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어제 국가보안법에 대해 네 가지 대안(代案)을 발표했다. 1~3안은 국보법을 폐지하고 형법의 내란죄와 외환(外患)죄 규정을 일부 보완하자는 것이고, 4안은 국보법 대신 ‘국가안전보장 특별법’을 만들자는 것이다.간단히 말해서 어떻게 해서든 법전(法典)에서 ‘국가보안법’이란 단어를 지우기만 하면 된다는 발상이다. 정부 참칭(僭稱)조항과 ‘반국가단체’ 조문을 폐지하고 고무·찬양죄와 불고지죄를 삭제하자는 주장은 일종의 장식용이다. 국보법 폐지와 반국가단체 삭제를 줄기차게 요구해온 북한으로서는 흡족할 내용이긴 하다. 그러나 형법
인도와 베트남을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은 귀국에 앞서 “미국이 (북핵에 대해)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고 굉장히 민감한 말들이 오가지만 구조적으로 많이 안정돼 있다”고 말했다. “한국·중국·일본·러시아가 북한에 대해 극단적 선택을 해야 할 환경에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일본마저도 때때로 경수로 문제가 있지만 미국과 분명히 다르다고 하면서 한반도 안정을 위해 노력해 가고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많은 국민들은 대통령의 발언을 통해 북핵에 관련해 중국·러시아·일본의 입장과 미국의 입장이 따로 있다는 사실과 함께, 한국이 이
徐之文고려대 교수·영문학한 달 동안 중국을 관찰하다가 한국에 와서 국정감사를 통해 제기된 역사교과서의 좌경화 문제를 접하게 되니 역사의 아이러니를 뼈저리게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문제가 된 교과서의 필자들은 바로 이런 문제 제기의 가능성에 대비해서 남한이 ‘외형적 경제성장을 이루었다’는 식의 안전장치를 넣기는 했지만 그들의 이념 편향은 명백해 보인다. 무엇이 2004년 오늘에도 많은 현역 교사들과 사학자들로 하여금 북한의 현실과 내막을 남한의 현실과 내막보다 호의적으로 보고, 더 민주적이고 우월하다고 믿고 싶게 만드는 것일까?사회주
金玄浩논설위원북한 주민들이 들을 수 있는 외부의 한국어 방송은 5~6개이다. KBS사회교육방송과 극동방송, 미국의 미국의소리(VOA)와 자유아시아방송(RFA), 중국 옌볜의 조선어방송 등이다. 이 방송을 듣기 위해 북한 주민들은 한밤중에 가슴을 졸이며 이불을 뒤집어쓴다. 단파 라디오는 주로 중국에서 온 보따리 장수들을 통해 구한다. 손재주 좋은 사람들은 직접 라디오를 조립하기도 한다. 외부 방송을 듣다가 들키면 수용소행이다. 그러나 젊은이들일수록 바깥 세상 소식에 목이 탄다. 외부 방송을 듣는 것이 젊은이의 용기로 여겨질 정도다.몇
열린우리당은 어제 한나라당 박진·정문헌 의원을 국가기밀을 유출했다는 이유로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고 정부에 형사 고발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국가 안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기밀 사항에 대해서는 국회에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주무장관이 그 이유를 밝히기로 했다. 야당의원들이 언제 또다시 스파이짓을 할지 모르니 아예 자료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권 출범 이후 간첩을 잡았다는 소식을 언제 들었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국민들로선 의사당 안에서 간첩을 잡았다며 벌이는 이 소동은 차라리 한 편의 코미디에 가깝다.‘국가 안위에
李先敏문화부 차장대우한 사회의 정치세력은 ‘보수’와 ‘진보’ 또는 ‘우파’와 ‘좌파’로 나뉜다. 하지만 동질적으로 보이는 각 집단의 내부에는 다시 그 지향점에 따라 여러 그룹이 존재한다. 그리고 동지끼리의 ‘노선 투쟁’은 적과의 ‘이념 투쟁’ 못지않게 때로는 더 격렬하게 이뤄진다. 역사 속의 어느 혁명기든 노선 투쟁의 승부는 생사(生死)를 갈랐다. 그보다는 덜 하지만 민주국가에서도 정당이나 단체에서 불꽃 튀기는 노선 투쟁이 벌어지는 것은 흔한 일이다.지금 한국의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 내부에도 역사관과 지향점을 달
崔普植사회부 차장대우“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시위대는 군가에 맞춰 움직였다. 대형 태극기의 네 귀를 잡고 앞장선 이들은 초로의 키 작은 여인들이었다. 경찰은 ‘10만명’, 주최측은 ‘30만명’이라고 주장한 인파가 뒤따랐다. 대부분 한국의 평균 중간 나이보다 많은 사람들이 서울 중심부로 이렇게 한꺼번에 몰려든 광경은 처음이었다.마이크를 든 연사가 외쳤다. “청와대로 가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우리의 뜻을 전합시다”라고. 대통령은 이미 인도(印度)행 비행기를 타고 떠난 뒤인데. 철망을 두른 경찰버스가 시청 앞 도로를
