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매닝(Robert A Manning)/ 미 외교협의회(CFR) 선임연구원한반도의 현실을 직시할 때가 됐다. 김정일은 진지한 개혁주의자도 아니고 (엄청난 규모의 뇌물이 없다면) 올해 안에 서울을 방문할 것 같지도 않다. 북한은 군사 중심 체제의 덫에 빠져 있어서, 그 변화의 속도는 빙하가 녹기를 바라보는 것 같다.김정일의 러시아 방문은 북한이 계속 손쉬운 출구를 찾으려 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었다. 김정일은 새 무기 공급원으로 러시아를 활용하려고 했고, 경제적 이익을 얻어내려고 했으며, 미국에 외교적 압력을 넣으려 했다. 주한미
기자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충격’중의 하나는 북한에서 처음 남한 방송을 들었을 때였다.간첩이라도 된 것처럼 마구 떨리는 마음을 겨우 진정하면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들은 남한방송은 미제와 남조선이 침공했다고 철석같이 믿었던 6·25전쟁이 김일성이 일으켰음을 가르쳐 주었다. 1989년 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가 인민들에게 무참히 죽었을 때 그 소식을 전해 준 것도 남한 방송이었다. 멋진 남한노래를 몰래 녹음해 친구들에게 자랑할 수 있었던 것도 남한 방송 덕분이었다. 엄벌에 처하겠다는 당국의 포고문에도 아랑곳없이 ‘돌아와요 부산항??‘노란셔
평양과 서울에서 각각 벌어진 이른바 「통일 대축전」을 계기로 이 정부의 대북정책은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됐다. 국민정서의 이완과 여러 부작용을 감수하면서 지금과 같은 일방적인 저자세 접근정책을 계속할 것인지, 아니면 우리의 국체를 튼튼히 하는 기반위에 체통있는 대북접근을 할 것인지의 선택이 이들 두 곳에서 파생된 문제점을 정부가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그것의 1차적인 시금석은 평양축전에서 「만경대 방명록 파문」과 정부방침을 위배해 가면서 「개막행사」에 참석한 사람에 대한 처리를 어떻게 하는가이다. 평양축전 참가자 중
「만경대정신 이어받아 통일위업 이룩하자」 「노동자 계급 앞장서 조국의 자주적 통일 앞당기자」 「역사의 자취를 목격했습니다」. 「평양 통일축전」에 참가한 남측 대표단 일부가 김일성 생가인 만경대 참관 방명록에 썼다는 이들 글귀는 수많은 국민들에게 심한 허탈감과 함께 격심한 통분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그동안 「통일운동」에 전념해 왔다는 민간통일세력들의 수준이 겨우 이 정도인가에 대한 실망감과 좌절감마저 갖게 한다. 우리가 북한과의 공존 내지 평화를 유지하려는 기본 뜻은 하나의 체제가 다른 체제를 압도하는 방식보다는 서로의 체제를 인정
이동복 / 명지대 초빙교수1948년4월 김구와 김규식은 북의 김일성·김두봉과의 이른바 ‘4김회담’을 위해 38선을 넘어 평양에 도착했다. 그러나 평양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4김 회담’이 아니었다. 김일성은 두 김씨의 도착에 때맞추어 소위 ‘북남조선 제정당·사회단체 대표자 연석회의’라는 이름으로 평양에 벌여놓은 굿판에 두 김씨를 억지로 참석시켜 단상에 앉혀놓고 들러리로 만들어 버렸다. 우리는 지금 김정일의 북한이 소위 ‘8·15 민족통일 대축전’이라는 이름의 굿판을 평양에 펼쳐놓고 우리측 방문단을 상대로 53년 전 그의 아
임동원 통일부장관은 이른바 「평양 통일축전」에서 보여준 남측 일부 단체 회원들의 「국가망신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 이제까지의 경험에 비추어 북한이 이 행사를 악용할 것이 충분히 예상되었는데도 대북정책의 책임자로서 따질 것은 따지고 점검할 것은 철저히 점검해야 하는 당연한 임무를 저버리고 졸속 방북승인으로 이 같은 사태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당초의 방북불허→북한팩스 한 장 믿고 하루 만에 번복→형식적인 각서 제출→남측 대표단 방북→남측대표단 내분→일부 단체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 행사 참석 등 일련의 전개과정은 이
박광작한국사회는 지금 해방이후 가장 극심한 사상적, 정치적 혼란과 대립에 빠져 있다. 현대 민주주의의 요체는 권력의 다원적 분점이며, 이 분화된 권력간의 신뢰, 대화, 타협, 절충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민주주의 원리는 우리 사회에서 이미 폐기처분될 지경에 와 있고, 사회의 모든 부문에서 그럴 듯한 명분 아래 적과 동지의 편가르기에 의한 첨예한 정치전선이 구축되어서 쇠망치(때리는 자)와 모루받침대(맞는 자)가 연출되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대치 상황에서 사회의 분열과 해체는 날로 가속화되어 가고 있다. 염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현상
