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대북 특사를 지낸 찰스 프리처드 연구원(브루킹스연구소)은 13일 “북한의 연착륙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순식간에 경착륙으로 돌아설 수 있다”면서 “북한이 붕괴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두 개의 한국이 통일될 것이라고 생각하나 중국에 흡수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그는 그 이유로 “북한이 기본적인 필수품의 상당부분을 중국에 의지하고 있으므로 흡수과정은 매우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의 발언은 현정권의 대북정책 형성에 관여하는 사람들로부터 “북한 붕괴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북한전문가가 아니고 아
田奉根평화협력원장북한이 변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사람은 대개 두 부류이다. 첫째, 북한 변화의 기준을 매우 높이 설정하고 여기에 미치지 못하니 변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경우이다. 기준점으로 시장경제의 전면도입, 생산수단의 사유화, 민주화와 인권보장, 선군정치와 일당독재의 포기 등을 들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체제변환이나 정권교체 이후에야 가능한 ‘근본적인 변화’에 해당한다. 둘째, 북한의 변화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경우이다. 개혁개방을 시도한 동구권 국가들이 붕괴하였기 때문에 김정일도 정권생존을 위하여 끝까지 변화를 거부할 것이라는 판
홍진표‘바른 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정책실장지난날 한국의 보수 또는 우파세력은 반공주의를 중요한 가치로 삼았다. 반공주의는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북한과의 대결과 동서냉전이라는 상황에서 반론될 수 없는 절대논리로 존재하였다. 그러나 이제 반공주의는 권위주의와 함께 구시대를 대표하는 어두운 상징으로 남아버렸다. 수구, 시대착오, 냉전적 등 보수를 공격하는 상투어들의 이면에는 반공주의에 대한 반감과 조롱이 담겨 있다. 아무리 세간에서 인기 없는 가치라도 옳은 것이라면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공산주의로부터의 현실적 위협이라는 전제가 사라져버
金玄浩논설실장북한의 올해 신년사는 추락하는 노동당의 위상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 금년은 북한 노동당이 만들어진 지 60년이 되는 해다. 웬만하면 신년사는 노동당의 ‘영웅적 투쟁’을 자랑하면서 전 인민이 단결하여 당의 혁명 노선을 다그쳐나가자는 내용으로 채워졌을 것이다. 10년 전 노동당 창당 50주년 때 신년사 제목은 ‘위대한 당의 령도따라…’였고, 5년 전 55주년 때는 ‘당 창건 55주년을 맞는 올해를…’이었다.그런데 60주년인 금년은 제목부터 ‘전당 전군 전민이 일심단결하여 선군(先軍)의 위력을 더 높이 떨치자’이다. 내용에서
통일부가 탈북자라는 용어를 ‘새터민’으로 바꾸기로 했다. 새터민은 ‘새로운 터전에서 삶의 희망을 갖고 사는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물론 이것은 새터민이란 말을 만든 사람의 해석이다. 그 단어를 쓰고 듣게 될 말의 주인인 일반 국민과는 아무 관계없는 일방적 뜻풀이다. 당연히 이 단어는 국립국어연구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1999년판)에도 나오지 않는다. 우선 국민에게 익숙한 ‘탈북자’를 왜 굳이 ‘새터민’이란 국적 불명의 신조어(新造語)로 대체해야 하는지를 알 수 없다.통일부는 ‘탈북자’라는 용어에 거부감을 갖는 사람이 많아
김종한폴·헤이스팅스·자노프스키 앤드 워커 법률회사 변호사지난 미국 대선 때 나는 존 케리 민주당 후보 진영에 북핵 관련 조언을 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한국인들이 미 대선 결과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운명임을 냉엄히 깨닫게 됐다.민주당 후보인 케리 상원의원과 공화당 후보인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에서 다른 접근방식을 갖고 있었지만, 기본 전제는 같았다. 그들의 관심은 북한 핵무기가 한반도의 불안 요소라는 사실보다, 이 핵무기가 테러집단의 손에 넘겨지거나 노동2호 또는 북한의 차세대 장거리 미사일에 탑재돼 미국 서해안을 위