정부 여당이 이번 국감의 초점을 야당 군기(軍紀) 잡는 쪽으로 돌린 듯하다. 한나라당 박진 의원과 정문헌 의원을 국가기밀 유출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북한의 남침시 한국군이 단독으로 막을 경우 서울 방어선이 16일 만에 무너진다”는 것과 북한 붕괴시 대비 계획의 일부 공개를 문제 삼고 있다.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는 “기밀유출은 스파이 행위이고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으로 징역형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통상 목요일에 열던 국가안전보장회의를 하루 앞당겨 소집해 “국가안보 수호 차원에서 대응 조치를 다할 것”이라고 밝혔
諸成鎬중앙대 법대 교수친일 진상규명 등 과거사 청산문제가 정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의 반응은 역사적 대의와 정치적 명분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냉담하다. 시기적으로 적절치 못하고 편향성을 보이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이런 와중에 정치권의 주목을 거의 받지 못하는 불행한 과거사가 있다. 납북자 가족의 인권침해가 바로 그것이다. 제주 4·3사건, 노근리 사건, 친일 반민족행위 등 다른 과거사와 비교할 때 이 문제에 대한 극도의 무관심은 부당하다.납북자 가족의 인권침해 문제는 북한이 우리의 무고한 양민들을 강제 납치해
국회 교육위에서 한나라당 권철현 의원이 일선 고등학교의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금성출판사)가 북한 쪽에 편향돼 있다고 주장하자,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집단 성명을 내고 권 의원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들은 구체적인 사례를 열거하지도 않은 채 ‘악의적 주장’ ‘의도적 왜곡 날조’ ‘정치 선동’이라고 비난하면서 “또다시 색깔론을 앞세우는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한때 민주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공산주의자로 색칠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게 색깔론이다. 그 시대는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옛날 일이 됐다. 오히려 이제
언론인국가보안법을 생각하면 필자는 착잡한 심정에 사로잡힌다. 국가보안법으로 두 번의 실형(實刑), 그것과 다를 바 없는 ‘특별법 6조’로 또 한차례 실형―이쯤 되면 필자는 당연히(?)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해야 맞을지 모른다. 더구나 필자는 자신을 볼셰비키나 ‘위수김동(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 또는 ‘친지김동(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 동지)’ 편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젊은 혈기에 세상을 향해 한번 “꽥!” 소리만 질렀다 하면 대뜸 국가보안법부터 들고나오는 공권력에 대해, 그때마다 아연함과 답답함을 금할 수
우리 아들 딸들의 반수 가량이 대한민국의 역사를 부정적 시각에서 서술한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를 교재로 배우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일부 좌파 성향의 학자들이 주장해온 내용을 고등학교 학생들의 교과서에 그대로 옮겨 놓은 데 따른 것이다. 문제의 교과서는 일제하 독립운동에서 광복군에 대한 설명은 1쪽에 그치고 있다. 좌파계열의 만주독립운동은 3쪽에 걸쳐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남북 분단의 책임도 미국 쪽에 있는 듯이 묘사돼 있다. 북한에 진주한 소련군의 행태와 역할에 대한 기술은 이와 반대다. 이뿐 아니다. 6·25전쟁과 관련한 김
朴聖祚베를린자유대 정교수·서울대 초빙교수통일 14주년, 베를린 장벽 붕괴 15주년을 맞는 독일은 통일의 원점으로 돌아온 것 같다. ‘월요데모’.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 붕괴의 직접 원인은 라이프치히시(市)의 월요데모였다. 동독인의 처음 구호는 “우리는 한 민족이다”였고, 나중에는 “우리는 국민이다”로 바뀌었다. 그들은 민주주의를 찾아 자유를 탄원했다. 1990년 10월, 염원은 이루어져 독일 통일은 완성됐다. 공교롭게도 우리의 개천절이 독일인의 개국일이 되었다.15년이 지난 오늘 동독에서는 또 ‘월요데모’가 한창이다.
