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채성진·사회부 기자 dudmie@chosun.com29일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에서 열린 서해교전 전몰자 2주기 추모식에서 장승학 해군 인사참모부장(소장)이 대독(代讀)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추모 메시지에 난데없이 김선일씨가 등장했다.추도사 중간 무렵에 “김선일씨 살해 만행 사건은 우리에게 엄청난 충격과 분노를 안겨주었다”, “테러는 반인륜적 범죄 행위다”, “어떤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다”라고 말한 것이다.참석자들은 “북한이 저지른 서해교전 추모사에 왜 김선일씨가 등장하는지…”라는 뜨악한 반응이었다. 앞선 추모사 내용
지난 21일부터 6일 동안 베이징에서 열린 3차 북핵 6자회담에서 북한 대표단이 보여준 모습은 예전과 달랐다.우선 회담장 안팎에서 미국을 비난하지 않았다. 북한 대표단은 25일 주중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지만 미국에 대한 비난은 일절 없었다. 교착상태의 책임을 미국에 돌리지도 않았다. 지난 2월과 5월의 ‘길거리 기자회견장’에서는 미국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던 북한이다. 북한 대표단이 기자회견 시각을 3~4시간 전에 취재진에 알려준 것도 변화였다. 이전에 북한은 기자회견을 하기 10~15분 전에야 취재진에게 회견 사실을 알려주곤
이종석(李鍾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이 군 장성들을 대상으로 ‘적개심 고취로는 강군이 될 수 없다’는 강연을 했다고 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처장은 지난 19일 각군 장성 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안보 강연회에서 이렇게 이야기했고, 한 장성으로부터 “그렇다면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현실에서 대적관(對敵觀) 교육을 어떻게 시키느냐”는 항의성 질문까지 받았다는 것이다. 이 처장은 문제의 발언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고 말썽을 빚자 “상대방에 대한 적개심에 기초해 방어선에 서는 것 보다는 조국에 대한 자부
제3차 베이징 6자회담은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이제부터 회담다운 회담이 시작되는 듯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는 일단 성공했다고 할 만하다. 이번 회담에서 북한 핵 폐기로 가는 구체적 절차와 그에 따른 보상내용이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논의됐기 때문이다.이번 회담이 다소나마 진전된 모습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이 그동안의 강경 자세를 누그러뜨리고 북한이 핵을 폐기해 나가는 단계에 맞추어 제공할 ‘당근’의 내용을 풀어 놓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중유 제공, 체제 안전 보장, 테러지원국 명단 해제, 미·
이미일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명예이사장 6·25전쟁 54주년을 맞았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미 이 전쟁은 잊혀 가고 있겠지만 필자에게는 아직도 과거가 아니다. 서울 청량리에서 사업을 하면서 가족들과 잘 살아가는 성실한 가장이었던 필자의 아버지는 6·25전쟁 당시 무고하게 북한군에 납치돼 갔고 지금까지 행방을 모르고 있다. 전쟁은 전쟁을 결정하는 정치가의 입장, 집행하는 군인의 입장, 피해를 당하는 피해 민간인의 입장이 다 다르다고 한다. 그러나 고전적인 전쟁론이 말하듯 ‘전쟁은 정치의 연장’이라고 말하고 마는 것은 전쟁의 흉포
6ㆍ25 전쟁 54주년을 맞는다. 해를 거듭할수록 6ㆍ25는 역사 저편으로 밀려나면서 우리 기억 속에서 쇠잔해 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 민족에게 유례없는 희생과 고통을 안겨줬던 동족 상잔의 이 참혹한 전쟁이 남긴 교훈과 역사적 진실은 결코 세월의 풍화 작용으로 잊혀지거나 시대의 변화로 변질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되는 것이다.50여 년의 시간이 흘렀는데도 우리는 정신과 역사, 정치와 생활속에서 6ㆍ25를 제대로 소화해 내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여태 우리는 6ㆍ25라는 민족의 비극을 우리 의식속에 제대로 자리매김한 국민 문학을
