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미국 상원이 엊그제 지난 7월 미국 하원에서 의결한 북한인권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데 대해 침묵했다. 열린우리당 역시 묵묵부답이다. 정부와 집권당의 이런 침묵은 북한인권법안에 대한 불만이나 이견(異見)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따라서 국민은 물론이고 세계는 우리 정부의 북한 인권에 대한 생각은 무엇이고, 어떻게 대처하려는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북한인권법안은 일부 자구(字句)가 고쳐져 상원을 통과했기 때문에 다시 하원을 거쳐야 하지만 이는 형식적인 절차이고, 미국 정부 역시 별다른 이견
/김인구·북한 전문기자 ginko@chosun.com10년 전 1차 북핵 위기로 한반도에 먹구름이 드리워질 당시 국내 외교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했던 게 ‘한·미 공조’였다. 북한이 당시 김영삼 정부와는 대화를 단절한 채 미국과 양자대화를 통해 핵문제 등을 풀겠다는 이른바 ‘통미봉남(通美封南)’ 정책을 추진하고 미국이 이에 호응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몰래 미·북 간 모종의 거래를 하지 않느냐는 우려 때문에 ‘한·미 공조’가 도마 위에 올랐었다.김대중 정부 출범 이듬해인 1999년 초 북핵 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해결하려는 구상인
고든 플레이크미국 맨스필드 연구소 사무국장북한(양강도)에서 최근 발생한 폭발의 원인과 배경이 불확실하고, 미국 정보기관들이 북한의 핵 실험 준비 여부를 감시하는 것이 명확해진 가운데, 미국 민주당 대통령후보인 존 케리 상원의원은 조지 W 부시 대통령 정부의 대(對)북한 정책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여 왔다.북한측은 미국의 정권교체를 기대할 것이 분명하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의 대북한 포용정책에 향수를 갖고 있는 한국, 그리고 어느 정도는 중국까지도 그런 희망을 갖고 있을 수 있다.미국 속담 중에 “네가 원하는 것에 유의하라.
/허용범·워싱턴 특파원 heo@chosun.com미국 워싱턴의 이비인후과 의사 남재중씨. 그는 요즘 수시로 상원의원들 사무실을 찾아간다. 다수당 대표 빌 프리스트, 외교위원장 리처드 루거, 외교위 동아태소위원장 샘 브라운백, 민주당 조셉 바이든…. 모두가 북한인권법 통과에 결정적 역할을 할 인물들이다.남씨는 자신이 제작한 북한인권 실상 자료들을 건네주고 북한인권법 통과를 호소하고 있다. 영국 BBC의 ‘북한 생체실험’ 방송 녹취록과 이 방송을 담은 DVD, 미국 전역에서 모은 북한인권법 통과촉구 서명서 등이 들어 있다. 그는 “이게
언론인“설마 망하기야 하랴.” 우리는 늘 이런 생각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왔다. 정치가 한심해도, 경제가 침체해도, 그래도 나라가 그렇게 쉽게 망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그만큼 우리는 태평세월을 구가해 왔고 그 속에서 안일하게 살아왔다. 역사상 그 많은 흥망성쇠를 보면서도, 조선왕조의 멸망과 6·25의 풍전등화를 보았으면서도 우리는 우리가 또 망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좀처럼 해본 적이 없다.그런데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꼴은 과연 어떤가? 한마디로 우리는 또 망할 수 있다. 아니, 이대로 가다가는 망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북한이 태국에서 맹독성 화학무기인 사린 가스의 주원료로 쓰이는 시안화나트륨을 수입하려다 마지막 순간에 제지당했다. 문제의 화학물질은 국내의 화학업체가 태국에 수출한 것으로 이것이 다시 북한에 팔릴 뻔한 것이다.산자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업체가 2002년부터 지난 8월까지 태국에 수출한 시안화나트륨은 3799t에 달한다. 이 중 지난 8월 수출분 1031t 가운데 142t이 북한으로 가려다 대량무기확산방지구상(PSI)의 감시체계에 적발돼 회수됐다는 것이다. 미국이 한국에 통보한 결과였다. 태국 외에도 러시아·중국·인도네시아 등 10여
곽효환시인·대산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분단 이래 처음으로 남과 북의 작가들이 다시 만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민족작가대회가 한 차례 연기되더니 답보 상태에 있다. 8월 하순 예정이었던 민족작가대회가 연기된 이래 금강산에서의 실무접촉 한 차례와 몇 차례의 팩스 교신 외에는 별다른 진척 없이 소강국면을 맞고 있는 듯하다. 분단 이래 문학계의 최대의 염원이었던 남북 작가들의 해후, 그리고 말과 글과 정신적 교류의 길을 여는 통일 문학의 길이, 어쩌면 조금씩 관심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이 아닌가 걱정스럽다.물론 이 같은 상황은 남북 작가들의 문제
