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단둥(丹東)은 봄인데도 춥다. 압록강변 개나리가 노란색 꽃봉오리를 틔우고 있지만 사람들 어깨는 움츠려진 상태다. 베이징(北京)에서 밤 열차로 선양(瀋陽)을 거쳐 단둥까지 이동하는 10여시간 동안 반팔 셔츠가 긴 팔로 바뀌었고, 급기야 봄 점퍼까지 보탰지만 압록강 봄바람을 막기는 역부족이다.그러나 단둥의 조선족·북한인들 마음은 더 춥다. 50대 변경(邊境) 보따리 무역상 조선족 A(여)씨. 신의주에서 20여년간 살았다는 A씨 가슴 속에는 지금 돌덩어리가 들어앉았다. “김정일 위원장 방중으로 중국이 큰 선물을 준다는 얘기가 파다했
/진성호·편집국 차장대우 shjin@chosun.com열차는 폭탄을 맞은 듯 파괴돼 여기저기 잔해가 널려 있었다. 반경 1㎞ 주변 지역이 초토화되고, 주변의 3~4층 건물들은 대부분 무너졌다. 위성사진에 찍힌 처참한 광경이라고 한다. 수천 명의 사상자가 났다는 보도도 이어진다.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우리 이웃’인 북한 평안북도 용천에서 22일 오후 1시쯤 유조열차가 폭발한 후 생긴 참사다. 아직 정확한 사고 내용을 파악하긴 힘들지만, 외신들은 사상자들이 주로 충돌 차량 탑승자들과 인근 학교 내 학생들, 역사 주변을 지
정부가 북한에서 발생한 대규모 열차 폭발사고와 관련해 신속히 지원 방침을 밝힌 것은 적절한 자세이다. 북한의 공식 발표가 없어 아직 사고의 원인이나 경위, 피해 규모가 정확히 확인되지는 않고 있지만, 수천 명이 죽거나 다치고 공장과 주택들이 무너졌다는 소식만으로도 이번 사고가 북한이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찬 대형 참사임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사고가 난 용천역 일대는 인구 밀집 지역인 데다 화학 기계 금속공장들도 모여 있어 피해가 늘어날 수 있고, 이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북한 경제가 더욱 벼랑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그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번 중국 방문에서 공식적으로 확인된 내용 중 가장 구체적인 결과물은 김 위원장이 북핵 해결을 위한 6자 회담의 지속적인 추진에 명시적으로 합의한 점이다. 중국 신화통신이 보도한 양측 지도부의 대화록에는 김 위원장이 “최종적인 조선반도의 비핵화 원칙을 지키고 있으며 인내심과 융통성을 발휘해 6자 회담에 참여하고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김 위원장의 이런 언급은 그동안 북한 당국이 발표해 온 기존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최고지도자가 중국과의 정상회담에서 공식적
/문정인·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김정일 국방위원장이 3일간의 중국방문 일정을 끝냈다. 중국 신화통신은 김 위원장이 베이징을 떠난 직후 “김 위원장이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19일부터 21일까지 중국을 비공식 방문했으며, 양측 지도자들은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입장을 유지키로 합의했다”고 짤막하게 보도했다. 회담 내용이나, 양 정부의 논평이 나오지 않아 방중 의미를 구체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우나, 몇 가지 큰 그림은 그릴 수 있다.이번 김 위원장의 방중은 신지도부의 취임을 축하하는 양국 정상 간 상견례의 성격과 함께 신뢰구축
빅터 차지난 1월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에서 검사를 받게 될 5만5000파운드 상당의 각종 문서와 미사일 부품, 핵 관련 물질 등을 실은 화물기 한 대가 테네시주(州)에 내려앉았다.이는 9·11 테러 이후 가장 중요한 사건이었다. 어쩌면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체포나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 축출보다 훨씬 의미 있는 것이었다.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가 지난해 12월 리비아에 대한 각종 제재 해제와 국제사회 편입 약속을 대가로 대량살상무기(WMD)에 대한 무조건적 사찰과 개발능력 포기를 선언한 것은 1945년 핵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일정을 포함해 모든 게 비밀 속에 가려져 있지만 여러가지 정황으로 미루어 북핵 문제와 중국의 대북 경제지원 논의가 주요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불과 며칠 전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북한 핵문제를 협의했다. 뒤이은 김 위원장의 방중은 미·중·북 간에 핵문제를 둘러싼 논의가 어떤 전기를 맞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관측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최근 중국이 북핵 해결을 위해 보이고 있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면 더욱 그렇다. 우리 정부가 바짝 신경 써야 할 대목이다. 중국의 원유나 식량 지원
