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요즘 일부 지식인들은 나라 전체가 ‘강경 우파’와 ‘수구 좌파’로 양분되고 있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들은 세상을 중도우파와 중도좌파 판으로 짜야 한다고 역설한다. 필자도 1987년의 민주화 직후부터 그런 소망을 기회 있을 때마다 내비치곤 했다.한반도에서는 그런 중도의 판도는 한 번도 있어본 적이 없다. 기성 보수와 기성 극좌의 완강한 패권주의 탓이 물론 컸을 것이다. 하지만 중도우파와 중도좌파가 스스로 되돌아봐야 할 점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우파진영에서는 ‘혁신우파’라 할 만한 집단이 기성 보수의 주도권을 빼앗기
열린우리당은 국가보안법을 폐기하고 대신 형법에 ‘내란목적단체 조직죄’를 만들어 보완한다는 당론을 확정했다. 반국가단체 관련 조항이나 북한에 드나드는 것을 처벌했던 잠입·탈출죄, 북한체제 선전을 막기 위한 찬양·고무죄, 공작금 수수를 벌하는 금품수수죄 등을 모두 없앴다.여당은 국보법이 없어져도 정도가 심하면 형법상 내란죄나 다른 법으로 처벌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안 전문가들은 “북한 관련 안보는 손 놓으라는 얘기”라고 허탈해 하고, 대검 공안부가 긴급대책회의를 열어야 할 만큼 대북(對北) 안보에 충격을 주고 있다.남파 간첩조차
姜仁仙워싱턴 특파원미국 대선후보 TV토론이 3차에 걸친 치열한 ‘말의 결투’ 끝에 막을 내렸다. 북한 핵 문제는 외교정책을 다룬 1차 토론과 외교·국내정책을 함께 다룬 2차 토론에서 모두 쟁점으로 등장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6자회담 고수를, 민주당의 존 케리 후보는 미·북 직접대화를 제안했다.한국에서는 두 후보가 보여준 북핵 해결 접근방식의 차이와 대선 결과에만 관심을 갖지만, 우리가 진지하게 귀 기울여야 할 문제는 두 후보가 공히 강조하는 북핵 해결 의지와 문제의 시급성이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누가 승리하든 북핵문
밴 히프미국 국방연구소 소장미국의 외교정책에 대해서는 칭찬과 야유가 함께 쏟아진다. 하지만 찬성론자든 반대론자든 많은 이들이 미국의 외교정책 결정과정에 복잡한 민주 절차가 얽혀 있다는 사실은 충분히 헤아리지 못하고, 의회의 영향력은 도외시한다.하지만 의회는 정책에 대한 감독·승인권과 재정·무역 부문에 대한 독자적 권한 행사를 통해 외교 방향에 영향을 미친다. 극단적인 형태 중의 하나는 미국이 북한에 대해 부과한 전면적인 무역 금지다. 2003년 초 이라크 상황을 관망만 하고 있던 나라들에 대해 무역협정 비준을 보류했던 것도 한 예다
姜京希파리 특파원베를린 장벽 붕괴(11월 9일) 15주년을 앞둔 베를린에서 대조적인 두 사람을 만났다.한 사람은 서독의 보수 일간지인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의 칼 펠트마이어 기자, 또 한 사람은 동독의 공산당 기관지였던 노이에스 도이치란트의 페터 키르샤이 기자였다. 둘 다 백발이 성성한 60대의 대기자들이었다.서독 기자의 삶은 통일 후에도 그리 변한 게 없었다. 반면 동독 기자의 삶은 크게 달라졌다. 베를린 태생인 키르샤이 기자는 어느 날 갑자기 집 앞에 베를린 장벽이 쌓이는 걸 봤다. 막힌 장벽의 한쪽에서 30년 가까이 살
열린우리당이 국가보안법 문제에 이어, 과거사 기본법을 발표했다. 여당의 국보법 보완 방안은 반국가단체 규정과 찬양 고무 등의 핵심 조항을 없애는 것이고, 과거사 법안은 조사 대상에 좌파 항일 운동까지 포함시키고 해방 이후 공권력에 의한 인권 유린을 조사하자는 것이다. 이들 법안의 실질적 내용은 좌파들의 입을 풀어주고 과거 좌파들의 공(功)을 발굴하면서 우파들의 잘못을 파헤쳐 매장하겠다는 것이다.여당은 좌파의 문제도 다룬다고 한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은 엊그제 관훈토론회에서 “근 60년 동안 좌익 용공 부분은 없는 부분까지
/허용범·워싱턴특파원 heo@chosun.com11일 미국 워싱턴의 주미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국정감사. 최근의 논란을 반영하듯 주제는 단연 북한인권법이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전원이 이 문제를 물었다.“이 법이 북한의 조기붕괴를 의도하고 있다는 우려에 대해 어떻게 보느냐”(열린우리당 최성 의원), “연간 2000만달러를 지원받을 수 있는 단체들의 명단은 파악했나”(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 “정부는 이 법이 회기 내에 통과되지 않거나 자동 폐기되길 기대한 측면이 있느냐”(열린우리당 김부겸 의원), “북한이 반발하는 것은 별개로 하
