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2일(현지시각) 국정연설에서 “아시아 국가들과 긴밀하게 협력해서 북한이 핵 야심을 포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체 연설 중 북한에 대한 언급은 이 한마디뿐이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이날 말한 것과 말하지 않은 것을 통해 북한에 함축된 메시지를 전했다.부시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핵 문제는 언급했지만, 체제 문제는 얘기하지 않았다. 이란에 대해 ‘자기 국민들의 자유는 빼앗으면서 핵무기를 개발하려 한다’고 비난한 것과 대조적이다. 북한체제 문제가 상대적으로 덜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
2일 국정연설에서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키워드는 ‘자유’였다. 지난 20일 재선 취임사에서 ‘자유’란 말을 49번 썼던 그는 이번에도 ‘자유’란 단어로 긴 연설을 마쳤다.최근 일련의 국제뉴스들을 보면 ‘자유의 행진’이 잇따르는 느낌을 준다. 지난달 9일 팔레스타인에서 40년 집권 아라파트 자치정부 수반의 후임자를 뽑는 선거가 있은 데 이어 30일엔 50년 만의 이라크 총선이 ‘연착륙’했다. 저항세력의 테러와 전체 이라크 국민의 20% 정도인 수니파의 대거 불참에도 불구하고 전체 투표율은 60% 안팎으로 추계된다. 선거 직전
徐京錫목사·업코리아 대표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남북 간의 대화와 교류를 활성화하고 화해협력을 제도화함으로써 진정한 남북공조를 실현하는 것이다. 그래서 남북 간의 신뢰를 쌓아 북은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미국은 북의 체제안전을 보장하는 협상을 이루어내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 이는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막고 북핵을 포기시켜 평화를 정착시켜야 하는 정부당국으로서는 너무도 당연한 입장이다. 한국정부는 또한 북한붕괴론을 반대한다. 당연하다. 북한붕괴를 획책하면서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추구한다면 북이 한국정부의 정책에 호응할 리가 없다. 여기까지는
30여년 전 납북된 어부들이 북한에서 찍은 한 장의 빛바랜 흑백사진이 공개됐다. 1971년과 72년 서해에서 북으로 끌려갔던 36명이 1974년 묘향산에서 단체로 찍은 사진이다. 한 사람 한 사람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꼼꼼히 살피던 할머니의 입에서 “아이고 맞네, 내 남편”이라는 탄식과 함께 울음이 터져나왔다. 할머니의 눈길이 멈춘 사진 속의 남편은 청년같이 젊은 모습이다.30년이 지나도록 이들의 송환을 위해 국가와 국민이 어떤 노력을 했을까. 남편과 아들과 형제가 바닷일 나갔다가 어느 날 갑자기 납북돼 생사도 모르게 된 가족들의 한
래리 닉시美 의회조사국 아시아문제 전문가부시 대통령의 재취임 연설에서 나타난 강력한 자유·민주주의의 메시지는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부시의 이번 ‘자유’ 메시지는 미국의 1차대전 참전이 “민주주의를 위해 세계를 안전하게 만들려는” 것이라고 한 우드로 윌슨 대통령의 유명한 선언을 연상케 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이런 비교가 부시의 이번 선언이 이례적이라는 인식을 자아냈다. 하지만 미국의 다른 대통령들도 비슷한 명제(命題)를 내걸곤 했다. 루스벨트 대통령과 영국 처칠 수상은 대서양 헌장에 네 가지 자유를 명시했다. 아이젠하워
신지은·사회부 기자 ifyouare@chosun.com요즘 대학생들에겐 ‘이념’과 ‘현실’이 각각 어떤 무게로 자리잡고 있을까? 이를 알려주는 상징적 논란이 지금 서울 홍익대에서 벌어지고 있다.이 학교 송효원(여·22·국어교육4) 총학생회장이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약칭 ‘한총련’)의 13기 의장에 선출된 것은 29일이었다. 언론들은 대학내 최강 조직인 ‘한총련’의 리더 자리를 처음으로 여학생이 차지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하지만 학생들 반응은 전혀 달랐다. ‘여성 한총련 회장’이 화제가 되기보다는, “공약을 어겼다”는 비판이 먼저 제기
중국은 국군포로 탈북자 한만택(72)씨를 북한으로 보냈다고 27일 한국 정부에 통보했다. 한씨는 작년 12월 26일 두만강을 건너 옌지(延吉)에 숨어 있다가 이튿날 중국 경찰에 붙잡혔다. 한씨의 국내 가족으로부터 이 사실을 듣고 정부는 30일 중국에 한씨의 한국행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그 전에 벌써 한씨를 북한으로 보냈다고 주장한다.중국 정부의 설명은 어느 모로 보나 납득할 수가 없다. 중국측 해명대로라면 중국은 한씨를 체포한 지 3일도 안 돼 북한으로 돌려보냈다는 이야기다. 아무리 불법 입국자라 해도 체포한 지
