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삼/전 혜산의학대학 교수(내과) 겸 대학당위원회 비서.내가 살았던 양강도 혜산시는 앞에 흐르는 압록강 폭이 좁아 중국이 닿을 듯 가깝다. 그래서 내륙지방보다는 살기가 나은 편이다. 구리, 니켈과 같은 금속을 몰래 강 저쪽으로 던져주면 중국쪽에서 미리 약속돼 있던 사람이 나와 건져가고 몇 푼의 돈을 던져준다. 이렇게 연명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 만큼의 수완도 없는 혜산의학대학 동료 교원(교수)들의 생활은 팍팍하고 눈물겨웠다. 나는 98년 북한에서 나오기 전 혜산의학대학에서 교무과 부과장을 맡아 교원들의 시간표를 짜는 일
피에르 리굴로(프랑스 북한인권위원회 위원장, "사회사평론" 편집장)프랑스는 인권과 안보 분야에서 뚜렷한 개선의 징후가 없다는 이유로 북한과 아직 외교관계를 수립하지 않고 있다. 평양은 프랑스측에 인권과 대외개방 문제에서 걱정할 것이 없으며 자국내 무역과 투자에서 눈부신 발전이 있음을 알려주려고 무진 애를 쓴다. 얼마전 북한을 다녀온 한 프랑스 의원은 보고서에서 "북한과 중국 국경은 쉽게 오갈 수 있고 식량이나 약품을 사러 가거나 일자리를 구할 수도 있다"고 했다. 체포나 구타 같은 것은 없고, 비정부 인권단체들의 의심의 눈초리는 미
미국 텍사스주의 크로포드 고등학교는 15일 오전 특별한 연사를 맞았다. 부시 미국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었다. 두 사람은 평상복 차림으로 나란히 강단에 섰다. 부시는 “많은 사람들, 특히 노인들은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대통령을 이곳에 모시고 올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 “미국 대통령과 러시아 대통령이 이런 우정을 가꿀 수 있을 줄은 정말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 러시아는 적이었으나, 요즘 고등학생들은 러시아가 친구라는 것을 안다”고도 했다. 부시는 이어 푸틴에게 마이크를 넘기며 “새로운 스타
조명철/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전 김일성대 교수끝내 결렬된 금강산 장관급 회담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넘어 가슴치밀어 오르는 그 무엇에 의해 일손을 잡을 수가 없었다. 북한이 닫힌 체제이고, 획일적 명령체제라는 것이야 경험으로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럴 수가 있을까 싶어 허탈감마저 든다. 북한은 회담의 지속과 합의안들을 깨기 위한 명분으로 “남측의 비상경계령”과 “북한의 개혁·개방 유도 발언” 등을 내걸었다. 하나같이 말이 안되는 핑계에 불과하다. 북한 지도부가 현실을 이렇게까지 안이하게 보고 있는지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지난 12일 본보 ‘난상토론’을 통해 탈북인들이 정착과정에서 겪는 고충을 들었다. “우리를 그냥 보통의 한국인으로 보아달라”는 것이 초대된 탈북인들의 한결같은 호소였다. 북한출신이라고 하면 무조건 못 먹고 고생하고 게다가 뭔가 북한에서 잘못을 저지르고 온 것 아닌가 하는 듯이 바라보는 시선을 이들은 힘들어했다.조연지씨는 북한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한 뒤 외화벌이하는 남편 덕에 비교적 편히 살았다. 그러다가 한국에 온 뒤 식당일 등 온갖 힘든 일을 다 해야 했다. 그래도 그는 “아이 교육을 위해서라도 이곳에 오기를 백번 잘했다”고
북한은 6차 남북장관급 회담을 통해 시종일관 남한의 비상경계령을 문제삼으며 그것을 해제하지 않으면 5차 장관급회담 합의사항을 지킬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것이 남북장관급 회담의 장애요인이 될 수 없으며, 남북회담과는 전혀 관련없는 사안이다. 미국 테러사태 이후 내려진 비상경계태세는 남한 내의 국제테러에 대비하기 위한 불가피한 자위적 조처였다. 이것은 우리만 취한 것이 아니라 전세계 많은 나라들이 연대하고 있는 범세계적인 상황이다. 전세계가 테러공포로부터 자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그
김성민/중앙대 예술대학원 재학. 전 북한군 예술선전대 작가(대위).나의 아버지 김순석에게는 ‘첫’자가 붙은 직함이 많았다.해방후 첫 북한 등단시인, 작가동맹 함경북도 첫 지부장, 작가동맹 첫 시(시)분과 위원장, 작가동맹 기관지 ‘조선문학’의 첫 편집위원, 김일성종합대학의 첫 창작지도 교원, 중앙당 통일전선부 작가실의 첫 작가...우리 가족은 평양시 중구역 경상동의 작가 아파트에 살았고, 나는 평양의 명문인 대동문인민학교와 련광중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 게다가 시분과 위원장의 아들로 학급반장과 소년단 간부를 연임할 수 있었다. 장군
