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김원웅 의원이 주미 대사관 국정감사에서 “미국이 일본의 한반도 지배를 인정한 1905년 가쓰라·태프트 밀약에서 불행이 시작됐다”면서 “국제법상의 중대한 범죄 행위인 이 밀약에 대해 미국에 항의하고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 한·미관계의 과거 청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1905년 도쿄에서 체결된 가쓰라·태프트 밀약은 미국과 일본이 일본의 한반도 지배와 미국의 필리핀 지배를 서로 양해하기로 한 합의다. 밀약 당시 한반도는 이미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서 거듭 승리한 일본의 영향권 아래 있었다. 밀약에 대해 미국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朴庸玉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부총장·전 국방부 차관1950년 북한군의 6·25 기습남침, 유엔군의 9·15 인천상륙과 반격, 우리 국군의 10·1 38선 돌파와 북진, 중국군의 참전과 남북 간 일진일퇴(一進一退), 그리고 1953년 7·27 휴전협정 체결 등 3년에 걸친 6·25 전쟁은 공산진영의 도발에 대한 자유진영의 응전이었다. 이 기간 중 우리 민족과 신생 대한민국의 운명은 극에서 극으로 오갔다. 마치 공산화의 ‘지옥’과 자유민주화의 ‘천국’ 사이를 오갔다고나 할까. 우리 국군은 유엔군과 함께 소련·중국을 등에 업은 북한군의 남
金暎浩 성신여대 교수·국제정치학지난주 6자회담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성명이 채택된 이후 그 성공적 이행 여부를 둘러싸고 대내외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성명은 가장 중요한 사항인 북한의 핵폐기 및 대(對)북한 경수로 제공 시기에 대해서는 애매모호하게 남겨둔 채 그동안 제기되어온 참가국들의 요구사항들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낙관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이번 합의에 이르게 된 각국의 사정을 자세히 뜯어보면 설사 11월에 제5차 6자회담이 재개된다고 하더라도 합의문 실행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우선 세
박선이·문화부장140여석 작은 영화관에는 둘씩 둘씩 짝지어 앉은 관객이 단 넷이었다. 텅 비다시피 한 객석은 아랑곳없이 화면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영국의 젊은 다큐멘터리 감독이 만든 ‘어떤 나라’(A State of Mind)다.2003년 2월. 평양의 한 경기장 앞 옥외에서 집단체조(매스게임) 연습이 한창이다. 주인공은 열세 살 소녀 현순이. 순박한 미소를 얼굴 가득 담은 현순이는 ‘장군님’ 앞에서 자기 실력을 뽐내고 싶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순간 화면이 바뀌면서, 소녀들이 휙휙 재주를 넘기 시작했다. 2월의 평양 거리에서, 맨
외교통상부는 26일 ‘북한 국적자의 미국 망명 신청 통계’라는 자료를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에게 제출했다. 탈북자를 미국이 얼마나 받아들였느냐 하는 자료다. 1997년부터 2005년 9월까지 미국에 망명을 신청한 탈북자 48명 중 받아들여진 숫자는 9명이었다. 미 법무부 인터넷을 확인해 보니 그대로였다.폴라 도브리안스키 미 국무부 차관은 얼마 전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를 갈망하는 사람들이여 우리는 당신들을 잊지 않고 당신들의 투쟁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계와 말이 잘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다른 나라에도 그럴까. 작년에 미국은
안준호·사회부 libai@chosun.com“내 꿈에서 우리 어머니가 하늘에서 아버지 만났다고 하시대.”지난 23일 서울 마포의 한 식당.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53) 대표가 술잔을 내려놓으며 쓸쓸히 웃었다. 최 대표의 어머니 고(故) 김애란씨는 1967년 서해상에서 조기잡이를 하다 납북된 남편의 소식을 듣지 못하고 지난달 19일 끝내 한 많은 생을 마감했다.최 대표와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던 피랍탈북인권연대 도희윤(38) 사무총장은 북한에서 5년 전 발행된 기념우표를 한 장 보여주었다. 그 우표의 제목은 ‘신념의 화신, 의지의 강자
6자회담이 타결되자 정부는 “한국 외교의 승리”라고 했다. “우리 민족이 자기 운명을 스스로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감격했다.정부는 북한을 6자 회담으로 끌어내기 위해 200만㎾ 전력 공급을 제안했다. 예상 비용은 6조~10조원이다. 회담 막바지 정부는 미국을 설득해 ‘대북(對北) 경수로 제공’을 공동성명 속에 포함시켰다. 그랬으니 비용도 우리가 대부분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 부담이 3조원 가량 된다. 둘을 합해서 10조원 안팎이 ‘한국 외교의 승리’라는 말에 따르는 청구 금액이다.엄청난 계산서가 따라붙는 근사한