열린우리당이 어제 국가보안법에 대해 네 가지 대안(代案)을 발표했다. 1~3안은 국보법을 폐지하고 형법의 내란죄와 외환(外患)죄 규정을 일부 보완하자는 것이고, 4안은 국보법 대신 ‘국가안전보장 특별법’을 만들자는 것이다.간단히 말해서 어떻게 해서든 법전(法典)에서 ‘국가보안법’이란 단어를 지우기만 하면 된다는 발상이다. 정부 참칭(僭稱)조항과 ‘반국가단체’ 조문을 폐지하고 고무·찬양죄와 불고지죄를 삭제하자는 주장은 일종의 장식용이다. 국보법 폐지와 반국가단체 삭제를 줄기차게 요구해온 북한으로서는 흡족할 내용이긴 하다. 그러나 형법
인도와 베트남을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은 귀국에 앞서 “미국이 (북핵에 대해)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고 굉장히 민감한 말들이 오가지만 구조적으로 많이 안정돼 있다”고 말했다. “한국·중국·일본·러시아가 북한에 대해 극단적 선택을 해야 할 환경에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일본마저도 때때로 경수로 문제가 있지만 미국과 분명히 다르다고 하면서 한반도 안정을 위해 노력해 가고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많은 국민들은 대통령의 발언을 통해 북핵에 관련해 중국·러시아·일본의 입장과 미국의 입장이 따로 있다는 사실과 함께, 한국이 이
徐之文고려대 교수·영문학한 달 동안 중국을 관찰하다가 한국에 와서 국정감사를 통해 제기된 역사교과서의 좌경화 문제를 접하게 되니 역사의 아이러니를 뼈저리게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문제가 된 교과서의 필자들은 바로 이런 문제 제기의 가능성에 대비해서 남한이 ‘외형적 경제성장을 이루었다’는 식의 안전장치를 넣기는 했지만 그들의 이념 편향은 명백해 보인다. 무엇이 2004년 오늘에도 많은 현역 교사들과 사학자들로 하여금 북한의 현실과 내막을 남한의 현실과 내막보다 호의적으로 보고, 더 민주적이고 우월하다고 믿고 싶게 만드는 것일까?사회주
金玄浩논설위원북한 주민들이 들을 수 있는 외부의 한국어 방송은 5~6개이다. KBS사회교육방송과 극동방송, 미국의 미국의소리(VOA)와 자유아시아방송(RFA), 중국 옌볜의 조선어방송 등이다. 이 방송을 듣기 위해 북한 주민들은 한밤중에 가슴을 졸이며 이불을 뒤집어쓴다. 단파 라디오는 주로 중국에서 온 보따리 장수들을 통해 구한다. 손재주 좋은 사람들은 직접 라디오를 조립하기도 한다. 외부 방송을 듣다가 들키면 수용소행이다. 그러나 젊은이들일수록 바깥 세상 소식에 목이 탄다. 외부 방송을 듣는 것이 젊은이의 용기로 여겨질 정도다.몇
열린우리당은 어제 한나라당 박진·정문헌 의원을 국가기밀을 유출했다는 이유로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고 정부에 형사 고발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국가 안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기밀 사항에 대해서는 국회에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주무장관이 그 이유를 밝히기로 했다. 야당의원들이 언제 또다시 스파이짓을 할지 모르니 아예 자료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권 출범 이후 간첩을 잡았다는 소식을 언제 들었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국민들로선 의사당 안에서 간첩을 잡았다며 벌이는 이 소동은 차라리 한 편의 코미디에 가깝다.‘국가 안위에
李先敏문화부 차장대우한 사회의 정치세력은 ‘보수’와 ‘진보’ 또는 ‘우파’와 ‘좌파’로 나뉜다. 하지만 동질적으로 보이는 각 집단의 내부에는 다시 그 지향점에 따라 여러 그룹이 존재한다. 그리고 동지끼리의 ‘노선 투쟁’은 적과의 ‘이념 투쟁’ 못지않게 때로는 더 격렬하게 이뤄진다. 역사 속의 어느 혁명기든 노선 투쟁의 승부는 생사(生死)를 갈랐다. 그보다는 덜 하지만 민주국가에서도 정당이나 단체에서 불꽃 튀기는 노선 투쟁이 벌어지는 것은 흔한 일이다.지금 한국의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 내부에도 역사관과 지향점을 달
崔普植사회부 차장대우“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시위대는 군가에 맞춰 움직였다. 대형 태극기의 네 귀를 잡고 앞장선 이들은 초로의 키 작은 여인들이었다. 경찰은 ‘10만명’, 주최측은 ‘30만명’이라고 주장한 인파가 뒤따랐다. 대부분 한국의 평균 중간 나이보다 많은 사람들이 서울 중심부로 이렇게 한꺼번에 몰려든 광경은 처음이었다.마이크를 든 연사가 외쳤다. “청와대로 가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우리의 뜻을 전합시다”라고. 대통령은 이미 인도(印度)행 비행기를 타고 떠난 뒤인데. 철망을 두른 경찰버스가 시청 앞 도로를