任爀伯고려대 교수·정치학냉전 해체, 중국의 개방, 세계화로 동북아에서도 경제 분야에서는 다자주의적 지역협력의 움직임이 태동하고 있으나 안보 분야에서는 여전히 미국의 ‘일방적 양자(兩者)주의(uni-bilateralism)’와 중국의 신(新)패권주의가 충돌하고 있다. 미국이 그리는 동아시아 안보 구도는 기본적으로 미국이 중추가 되어 동아시아 연안 국가들과의 양자주의적 상호 방위동맹을 강화하여 중국 대륙을 포위·견제·봉쇄하는 것으로 나타난다.그런데 미국의 대(對)중국 봉쇄 전략의 중추는 미·일 동맹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부시 정부
金英鎭美 조지워싱턴大 명예교수·국제정치학2005년은 한반도 운명의 해가 될 것이다.9월 말 개최 예정이던 6자 회담이 무산되고 미국 대통령선거 이후에야 재개될 전망이다. 부시나 케리, 어느 행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내년에는 미국 정부가 핵 문제에 결단을 내려야 할 해다. 미국은 북핵의 완전 폐기를 겨냥한 행동계획을 실천에 옮기기 시작할 것이다. 그 첫 단계로 일정한 기간 동안은 6자 또는 북·미 2자간 대화가 병행되는 ‘진지한 외교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북한이 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을 포함한 모든 핵 포기를 결단한다면 그 검증 문제,
미국 대통령 선거의 첫 후보 TV 토론에서 존 케리 민주당 후보는 “지금 북한의 손아귀에는 4~7개의 핵무기가 들어 있다”고 했다. 케리는 다른 TV 프로에서는 외교적 방법이 실패할 경우 북한에 대한 선제 공격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북한의 핵무기 보유설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미국 중앙정보부(CIA)와 핵 전문가들은 개수에서만 차이가 날 뿐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이의를 달지 않는다. 그러나 대통령 후보가 미국 국민을 향해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차원을 달리하는 문제
南悳祐前국무총리지난 7월 미국 하원에서 의결한 ‘2004년 북한인권법안’이 9월 28일 상원에서도 일부 자구(字句) 수정을 거친 후 만장일치로 의결되었다. 그런데 우리 정부가 지난 날 UN의 인권 결의안 투표를 기권한 데 이어, 미국 의회의 이 법안에 대하여는 일부 여당 의원들이 “북한 인권법안은 내정 간섭”이라고 비판하면서 의회에 반대 서한을 보내기까지 했고, 여당대표는 6자 회담과 남북의 화해 협력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우려한다는 반응이다.여권의 이른바 ‘386’은 지난날 남한의 민주화와 인권 보호를 위해 과감히 투쟁했다고 자
南成旭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북한 외무성은 추석 연휴기간 중 당초 9월 말 이전에 개최키로 되어 있던 6자회담이 무산된 것은 미국의 대(對)북한 적대정책과 핵문제에 대한 남북한 간에 ‘2중 기준’ 때문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또 최수헌 부상은 유엔 총회에서 폐연료봉 8000개를 재처리해서 얻은 농축 우라늄을 ‘무기화(武器化)했다’며 대미(對美) 강경입장을 확산시켰다. 북한은 미국의 ‘리비아식 선(先)핵포기 수용’ 요구에 대해 ‘이미 핵무기를 제조했을 가능성’을 시사함으로써 과거보다 강경해진 비타협적 자세를 공식화하였다.국제사회의 새로운
탈북자 43명이 29일 중국 베이징(北京)의 캐나다대사관으로 들어가 한국행을 요구하고 있다. 탈북자들의 외국 공관 진입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상하이(上海)에서는 탈북자 9명이 27일 미국 국제학교에 들어갔다가 경찰에 인계됐다.이제는 어떤 탄압이나 강경책 또는 외면도 북한 주민들의 탈북과 한국행을 저지할 수 없다. 지난 10년간의 탈북자 역사가 이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미국 의회조차 탈북자들을 지원하고 이들의 미국 망명을 허용하는 법을 제정하고 나섰다. 이제 탈북자문제는 우리 정부가 외면하고 안 하고와 관계없이 국제적 이슈로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