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한나라당 전재희 의원이 수도분할에 항의하는 단식농성을 하면서 “이제는 국민저항밖엔 방법이 없다”고 토로한 것은 한국 우파 진영이 지금 어디쯤 와 있는가를 에누리없이 반영한 비명이었다. 이것은 한나라당의 빈사상태를 확인한 절망의 자인(自認)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그 절망을 딛고 일어서고 싶어하는 회생의 안간힘이기도 하다. 절망을 체험하지 않고서는 희망을 바랄 수 없고,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고서는 삶을 끌어안을 수 없다. 한국 우파 진영은 지금 이 자명한 세상 이치에 뒤늦게서야 내몰리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당대의 한국 우파 진영
金玄浩논설위원실장북한 김정일은 어떤 조건과 대가가 충족되면 핵무기를 포기할 것인가. 여기에 대해 북한은 아직 분명하고 구체적인 요구를 내놓지 않고 있다. 협상 목표를 드러내지 않고 모호하게 해둠으로써 상대방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북한이 흔히 구사하는 협상전술이다. 특히 6자회담같이 상대가 많을 때 이런 전술은 상대 진영의 공조를 흔드는 데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대해 ‘일리 있다’고 했다가 북한의 핵 보유선언에 분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것도 북한의 핵협상 목표를 분명하게 파악하지 못한 탓
李先敏문화부 차장대우출퇴근길에 지나는 남산순환도로에 한동안 두 개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통일조국을 아이들 품에 안겨주고 싶습니다” “7000만의 통일된 힘으로 전세계에 떵떵거리고 살고 싶습니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바라는 민주노동당 해방촌 분회’가 내건 이 플래카드를 보면서 ‘통일(統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곤 한다.통일은 남녀노소, 이념과 출신 지역을 막론하고 우리 민족의 비원(悲願)이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이후 1300년 가까이 하나의 나라를 유지하며 살아온 한민족에게 어느날 갑자기 닥친 분단(分斷)은 받아들이
장롄구이(張璉 )중국공산당 중앙당교 국제전략연구소 교수북한 외무성은 2월 10일 성명을 통해 ‘우리는 이미 핵 무기를 만들었으며, 6자 회담에 무기한 불참하겠다’고 선언했다. 북핵 문제를 깊이 이해하고 있는 사람에게 이번 선언은 전혀 뜻밖의 것은 아니지만,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희망했던 사람들에게는 심각한 타격인 것은 분명하다.관련 당사국들은 앞으로 회담 재개를 위해 활발한 외교활동을 벌이겠지만, 성공 여부는 예측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북한이 왜 이런 내용의 선언을, 이런 순간에 내놓았느냐는 두 가지 실질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
崔秉默정치부 차장대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2005년은 일단 ‘절반의 성공’으로 시작했다.북한 외무성은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0일 성명을 발표했다. 끝까지 읽어보면 행간에 북한의 의도가 그대로 드러난다. 앞 부분에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비난이 길게 들어가 있다. ‘폭언’ ‘고립 압살’ ‘강도’ ‘모략’ ‘뻔뻔스러운’ ‘망동’ 등 욕설에 가까운 말들로 꽉 들어차 있다. 이후 북한의 입장이라며, 첫째로 6자회담에 무기한 불참하겠다고 선언했다. 두 번째는 핵무기고를 늘리겠다고 했다. ‘핵 보유’는 이
고문많은 사람들이 한나라당의 정권교체 능력에 대해 비관적이다. 심지어 한나라당의 존재 이유를 언급하는 사람도 있다. 집권세력의 좌(左)편향과 정책기조의 상실로 지지기반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대안(代案)세력인 야당의 부진과 부재(不在)는 자칫 이 나라의 건전한 민주질서를 해칠 수도 있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집권세력의 독선과 오만은 우리 사회에 많은 비판세력을 낳고 있다. 과거 주류세력의 부패 독재 부정에 대한 비판과 반성 위에 참신하고 합리적이라고 자부하는 신진 개혁보수 세력이 여기저기서 깃발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뉴 라이
朴勝俊중국전문기자한 바탕의 연극이 또다시 공연중이다. 무대위의 주인공은 중국과 북한이다. 관객은 한국·미국·일본·러시아다. 공연시작을 알리는 팡파레는 평양에서 2월10일 오후 3시에 울렸다. 북한 외무성 성명이다. “우리는 핵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조건을 안 들어주면 무기한 6자 회담에 안간다.” 이 대목부터 두 주인공의 움직임을 찍은 ‘가상(假想) 비디오’를 되돌려보자.2월10일은 평양에서는 8일과 9일의 설날 휴무가 끝난 다음 날이다. 하지만 베이징(北京)은 한창 설날(春節) 휴무중이었다. 북한 외무성은 평양주재 중국대사관 직
