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결국은 물러났다. 파월 장관은 일방주의 외교를 밀어붙여온 부시 정부 내 신보수주의자들 속에서 동맹과의 협조나 국제사회와의 협력, 힘과 대화의 균형을 강조했던 브레이크 역할을 해왔던 존재다.부시 대통령이 그런 파월을 내보낸 것은 미국의 국익을 추구하는 자신의 외교 방식에 대해 국민의 재신임을 받았다는 자신감의 결과라고 해석된다. 미국내 신보수주의자들이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최대의 장애물로 간주하고 있는 북핵(北核) 문제의 당사자 국가의 하나인 한국으로선 파월의 후퇴로 상징되는 이러한 ‘부시 2기’ 외교에서
논설위원40대 초반의 정치학 교수에게 “요즘 뭘 신경쓰느냐”고 물었더니 “역(逆)의식화”라고 대답했다. 중·고교를 다닐 때 전교조에 의해 의식화된 학생들의 치우친 생각을 바로잡아 주려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말을 들으면서 바보 같은 의문이 들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지금은 ‘386 천하(天下)’인데, 이 같은 반(反)386적인 교육을 서울시내 대학 한복판에서 해도 괜찮을까. 그의 답변은 “세상 참 많이 바뀌었다”였고, 이 말은 필자를 진짜 바보로 만들었다.세상은 확실히 바뀌었다. 1970~80년대 대학생들은 대학에 들어가 1
구(舊)좌익(Old Left)과 구보수 정치권이 50년이 넘도록 「국가대표 선수」 노릇을 하는 곳은 아마도 한반도밖엔 없을 것이다. 북한 김씨 왕조는 말할 것도 없는 구좌익이다. 한국에서도 ‘자칭 진보’는 수구 좌파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보수 정치권 또한 구시대의 뿌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제 이런 구태의연한 판도는 그 존재이유와 생명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북한 김씨 왕조는 인민을 굶겨 죽이고 그들의 인권을 잔인하게 유린하면서, 도대체 저런 정권이 21세기 대명천지에 어떻게 아직도 남아 있나 하는 세계인의 금치산(禁治産) 선고
노무현 대통령은 1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행한 연설에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대북(對北) 무력행사는 물론, 봉쇄정책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대화 이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노 대통령의 발언은 한마디로 미국이 대북 강경책을 포기하고 북한을 달랠 새 방안을 내놓으라는 주문이다. 부시 대통령의 재선으로 미국의 대북 정책이 보다 강경해질 것이라는 판단에서 이걸 막아 보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북핵문제를 무력행사를 통해서가 아니라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데 누가 반대하겠는가. 문제는 ‘어떻게’이다. 우선 북
이위재·사회부 기자 wjlee@chosun.com기자는 민족통일 전국연합 박세길 조직위원장이 좀 비겁하다고 느꼈다. 그는 본지가 12일자에서 지난 9월 전공노를 상대로 한 그의 강연 내용이 주체사상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하자 “강의 중 일부 단어나 문맥이 유사하다고 해서 주체사상을 강연했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그러나 그는 분명 스스로 알 것이다. 자신이 주체사상을 설파했다는 사실을. 박 위원장은 1989년 ‘이정길’이란 필명으로 주체사상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철학의 새로운 단계’라는 책을 쓰기도 했던 장본인이다.