사회·공산주의 계열로 분류돼 독립운동의 공로를 인정받지 못했던 여운형(呂運亨) 선생이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게 될 것 같다. 좌파독립운동가들에 대한 공적 심사를 해 온 국가보훈처가 최근 1차 심사에서 그렇게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여운형 선생 이외에도 조선공산당 초대 책임비서를 지낸 김재봉(金在鳳), 6·10만세운동을 주도한 권오설(權五卨), 구연흠(具然欽) 등도 서훈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이 같은 작업은 좌파독립운동도 있는 대로 밝혀야 한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정부가 사실을 드러내는 데서 한 발 더 나아
냉전(cold war)은 1947년 3월 트루먼 대통령이 “미국의 기존 고립주의 외교노선을 탈피하겠다”고 선언했던 ‘트루먼 독트린’ 때부터 시작됐다는 게 서방세계의 오랜 정설이었다. 그러나 소련 문서들이 공개되면서 스탈린 등 당시 소련 지도부는 트루먼 독트린에 그다지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히려 소련은 그해 6월 조지 마셜 국무장관이 하버드대에서 유럽 경제부흥계획을 밝힌 ‘마셜 플랜’을 봉쇄정책의 시작으로 받아들였다. 20세기 하반기 세계질서의 첫 커튼을 열어 젖힌 주인공은 미 대통령이 아닌 국무장관이었다는 얘
朴泰尙한국방송대 교수·국문학새해 들어서도 남북한 사이의 경색국면이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작년 6월 말부터 북한은 김일성 조문 파동과 기획탈북 문제, 그리고 미국 대선 일정 등을 고려하여 남북한 간의 모든 대화 채널을 중단시켰다.북한이 갑자기 대화를 중단한 원인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실정이다. 미국 대선에서 부시 대통령의 재집권 여부를 살펴본 후에 대화를 해도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북한의 전략적 판단 때문이라는 의견부터, 그동안 개성공단 사업 등 남북한 간의 경제교류 확대로 인한 북한 체제 내부의
한반도 전체가 수렁에 빠져서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역사상 가장 수구반동적인 수령독재에 갇혀서 꼼짝도 못하고 있고, 대한민국은 올드 레프트(구식 좌파)적인 물결과, 그것을 제대로 이겨내지 못하는 야당의 역부족으로 인해 정체와 혼미에 빠져 있다. 한반도의 남과 북이 다 같이 이런 ‘기능불능’에 묶여 있는 한, 남북 한반도인들은 ‘자치능력이 없는 민족’이라는 경멸을 받으며 또다시 열강들의 ‘관리대상’으로 전락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그렇다면 우리는 그런 꼴을 당하지 않고 우리의 2세, 3세들의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
고교 근·현대사 교과서의 오류와 편향성을 바로잡기 위해 출범하는 ‘교과서 포럼’의 “(필자들의) 폐쇄적·감상적 민족주의가 현대사 교과서의 좌(左)편향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또 “필자의 이념적 입장이나 선입견에 의해 심히 주관적 판단과 해설을 감행하고 있다”며 “특히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보고자 하는 시각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거나 끌어내리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교과서 포럼’은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등 사회과학 전공자들이 만든 모임이다. 이들이 현행 근·현대사 교과서의 문제와 그 원인을 필자와 그들을 둘러싸고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집권 2기를 여는 취임사 주제어로 ‘자유의 확산’을 선택했다. 자유의 확산을 통해 이루려는 궁극적 목표는 ‘폭정(暴政·tyranny)의 종식’이다. 부시 대통령은 “모든 나라에서 민주주의가 성장하는 것을 지원하고, 그 결과 전 세계적으로 폭정을 종식시키는 것이 미국의 정책”이라고 정의했다.부시 대통령은 전 세계의 압제자들에게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원한다면 먼저 자기 국민들을 제대로 대접하라”고 경고했다. 또 그들로부터 압박받는 주민들을 향해 “당신들의 자유를 위해 일어서라. 그러면 미국은 당신들과 함께할 것