金泰翼 논설위원평양에 있는 고구려 고분 벽화의 중요성을 세계에 알리고 이의 보존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일본 원로 화가 히라야마 이쿠오(平山郁夫·74)씨의 활동상을 지켜보다 보면 착잡할 때도 있다. 현재 동경예술대학 학장이며 유네스코 친선대사이기도 한 그는 돈황 벽화에 심취해 실크로드를 140번이나 답사했으며 전통과 현대를 조화시킨 독보적 채색화로 유명한 일본의 대표적 화가이다. 36년 전 평양 수산리 고구려 벽화를 보고 한눈에 빠져 든 이래 “일본 고대문화의 선생은 한반도”라고 역설해오다, 1996년부터 평양 고구려 고분 벽화의 유네
박수길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현재 제네바에서 진행 중인 제 60차 유엔인권위원회는 15일,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북한의 인권상황을 규탄하고 일련의 개선 조치를 촉구하는 결의를 채택하였다. 특히 금년도 결의에서 주목되는 점은 신망 있는 인권전문가를 북한인권 담당 특별보고관으로 임명하고, 금년 9월 유엔총회 및 내년도 61차 유엔인권위원회에 북한인권상황을 보고토록 한 것이다. 이번 결의를 채택함에 있어서 EU는 작년과 같이 핵심적 역할을 맡았으나 한국의 경우 능동적인 역할은 없었고 투표에서는 작년의 “투표 불참” 입장에서 “기권”
/빅터 D 차 조지타운대 교수북한이 2002년 7월에 취한 경제개혁의 중요성을 부인할 수는 없다. 가격통제 완화, 화폐 평가절하, 정부보조 삭감, 경제 결정권의 지방생산단위별 분산 등은 북한 사상 첫 대규모 경제변화의 시도를 의미한다. 북한의 대외 선전은 여전히 반(反)자본주의 수사(修辭)를 고수하고, 중국·베트남과는 달리 시장경제 원리를 경멸하고 있지만, 북한 정부도 이제는 사회주의식 경제의 결점을 인정하고 있다. 북한 방문객들도 제한적이긴 하지만 새로운 기업가 정신을 봤다고 말한다. 하지만 개혁이 중요하다는 사실과 그것이 성공적
“JSA(공동경비구역) 경비책임 이양 등은 정치적인 여건, 능력 등을 감안할 때 (가까운 시일 내 이양받는 것은) 빠르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했습니다.”(2003년 11월 17일 한미연례안보협의회 직후 조영길 국방장관 기자회견 답변)“(미군이 맡아온) JSA 경비의 주된 책임을 2004년 중 한국측에 이양키로 한·미 양국이 지난해 11월 합의했습니다.”(2004년 4월 1일 미 상원 군사위 리언 러포트 주한미군사령관 기조연설)지난해부터 JSA경비책임 이양문제를 협의해온 한·미 양국의 최고위 관계자가 서로 다른 말을 했다
중국에서 몽골로 탈출하려던 탈북자들이 지난 2일 중국군의 사격을 받아 한 명이 사망하고 17명이 체포됐으며 6명이 행방불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을 돕던 인권단체는 체포된 사람들의 석방을 위해 그동안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아 13일 언론에 알렸다고 한다.탈북자가 중국 국경을 벗어나려다가 총격을 받고 사망한 것은 처음 알려진 일이다. 인간 이하의 온갖 처절한 고통을 받고 있는 중국 내 탈북자들의 운명이 이제 중국군 총구의 조준선 위에까지 올려진 형국이다. 중국군이 탈북자들에게 사격을 가한 정확한 이유는 알 수
파키스탄 핵 개발의 아버지로 불리는 압둘 카디르 칸 박사가 5년 전 북한을 방문했을 때 완전한 핵무기로 보이는 ‘핵 장??3개를 직접 목격했다고 밝힌 것으로 미국 뉴욕타임스지가 13일 보도했다. 칸 박사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북한 핵무기의 존재가 외부인에 의해 처음으로 확인된 것으로, 북핵 위기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비화될 수밖에 없는 중대한 사태 변화이다.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개발·보유하고 있다는 관측은 여러 군데서 제기돼 왔다. 미 중앙정보부(CIA)는 북한이 최소한 1~2개의 핵무기를 갖고 있으며, 그 이상의 생산능