千璂元두리하나 선교회 대표두리하나 사무실에는 날마다 여러 통의 전화와 편지가 날아온다. “도와 달라, 살려 달라, 어떻게 하면 한국에 갈 수 있느냐?” 모두 같은 내용들이다. 그들은 중국에 체류 중인 이른바 ‘탈북자’들이다. 읽다 보면 메어 오는 가슴을 주체할 길이 없다.그제 받은 편지에도 30대 여성의 애절한 사연이 담겨 있었다. 1997년, 굶어죽지 않으려고 한여름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온 27세의 그녀에게 다가온 현실은 중국 남자와 조선족 노총각 등 세 남자에게 팔려 가며 유린당한 7년의 세월뿐이었다. 최근엔 식모살이 등 갖
南成旭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북한의 보도 매체들은 미국 대선 후 일주일이 다 된 9일 밤까지도 부시 대통령의 재선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물론 부시 재선에 실망하여 아직 무반응인 것일 수도 있고, 선거가 종료되자마자 부시를 다시 비난하기에는 향후 4년간 미국과 정면으로 부딪치며 사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에 일단 관망 자세를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북한은 미국 대선기간 내내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든 상관없다”며, 향후 북·미 관계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의 포기 여부에 달려 있다면서도, 케리 민주당
/박민선·정치부기자 sunrise@chosun.com기자가 북한에서 빠져나온 장길수군을 만난 것은 3년 전 사회부 기자 시절이었다. 인천 국제공항에서였다. 당시 길수 가족은 중국 베이징(北京)의 유엔난민담당관(UNHCR) 사무소에 진입해 나흘간 농성을 벌인 끝에 서울로 올 수 있었다. 공항에서 단 5분간 기자들 앞에 섰던 길수는 곧 버스에 태워졌다. 안가(安家)로 이동하는 버스였다.굳게 내려진 커튼 틈새로 길수가 빼꼼이 얼굴을 내밀었다. 카메라 렌즈로 잡은 길수의 눈은 불안한 듯 흔들리고 있었다. 그후 한 번도 길수를 만나지 못했다
10월 26일 발생한 강원도 철원군 최전방 3중 철책선 절단 사건에 대해 유엔군사령부의 부참모장이 “절단 부위가 매우 정교해 전문가의 소행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민간인의 서툰 솜씨로 판단된다”는 합참의 당초 발표와는 딴판이다.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자 유엔사는 “신중하게 계획된 소행이라는 것이지 월경한 사람의 신분을 말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비(非)전문가의 소행이라는 우리 군의 입장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애초부터 합참의 설명에는 의문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남쪽 첫번째 철책선의 절단된 매듭만 35곳이다.
중국이 탈북자 62명을 북한으로 강제 송환했다. 지난달 26일 중국 경찰이 새벽에 베이징의 민가 두 채를 급습해 체포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한국으로 오기 위해 외국공관 진입을 준비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북한은 한국행을 시도하다 붙잡힌 탈북자들은 예외 없이 정치범수용소로 보낸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을 중국이 이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낸 것은 “가서 죽어라”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굳이 인도주의를 들먹일 것도 없다. 중국은 정말 이 정도 나라밖에 되지 않는 것인가.탈북자들이 외국공관으로 들어가는 목적은 한국행이다. 만약 실패하더라도
金泰宇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다. 북핵 문제는 누가 당선되든 원점에서 재출발해야 할 상황이었기에, 한국인으로서는 제2기 부시 행정부의 북핵 정책이 초미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우선 강경책을 예상할 수 있다. ‘반(反)확산 안보 구상(PSI)’을 본격화하여 북한 출입 선박들을 정선(停船)·검색하고 대량살상무기 관련 화물들을 압류한다면 북한이 강력히 반발할 수 있다. 물론 부시 대통령도 일단은 ‘6자회담 틀 안에서의 외교적 해결’을 강조하겠지만, 새롭게 4년의 임기를 보장받은 이상, 여차하면 강경책으
金英鎭美 조지워싱턴대 명예교수노무현 대통령과 일본 고이즈미 총리의 정상회담이 12월 중순 일본에서 열린다. 지난 7월 제주도에서 있었던 정상회담의 성격을 일본 당국자가 다음과 같이 평가했던 기억이 난다. 한국이 고이즈미 총리를 껴안아 미국의 강경 대북정책을 견제하고, 6자회담에서 일본의 대북 유화정책을 유도하기 위해 마련된 회담이었다고.사실 한국 정부는 고이즈미 총리의 지난 5월 제2차 평양 방문을 높이 평가하였으며, 7월 한·일 정상회담에서 노 대통령이 대북 지원의 중요성을 열심히 강조한 것이 일본측에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노 대
