. 그런데도 한국정부는 이런 파키스탄에 대해 그 흔한 성명이나 논평 하나 없다. 외교부 국장이 파키스탄 관계자
여시동 북경특파원국군 포로와 탈북자 관련 업무를 하는 한국 공무원들은 요즘 기자들을 만나면 “이제 좀 솔직해지자”고 사정한다. 이들의 하소연에는 국군 포로나 탈북자들의 지금 같은 한국행이 당사자에게 진짜 도움이 되는지 솔직히 한번 따져보자는 결기가 가득하다.최근 일반 탈북자보다 더 큰 화두로 등장한 것은 국군 포로다. 북한의 국군 포로 중 한국 귀환을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종전 반세기가 지나 이제 그들의 인생은 황혼기에 접어들었지만, 그들의 기억 속에는 숨막혔던 전장과 먼저 간 전우와 남한에 있는 가족 및 친
/남성욱고려대 교수·북한학중국정부가 1949년 공산중국 건국 이래의 외교문서를 공개하면서 한국전쟁 관련 문서는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하였다. 30년이 지난 외교문서는 공개한다는 국제협약에 따라 중국은 국내 문건법을 제정했다. 이어 ‘외교부 문건열람처’라는 기구를 개설, 1차로 1만여건의 문서를 공개하는 것은 중국 정부의 투명행정과 경제발전에 따른 자신감을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해서다. 중국이 한국전쟁 관련 문서를 비공개하는 것은 외교문서 기밀해제가 중국의 대외관계를 위험에 빠뜨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국 당국자의 친절한 설
지난 1999년 1월 4일 김대중 대통령은 집권 2년차의 첫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해 ‘한반도의 냉전구조 해체’를 화두(話頭)로 던졌다. 당시 한반도 상황은 연초부터 ‘5월 북핵 위기설’이 고조되고 있었다. 그 전해 8월에 불거진 북한의 금창리 지하 핵의혹 시설과 대포동 미사일 시험 발사가 위기를 촉발시켰던 것이다.김 전 대통령은 한반도 안보 불안 요인을 금창리 의혹시설과 미사일 등 ‘당면 현안’과 한반도에서만 해체되지 않은 냉전구조인 ‘근인(根因)’ 두 가지로 구분했다. 김 전 대통령은 당면 현안은 대화를 통해 해결하면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각종 인도적 지원이 작년에는 재작년보다 무려 38%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북(對北) 지원은 1996년 이후 계속 증가해 왔으나, 핵 위기가 불거진 지난 2년간 연속 감소 추세로 돌아선 것이다. 유엔의 세계식량계획(WFP)을 비롯한 대북 지원 기관·단체들은 기회있을 때마다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해왔지만, 이젠 그 호소력도 날로 떨어지고 있다. 작년에 한국의 대북 지원은 정부와 민간 부문이 모두 재작년보다 늘었는데도, 1억달러 가까운 국제사회의 지원 감소분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결국 자기 백성들 굶겨가
董龍昇/삼성경제연구소 북한연구팀장 북한은 핵 문제로 인해 만성적인 식량 부족과 경제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북한 경제의 미래가 암울하다. 지금 북한은 경제문제 해결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2002년 7월 1일 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2003년 4월에는 종합시장을 도입하면서, ‘개혁’이란 용어도 사용하고 있다. 신의주를 비롯하여 개성과 금강산을 특구로 지정하고 대외 개방의 폭을 넓히고 있다. 그러나 이런 조치만으로는 경제문제가 해소되기 쉽지 않아 보인다.북한보다 먼저 개혁·개방을 경험한 베트남 인문사회과학원 세계경
/김대중 (理事기자)한국과 미국의 여러 상황을 종합하건대 이제부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미국’ 없이 가는 독자(獨自)의 길을 준비하고 훈련하는 것이다. 그것은 한국민의 의식이 그렇게 변하고 있고, 미국 역시 한국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단계에 들어갔다고 보기 때문이다.이런 상황은 이미 오래전에 잉태된 것이다. 한국은 건국 이후 지금까지 ‘미국’이란 편식(偏食)을 해왔다. 그것은 6·25전쟁을 거쳐 냉전시대에 살면서 심한 이데올로기 싸움 속에 근·현대를 보내야 했던 한국으로서는 불가피한, 또는 강요된 선택이었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하
한·미 양국은 용산 미군기지를 완전히 경기도 평택으로 옮기기로 합의했다. 머지않아 미2사단도 한강 이남으로 옮기게 돼 있다. 결국 얼마 안 있으면 한수(漢水) 이북엔 주한미군으로서는 업무연락관 50여명만 구(舊) 용산기지에 남는 꼴이 되고 말았다.우선 정부가 주한미군의 ‘한수 이남(以南)’ 시대에 대비해 전력과 장비 보완을 비롯한 안보 대책을 세워두고 있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이것은 ‘자주국방’이라는 구호만 복창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전력과 장비 보충에 드는 비용은 이전 경비 30억달러를 몇 배 초과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현인택/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일민국제관계연구원장시곗바늘이 갑자기 한 50년 전쯤으로 돌아간 듯싶다. 이제 막 식민시대를 벗어나 신국가 형성의 문제에 직면한 국가들에서나 있음직한 논쟁이 수출로 밥을 먹고살고 세계의 IT 강국이라고 자처하는 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벌써 졸업했음직한 ‘자주(自主)냐 동맹이냐’ 하는 논쟁이 대학가도 아니고 정부의 일각에서 벌어지고 있다니, 국민들은 그저 아연하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현 시점에서 한국 외교의 비전을 자주외교라고 규정한다면 그것은 퇴행적일 뿐더러, 심지어 시대착오적이기