李炳浩전 안기부 차장울산대학교 초빙교수북한의 노동신문은 2월16일자에서 “조선(북한)이 없으면 지구는 있을 수 없다”라는 김정일의 발언을 인용한 김정일 생일기념 사설을 실었다. 이 말은 김정일이 김일성 생전에 그의 면전에서 했던 발언으로 알려져 있다. 이 말에는 그냥 지나쳐 버릴 수 없는 중대한 의미가 담겨 있다. 김정일의 배타적 세계관과, 국제사회를 ‘더불어 살아가는 공생의 관계’로 보기보다는 ‘적대적 관계’로 인식하는 편협한 국수주의적 사고가 내포되어 있다.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극단적 사고와 인식이 수사(修辭)로만
편집인지난 14일 북한 인권·난민문제 국제회의가 열렸던 서강대 행사장 입구에서 국내외 참가자들을 가장 먼저 맞은 사람은 10여명의 운동권 젊은이들이었다. 이들은 인권대회를 비난하는 피켓을 들고 구호를 합창했다. “전쟁 전주곡, 반북(反北) 모략극” “전쟁명분 위한 인권모략 책동”. 다음 날 오후에는 또 다른 운동권 사람들이 후원사인 조선일보사에 몰려와 “인권이라는 말 뒤에 숨어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행태를 중단하라”는 시위도 벌였다.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박정희 시절 인권탄압을 좌시한 사람들에게까지 비난을 퍼붓는 그들이 아닌가.
許容範워싱턴 특파원지난 14일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폴 울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과 만났을 때 나눈 ‘비료 50만t’ 얘기는 당면한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여러 가지 시사점을 보여준다.우리 정부의 설명대로, 울포위츠 부장관이 반 장관에게 “북한에 비료 50만t을 보내지 말아달라”고 공식 요청한 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 점에서 정부의 말은 맞다. 반 장관은 나중에 비료 50만t 자제 요청이 “사석(私席)에서 한 말”이라고 의미를 낮추었다고 한다.하지만 반 장관 귀국후 워싱턴 외교가에서 듣는 울포위츠와의 대화상황은 그 설명과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21일 평양을 방문 중인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접견한 자리에서 “앞으로 유관측(당사국)들의 공동 노력으로 6자회담 조건이 성숙된다면 어느 때든지 회담탁(테이블)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특히 “미국이 믿을 만한 성의를 보이고 행동하기를 바란다”면서 “우리는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견지할 것이며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도 했다고 전했다.종잡을 수 없는 혼란스러운 얘기다. 그러니 사실상 6자회담 복귀를 예고한 것이라는
1987년 북한 경비정에 의해 납북됐던 동진호 선원 임국재씨가 “북한에서 탈출시켜 달라”고 호소한 편지가 공개됐다. 임씨는 2003년 9월, 2004년 4월 두 차례에 걸쳐 탈북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임씨는 그후 제3자를 통해 “어떻게든 남한으로 가겠다”는 뜻을 전해온 뒤 연락이 두절됐다.임씨는 납북 후 조국이 자신을 곧 구해줄 것이라고 믿으며 기다렸지만, 15년 세월 동안 조국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임씨가 스스로 온갖 수단을 써가며 탈출을 시도했던 것은 대답없는 조국에 대한 절망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조국은 자신을 버리고 자
언론인북한의 핵 개발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 두 가지 상반된 모습으로 드러나, 어느 것이 진짜 노 대통령의 생각인지 알 수가 없다. 지난번 미국 LA에서 노 대통령은 “북한이 핵 개발을 억지 수단이라고 하는 주장엔 일리 있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지난 10일 북한이 막상 ‘핵 보유’를 선언하고 나오자 “걱정스러운 일…”이며, “심각한 상황으로 갈 수 있다”며 우물우물했다. 열린우리당 역시 ‘북한의 핵 보유는 용인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렇다면 집권측의 논리는 도대체 뭔가? 북한은 핵개발을 오로지