李炳浩전 안기부 차장·울산대 초빙교수미국 CIA 본부에는 역대 대통령들의 초상화가 전시되어 있다. 그중 트루먼 대통령 초상화 하단에는 다음과 같은 친필서명이 적혀 있다. “미합중국 대통령, CIA를 아는 유일한 사람(the only person).” 이 서명은, 정보기관이란 기본적으로 대통령을 위한 조직임을 지적하고 있다. 즉 대통령이 국가보위의 막중한 책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마련한 특별한 장치가 바로 정보기관이고, 그래서 대통령만이 그 활동 내용을 알게되어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이와 같이 대통령과 정보기관의 관계는 특
북한은 2005년 신년사에서 작년과 마찬가지로 군(軍)을 가장 중요시하고 앞세운다는 뜻의 선군(先軍)이라는 용어를 40여회나 사용하면서 “사회주의는 영원한 운명공동체”임을 강조하고 “미제의 악랄한 책동을 단호히 짓부수자”고 소리를 높였다. 남쪽을 향해 ‘민족자주공조’ ‘반전평화공조’ ‘통일애국공조’를 촉구한 것도 용어만 조금 달라졌을 뿐 알맹이는 늘 해온 이야기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이 다소 줄어드는 등 전반적 기조가 덜 공격적이라는 점이다. 농업 생산을 강조하는 대목에서는 실용적 분위기도 느껴진다. 신년사
2005년 올해는 광복 60주년을 맞는 해다. 잃었던 나라를 되찾아 건국의 뜻을 모은 지 60년. 사람으로 치면 이런 일 저런 생각에 흔들리지 않고(不惑),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을 깨달아(知天命), 이제 세상사를 있는 그대로 보고 들을 수 있는(耳順) 경지에 이른 것이다.신생 독립국가 대한민국이 밟아온 산업화·민주화·선진화의 각 단계는 바로 이 같은 성숙 과정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은 60년 전 탈(脫)식민지 독립의 연대(年代)에 태어난 수많은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세계 10대 경제 대국의 문턱을 밟는 성취의 기록을 지닌 나라
金炳椽서강대 교수·경제학북한 경제가 시장경제로 바뀌는 것을 지도자 마음먹기쯤의 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인민이 극심한 기근에 시달리는 것을 보게 되고 사회주의 체제로서는 경제 회생의 가망이 없다고 판단하게 되면, 최고권력자는 시장경제로의 체제 전환을 시도할 수밖에 없으리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유지했던 나라들의 역사를 살펴보면 시장경제로의 이행이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사회주의가 혁명으로 건설된 것처럼 자본주의로의 이행도 사회주의의 최고권력자에게는 일종의 혁명을 감행하는 만큼의 위험부담
국가보안법을 비롯한 4개 법안을 논의해온 여야 4자 회담이 결렬됐다. 열린우리당은 야당과의 합의를 포기하고 국회법에 따라 밀어붙이겠다고 하고 한나라당은 관련 상임위에서 다시 농성을 할 태세다. 여야가 국민 앞에서 합의 처리를 다짐한 지 며칠이나 지났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여야는 숨을 고르고 4자회담 초기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여야가 그동안 4자회담을 해온 것은 4개 법안의 경우 협상을 통한 합의 처리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4자회담 전에도 여당의 강행 처리와 야당의 실력저지로 맞부딪쳤지만 어느
이른바 ‘내재적(內在的) 접근법’이라는 희한한 논법이 있다. 북한을 올바르게 이해하려면 북한 나름의 잣대로 북한을 봐야지, 외부의 잣대로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예컨대 북한의 인권문제도 북한이 처한 특수상황을 이해하면 왜 그런지 수긍할 수 있고, 또 수긍해야 한다는 것이다. 참으로 소가 웃을 소리다.그런데 그런 논자들은 대한민국에 대해서는 한 번도 그런 ‘내재적 접근법’을 써본 적이 없다. 그들의 ‘내재적 접근법’으로 본다면 5·16 같은 쿠데타도 충분히 도리 없이 이해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런 사태도 “은인자중하던 군
쑤저우(중국)=권경복 정치부 기자 kkb@chosun.com 중국을 방문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23일 장수(江蘇)성 쑤저우(蘇州) 공단을 시찰했다. 개성공단의 ‘모델’격인 쑤저우의 개발 현황을 둘러보고, 이를 개성공단 개발에 참고하기 위해서다.정 장관은 평소 “개성공단을 통해 냉전을 넘겠다”고 공언할 정도로 공단 개발에 공을 들여왔다. 우리 정부는 2년 후에는 개성공단에 10만명의 북측 근로자가 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고, 심지어 “개성공단이 쑤저우를 능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까지 한다.그러나 이런 전망과
