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내 사무실에 한 지식인이 찾아왔다. 큰 키에 멋지게 생긴 사나이로 한국의 한 대학에서 무역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의 (또한 그가 속한 세계교회평의회의) 가장 큰 관심은 어떻게 하면 북한을 자유주의의 손아귀에 들어가지 않을 수 있도록 할 것인가였다. 그도 지금 북한이 처해 있는 어려움을 알고 있긴 하지만, 더 나쁜 상황은 북한이 서울의 손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마치 동독이 서독에 흡수된 것과 같이 말이다. 동독에 대해서라면 나도 조금 알고 있다. 그곳 사람들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들 가운데에서 오해와 비탄, 심
래리 닉쉬/ 미국 의회 조사국 아시아문제 전문위원 부시 대통령은 지난달 29일의 국정연설에서 대량살상무기(WMD)를 생산·확산한다는 이유로 북한을 이라크·이란과 함께 ‘악(惡)의 축(軸)’으로 묘사했다. 그의 대북 비난은 간단하지만 강력했다. “북한은 국민들을 굶주리게 하면서 미사일과 WMD로 무장된 정권”이라는 것이다.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라며 신속한 행동 의지를 표명한 것도 인상적이다.으레 그렇듯 미 행정부는 부시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관해 ‘어떠한 정책 변화도 없다’는 것을 강조했다. 행정부 관리들은 군사 행동이
안병준/ 학술원 회원·전 연세대 교수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연두교서에서 테러에 대한 전쟁수행을 미국 외교정책의 핵심으로 주창했다.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위협에 대하여 그가 직설적으로 표시한 경고이다. 이는 화해협력을 최우선시하는 한국의 대북정책에 큰 부담이 된다. 이러한 미국의 세계관과 우리의 대북시각간에 전략적 조화를 이루는 것이 한국외교가 당면한 최대 과제이다.부시는 반테러 전쟁과 동시에 대량살상무기 방지를 세계전략의 초점으로 부각시켰다. 최근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정권을 군사적으로 전복시킨 것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새해 연두교서에서 우리가 각별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그가 북한의 핵 및 생화학무기 위협을 직접 거론하며 이것을 저지하기 위해 확고하고 일관된 정책을 펼치겠다고 한 것이다. 부시 대통령이 이란·이라크와 함께 북한의 대량살상 무기 위협을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미국 국민과 세계 앞에 올해 미국 정책을 공식적으로 천명하는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이것을 언급했다는 것은 예사롭지 않은 일이다. 부시는 올해 3대 국정목표 가운데 두 가지를 테러리즘 퇴치에 둘 정도로 강한 집념을 나타냈다. 그는 과거 레이건 대통령이
지난 주말 주한 미군의 젊은 장교 한 사람이 신문사로 기자를 찾아왔다. 미국에서 발간된 기자의 북한 강제수용소 체험기인 '평양의 어항'을 단숨에 읽고 근무지인 경북 왜관에서 서울까지 기자를 만나기 위해 달려왔다는 것이다. 그는 작년 9·11 미국테러로 가족 중 두 사람을 잃고 장례식에 참석하기를 원했지만 미군 당국의 허락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게다가 주말마다 부대앞에서 '미군철수'를 외치는 한국 젊은이들을 보면서 "내가 왜 여기 있어야 하는가"하는 심각한 정체성 갈등을 겪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부대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이
요즘 김대중 대통령의 처지를 살펴보면 주변세력과 친인척의 비리의혹으로 시시각각 몰리면서 그 압박감을 「대북한(對北韓)」이라는 돌출구로 피해가려는 형국이다. 그러나 국민신뢰와 정책 두 가지는 결코 별개의 것일 수 없다. 어느 정책이든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국민의 신뢰가 필수적이다. 또 국민의 신뢰가 형성되지 않은 바탕 위에서는 어떤 그럴싸한 정책도 추진력을 얻을 수 없다.지금 김 대통령과 이 정권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그의 대통령임기는 물론 일생의 정치적 역정에서 최하일 것이다. 그는 당 총재직을 떠났다지만 당이 그를 버린 것이나 다름