한·미 양국은 용산의 유엔사령부와 한미연합사령부를 경기도 평택으로 이전하는 문제에 관해 16일 하와이(한국시각 17일)에서 결론을 내릴 것으로 전해져, 석연치 않은 상황에서 의외로 서둘러지고 있다는 우려를 자아낸다.문제의 핵심은 이들 두 사령부가 용산기지에 잔류할 경우 기존 80만평의 부지 가운데 미군측이 얼마를 계속 사용할 것이냐였다. 작년 10월 미국측은 28만평을 요청했고 우리측은 17만평을 제시했으나, 미국측은 11월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방한 이후 면적에 관계없이 완전 이전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노무현 대
우리나라 안보에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어디인지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북한(33%)보다 미국(39%)을 꼽은 국민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본보 12일자 29면) 특히 20대에서는 58%가 미국을 꼽은 반면 북한은 20%에 그쳤다. 이 조사 결과대로라면 이제 대한민국의 주적은 북한이 아니라 미국으로 바뀌어야 할 판이다.일반 국민들의 이런 어이없는 인식의 결과는 때론 엄청날 수도 있다. 외교와 국가안보는 전문적 영역에 속하지만 일반 국민의 상식적 인식이나 정서의 폭(幅) 안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국가가 우방을 선택하고
崔普植사회부차장대우“저는 돌아오는 1월 30일에 앨런우드 연방형무소 생활을 마감하고 지방감옥소로 이감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6개월 살면 저의 9년형을 다 마치게 됩니다. 이것이 조국을 사랑했던 결과이며 저와 저의 가족에게 너무나 큰 벌이었습니다….”미국 감옥에 수감 중인 로버트김(63·한국명 김채곤)이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냈다. 지난 97년 스파이혐의로 체포됐던 그가 마침내 내년 7월 27일 가석방된다. 그동안 그는 우리 정부에 ‘나는 조국이 버린 미운 오리새끼입니까’라는 탄원서도 내고, 공개질의서도 보냈다. 정권이 세 번 바뀔
레너드 스펙터/몬테레이 비확산연구소 워싱턴 사무소장리비아가 대량살상무기(WMD)와 사정 300㎞ 이상의 미사일 개발을 포기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시키려는 노력에 큰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리비아는 국가이익이―그리고 아마도 카다피 대통령 정부의 생존 자체도―국제 공동체와의 관계 정상화와 세계경제로의 통합에 달려 있다고 결론 내렸다.리비아의 WMD포기 결단에 결정적으로 중요했던 것은 미국과 영국도 믿을 만한 협상 상대이며, 합의를 이끌어내고 그것을 지킬 태세가 돼 있는 나라임을 카다피가 인식했다는 점이다
북한과의 연결지점인 경의선 도라산역에 남북출입사무소가 24일 문을 열었다. 육로를 통한 남북간 사람과 물자의 원활한 왕래를 위해 상설사무소가 세워진 것이다. 그만큼 남북 교류가 일상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이자 구체적인 진전이다. 남북출입사무소는 앞으로 경의선·동해선을 포함한 남북간 모든 철도와 도로를 이용한 출입 관련 업무를 총괄하게 된다. 당장은 경의선 연결공사에 필요한 각종 인적·물적 왕래를 관리하는 데 치중하겠지만 개성공단 개발사업과 금강산 육로관광 등이 본격화하면 명실공히 남북을 잇는 주관문으로 등장하게 될 것이다
프랑스의 유태계 장교 드레퓌스는 독일에 군사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1895년 유죄 판결을 받아 ‘악마의 섬’으로 유배됐다. 그리고 3년이 지난 후 그의 혐의를 뒤집을 만한 새로운 증거가 나왔지만 무죄를 입증하기에는 군부의 힘과 음모가 너무 막강했다. 이때 나선 사람이 유명 작가 에밀 졸라였다. 그가 ‘나는 고발한다’라는 제목으로 군부의 음모를 파헤치는 공개 편지를 신문에 실은 것은 군부가 자신을 명예 훼손으로 고발해 주기를 바랐기 때문이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 ▶졸라는 재판 과정을 드레퓌스에 행해진 군의 음모와 횡포를 고발하는 광장
李相薰용산기지의 유엔군사령부와 한미연합사령부 잔류면적 허용문제를 두고 정부와 미군측의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 두 사령부가 오산·평택으로 이전하게 되는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한국과 미국은 그동안 태평양의 거리를 뛰어넘는 ‘동맹’ 관계를 50년 이상 지속해온 혈맹이다. 이 50년간이 유사 이래 외침(外侵)이 없었던 반세기로 기록되고 있음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남북 대치의 특수상황 속에서도 수없이 잦았던 갈등을 이겨내고 우리가 정치적 발전과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한·미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