어제(12일) 본보에 실린 「난상토론」 「나는 설움많은 탈북자」를 읽어보면 우리 사회가 탈북자에 대해 얼마나 편협하고 포용력이 부족한가를 절실히 느끼게 된다. 아무리 같은 동포라 해도 반세기 동안 다른 문화, 다른 체제에서 살아온 그들이 우리와 똑같을 수는 없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가능한 한 이해하는 태도로 접근해야 온당한데도, 오히려 낯선 곳에서 온 이방인, 나아가 놀림감으로 대한다는 사실은 우리의 의식 수준의 천박성을 그대로 드러낼 뿐이다.북한에서는 쓰지 않는 『합네다』 『했습네다』란 말을 마치 북한의 일상언어인 양 흉내내고,
최진이이어폰을 귀에 꽂고 지하철로 등교를 하다가 영어 테이프를 되감기 하는 바로 그 짧은 순간, 그 얼굴들이 섬광처럼 뇌리에 비쳐들었다. 그 얼굴들은 나의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쳤거나, 잊지 않고 있다가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어 점찍어 놓은 그런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 첫 사람. 사금 캐기에 한달 간 동원되어 평양을 떠나있을 때였다. 잠깐 시내에 들어오게 되었을 때 그와 동행하게 됐다. 그 총각에 대해 떠도는 평판은 좋지 않았다. 행동이 거칠고 일도 자주 안 나오고 해서 직장에서는 그 청년을 「교양대상자」로 취급하고 있다고 했다. 나
김정원/세종대 교수·국제정치학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북한 인권문제는 워싱턴 정가에서 생소한 문제였다. 공화당계의 보수논객들조차도 그런 문제라면 미국이 관여하기보다는 한국정부가 ‘조용한 외교’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북한 인권문제가 국제적인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9월 25일 제임스 릴리, 프레드 아이클, 스티븐 솔라즈 등 원로급 외교·인권 전문가들이 미국북한인권위원회(US Committee for Human Rights in North Korea)를 발족한 것도 그런 변
김현호 /조선일보 통한문제연구소장 hhkim@chosun.com남북대화의 불씨를 살려보려는 정부의 안간힘이 애처롭기 그지없다. 국민을 설득하려는 당국자의 말에는 자신감이 없고 논리는 궁색하다.제4차 이산가족 교환방문을 불과 나흘 앞두고 북한당국은 한국의 테러경계태세를 시비걸며 일방적으로 이를 무산시켜버린 뒤, ‘안전성’을 이유로 모든 회담을 금강산에서 개최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산가족의 한과 한국민의 자존심을 무참히 짓밟아 버린 처사였다. 정부도 국민적 분노를 감안한 듯 단호한 대응을 보이는 듯 하더니 보름 남짓 만에 돌연 장관급회담
북한이 장관급 회담장소로 금강산을 제의하자 이를 수락하지 않겠고 버티던 정부가 갑자기 태도를 굽혀 그것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은 우리 자존심의 문제를 떠나 북한의 「남한 길들이기」 수법을 굳혀주는 중대한 실수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일관성도 목적의식도 없고 북한 하자는대로 끌려다니는 회담이라면 백번 한들 아무런 의미가 없다.지난 2주 동안 남북간에 회담을 둘러싸고 10여차례의 전통문이 오고가는 과정에서 정부가 북한의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은 북한의 요구가 너무나 부당했기 때문이었다. 안전면에서 남쪽은 불안하니 당국간 회담은 「
북한 인권상황 개선을 목표로 한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출범은 미국이 「북한문제」의 본질로 접근하는 분기점을 마련할 것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와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미국 북한인권위원회」는 구성멤버가 미국의 대 아시아 정책, 특히 대 북한 정책에 직접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면면을 망라했을 뿐 아니라, 행동과제를 북한의 정치범수용소와 강제노동 실태 규명, 식량과 생필품 분배 확인, 중국 내 탈북자 문제 제기 등을 핵심이슈로 삼고 있다. 따라서 이 위원회의 활동이 진척됨에 따라 북한주민의 굶주림과 그런 현실을 만들어낸 구조적
미국 디펜스포럼 재단과 제시 헬름스 상원의원이 최근 황장엽씨를 다시 초청하고, 황씨측도 이들에게 미국방문을 희망하는 편지를 또 다시 보냄으로써 현 정부가 이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지금까지 현 정부는 황씨의 방미문제를 둘러싼 논란에서 「신변안전 보장문제」를 이유로 그의 방미를 반대해왔다. 미국정부가 황씨의 신변안전을 보장해야 하며, 그것도 양국정부 간에 합의가 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최근 미국 정부는 긍정적인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국무부 폴 켈리 법무담당 차관보는 헬름스 의원에게 편지를 보내 황씨가 방미할