이경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제4차 6자회담이 일단 성공적으로 끝났다. 북한은 베이징 공동성명으로 바라던 경제회생과 체제안정의 실질적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공동선언문에서 미국은 북한에 대한 침략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함으로써 체제안정을 다자적(多者的)으로 약속하였을 뿐 아니라, 6자간 경제협력 확대를 통한 경제회복의 길을 열어주었다.북한 경제의 재건은 사실상 외부 지원에 달려있다. 북한은 1990년대 들어 생산기반을 상실하여 자체능력으로는 저축이나 성장이 불가능한 소위 ‘빈곤 함정’에 빠져 있다.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 1999년
김대중 · 고문 노무현 정권의 후반에 접어든 2005년 후반. 대한민국은 건국 이래 중대한 변환(變換)의 시기를 맞고 있다. 변환의 한 줄기는 남·북한 관계이고 다른 한 줄기는 미국과의 관계이다. 노 정권이 북한 김정일 정권에 접근하는 속도는 대단히 빨라지고 있고, 북한은 이런 상황을 최대로 활용해 한국 내 좌파의 지상화(地上化)를 도모하고 있다. 그 다른 쪽에서는 지난 60년간 이 땅의 알파와 오메가로 여겨졌던 미국이 한국으로부터 발을 빼는 작업을 시작하고 있다.김정일 세력은 지금이 한국 내에 팽창하고 있는 ‘감상적 민족주의’를
래리 닉쉬·미국 의회조사국 선임연구원지난 19일 발표된 6자회담 합의문에는 긍정적인 조항과 부정적인 조항, 의미가 모호한 조항들이 다 들어 있다. ‘좋은 소식’은 6자회담이 아마도 1년 이상의 기간에 걸쳐 몇 차례 더 열릴 것이란 부분이다. ‘나쁜 소식’은 합의문이 한·미-북한 간의 핵심 갈등 사안을 해결하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4년 9월 북한이 미국의 적대적인 대북 정책과 핵 위협을 끝내지 않는 한, 6자회담에 불응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1년 넘게 끌어온 북핵 문제를 둘러싼 외교적 교착 상태는 변한 게
유엔 긴급구호조정관이 23일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이 국제사회의 원조식량을 계속 받아들여야 한다고 요청했다. 북한은 세계식량계획(WFP)을 비롯한 유엔산하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NGO)들의 대북 구호지원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면서 금년 말까지 국제기구 요원들이 북한에서 철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에겔란트 조정관은 “북한의 2250만 인구 중 7%가 기아상태이고 37%가 만성적인 영양실조 상태”라고 지적하면서 북한은 원조식량을 받지 않기로 한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국민이 굶지 않도록, 어린이가 성장 장애
朴勝俊 중국전문기자중국은 무엇을 얻었을까? 아니면 중국은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 걸까? 6자회담을 두고 하는 말이다. 중국은 왜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판을 베이징(北京)에 벌여주었을까. 그리고 왜 그렇게 열심히 공동성명 문안도 만들고 했을까? 왜 애써 미국도 설득하고, 북한도 설득하고 그랬을까? 이제 와서 좀 생뚱맞은 듯하지만 한번 따져보기로 하자.중국의 계산과 속마음은 지난 19일 공동성명이 다소 뜻밖에 채택됐을 때 나타났다. 다음 날 북한이 “선(先) 경수로 제공”이라고 틀고 나온 뒤에도 중국의 속내는 계속 표현됐다. “6자회
金根植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극적으로 타결된 9·19 북핵 합의를 놓고 말들이 많다. 처음엔 환영 일색이더니 이제 여기저기서 문제 제기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공동성명 내용 자체가 갖는 불완전함을 한계로 지적하는 사람이 많다. 곳곳에 모호한 지점을 남겨놓음으로써 향후 실천을 위한 구체적 합의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충분히 그럴 개연성이 존재한다.그러나 다자(多者) 협상에서 지지부진한 논의를 진전시키고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일정한 ‘모호성’을 유지해야 함은 국제적 관례이자 상식이다. 우리 마음에
庾龍源 군사전문기자“금년도 국방비 증가율이 9.9%인데 10년간 여기에 1~2%포인트 정도만 더 증액하면 국방개혁이 실현될 수 있습니다.”최근 국방개혁안을 공식발표한 국방부 관계자들이 예산 확보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강조하는 말이다. 윤광웅(尹光雄) 국방장관도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낙관론을 폈다.오는 2020년까지 현재 68만여 명인 군(軍) 병력을 50만여 명으로 줄이는 것 등을 골자로 하는 국방개혁안이 실현되려면 전력(戰力) 투자비만 289조원, 경상운영비까지 포함하면 683조원가량 든다는 것이 국방부의 대략적인 추산이다.