데이비드 강(David Kang)미국 다트머스대 교수·정치학나는 북한의 정치체제 변화(regime change)를 바라는 사람들 중 하나다. 일부에서는 어떤 사람이 북한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에 따라 ‘매파’(hawk) 또는 ‘비둘기파’(dove)로 꼬리표를 붙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북한 상황의 현실은 복잡하고 뒤엉켜 있어, 이런 단순한 꼬리표가 큰 오해를 유발할 수 있다. 아마도 북한에 대해 강경한 접근법을 신봉하는 사람은 매파로, 북한에 대해 포용정책이 효과적이라고 믿는 사람은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듯하다. 그러나 이는
이진동·탐사보도팀기자 jaydlee@chosun.com 탈북자 부흥이 일행의 26일간에 걸친 ‘중국 탈출’ 여정( 본지 22·23일자 4·5면 )을 취재하면서 본 지난 17일 새벽의 장면은 결코 잊을 수 없을 것 같다.동남아 국가와의 국경을 100여km 앞둔 지점에서 아들이 인민해방군에 끌려내려간 뒤, 타고 왔던 버스가 출발하자 부흥이 엄마가 보여준 넋 나간 모습. 그녀는 쪼그려 앉아 무릎에 머리를 파묻고 서너 시간을 소리없이 울었다. 6개월 전 둘째딸(21)이 몽골 국경을 넘다 잡혀 생사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하나밖에 없는 아들마저
중국 내 탈북자들을 보호하려는 국제 사회의 목소리가 점차 행동으로 옮겨지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6개국 10여개 도시에서 탈북자들의 강제 북송을 반대하는 인권단체들의 시위가 22일 각지의 중국 대사관과 영사관 앞에서 벌어졌다. 한국 일본 태국 몽골의 4개국 의원 11명은 며칠 전 북한난민 정착촌 마련을 촉구하는 ‘서울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에 반해 북한주민들의 탈북과 한국행을 억제하려는 시도도 북한과 중국, 그리고 한국 정부를 중심으로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탈북자 문제에 대처하는 서로 다른 두 기류가 이처럼 얽혀 가는 것은 우려할
黃台淵동국대 교수·정치외교학좌우 갈등은 이념성 때문에 ‘제 아비도 몰라볼’ 정도로 쉬 추상화되고 곧바로 폭력화된다. 그 극치는 ‘국제적 내전’이다. 사망 150만명을 포함하여 500만명 사상자를 낸 한국전쟁은 인류 역사상 가장 처절했던 좌우내전이었다. 6·25는 인명피해 면에서 러시아, 스페인, 중국내전, 월남전, 캄보디아 킬링필드 등 수십만 내지 100만여명을 앗아간 어떤 좌우내전과도 견줄 수 없고, 장기분단의 후과(後果) 면에서도 세계 최악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좌우 원혼(寃魂)과 가장 긴 좌우 분단의 통한(痛恨)이 서린 곳
다케사다 히데시(武貞秀士)일본 방위연구소 주임연구원최근 북한의 내부에 권력투쟁과 반체제활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보도가 있다. 일본에서는 전문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북한 내부 이상설을 얘기한다. 하지만 북한 인민군 고위관료의 집단망명설은 사실이 아니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매제 장성택 노동당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은 일시적으로 실무를 떠나 있지만, 다시 부활할 가능성이 있다.김정일의 한마디로 배지를 뗀다든지 초상화를 내린다든지 하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김정일의 권력이 침투해 있는 것이 북한이다. 비디오로 북한 주민들의 생활을 몰래
김귀곤서울대 교수·환경생태계획학북한 개성공단에서 생산한 3종의 냄비 1000세트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쪽으로 반출돼 서울의 백화점에서 일반에 판매되어 화제가 되었다. 남북 경협의 진정한 시작이라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개성공단 시범단지에는 15개 기업이 입주 예정이라고 한다. 이 중 8개 업체가 공장을 지었거나 공사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개성공단은 2006년 말 1단계(100만평) 공사가 끝나면 200~300개 업체가 입주할 계획이라 한다. 이와 같은 공단 조성에 대해 개발에 따른
鄭權鉉도쿄특파원일본 소녀 요코타 메구미가 북한 공작원에 납치돼 평양으로 끌려간 것은 1977년 11월이었다. 납치 당시 중학교 1년생으로 13세였다. 일본인들에게 요코타 메구미는 납치 피해자들의 상징적인 존재였다. 납치 피해자들의 집회에는 항상 양볼에 보조개가 패인 귀여운 메구미의 사진이 내걸려 보는 사람들을 눈물짓게 만들었다. 그의 이름은 재작년 일·북 정상회담 당시 북한이 통보해준 사망 피랍자 8명에 들어가 있었다. 지금까지 납치 피해자와 그 가족 10명이 돌아왔는데 메구미는 돌아오지 않았다. 북한은 요코타 메구미가 평양에서 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