평양 「8·15 민족통일 대축전」에 참가한 남측의 일부 민간단체 회원들이 정부와의 약속을 어기고 이른바 「3대 통일헌장 기념탑」개막식에 참가한 것은 우리 정부의 권위를 우롱하고 북한의 장단에 놀아난 결과를 가져왔다. 무엇보다 원칙없고 소신없는 통일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 나라 망신시킨 통일부 당국자들은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통일부는 당초 남한 민간단체들이 북한의 통일헌장 기념탑 개·폐막식 공동개최 요구를 수용하면 그것이 북한의 「연방제 통일」 연출에 동조하는 것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서 이들 민간단체의 방북을 불허했었다
홍준호북한이 미국과의 관계는 몰라도 남북 대화가 지지부진한 것까지 미국탓으로 돌리는 건 참으로 염치없는 짓이다. 그 몰염치의 극치를 보여준 게 바로 지난주에 나왔던 조선 아시아태평양 평화위원회 대변인 성명이다.금강산 관광 사업을 ‘현 북남관계 발전의 기초로 출발??繭箚?규정한 성명은 이 사업이 파탄 지경에 이른 책임을 전적으로 미국 탓으로 돌렸다. 도대체 금강산이 미국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지만, 북한은 한술 더 떠서 현대 그룹의 와해 위기까지 ‘남한을 강점중인 미국’ 탓이라고 했다.북한이 막무가내로 나가는
돼지의 사료에 갈탄을 섞어 먹이면 빨리 자랄 뿐아니라 고기의 질도 좋아진다고 평양서 발간되는 월간대중지 천리마 7월호가 보도했다.잡지는 상식코너에서 또 갈탄에는 마그네슘과 철분이 다량 함유돼 있어 돼지의 사료에 갈탄을 섞어 먹이면 돼지 피속의 헤모글로빈을 6% 정도 높여줘 빈혈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고 밝혔다.이와함께 '갈탄에 있는 유기산은 돼지의 소화기계통안의 독소를 흡수하고 위장과 소장내의 세균의 수량을 늘여 돼지가 설사나 기타 질병에 잘 걸리지 않게 한다'고 천리마는 밝혔다.잡지는 이어 갈탄은 '화학첨가제'보다 값이 싸고 사용
金正源 /세종대교수·국제정치학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기나긴 러시아 방문은 그가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공산당 1인 독재체제를 세습받은 북한의 지도자라는 점을 실감나게 했다. 국정현안이 산적한 민주주의 국가의 정상들은 감히 엄두를 낼 수 없는 여유자적한 모습으로 방탄 기차에 관료들을 싣고 다니는 모습은 세계인들로 하여금 스탈린, 김일성, 그리고 사회주의의 과거를 떠올리게 했다.1945년 이후 현재까지 북·러 관계는 ‘이념’, ‘중국’, ‘한국’ 등의 변수에 따라 때로는 절친한 맹방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치밀하게 서로를 견제하면서 발전해왔
민주당 핵심인사가 지난 4월 말 작성했다는 「향후 정치일정」이라는 비밀문건은 한마디로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개헌과 3당 통합, 그리고 대통령 선거 등 국내 정치전략에 이용하자는 것이 그 골자다. 집권측은 이에 대해 「황당한 내용」이라며 펄쩍 뛰고 있다. 그러나 작성자는 다름 아닌 당 총재의 조직담당 특보인 현역 의원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이 문건이 실제로 어떻게 활용됐고 기능했는가 하는 것과는 별개로 이는 집권측 핵심이 그동안 내년 대선까지의 정치일정을 놓고 무엇을 생각했고 탐색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 문건은 글자
북한이 금강산 관광사업 부진을 엉뚱하게 미국의 방해 때문인 양 덮어씌우고 나섬에 따라 그 문제는 또다시 좌초위기를 맞게 됐다. 북한 아·태평화위는 8일 성명을 통해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온갖 수단을 동원해 남북한의 금강산 관광사업을 반대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금강산 관광사업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자신들이 한 약속은 도외시한 채 모든 것을 「미국 탓」으로 돌리는 저의는 여러 가지 일 것이다.지난 6월 8일 현대가 「금강산 관광 미납금」을 지불하는 대신 북한은 육로관광을 허용하고 금강
안녕하세요. 통한문제연구소(NKchosun.com) 김미영입니다. 지난 달 제네바에서 북한은 16년만에 낸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일명 B규약) 정기보고서에 대한 심사를 받았습니다. 이와 관련된 뉴스를 접하다가 귀가 솔깃해지는 대목이 있었습니다. 북한이 사상(史上) 처음으로 '공개처형' 사실을 인정했던 것이지요.물론 공개처형이 북한에서 일반적으로 행해져 왔음을 시인한 것은 아니고, 지금까지 1992년에 '딱 한 건' 있었다고 했지만 말입니다. 이 딱 한 건은 여러분들도 이미 보셨음직한 벽보(사형공고문) 한 장에 담