정부 여당이 이번 국감의 초점을 야당 군기(軍紀) 잡는 쪽으로 돌린 듯하다. 한나라당 박진 의원과 정문헌 의원을 국가기밀 유출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북한의 남침시 한국군이 단독으로 막을 경우 서울 방어선이 16일 만에 무너진다”는 것과 북한 붕괴시 대비 계획의 일부 공개를 문제 삼고 있다.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는 “기밀유출은 스파이 행위이고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으로 징역형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통상 목요일에 열던 국가안전보장회의를 하루 앞당겨 소집해 “국가안보 수호 차원에서 대응 조치를 다할 것”이라고 밝혔
諸成鎬중앙대 법대 교수친일 진상규명 등 과거사 청산문제가 정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의 반응은 역사적 대의와 정치적 명분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냉담하다. 시기적으로 적절치 못하고 편향성을 보이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이런 와중에 정치권의 주목을 거의 받지 못하는 불행한 과거사가 있다. 납북자 가족의 인권침해가 바로 그것이다. 제주 4·3사건, 노근리 사건, 친일 반민족행위 등 다른 과거사와 비교할 때 이 문제에 대한 극도의 무관심은 부당하다.납북자 가족의 인권침해 문제는 북한이 우리의 무고한 양민들을 강제 납치해
국회 교육위에서 한나라당 권철현 의원이 일선 고등학교의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금성출판사)가 북한 쪽에 편향돼 있다고 주장하자,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집단 성명을 내고 권 의원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들은 구체적인 사례를 열거하지도 않은 채 ‘악의적 주장’ ‘의도적 왜곡 날조’ ‘정치 선동’이라고 비난하면서 “또다시 색깔론을 앞세우는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한때 민주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공산주의자로 색칠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게 색깔론이다. 그 시대는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옛날 일이 됐다. 오히려 이제
언론인국가보안법을 생각하면 필자는 착잡한 심정에 사로잡힌다. 국가보안법으로 두 번의 실형(實刑), 그것과 다를 바 없는 ‘특별법 6조’로 또 한차례 실형―이쯤 되면 필자는 당연히(?)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해야 맞을지 모른다. 더구나 필자는 자신을 볼셰비키나 ‘위수김동(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 또는 ‘친지김동(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 동지)’ 편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젊은 혈기에 세상을 향해 한번 “꽥!” 소리만 질렀다 하면 대뜸 국가보안법부터 들고나오는 공권력에 대해, 그때마다 아연함과 답답함을 금할 수
우리 아들 딸들의 반수 가량이 대한민국의 역사를 부정적 시각에서 서술한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를 교재로 배우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일부 좌파 성향의 학자들이 주장해온 내용을 고등학교 학생들의 교과서에 그대로 옮겨 놓은 데 따른 것이다. 문제의 교과서는 일제하 독립운동에서 광복군에 대한 설명은 1쪽에 그치고 있다. 좌파계열의 만주독립운동은 3쪽에 걸쳐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남북 분단의 책임도 미국 쪽에 있는 듯이 묘사돼 있다. 북한에 진주한 소련군의 행태와 역할에 대한 기술은 이와 반대다. 이뿐 아니다. 6·25전쟁과 관련한 김
朴聖祚베를린자유대 정교수·서울대 초빙교수통일 14주년, 베를린 장벽 붕괴 15주년을 맞는 독일은 통일의 원점으로 돌아온 것 같다. ‘월요데모’.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 붕괴의 직접 원인은 라이프치히시(市)의 월요데모였다. 동독인의 처음 구호는 “우리는 한 민족이다”였고, 나중에는 “우리는 국민이다”로 바뀌었다. 그들은 민주주의를 찾아 자유를 탄원했다. 1990년 10월, 염원은 이루어져 독일 통일은 완성됐다. 공교롭게도 우리의 개천절이 독일인의 개국일이 되었다.15년이 지난 오늘 동독에서는 또 ‘월요데모’가 한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