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이아빠를 따라 여섯 살에 북한을 빠져나온 소년이 한국에서 정착교육을 받는 중에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꿈에서 빨간 피 많이 흘리면서 어떤 사람 누워있는 것 봤다."탈북한 지 1년 반쯤 된 여성은 내게 이런 얘기를 들려 주었다. "북한에서 식량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지 여기 와서도 꿈을 자꾸 꾸잖겠니? 새벽에 일어나 부엌에 나가 쌀독 뚜껑을 열어보니 한 톨도 없는 거야. 아침은 뭘로 끓이나 안타까워서 가슴을 바짝바짝 태우다가 깨어났어.”탈북한 지 2년이 되도록 계속 꾸고 있는 나의 꿈은 이렇다. 작가동맹에서 작가들이 창작을 하느
설빔을 예쁘게 차려입은 어린이 세 명이 세배를 하고 있다. 표정은 밝고 몸가짐은 단아하다.2002년 북한 달력은 어린이들의 환한 웃음으로 열리고 있다. 『경애하는 아버지 김정일장군님께 새해 설 인사를 드립니다』는 문귀도 빠지지 않는다.고난의 땅 북녘에도 새해가 밝았다. 금년에는 정말 북녘 동포들이 달력속의 어린이들처럼 행복한 웃음을 지을 수 있기를 빌어 본다. 그러나 그것은 잘 훈련된 외형적인 웃음이 아니라, 내면의 충만감이 솟아나는 자연스런 미소라야 할 것이다.무엇보다 새해는 북한 주민들이 절대 기아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한 해가
지만원/군사평론가일본 순시선과 괴선박 간의 전투는 이를테면 ‘활과 기관총’과의 싸움이었다. 괴선박은 17일 남포항을 떠난 이후 미국과 일본의 영상정보 수집 및 통신감청에 의해 움직임이 파악됐다. 일본 순시선은 31시간 동안 ‘고양이가 쥐를 갖고 놀듯’ 괴선박을 요리했다. 일본 해상자위대가 촬영한 화면은 적나라하게 이 장면들을 보여준다. 일본 순시선에는 자이로와 전자 로직(Logic)으로 구성된 사격통제 시스템이 설치돼 있어서 배가 요동을 쳐도 포구는 목표물을 향하고 있다. 하지만 괴선박에는 그런 시스템이 없었다. 배가 흔들리면 총구
김창기 북한의 경수로 관련 고위 실무자 20명이 지금 남한의 핵심 시설이랄 수 있는 울진과 고리의 원자력발전소 등에 머물면서 자세한 현장 시찰을 하고 있다. 지난 16일 내한한 이들은 2주일의 일정을 마치면 월말쯤 평양으로 되돌아갈 것이다.북한측 요구와 우리 정부 당국의 ‘배려’로 이들의 남한 생활이 자세히 알려지지 않고 있어서 그렇지, 사실 엄청난 일이다. 또 좋은 일이다. 이런 성격의 인적 교류가 많이 이뤄져서 북한에 조금이라도 실질적 도움이 가고, 그렇게 해서 조금씩 서로 신뢰가 쌓이고 긴장도 완화된다면 얼마나 좋은 일이겠는가
김형덕/1974년 자강도 희천 출생, 민주당 김성호 의원 비서1987년 12월 고향 자강도 희천시를 떠나 평안남도 개천시의 룡복고등중학교로 전학했다. 자강도는 워낙 살기가 팍팍해 우리 가족은 조금은 살기 낫다고 여겨지는 평야지대로 이사를 한 것이다. 이때부터 오히려 커다란 시련을 겪게 됐다. 어머니가 폐결핵으로 입원해 투병생활을 시작했다. 병간호를 위해 우리 가족은 배급의 일정량을 농민시장(장마당)에 팔아 그 돈으로 약을 사야 했다. 그러다 보니 항상 곤궁한 생활에 시달렸다. 학교를 마치기가 무섭게 집안 일을 거들어야 했고 식량을
/프랑스 북한인권위원회 위원장, '사회사평론'편집장지난 12월 6일 스위스의 매혹적인 호반 도시 제네바에서 『북한에서 인도적 지원 활동을 할 때 지켜야 할 최소한의 조건은 무엇인?뼁?대해 북한에서 활동하는 비정부기구(NGO)활동가들과 유엔 산하 단체 관계자들이 모여 협의회를 열었다.이탈리아의 「협력과 개발」, 스위스의 「교회공동운동」, 「아시아-태평양 월드비전」, 홍콩 「카리타스」, 프랑스의 「반기아행동」, 「국경없는 의사회」, 아일랜드의 「관심 월드와이드」(Concern Worldwide) 등의 NGO, 그리고 세계식량계획(WFP
북한의 66년 월드컵 8강 진출은 여전히 하나의 신화다. 그 주역들이 수용소 등에서 수난을 겪은 사실은 신화의 비극으로 남아 있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영문 시사주간지 ‘파이스턴 이코노믹 리뷰(FEER)’는 지난 13일자에 다큐멘터리 제작자와 여행사 대표가 지난달 북한을 방문해 당시의 북한 대표선수들과 인터뷰한 내용을 실었다. 북한축구의 간판스타였던 박두익이 당시 선수들이 『수용소에 갔거나 지방으로 쫓겨갔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소리』라며 격분했다는 내용을 전했다. 이 잡지 기사를 국내의 일부 신문이 전하기도 했다. NK리포트 지난 3월
박상학내가 태를 묻고 성장한 고향은 양강도 혜산시 혜신동이라는 한반도 북단의 국경마을이다. 코앞이 중국 장백현 록강촌이었다. 압록강은 본래 맑고 푸른 물위에 오리가 많이 서식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데 적어도 내게는 한반도에서 가장 긴 강이라거나 백두산과 함께 한반도를 대표한다거나 하는 부담스러운 상징이 아니다. 여름이면 아이들이 멱을 감고, 겨울이면 스케이트를 타며, 아낙네들이 빨래를 하던 일상의 터전이었다. 개울처럼 다정한 강이었다. 때로는 깊고 강하게 성장기 소년의 내면으로 흘러들어 야망을 불러일으켰을지도 모른다. 강