안녕하십니까? 통한문제연구소(NKchosun.com) 김미영기자입니다. 너무 빨리 찾아 뵙게 돼 좀 쑥스럽군요. 다름이 아니라 제가 보내드린 을 읽고 한 독자분께서 편지를 보내주셨습니다. 오늘 한국을 살아가는 많은 분들의 고민이 아닐까 생각되어 독자께 양해를 구하고 이렇게 공개답장을 쓰게 됐습니다. 좀 사적(私的)인 얘기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부디 용서하십시오. ◇ 독자의 편지◇ 윤선생님께격려 말씀 감사합니다. 저는 북한에 대한 뉴스를 좀 더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는 조건 말고는 선생님과 똑 같은 입장에 있는 평범한 기자에 불과합
고골리의 대표작 「외투」의 주인공인 말단 관리 아카키에비치는 매일 밤 마시던 차를 마시지 않고 촛불을 켜지 않고 아껴서 새 모피 외투를 사입었다. 새 옷치레를 한다고 동료들과 술을 많이 마시고 돌아오는 길에 외투를 강도질 당하고 그 길로 시름시름 앓아누워 죽어간다는 줄거리다. 한대기후의 러시아 사람들 생각 속의 모피의 위상을 말해주는 것이 된다. 이 모피를 구해 동점한 것이 시베리아를 가로지른 최초의 길이라 해서 이를 「모피 로드」라 한다. 만약 모피 로드가 나있지 않았던들 칭기즈칸의 러시아 원정은 없었을 것이라는 말이 있다. 또한
남북문제에 있어 「주한미군」이 차지하는 비중은 알파요 오메가다. 한반도의 전쟁을 억지한다는 실질적인 측면 못지않게 그것이 갖고 있는 상징성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에 핵심적 고리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북한은 주한미군이 한반도 분쟁의 직접적인 원인이며, 미국의 한반도 강점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며 주한미군 철수를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반면에 김대중 대통령은 작년 평양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주한미군 철수, 연방제, 국가보안법 폐지 등 3가지 전제조건을 거둬들였으며, 이것은 정상회담의 중요한 성과인 동시에 북한변화의 증거라고 기회 있을
지난 4일 김정일 위원장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마치고 발표한 공동선언은 한반도와 주변 정세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8개 조항으로 된 북·러 공동성명은 국제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자는 등 원론적 내용을 포함하고 있기는 하나 전반적으로 미국과 한국을 겨냥한 새로운 동맹질서를 구축하려는 것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공동선언에서 북·러 양국은 요격미사일 제한조약을 준수할 것을 밝혀 미국이 주도하는 미사일 방어체계에 대항해 공동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북한의 로켓 계획은 “평화적 목적을 띠고 있어 북한의 주권을 존중하는
/李相禹 서강대 교수8월 4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조·러 모스크바 선언’에 합의하고 이를 공표하였다. 8개 조항으로 구성된 이 공동선언의 내용은 크게 3가지로 압축된다.첫째는 1972년에 체결한 러시아와 미국 간의 ABM 조약(요격미사일제한조약)의 지속 필요를 지지한다는 것으로, 미국의 미사일방어계획(MD)을 함께 반대한다는 내용(제2항)이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북한의 미사일은 비군사적인 것이므로 미국 MD계획의 구실이 될 수 없다는 북한 주장에 대한 러시아의 동조다.둘째는 북·러 간의 협력체제 강화 약
중국 공안당국이 최근들어 탈북자 단속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는 세계 유수 신문들의 보도를 보면서 우리는 중국당국의 인도주의에 거듭 호소하고 싶다. 중국이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탈북자를 마구잡이로 색출해 북한에 강제 송환하는 것은 인도주의 정신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2008년 올림픽 개최국으로서의 이미지를 손상하는 것임을 우리는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뉴욕타임스는 현지 르포 기사에서 중국당국은 최근들어 인구조사요원으로 가장한 공안요원들을 집집마다 투입해 탈북자를 대대적으로 색출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탈북자 체포가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