정부가 금강산 관광사업에 국민세금을 투입해 여러가지 지원 대책을 제공하기로 한 것은 지금까지 정부 스스로 밝혀 온 대북 교류협력 사업의 원칙을 허물어버린 것으로서, 앞으로 이 분야의 혼란을 자초하게 될 것이다. 이제 정부는 ‘정경분리’니 ‘시장경제 원칙’이니 ‘정부와 민간의 구분’이니 하는 말을 사용할 수 없게 됐으며, 그렇게 하더라도 더이상 믿을 국민도 없을 것이다. 도대체 어떤 대북사업이 ‘정치사업’이고 어떤 사업이 ‘경제사업’인지를 무슨 기준으로 정할 것이며, 다른 기업들도 대북사업을 하다가 거덜날 만하면 정부에 손을 내밀 경
정부가 국민 세금을 투입해 금강산 관광사업을 추가지원하겠다고 한 것은 정부 스스로 그토록 다짐해온 시장경제 원칙을 완전히 포기하고 이 사업의 성격과 목적을 단순한 「김정일정권 돕기」로 바꾸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미 누누이 강조돼온 대로 금강산 관광사업을 살리는 길은 사업주체인 북한당국과 현대가 육로개방과 특구지정 등을 통해 이 사업을 좀더 흡인력 있는 관광상품으로 발전시키는 길뿐이다. 이를 외면한 채 정부가 나서 적자를 메워준다고 해서 관광객이 늘어날 리가 없고, 남북교류나 화해에 기여하게 될 근거란 더더욱 없다. 북한정권만이
김정원납북된 어부의 가족들이 최근, 국가와 대통령, 전직 통일부 장관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또한 6·25 전쟁 당시 납북자 가족들은 사비를 들여 입수한 ‘6·25 피납치자 명부’를 공개하여 피랍 규모가 8만6000여명이라는 사실을 입증했다.이는 국제법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장기간의 연쇄 납치사건에 대한 피해자 가족들의 항의다. 즉 자국민이 불법 납치, 불법 감금, 불법 억류되었을 때 국가는 모든 합당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구출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생사조차 알려주지 않는데 대해 본격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이
국민들이 남북관계가 진전될 것으로 잔뜩 희망을 가졌다가 현실이 그러하지 못한 것에 실망하는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이 정부의 대북정책 지지기반이 심각하게 약화된 데에는 김대중 대통령의 앞서가는 말이 상당한 이유가 됐다고 할 수 있다. 김 대통령이 17일 청와대 공개 오찬석상에서 북한이 경의선 복원공사를 재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언급한 것은 그의 대북 조급증이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방증이라고 할 만하다. 그동안 남북문제와 관련한 김 대통령의 말의 성찬은 화려했다. 「철의 실크로드」가 열리고 「북한 특수」가 올
내달 8일부터 10일까지 일본 동경에서 열리는 북한인권 심포지엄에는 벨기에,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인들도 여럿 참가해 다각도에서 이 문제를 검토하게 된다. 그 중에는 납치와 억류에 관한 이슈도 들어있어 한국과 일본의 관심을 심히 끌만하다. 아마도 일본에서 이미 진행되고 있는, 북한의 조선적십자회에 납북자 재조사를 요구하는 서명활동에는 유럽의 인권운동가들도 동참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인들이 한 때 북한의 모델이자 보호자 역할을 했던 소련으로부터 이런 유형의 인권유린을 당했던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있
작년 7월 이후 미국 의회 의원들의 잇단 초청에 미국 방문의사를 강하게 밝혀온 황장엽씨가 최근 갑자기 "지금은 미국을 방문하지 않겠다"고 말해 사람들을 의아하게 만들고 있다. 그의 입장변화에 대해 국민들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그가 한국에 온 후 '선비적 양심'을 일관되게 지켜왔고 '미국행'에 대한 그의 논리도 국민들이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황씨는 여러 경로를 통해 북한 수령독재체제에 대한 자신의 증언이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북한 민주화에 기여할 수 있으며, 9·11테러 이후에는 자신의 증언이 북한
이상우연두기자회견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해인 금년에 역점을 두고 추진해 나갈 일 네 가지를 꼽으면서 남북관계 개선도 그 하나로 포함시켰다. 그리고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서는 경의선 연결, 개성공단 진척, 금강산 육상관광로 개척, 이산가족의 만남과 군사적 신뢰구축을 5대 과제로 천명하였다. 임기 초기 ‘햇볕정책’의 기치 아래 과감한 통일정책을 국정목표로 내세우던 열기는 사라지고 북한에서 어떻게 대응할지 모를 프로젝트만 나열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햇볕정책의 기본틀은 새로운 것이 아니고 앞선 정권에서 제시했던 「민족화합민주통일론」