요즘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 분위기는 썰렁하다. 미·북, 남·북 관계가 얼어붙으면서 한·미 관계도 무덤덤해진 탓일까. 간헐적으로 열리는 한반도 세미나들도 김 빠진 맥주 같다. 그나마 논의를 촉발시키고 있는 계기가 미·북 관계의 새로운 위기 가능성이라는 점이 더 을씨년스럽다.11일 낮(미국시각) 한 점심 자리에서는 한반도 문제를 싸고 단골로 논쟁을 벌이던 두 ‘앙숙’이 모처럼 만났다. 클린턴 행정부 때 국무부에서 제네바 협정 실무를 맡았던 조엘 위트(Wit)와 지난 8월 국무부에 들어간 로버트 매닝(Manning) 전 미 외교협의회
민성길/연세대 통일연구원장·정신의학 교수남북한 통일과정에서 국가 통일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사람의 통일이다. 사람의 통일은 국가통일에 앞서 준비돼야 하고, 또 그 이후에도 상당 기간 지속돼야 할 과제다. 50년 넘게 분단된 남북한의 보통사람들이 잘 어울려 산다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북한 주민들은 분명 우리와 같은 민족이고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만, 사고방식 가치관 행동양식 등은 이미 판이하게 달라져 있음을 우리는 곳곳에서 확인하고 있다.최근 통일연구를 위해 루마니아를 방문하고 많은 걸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이 나
허광일/1954년 함경북도 김책시 출생. 한국전력 동부지점 근무내 고향은 함경북도 김책시(옛 성진시) 쌍암동 대동골이라는, 시내가 흐르는 작은 골짜기 마을이었다. 여름방학이면 방학숙제를 대충 해치우고는 할머니가 쩌준 감자와 풋강냉이 한소랭이를 게눈 감추듯 먹어치우고는 검은 연기 세차게 내뿜는 성진제강소 옆 쌍바위가 우뚝하게 솟은 해변가 도래굽이에서 해가 지는 줄 모르고 친구들이랑 해수욕에 정신이 팔렸다.지금도 추억에 젖으면 웃음을 참을 수 없는 것은 해수욕장에 인접한 포구에 가끔씩 돛단 고깃배가 닻을 놓고 성게 해삼을 비롯한 진귀한
이병호/전 국정원(안기부) 차장최근 국정원 간부 몇 사람의 비리 혐의와 ‘수지 김’ 사건 은폐 혐의로 국정원이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 정보기관이 그 직원의 비리 또는 잘못된 운영으로 물의를 일으켜 비판의 대상이 된 사례는 외국 정보기관도 예외는 아니다.미국 CIA의 경우, 직원 앨드리치 에임즈가 구소련 KGB에 포섭되어 1994년 체포될 때까지 10여년간 CIA 기밀을 유출한 사건으로 오랜기간 후유증에 시달렸었다. 그러나 CIA 사건 경우와는 달리 국정원 관련 이번 스캔들은 국정원 간부가 금융 비리와 관련하여 돈을 받은, 그리고
한용섭/국방대학교 교수9·11 테러를 일으킨 알 카에다가 화생무기를 대규모로 개발하고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게 하는 흔적들이 발견돼 세계를 전율케 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테러조직과 국제적인 대량살상무기의 거래 커넥션에 주목하고 이라크와 북한 등 ‘불량국???지목한 국가들에 대량살상무기의 폐기와 사찰을 촉구하고 나섰다.화생무기는 가난한 자들의 핵무기라고 불린다. 1차대전 때 발생한 전염병인 천연두로 죽은 서양인이 전쟁으로 죽은 인구보다 많았으니 세균이 전쟁수단으로 쓰인다면 그 악영향은 천문학적일 것이다. 그러니 테러분자를 포함한
미국 국방부가 북한을 이란·이라크와 함께 러시아·중국에 이은 세계 3위의 「안보위협국?뭍?분류한 것은 북한이 세계평화에 얼마나 위협적인 존재이며, 동시에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의 안보가 얼마나 위중한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이것은 부시 행정부가 대량 살상무기 확산방지라는 미국의 대외정책 추진을 위해 평가한 자료이기는 하지만 우리에게도 똑같은 비중으로 적용되기 때문이다.북한은 부시 행정부가 별도의 테스크포스 팀을 구성해 평가한 6개 항목 모두에 걸쳐 위협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생물무기, 화학무기, 핵무기