길을 가다 사람들이 “혹시 추기경님 아니신가요?”라고 묻는다. 김수환 추기경은 “그런 말 많이 들었습니다” 하고 미소 지으며 지나간다. 추기경은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 신학부 구내의 주교관에서 ‘혜화동 할아버지’로 지낸다. “학생들로부터 ‘사랑’도 아닌 진한 ‘싸랑’을 받고 살지요.” 언젠가 TV ‘열린음악회’에서 ‘애모’를 열창한 적도 있다. 그 비탈진 80년대에도 “하늘에 별, 지상에 꽃이 있으면 살 만한 세상”이라고 했던 추기경이다. ▶6년 전 서울대교구장에서 물러난 뒤 온유한 노(老)성직자로 살던 추기경이 지난해부터 부쩍 굳은
李先敏문화부 차장대우‘1948년 체제’. 최근 등장한 이 용어는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우리 사회를 이끌어 온 운영 체제를 가리키는 말이다. 조금 생소한 느낌은 있지만, 그동안 너무나 당연시됐기에 굳이 이름이 필요 없었던 한국 사회의 지배 체제를 객관화·상대화시켜 파악한다는 점에서 유용성이 있다. 그 핵심은 대한민국을 세우고 지키고 오늘을 만든 이승만 전 대통령의 건국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산업화이다.‘1948년 체제’는 지금 전면적이고 총체적인 공격을 받고 있다. 국가의 모든 부문에서 이제까지의 제도와 관행에 의문이 던
목우정토사(美 버지니아) 스님얼마 전 집권여당의 소장의원 26명이 서명하여 미국의 ‘북한 인권 법안’에 우려를 표명하는 서한을 주한 미대사관에 전달했다고 보도되었다. 이들은 이 법안이 북한의 인권을 개선하기보다는 한반도의 긴장과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한다. 집권당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라 일부 의원들의 견해라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들의 움직임이 현 정부의 북한 인권에 대한 입장을 잘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고 보여진다.한국 정부는 금년 초 유엔(UN)의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해서도 기권을 했다. 정부가 북한 인권을
김수환 추기경은 어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국민과 국가가 어디로 가고 있느냐”고 걱정하면서 “요새는 나라를 위해 더 많이 기도하게 되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부영 열린우리당 의장을 만난 법장(法長) 조계종 총무원장도 “아무리 좋은 것도 모든 대중이 그렇지 않다고 부정하고 있으면 좋은 것이 못 된다”면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비롯해 집권당이 국민 뜻을 무시하고 밀고 가는 정책들의 문제를 하나하나 지적했다. 두 분 종교인 모두 어느 정파를 지지해야 할 이유도 없고, 정권을 유지하려고 억지를 부리거나, 정권을 빼앗
李炳浩 전 국정원 차장·現울산대 초빙교수지난 9일로 북한 정권이 수립된 지 56주년이 지났다. 1948년 9월 북한 정권은 보통의 사회주의 국가로 출범했다. 56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이 보통의 사회주의는 ‘우리식 사회주의’라는 북한식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우리식 사회주의’는 겉포장일 뿐 실질적 내용물은 김정일 독재체제다. 북한 주민은 수령 절대주의에 따라 ‘수령(김정일)’에게 복무의 의무만을 지닌 사실상의 노예로 전락했다.과거 레닌이 내세운 공산주의자 윤리 기준은 ‘프롤레타리아혁명에 공헌하는 모든 행위는 정당하다’는 것이었다. 이
허용범·워싱턴특파원 heo@chosun.com일요일인 12일 미국 방송에선 종일 북한 양강도(兩江道) 폭발 사고가 세 번째 큰 뉴스로 다뤄졌다. 미국 남부로 접근 중인 허리케인과 바그다드 전투 소식에 이어서였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TV 채널을 돌릴 때마다 등장, “북한 폭발사고가 핵실험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반복하면서 국민들을 안심시켰다.이는 미국이 얼마나 북한의 핵실험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옥토버 서프라이즈(October Surprise·10월의 충격)’라는 말은