한국 화물선이 20일 북한 해역에서 침몰했다. 선원들을 구조하기 위해 해경 소속 경비함이 사고 현장을 향해 떠나던 것과 동시에 통일부는 판문점 연락관 접촉을 통해 북측에 우리 경비함의 진입 허용을 요청했다. 3시간 후 북한은 “경비함이 우리측 수역에 들어오는 데 동의하며 최대한의 편의를 제공하겠다”고 알려왔다. 한국의 무장경비함이 북한 수역(배타적 경제수역)에 들어간 것은 휴전 이후 처음이다.정말 오랜만의 훈훈한 뉴스다. 신뢰는 이렇게 쌓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배가 침몰하고 선원들의 생명이 위급한 상황에서 구조활동보다 더 급
옛 시골에서 예닐곱 살만 되면 논 한쪽 여남은 평을 떼어주어 농사일을 시켰는데 이를 ‘내논’이라 했다. 그 내논에서 모를 심고 피사리를 하며 논물을 대고 김을 매며 새를 보고 벼를 베는 일을 도맡아 시켰다. 곧 내논은 농사 견습답이다. 밖에서 놀다 오줌이 마려우면 달려가 내논에 가서 누었고 길 가다가 집신 헤진 것이나 말라 비틀어진 쇠똥이 뒹굴고 있으면 이를 주워들고 내논에다 던졌다. 누가 굳이 시킨 것도 아닌데 스스로 그렇게 내논을 걸게 했던 기억이 난다. 그 내논의 노동 대가는 그 내논에서 주운 이삭으로 엿 한 가래 사먹는 것이
북한 국가안전보위부가 중국내 탈북자들과 이들을 돕는 한국인을 납치하기 위해 전문공작조를 운영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김동식 목사를 납치했던 범인도 전문공작조 소속이었다. 이 공작조는 조선족들까지 고용해 중국을 마음대로 드나들며 무차별 납치 활동을 벌여왔다. 북한의 납치공작조가 중국에서 이런 만행을 저지를 수 있는 것은 중국이 눈감아 주기 때문이다. 중국 공안이 탈북자들을 단속하면서 북한 보위부원들과 협력하고 있는 정황도 적지 않다. 중국은 한국 국회의원들이 탈북자 문제로 기자회견을 하려던 것도 폭력적으로 제압했다. 그러면서 북한
고문북한 김정일 체제 문제는 정말로 불가사의하다. 어떤 논리로도 설명될 수 없고 어떤 이성적 사고로도 납득할 수 없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 지명자는 상원 청문회에서 북한을 세계 최악의 폭정(暴政)국가 6개중 하나로 지목했다. 수많은 정치범과 체제불만층이 수용소에서 신음하고 있고 수백만명이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죽어갔다. 경제는 파탄에 이르러 전력, 에너지 등 모든 인프라가 깨져있는 상태이고 자원도 고갈되고 있다. 북한에서 나오는 정보들은 부패가 극에 달해 있고 게다가 마약까지 판을 쳐 사회 기강이 허물어지고 있음을 전해주
제임스 스타인버그미국 브루킹스 연구소 부소장미국의 국무장관으로 지명된 콘돌리자 라이스(Rice) 박사가 18일부터 이틀간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다. 의원들의 질문은 다양하겠지만 주로 이라크 정책과 북한 핵문제, 지지부진한 6자회담에 대한 미국의 전략 등에 무게를 둘 것이다. 하지만 라이스는 신중히 대답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가 청문회에서 어떤 말을 하느냐가 아니라, 그의 새 국무부 팀이 2기 부시 행정부에서 어떤 정책을 추구할 것이냐가 될 것이다. 라이스 국무부 팀의 정책은 ‘지속성’과 ‘변화’의 섬세한 혼합이 될 것이
1964년 소련 공산당 제1서기에서 실각당한 후 모스크바 교외에서 가택연금 생활을 하고 있던 니키타 흐루시초프는 말년의 심정을 이렇게 토로했다. “나의 시대는 지나갔고 나는 지쳐 있다. 지나온 과거만 있을 뿐 내 앞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그런 나이이다. 나의 유일한 미래는 무덤에 묻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권좌에서 쫓겨난 다른 사회주의 국가 지도자들에 비하면 행복한 여생을 보낸 편이다. 자신의 회고록을 그것도 세 권이나 남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1990년에 출판된 흐루시초프의 세 번째 회고록 마지막 구절은 처절하다.
이하원·정치부 기자 may2@chosun.com“찰스 프리처드 전 미 대북담당 특사에게만 질문을 하지 말고, 다른 분들에게도 질문을 해 주세요.” 13일 열린우리당 산하 열린정책연구원 개원(開院)기념 심포지엄에서 사회를 맡은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은 여러 차례 같은 말을 했다. 프리처드 전 특사가 주제발표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수구 냉전파’로 몰리기 십상인 북한의 갑작스런 붕괴(경착륙) 가능성을 밝힌 후, 참석자들로부터 이에 대한 질문이 쇄도했던 것이다.북한에 대해 정보가 많은 미국 행정부의 전직 고위 관리가 ‘북한 경착륙’을 발표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