朴英哲 고려대 교수·경제학개성공단이 문을 열면서 남북한의 경제 교류·협력은 이제 본격적인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그러나 남과 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과의 교역이나 경협은 특정한 조건과 분명한 원칙에 따라 추진되어야만 결실을 볼 것이다.가장 중요한 조건은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는 것이다. 북핵 문제가 고착되어 있는 한 우리의 경협 노력은 국제 사회의 거부 반응으로부터 자유스럽지 못하다. 둘째로 남북의 경제 화해와 병행하여 북한은 군축 협상에 적극 참여할 용의를 보여야 한다.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이 뒤
김영탁수필?ㅌ??강남구 며칠 전 TV에서 6·25전 유품을 모아놓고 ‘진품명품’을 방영했다. 무명천에 그린 54년 전의 낡은 태극기가 이 날의 최고 명품이었다. 명품을 보는 순간 나는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펑펑 눈물을 쏟고 말았다.얼룩진 태극기엔 벗을 떠나보내며 마음 아파하는 죽마고우들의 친필 휘호가 씌어 있었다. ‘용사 우용암군 만세(勇士禹龍岩君萬歲)’. 마을 사람들이 우용암을 보내며 생환(生還)의 애원을 담은 부적이다. ‘충의(忠儀)’, ‘임전필살(臨戰必殺)’ 이런 격문도 씌어 있었다. 막걸리 두 말 받아놓고, 하늘이 무너져라
“이번에는 몇 시에 북한이 기자회견을 열까.”북핵위기 해결을 위한 3차 6자회담을 취재하기 위해 베이징에 머물고 있는 취재진이 공통으로 갖고 있는 궁금증이다. 지난 2월과 5월, 두 차례 6자회담에서 북한이 한밤중에 갑작스런 기자회견을 가진 것을 기억하고 있는 취재진이다. 북한 대표단은 2월 말 6자회담 당시 저녁 9시쯤 베이징주재 북한대사관 앞 도로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일부 외신기자에게 전화를 통해 기자회견을 갖겠다고 통보한 지 15분이 채 지나지 않아서였다. 북한 관계자는 미국을 비난하는 성명을 낭독한 후, 곧장 대사관 안으
지난 15일 0시부터 전방 초소지역의 남북상호선전방송이 중단되고, 대형 전광판의 불이 꺼졌다. 언론들은 이달 초 속초에서 열린 남북군사회담의 가시적 성과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여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군사분계선상의 확성기 선전방송 중단은 그동안 장비의 열세로 인해 그다지 선전의 효과를 거둘 수 없었던 북측이 원하던 바였다.북한이 비록 귀에 들리는 심리전 활동은 중단했지만, 그것이 모든 심리전의 중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북한의 작은 변화에 일희일비하는 우리 국민들이, 혹시 사이버상에서 진행되는 북한의 조직적이고, 다양한
김재호·뉴욕 특파원 jaeho@chosun.com미국 뉴욕 맨해튼의 코리아 소사이어티(한·미 간 우호 증진을 목적으로 설립된 비영리단체)는 17일 저녁(현지시각) 귀중한 연사 한 분을 모셨다.미국 토머스 제퍼슨 의대 병리학 명예교수와 중국 옌볜(延邊)의학원 명예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현봉학(玄鳳學·82) 박사.한국전이 한창이던 1950년 12월 중공군에 포위를 당해 퇴각할 수밖에 없었던 국군과 유엔군은 함경남도 흥남항에서 철수 작전을 개시했다. 당시 흥남항에는 민간인들이 몰려들었으나, 미 10군단장 알몬드 소장은 군인과 군장비 수송을
바츨라프 하벨V clav Havel전 체코 대통령루돌프 브르바와 알프레드 베츨러라는 두 인물이 아우슈비츠의 유대인 수용소에서 탈출하여 히틀러의 유태인 학살 캠프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들을 폭로한 지 꼭 60년이 지났다. 옛 소련의 범죄와 잔인한 실상들도 아서 쾨슬러, 지리 베일, 그리고 알렉산더 솔제니친 등의 글로 인해 그 윤곽이 공개됐다. 다행히도, 인간에 대한 엄청난 범죄에 대해서는 직접 목격한 증인을 통해 폭로하려는 시도가 각 시대별로 있어왔다. 리시 판은 크메르루즈 테러를, 카난 마키야는 사담 후세인의 잔혹한 수용소들을, 그리