顧問집권 2기의 조지 W 부시는 달라질 것인가? 그의 독불장군식 외교는 좀 유연해질 것인가? 그의 대북(對北)정책은 여전할 것인가? 그리고 한·미 안보관계는 또 어떻게 변모하고 대한(對韓) 경제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이것이 부시 미국 대통령의 재선을 보는 한국인들의 일반적 관심이며 집약된 의문이기도 할 것이다.부시 외교의 전반에 관한 미국 전문가들의 견해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와 ‘달라질 것이다’ 두 가지를 모두 담고 있다. 부시를 괴롭힐 가장 심각한 외교·안보적 과제는 오사마 빈 라덴과 알 자르카위 등의 테러 행위에 어떻게
피터 브룩스美헤리티지 연구소 아시아연구소장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다. 이제 미래로 눈을 돌릴 때다. 불행하게도 미래는 미국과 우방들을 몹시 불안케 하는 안보 관련 도전들로 가득하다. 부시는 임기 중 이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최우선 순위는 당연히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안정, 그리고 전세계적 차원에서의 테러와의 전쟁이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안정화는, 이 두 나라에서 국제 테러조직인 ‘알 카에다’를 패퇴시켜야 그 조직과 국제적 준동을 뿌리 뽑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부시의 2기 임기 동안 핵심 안건이다.다음으로 북
출판국장요즘 진보세력과 보수세력 간의 전투 양상을 보면 도박판 판돈을 키우는 쪽으로 달리는 양상이다. 내기를 키워 최후의 순간에 상대방을 한 방에 몰락시키려는 결의를 느낄 수 있다. 올 들어서만 이미 대통령 탄핵사태와 행정수도 이전 문제로 헌법재판소에서 1승1패의 전적을 기록했건만, 양측 모두 그걸로 만족하며 공존하는 길을 찾지 못한 채 판을 부풀리고 있다.먼저 노무현 대통령과 그 일파(一派)를 보면, 이들은 다수 여론과 정면 승부하기로 이미 선언했다. 국가보안법, 사학법(私學法), 친일청산법, 언론관련법 등 4개 법안에 국민의 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부시 대통령의 재선이 유력하다. 이번 선거는 마지막 순간까지 승패를 예측할 수 없는 치열한 접전을 벌이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세계인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9·11테러 이후 처음 치러진 이번 대선의 최대 이슈는 과거와 달리 미국의 외교 안보문제였다. 그 중에서도 특히 대(對)테러전과 핵 확산 저지문제가 핵심이었다. 외교 안보 노선에선 공화당과 민주당의 입장이 확연하게 다른 것은 아니었다. 양당 모두 테러와 핵 확산을 막기 위한 선제 공격전략을 정책적 선택 범위 안에 포함시켰다. 다른 점이라면 공화당이 여전
북한 경비정 3척이 1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여러 차례 침범했다가 우리 함정의 경고 함포 사격을 받고 물러났다. 북한의 기본 전략은 수시로 우리 해역을 헤집고 다님으로써 NLL을 있으나마나한 것으로 만들려는 것이다. 이번에는 3척이 동시에 여기저기를 들쑤시고 다닌 데다 경고 사격을 받고도 순순히 퇴각하지 않는 등 도발의 수위를 의도적으로 높인 것으로 보인다.이런 북한의 태도에는 우리 안보의 대응 자세를 시험해 보려는 느낌이 짙다. 이번 NLL 침범도 지난 7월 우리 군의 NLL 작전 예규가 약화된 것과 무관치 않다고 보아야
정치부장기자는 1994년 7월 9일 오전에 편집국에 있었다. 낮 12시가 조금 지나 북한 방송이 “김일성 동지가 급병으로 서거하시였다”고 발표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날의 충격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오늘은 미국의 다음 대통령이 결정되는 날이다. 미국에서 진행되는 투표 소식을 들으며 문득 10년 전의 그 충격이 다시 떠올랐다. ‘만약 지금 북한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우리가 미국 대선을 주목하는 것은 무엇보다 북한 문제 때문이다. 북한 핵 문제는 미국 대선 때까지 미뤄져 왔다. 이제 대선은 끝났고 북핵 문제
정진우서강대 경제학과 4년“잊을 수가 없어요. 잊을 수가 없어요. 옥수수 짚단 아래 처절하게 찢겨진 채….” 18년 전 소년은 그렇게 전교생이 지켜보는 가운데 웅변을 했다.1986년 6월 25일, 당시 10살이었던 나는 전교생이 지켜보는 가운데 열변을 토해냈다. 우렁찬 목소리로 또박또박 ‘반공’을 외쳤다. 웅변할 때 숨은 어디서 쉬어야 하고, 강약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런 것도 신경을 써야 했다. 어린 나이에 참 고달픈 경험이었다. 웅변의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를 외쳤다.이승복이 부활했던 것이다. 교과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