토머스 허버드 주한 미국대사는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대북정책과 관련해 『한국정부와 북한정부는 부시 행정부가 클린턴 행정부와는 다른 고유의 정책을 추진해 가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것은 미국이 처음으로 현정부를 향해 『우리는 일방적 대북유화책을 쓰지 않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전한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출범 후 북한에 대해서는 분명한 목소리를 내왔으나 한국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자제해 왔다. 그런 상태에서 허버드 대사가 한국정부에 대해 클린턴 정부와는 다른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분명히
요즘 국방부 고위관계자들에게 언론이 알까봐 몹시 신경쓰이는 고민거리가 하나 생긴 듯하다. 오는 12월 발간될 「2001년도 국방백서」에서 「주적은 북한」이라는 표현을 빼느냐 존속시키느냐에 대해 은밀히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김동신 국방장관을 비롯, 국방부는 그동안 공식적으로는 주적개념 변경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혀왔기 때문에 이번 검토는 상당한 논란을 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국방부가 보수층의 반발 등「위험」을 무릅쓰고 주적개념 삭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정부 최고 안보기구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등 정부 일
가을에 단풍 구경 가거나 등산하는 사람들을 보며 “왜 쓸데없이 산에 가서 힘을 낭비 하지” 라는 생각이 한국에 오고 나서도 한참동안 가시지 않았다. 어느새 주말이면 산을 오르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속으로 웃음 짓기도 한다.남북한의 온갖 산들을 다녀 보았지만 어릴적 10년을 보낸 함경남도 요덕군 정치범수용소(15호 관리소)가 있는 병풍산과 백산은 결코 잊을 수 없다. 개인적 체험이 얽힌 곳이라서만이 아니라 그 산의 아름다움은 북한의 어느 명산 못지 않다. 일반인들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된 곳이라 잘 알려져 있지 않을 뿐이다.자연의 천국
하영선/서울대교수·국제정???세기의 새로운 도전에의 대응:참여와 협력을 통한 공동 번영’이라는 주제 아래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9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가 막을 내렸다. 대미테러 사태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21개국의 대규모 다자간 정상회의라는 이유 때문에 관심을 모았던 이 회의는 ‘테러 이후 세계질서’의 미래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테러사태와 이에 따른 대테러전쟁의 상황 전개에 대한 초보적 대응에 바빠서, 9·11테러가 21세기 세계질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 질서, 한반도, 한국의 생존과 번영에 미치게 될 영향을
김인구·정치부기자ginko@chosun.com북한은 28일 열기로 한 6차 남북 장관급회담을 금강산에서 갖자고 18일 제의했다. 남한 내 비상경계태세가 내려져 있어 불안하니 ‘안전한’ 금강산으로 오라는 것이다. 북한은 똑같은 이유로 4차 이산가족 교환방문도 일방적으로 연기했고, 금강산 관광 활성화를 위한 2차 당국회담과 남북 경협추진위원회 2차 회의도 금강산에서 하자고 했다.그러나 이번 장관급회담은 북한 지역에서 할 차례이므로 북측이 내세우는 ‘남한 내 비상경계태세’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작년 두 차례 장관급회담이 북한 지역에서
북한이 남북 장관급회담 등 3개 당국자회담을 금강산에서만 하자고 계속 고집하는 것은 자신들이 의도하는 방향으로 회담을 끌고 가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남과 북에서 회담을 교대로 해왔던 지금까지의 관행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그들이 그 이유로 엉뚱하게『남한은 불안하니 안전한 금강산에서 하자』고 내세우는 것은 더욱 이치에 맞지 않는다.전세계적인 테러공포 속에 우리 군경이 비상경계를 내리고 미군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공군전력을 증강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도 북한이 그것을 구실로 내세우는 것은 노리는 목적이 다른 데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