총선이 끝나면 후보자들의 공약과 구호는 입법화보다는 대부분 승리를 위한 선거운동의 수단이었다는 것이 드러날 것이다. 이제 각 정당들은 ‘대결의 추억’에서 벗어나 생산적인 국회를 구성하는 데 매진해야 한다. 정부도 그동안 선거에 밀려 먼지가 수북이 쌓인 주요 국가현안을 책상에서 끄집어내 해결에 주력해야 한다. 대표적인 국정현안 중의 하나가 북핵문제를 비롯한 남북관계다. 한반도의 명운을 좌우할 북핵문제는 우리의 생존과 직결되어 있음에도 지난 몇 달간 문제 해결의 구도를 잡지 못한 채 시간만 지나가고 있다. 3차 6자회담은 고사하고 당초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한국 정부가 대북 결의안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정부 관계기관에서 검토하고 있다.”“한국 정부는 북한 인권 상황을 개선해야겠다는 희망, 대한민국이 처해 있는 남북관계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정부의 입장을 결정할 것이다.”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이 12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오찬회견에서 이같이 말했을 때, 기자는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제네바에서 개최 중인 유엔인권위원회에 상정된 대북인권결의안은 15일이나 16일 중 표결될 예정이다. 반 장관은 결의안 표결을 불과 3~4일
남북한이 엊그제 임진강의 수해 방지를 위한 실무협상에서 하천 특성에 관한 공동조사를 벌이기로 합의했다. 남북이 수해방지를 위한 관측 정보를 교환하고 홍수 예보시설도 설치키로 하는 등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다.경기도 파주 연천 등 임진강 하류에선 1994년 이후 다섯 번이나 물난리가 났다. 1998년과 99년의 연이은 홍수 때에는 인명피해가 150명을 넘었다. 반복되는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댐 건설 등 하천의 유량조절 능력을 키워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임진강 본류에 댐을 건설한다면 북한 지역까지 수몰되게 된다. 수자원공사가 임
케네스 퀴노네스/ 전 미 국무부 북한담당관이라크 소요사태의 충격이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약자인 이라크인들이 소총과 로켓포로 무장한 채 미국의 엄청난 군사력에 도전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미 군사력의 유효성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는 또 동북아는 물론 세계에 걸쳐 미국의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부시 행정부의 능력을 손상시키고 있다.결과적으로 이라크 소요사태는 한·미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으며, 북핵 위기 해결 과정을 지연시킬 수 있다. 북한 정권은 어떻게 하면 이라크 상황으로부터 이익을 볼 수 있을까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8일 “한나라당의 대북정책은 다소 경직됐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보다 유연하고 미래지향적인 대북정책을 정립하겠다”고 밝히고 초당적인 대북정책기구 구성, 남북관계의 제도화, 북한의 대미(對美)·대일(對日) 수교 지원 등을 제시했다.박 대표가 한나라당의 기존 대북정책을 비판하면서 유연화를 강조하고 있는 대목은 앞으로 한나라당의 대북 인식과 정책의 변화 폭이 적지 않을 것임을 느끼게 한다. 그 폭의 크기에 따라서 우리 사회 내부의 남북문제 논의 방향과 남북관계의 양상이 적잖이 영향받게 될 것임은 자명하다. 이러한 한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 때 발생한 ‘천출’ 해프닝은 실소를 자아낸다. 금강산 바위에 크게 새겨놓은 ‘천출(天出) 명장 김정일 장군’을 보고, 남측 인솔자가 “천출은 한자로 賤出이란 뜻도 있다”고 말하자, 북측이 상봉을 취소하겠다고 통보했다고 한다. 이 문제는 통일부 장관이 정중한 사과로 해결됐다.김구 선생은 자신의 호를 백범이라고 지으셨는데 백범(白凡)이란 신분이 천민 중에서도 가장 천민인 백정이라고 해도 부끄러울 것이 없다는 의미라고 한다. 얼마나 대범하고 만민평등 의식이 투철하셨는지 존경스럽다. 김정일은 우상화된 절대 권력자의 후
金玄浩/논설위원한국의 인권 수준은 완전하지는 않지만 아시아를 대표할 정도는 될 것이다. 일본은 과거의 침략 역사를 깨끗이 청산하지 못하고 있는 탓에 다른 나라의 인권 문제를 거론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중국은 국내 인권 상황이 자유롭지 못하다. 두 나라에 비해 한국은 대외적인 인권 경쟁력에서 상대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인권은 한 나라의 도덕적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이며, 정?ㅀ姸─ㅉ???경쟁력 못지않게 국가 이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한국이 앞으로 인권을 국가 브랜드로 키워나가는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