북한 외무성은 20일 새벽 “경수로 제공 없이는 우리의 핵 억지력 포기는 꿈도 꾸지 말라”면서 “미국이 ‘先선핵무기 포기, 後후경수로 제공’ 주장을 고집한다면 핵문제에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같은 날 미국의 라이스 국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적절한 시기에 경수로 제공문제를 논의한다는 공동성명의 ‘적절한 시기’는 북한의 핵 해체 및 NPT복귀, IAEA 안전조치 이행 등이 이루어진 후”라고 말했다. 6자회담의 공동성명이 나온 지 하루 만에 성명의 근본문제에 대한 異論이론이 터져 나왔다.4차 6자회담의 최대 쟁점
북한 核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제4차 6자 회담이 19일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북한은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미국은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고 관계 정상화에 나선다는 것이 공동성명의 큰 골격이다. 최대 爭點쟁점이었던 경수로 문제에 대해 공동성명은 “북한은 핵 에너지를 평화적으로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고, 다른 참가국들은 이에 대해 존중을 표시하고 적당한 시점에서 북한에 경수로를 제공하는 문제를 논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이번 공동성명으로 2003년 8월 6자 회담이 시작된 지 2년여 만에 北核북핵 해결의 전반적인 원칙이
김현호·논설실장남한에서 북한으로 가는 모든 길은 ‘아태(亞太·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로 통한다. 금강산 관광사업이든 조용필의 평양 공연이든 구호단체의 인도적 지원이든 아태를 거치지 않으면 안 된다. 2000년 4월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남북합의서’에 서명한 사람도 송호경 아태 부위원장이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스스로 “기로에 선 듯하다”고 한 금강산 관광 문제를 풀기 위해 만나야 할 사람도 이종혁 아태 부위원장이다.아태는 ‘비정부 평화애호 기구’를 표방하면서 이름도 그렇게 지었지만 실제로는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
柳浩烈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얼마전 2단계 제4차 6자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짐을 꾸리는 미국 외교관에게 회담 전망을 물었더니 경수로가 관건이라면서 북한이 경수로를 협상용으로 제기하면 문제가 풀리겠으나 경수로 자체를 우선 고집하면 회담은 결렬될 것이라고 하였다. 추석 연휴기간에 북경에서는 6자회담이 성공적으로 타결되어 공동성명이 채택되었다는 낭보가 전해졌다. 그 미국 외교관의 말대로라면 북한이 경수로를 협상용으로 제기했든지 아니면 미국이 회담 기간 중 전격양보했든지 둘 중의 하나였을 것이다.경수로 문제는 회담 기간 내내 가장 큰 난제였
양상훈 · 정치부장 북핵 6자회담 공동성명이 타결된 뒤 정동영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장(통일부장관)은 “우리 민족은 정치적 운명의 갈림길에서 스스로 결정한 기억이 없으나 이번에야말로 우리 스스로 결단하고 타결을 이끌어낸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감격해했다. 우리측 송민순 대표단장도 “늘 우리에게 만들어지고 주어졌던 역사를, 앞으로는 우리 스스로 만들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했다.6자회담 타결 뒤 정부가 진정 내세우고 싶어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그동안 미국이 만들어준 조건과 틀 안에서 살았다면 이제 우리가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야
현대그룹의 금강산 관광사업이 岐路기로에 서 있다. 북측은 사전 협의도 없이 관광객 수를 제한하겠다고 통보하는가 하면 지금까지 파트너였던 현대를 제쳐놓을 듯이 다른 업체에도 눈짓을 보내고 있다. 공교롭게도 현대그룹의 지주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한 세무조사까지 겹쳐 현대의 대북사업뿐만 아니라 현대그룹 자체가 어떻게 될지 관심을 끌고 있는 상황이다. 사태의 발단은 북한이 지난달 비리 문제로 사퇴한 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의 복귀를 현대측에 요구한 것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중국과 미국을 오가던 김씨가 엊그제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