김현호/조선일보 통한문제연구소장 hhkim@chosun.com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쯤에서 결별의 과정을 밟기로 작정한 것일까.작년 남북정상회담 후 김정일에 대해 “대화상대로서 큰 신뢰감이 생겼다”고 평가했던 김 대통령은 이제 그에 대한 실망감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그의 서울 답방에 대해 “약속했으니 오리라 믿는다”고 하던 확신이 “단언해서 말할 수 없다”라는 회의로 바뀌었고, 북한의 최근 대남 자세에 대해서도 “실망했다”고 직접적인 표현을 썼다. “대북정책은 임기 내에 내가 다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다”고 말한 데서는
피에르 리굴로(프랑스 북한인권위원회 위원장, "사회사평론" 편집장)지난달 21일 낮 12시쯤 파리 주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총대표부 직원이라고 밝힌 한 남자가 나의 휴대전화에 위협적인 내용을 남겨놓았다. 외교관이 주재국 국민에게 협박 전화를 거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나는 북한인들이 그 즈음 TV프랑스 제3채널에서 방영된 「은둔의 공화국」으로 인해 화가 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이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하지 않았었다. 전화를 받은 일주일 후에야 진짜 경위를 알게 됐다. 얼마 전 나는 북한에 초대받아 가서 평양과
차도수/68년 함북 청진 출생 ·대전대학교 중어중문학과 4학년열여섯 나던 해 입대해 만 10년을 군에서 보냈다. 평양 부근 수도방어사령부에 속한 부대였다. 사람들은 휴가도 없는 그 긴 세월을 어떻게 견뎠나 할지도 모른다. 물론 이루 말할 수 없이 고된 나날이었지만 긴 병영생활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운이 좋게 만날 수 있었던 상관들이 큰 힘이 되었던 것 같다. 북한군에는 장성급이라도 제일 낮은 계급인 전사가 되는 체험을 하는 규정이 있다. 한국이라면 장군이 이등병이 되어 보는 식이다. 내가 군에 입대한 이듬해인 1985년 봄에 91
서경석 그동안 우리나라는 조선족 동포에게 못할 짓을 했다. 원래 이들은 광복 직후 전부 귀국했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조선족 전원이 와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북에 김일성 정권이 수립되면서 귀국길이 막혀 못 돌아왔다. 한·중수교 후에야 길이 열렸지만 이번엔 우리가 국내사정을 이유로 이들이 고향에 돌아와 살 권리를 허용하지 않았다. 더구나 2년 전에는 재외동포법을 만들면서 조선족과 고려인을 재외동포에서 제외시켜 이들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 최근 헌법재판소가 재외동포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 모든
현행 재외동포법이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헌법재판소가 사실상 위헌결정을 내린 것은 지극히 타당한 판시이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시점을 기준으로 정부수립 이전에 조국을 떠난 동포를 수립 이후에 떠난 동포와 차별하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적시했다.헌재의 지적처럼 현행 재외동포법은 헌법정신에도 맞지 않고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할 재외동포를 외면한 차별법이었다. 헌법전문에는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되어 있는데도 그 당시 해외로 나간 동포들에 대해서는 재외동포로 인정하지 않아 그들의 모국 입국, 취업
남북대화가 소강국면에 빠져들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중서부 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우리 군초소에 총격을 가해옴으로써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이번 총격사건은 계산된 도발이 아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나, 이 것이 최근 북한에 의한 일련의 긴장조성 행위의 와중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범상히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북한군 병사 수십명이 지난 9월 두 차례에 걸쳐 군사분계선(MDL)을 침범한데 이어 지난 18일엔 북한군 경비정이 서해 북방한계선을 넘어 왔으며, 지난 22일엔 우리 군이 휴전협정을 위반해 비무장지대 내에 곡사포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