주한대사를 지낸 미국의 한반도문제 전문가가 얼마 전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지금 전 세계에 크건 작건 미군이 파견됐거나 주둔하고 있는 곳이 180여 개소나 된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은 군대가 나가있는 곳은 이라크를 제외하고는 한국·일본·독일이다. 그 중에서도 미국이 가장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곳은 한국이다”라면서 그는 그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1·2차 세계대전을 포함해 미국이 군대를 보내 싸우고 지켜준 나라는 수없이 많다. 그 많은 나라 가운데 미국이 지켜준 덕분에 민주주의를 세우고 경제를 부흥하는 데 성공한 나라는 한국이
姜仁仙워싱턴 특파원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최근 부시 행정부가 구체적인 북한 제재 방안을 마련 중이라는 뉴욕타임스 보도를 보고 엄청나게 화를 냈다고 한다. 라이스 장관은 “도대체 누가 이 정보를 흘렸느냐”며 노발대발했다는 것이다. 국무부 직원들은 “결국 보도 내용이 맞다는 것”이라고 수군거렸다고 한다.반기문 외교부 장관이 라이스 장관과 회담을 마친 후 서울로 돌아간 다음날 아침에는 전화기에 불이 났다. 미국·일본 기자들의 관심은 전례없이 뜨거워서, “반 장관이 남북경협은 어떻게 된다고 하더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
북핵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프 힐 주한 미국대사는 18일 한 간담회에서 한국의 대북 지원문제에 대해 “(한ㆍ미 양국이) 동일한 행동을 취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조율된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에 내정된 상태인 힐 대사는 또 “6자회담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대 해도, 북한을 다루는 과정에서 (다른 5개국의) 파트너십이 굳건해지는 결과를 얻게 될 것”이라는 말도 했다.힐 대사의 이야기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이후 미국 정부 당국자로서는 비교적 알아듣기 쉽게 미국의 생각을 한
출판국장1980년대 중반 소련 잠수함에서 돌연 소음이 거의 사라졌다. 잠수함의 거대한 스크루가 돌아가는 소음이야말로 잠수함의 규모와 소재지를 파악하는 데 결정적인 정보였다. 주적(主敵) 잠수함 탐색에 난감해진 미국은 조사 결과 소음이 줄어든 이유가 일본의 도시바(東芝)기계가 수출한 공작 기계 덕분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미국 의회와 언론은 연일 성토했고, 도시바 제품의 미국 내 판매를 제한하는 법까지 만들었다. 도시바가 수출한 기계는 공산권에 수출해서는 안 되는 전략물자였고, 코콤(COCOM)이라는 국제협약을 위반한 일이었다. 도시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 이후 한국 정부의 대응은 미국과의 협의 위에서 중국에 대북(對北) 영향력 행사를 요청하는 데 모아지고 있다. 반기문 외교부장관이 미국에서 돌아오자마자 북핵 6자회담 한국측 수석대표인 송민순 외교부 차관보가 17일 중국으로 떠난 사실이 정부의 외교활동 방향을 압축해서 보여준다.그러나 국민들로선 부산한 정부의 발걸음 속에 어떤 대책들이 구체화되고, 또 한국의 역할은 어떻게 설정되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하다. 북한의 선언이 있은 지 6일 만에 처음 나온 노무현 대통령의 언급도 “북한은 6자회담에
지난 14일부터 3일간 서울에서 열린 ‘북한 인권·난민 국제회의’는 6년간 매년 대회를 개최해 오면서 국제 인권운동가와 단체들이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행동하도록 하는 데에 큰 기여를 했다. 북한의 인권 탄압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우선 바깥 세계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북한 정권이 알도록 하는 것이 첫 걸음이다. 그런데 ‘6·15 남북 공동선언 실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통일연대’와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라는 단체들이 신문사 앞에 몰려와 북한 인권 국제회의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조선일
洪準浩 칼럼논설위원북한이 핵 보유를 선언하고 6자회담에 나오지 않겠다고 하자, 정부는 또다시 중국 타령이다. 중국이 북한에 대해 좀더 힘을 써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이 요즘처럼 공허하게 들릴 때가 없다. 중국은 그동안에도 역할을 한다고 해왔다. 그 기대 때문에 국제사회는 6자회담의 의사봉을 계속 중국에 쥐여 주었다. 그런데 돌아온 것은 북한의 반란이다. 앞으로 중국이 좀더 애쓴다고 바뀔 북한이라면 이렇게까지 멀리 나가진 않았을 것이다.그동안 ‘중국 역할론’의 미몽(迷夢)에서 헤맨 건 한국뿐이 아니다. 중동에 정신 팔린 미국도 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