宋 復(연세대 명예교수)국가보안법 폐지 여부로 온 나라가 들끓고 있다. 도대체 이런 나라도 나라일까 할 정도로 정상적인 국가에선 상상조차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별안간 대통령이 국보법 폐지를 들고 나오더니, 무슨 감응이라도 되듯 여당이 거기에 매달린다. 온 나라의 원로들이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들고일어나고, 국민들 또한 믿기 어려울 정도의 엄청난 수가 대통령 발언에 반대하고 나선다. 왜 대통령은 갑자기 국보법을 악법이라 하고, 그것이 없어져야 ‘문명국’으로 간다고 말할까. 여당은 왜 또 그 대통령 말에 거수기라도 자임하듯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2일 리창춘(李長春)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인솔한 중국 당ㆍ정 대표단을 접견했다고 조선중앙방송이보도했다. 리 상무위원은 이 자리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친서와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의 인사를 전달했고, 김 위원장은 이에 사의를 표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중앙방송은 이어 김 위원장이 리 상무위원과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담화를 했다”고 전했으나 구체적인 환담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이날 중국 당ㆍ정 대표단과 오찬을 같이 했다. 접견자리에는 북측에서 강
북한 양강도 김형직군에서 지난 9일 대규모 폭발이 있었던 사실이 알려졌다. 일단 핵 실험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과 접한 해발 1500m 산림지대로 민간인이 거의 없고 주변에 미사일 기지와 군수공장 등이 산재된 곳이라는 점에서 군사적인 용도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폭발 규모도 지난 4월 용천역 폭발 보다 더 크다고 한다. 직경 3㎞가 넘는 버섯구름이 관측된 사실이 전해지면서 “핵 실험과 관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정도다. 북한 내 반(反)체제 세력의 활동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일본 언론은 “핵 관련
국가보안법에 대한 여당의 기본 입장이 정해졌다. 국보법은 무조건 폐지하고 국보법을 대체할 ‘파괴활동금지법’을 제정할지 형법을 개정 보완할지는 좀 더 논의해 보겠다는 것이다. “국가보안법은 위헌이든 아니든 악법일 수 있다며 칼집에 넣어 박물관으로 보내는 것이 좋다”는 대통령 말에 눌려 우선 ‘폐지’부터 하고 보자는 것이다.국보법에 대한 집권당 입장을 보면서 드는 근본적 의문은 노동당에 가입하고 주체사상을 선전하면 처벌할 수 있는 법을 만들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처벌하는 척하면서 실제론 처벌할 수 없는 법을 만들겠다는 것인지가 불분명하다
洪圭德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8·15 경축사를 통해 ‘자주국방’을 화두(話頭)로 던졌다. 갑작스런 자주국방의 언급이 혹시라도 지난 50년 동안 한반도 안보를 지켜낸 한·미동맹의 가치를 폄하시키지나 않을까 많은 국민들은 불안해했다.정부는 GDP 대비 2.8% 수준의 국방비를 3.2%까지 증액하여 10년 이내에 자주국방의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을 밝혔을 뿐 아니라 한·미동맹의 강화는 물론 주변국과의 안보 협력의 바탕 위에서 자위적 방위역량을 확보하여 안보 불안을 제거하겠다는 ‘협력적 자주국방’의 청사진을 제
/김준·사회부기자 kjoon@chosun.com“현수막·홍보물로 국가보안법 문제를 이슈화하고 있지만, 학우들 관심이 너무 적다.”(서울 K대 총학생회 관계자)“개강부터 국보법을 들고 나오면 학생들이 반감을 가진다. 학생회에서도 눈치를 보면서 국보법 철폐를 외칠 정도다.”(또 다른 K대 총학생회 관계자)국보법 폐지 문제로 교문 밖에선 보수·진보가 짝 갈려 논쟁을 벌이고 있지만, 요즘 서울의 대학가 교문 안쪽은 조용하다. 1980년대 초 국보법 폐지를 우리 사회에서 처음 큰 목소리로 제기했던 곳이 대학이란 점을 생각하면, 뜻밖의 풍경이
徐京錫 서울조선족교회 목사금년이 러시아 한인 이주 140주년이 되는 해여서 여기저기서 14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그렇지만 이벤트성 행사만 눈에 띌 뿐 우리나라가 50만 고려인을 진정한 동포로 껴안으려는 근본대책은 보이지 않는다.지금 고려인의 경제 형편이 비참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우즈베키스탄에서 더 이상 살기 어려워 러시아로 넘어가는 사람들이 줄을 잇지만, 이들의 법률문제를 돕는 최소한의 일조차 되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데 법률적·경제적 문제보다 더 심각한 것은 대부분의 고려인들이 한민족으로서의 주체성조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