중국이 탈북자 7명을 북한으로 보냈다. 그런 중국 정부가 지금 북한 내 가족들이 보고 싶어 탈북자들 스스로 선택한 북행(北行)이며, 반체제 인사가 아니면 탈북자들이 북한에서 처벌받지 않는다고 우기고 있다. 이들은 한국으로 오기 위해 중국 대륙을 남하해 지난 2월 베트남 국경을 넘으려다 중국 경찰에 체포됐고, 이후 한국행을 요구하는 단식농성까지 벌이며 수용소에 갇혀 있었다. 이처럼 모진 고생을 무릅쓰고 먼 길을 돌아서 한국 가는 길을 뚫으려 했던 이들의 ‘자유 의사’가 북한행으로 바뀌었다면 그건 그만큼 수용소 생활이 모질고 가혹했다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아시아판 최신호 표지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흡족한 웃음을 짓고 있는 모습을 싣고 ‘이 사람이 왜 웃고 있을까’란 제목의 커버스토리를 게재했다. 타임은 한국 내 좌파 민족주의(leftist-nationalist)의 집권, ‘악한 용’(미국)이 ‘로미오와 줄리엣’(남과 북)의 ‘결혼’(통일)을 방해하고 있다는 내용의 초등학교 4학년 통일 교육 교재, 핵 개발에 따른 북한의 입지 강화, 한·미동맹 동요 등을 상세히 소개하면서 “김정일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이 보도를 그냥 흘려보
李先敏 문화부 차장대우이종석(李鍾奭)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차장이 사무처장으로 ‘승진’하던 지난 주말 40대 정치학자 몇 명과 자리를 함께 했다. 이 처장과 동년배인 이들은 그와 아는 사이였고, 따라서 모임의 첫 화제는 자연스럽게 이종석씨의 ‘실세(實勢) 부상’이 됐다.학계에서 비중이 상당한 이들 중견 학자들은 이종석 사무처장의 학자적 성실성과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무엇보다 이씨는 북한 연구의 지평을 한단계 끌어올린 인물로 평가받는다. 한국 전쟁과 남북한 체제 경쟁 때문에 한국의 북한 연구가 오랫동안 이데올로기에 의해 지배되던 상황
/ 파주=장일현·사회부 기자 ihjang@chosun.com 왼편에서 흘러오는 한강과 오른편에서 흘러오는 임진강이 하나로 만나 김포 앞 서해로 흘러 들어가는 곳, 경기도 파주군 교하(交河). 그 모습을 한눈에 내려다보는 해발 112m 오두산 정상의 우리측 ○○부대 초소에서는 16일 오전부터 확성기 해체 작업이 시작됐다.우리측은 하루 전 ‘자유의 소리’ 방송 등 모든 선전활동을 중지했었다. 가로 3.5m, 세로 3.5m 크기의 대형 스피커 48개가 다발을 이룬 이 확성 장치는 소리가 널리 퍼지는 밤이면 12㎞까지 북측을 향해 ‘남한의
6·15 남북 공동선언 4주년을 맞아 공동선언 이후에 대한 남북 양측의 평가와 주변 강대국들의 시각을 점검하는 국제학술회의가 연세대 김대중도서관과 북한 통일문제연구소 공동 주최로 오늘 서울에서 열린다.남북정상회담이 남긴 공(功)과 과(過)는 4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논쟁적이다. 남북 교류를 앞당기고 한반도의 긴장을 누그러뜨린 결정적인 계기였다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국민들의 안보 의식을 무너뜨려 한·미동맹이 뿌리째 흔들리는 요즘의 사태를 있게 만든 원인(遠因)이었다는 비판이 있다. 회담을 앞두고 국민 몰래 북한에 5억달러를 건넨
이하원·정치부 기자 may2@chosun.com 지난 11일 국가안전보장회의가 이종석 사무처장 체제로 개편된 후, 외교통상부에서는 아무도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외교관들은 이에 대한 반응을 취재하는 기자에게 한숨을 내쉬거나, 알 듯 모를 듯한 웃음을 지을 뿐이다. 하지만 외교부 내부에는 현 정부 들어 외교부의 힘이 많이 약화된 가운데, 이 처장이 안보회의의 명실상부한 실세가 됨으로써, 그의 독주(獨走)가 가속화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특히 주한미군 감축논의로 한·미동맹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미국에 ‘자주파의
국방부는 내년도 국방예산으로 21조 4752억원을 요구했다. 올 해보다 13.4% 늘어난 액수이며 국민총생산(GDP) 대비 부담율도 2.9%로 0.1%포인트 늘어난 액수이다. 그 동안 이 정부 실력자들이 ‘국민적 자존심’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협력적 자주국방’이란 멋진 구호를 내건 다음 국민에게 돌아 온 ‘첫 청구서’다.문제는 이 청구서에도 아직 주한미군 철수에 따른 전력공백을 메울 예산 항목은 반영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추가 요구할 계획이라고 한다. 더욱 걱정되는 점은 정부 스스로가 도대체 얼마나 더 국방비를 늘려야
오가와 하루히사(小川晴久) 도쿄(東京)대 교수는 요즘도 30도를 넘는 도쿄의 아스팔트 위에서 북한 참상을 고발하는 전단을 나눠준다. 60년대에는 재일교포 북송 사업을 지지하던 ‘친북주의자’였던 그는 그 후에도 김지하 구원활동에 나서는 등 줄곧 한국의 권위주의 체제를 비판해 왔다. 그러다 94년 북한 실상을 탈북자들로부터 듣고 젊은 날에 대한 반성으로 지금은 ‘북조선 귀국자의 생명과 인권을 지키는 모임’을 직접 만들어 뛰고 있다. ▶프랑스 식민지의 원주민들 참상을 눈으로 보고 공산주의자가 됐던 작가 앙드레 지드는 1936년 고리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