김현호/조선일보 통한문제연구소장·hhkim@chosun.com6·15남북공동선언의 빛이 바래고 있다. 남북관계를 규율하는 지배적 규범으로서의 실천력을 잃고 있을 뿐 아니라, 자칫 현 정부와 다음 정권에까지 부담으로 작용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북한당국이 근자에 와서 공동선언의 정신은 물론 핵심적인 합의내용까지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최근 북한의 국영 언론들은 6·15선언이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한」(제2항) 것을 놓고 「남북이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침범해 해상순시선에 쫓기다 중국 해역에서 침몰된 괴선박은 북한배가 확실해 보인다. 여기에는 15명 가량이 타고 있었다고 한다. 배가 침몰된 후 일본측에서는 구명대를 던지는 등 구조 노력을 보였으나 아무도 반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일본 정부의 현장촬영 화면 정밀분석 결과는 배 앞부분에서 두 차례의 폭발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배가 스스로 폭파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방위청은 시사한 바 있다. 이들의 죽음은 북한에서 '영웅'의 탄생을 의미한다. 해상에서 선박을 이용해 공작을 펼치는 이들은 대부분 조선노동당
피에르 리굴로/프랑스 북한인권위원회 위원장, '사회사평론'편집장월간 ‘리스톼르(L’Histoire)’ 는 프랑스에서 매우 잘 알려진 역사 평론지다.이 잡지 작년 10월호에는 북한역사에 관한 논문이 실렸다. 홍수나 기근 등 북한에 대해 단편적인 지식만을 가지고 있는 독자들에게 북한경제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를 돕는데 유용한 글이었다. 북한의 경제적 실패는 그들이 채택하고 있는 경제시스템 자체에 있기 때문에 체제의 총체적인 변화 없이는 해외원조로부터는 어떠한 장기적인 발전도 꾀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북한 경제의 어려움은 최근의 외적 요
정부가 스스로 대북 햇볕정책의 '옥동자'라고 자랑해 온 금강산 관광사업이 '계륵(鷄肋)'으로 변해가고 있다. 정부가 내세운 시장경제 원칙에 따른다면 적자 투성이의 이 사업은 과감히 정리할 수밖에 없지만, 그렇게 하자니 남북교류의 상징적 사업이라는 역사적 의미가 퇴색할 것이 걱정인 모양이다.이런 가운데 정부 일각에서 금강산 관광사업의 주체인 현대아산에 매달 20억~30억원의 적자를 남북협력기금에서 보전해줌으로써 사업중단만은 막아보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 통일부는 이것이 구체화된 계획은 아니라고 한걸음 물러서고 있지만,
김재원북한에는 의사담당구역제라고 해 의사 한 사람이 5~6개의 인민반(200~300명)을 맡아 주치의처럼 건강을 관리하는데 맡은 인민반에서 누가 아프다고 하면 의사가 직접 가주게 돼 있다. 환자가 발생했다고 해 달려 가보면 푸짐하게 고기를 구워 놓고 먹어라 마셔라 하는 사람도 있다. 어디가 아픈지 물어보면 『선생님을 초대하고 싶어서 왕진오시라고 했습니다』라고 하지만 사실은 며칠이라도 집에서 쉬고 싶은데 결근을 하자면 진단서가 없으면 안 되니 그러는 것이었다. 6일까지는 담당 의사가 개별적으로 진단서를 발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허위
로버트 J 아인혼(Robert J Einhorn)미·북 관계에 있어서 2000년이 커다란 희망의 해였다면, 2001년은 교착의 한 해였다. 2002년에 이 교착상태가 극복되지 않는다면 상황은 훨씬 악화될 수도 있다.교착의 한 원인은, 평양측이 부시 행정부의 발언과 행동에 대해 가능한 최악의 해석을 적용하고서는, 그 바탕 위에서 ‘언제 어디서든 조건없이 만나자’는 워싱턴의 대화 제의를 지금까지 거절해오고 있기 때문이다.미 행정부가 재래식 무기들도 논의하길 원한다고 말하자, 북한은 이를 자신들을 일방적으로 무장해제시키려는 노력이라고 비
최진이아빠를 따라 여섯 살에 북한을 빠져나온 소년이 한국에서 정착교육을 받는 중에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꿈에서 빨간 피 많이 흘리면서 어떤 사람 누워있는 것 봤다."탈북한 지 1년 반쯤 된 여성은 내게 이런 얘기를 들려 주었다. "북한에서 식량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지 여기 와서도 꿈을 자꾸 꾸잖겠니? 새벽에 일어나 부엌에 나가 쌀독 뚜껑을 열어보니 한 톨도 없는 거야. 아침은 뭘로 끓이나 안타까워서 가슴을 바짝바짝 태우다가 깨어났어.”탈북한 지 2년이 되도록 계속 꾸고 있는 나의 꿈은 이렇다. 작가동맹에서 작가들이 창작을 하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