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을 향해 “한 마리 연어가 되겠다”는 충성편지를 써 시중의 빈축을 샀던 민주당 송석찬 의원이 이번에는 부시 미국 대통령을 ‘악의 화신’이라고 매도했다. 그는 작년 8월에는 당시 임동원 통일부장관 해임건의안이 국회에 상정되자 “이는 미국의 음모”라며 “해임이 관철되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는 성명까지 낸 인물이고 보면, 그의 막가는 언동과 자신의 말에 대해서도 책임질 줄 모르는 처신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을 것이다.집권당 국회의원이 동맹국의 국가원수에 대해, 그것도 그의 공식 방문 바로 전날 국회에서 적대국 간에나 사용
로버트 아인혼Robert J. Einhorn/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부소장·전(前) 미국 국방부 차관보명료성과 모호성은 둘 다 외교의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수단들을 쓸 때는 메시지의 의도뿐만 아니라, 그것이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인지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메시지가 왜곡돼서 받아들여진다면 조정할 필요가 있다.부시 대통령은 1월 29일 국정연설에서, 미국은 잠재적으로 적대적인 나라들이 대량살상무기(WMD) 획득에 점점 가까이 가고 있는 상황을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그런 나라들이 WMD를 얻는 것을 받아들
柳宗夏얼마 전 정부가 미국과 회담하고 돌아오는 외무장관을 기내에서 경질함으로써 미국에 불만을 표하더니, 18일엔 여당 의원이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하루 앞두고 국회 본회의에서 “부시는 악의 화신”이라며 반미감정을 부추기는 방향으로 논리를 펼쳤다.우리나라는 지금 미국의 대북 정책을 놓고 큰 논란에 빠져 있다. 한국이 북한에 대해 따뜻한 햇볕을 비춰야 된다고 하는 데 반하여, 미국은 북한을 세계 3대 악동의 하나로 채찍으로 다스려야 된다고 주장하는 것을 볼 때, 한·미의 시각이 완전히 다르거나 한·미 공조가 이미 깨어진 것이 아닌가 하
지금의 '한반도 상황'에서 부시 미국 대통령의 이번 동아시아 3국 순방, 특히 한국 방문이 갖는 의미는 무겁고 중요하다. 이 시점에서 미국은 '9·11 테러' 이후 세계전략의 근본적 변화를 추진하면서 북한에 대한 인식과 정책에 있어서도 본질적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이러한 미국의 변화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역대 미국 대통령의 방한에 앞서 대북문제를 놓고 국내외에서 이번처럼 우여곡절과 논란을 거친 경우를 찾기 어렵다는 사실이 부시 방한이 갖는 상황의 중요성과 미묘함을 한층 더 짙게 하고 있다
북한을 ‘악의 축’으로 몰아세운 부시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많은 논의가 일고 있다. 할 말을 했다고 보는 사람도 있고, 경솔하다거나 비외교적인 발언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몇몇 그룹들은 전쟁전략과 일방주의를 관철시키려는 언동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공산국가를 ‘악’으로 지칭한 것은 부시가 처음은 아니다. ▶레이건 대통령은 1982년 6월 영국 하원에서 연설하던 중 소련을 ‘악의 제국(Evil Empire)’으로 지칭했다. 일부 지식인들은 레이건을 외교의 기초를 모르는 ‘무식한 카우보이’로 몰아붙이기도 했다. 다음해 기독교단체 모임
지난 9~10일 도쿄에서 열린 북한인권문제를 다루는 국제회의에 참석해 느낀 것은 최근 몇 년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많은 외국인들이 여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탈북자들의 증언도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북한에 직접 들어가 의료봉사활동을 폈던 폴러첸씨를 비롯해 직간접적으로 북한의 현실을 몸으로 부대꼈던 외국인들의 경험은 국제사회에 북한의 현실을 알리는데 크게 기여했다. 특히 독일의사 폴러첸씨가 직접 촬영한 병원시설이나 영양실조에 걸린 어린이들의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북한의
북한이 중요하게 여기는 외국의 국가원수가 평양을 방문할 때면 보름쯤 전부터 평양은 사실상 봉쇄된다. 지방에서 평양으로 들어가는 여행증 발급이 중단되고 평양에 있던 지방사람들도 대개 1주일 전까지는 떠나야 한다. 평양으로 통하는 모든 통로는 철저히 통제되고 기차역은 보안요원들로 포위되다시피 한다. 한마디로 모든 주민이 움직이지 말라는 것이다.▶이 같은 조치는 외국원수의 신변안전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또한 환영행사 등에 나서는 김정일의 경호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김정일이 통과하는 도로주변에는 미리 정해진 사람들 외에는 접근할 수가
올 여름에는 지방선거와 월드컵, 두 큰 행사가 있다. 그리고 곧이어 6월 장마와 8월 태풍이 줄줄이 들이닥친다. 그러고 나면 어느 틈에 가을이 왔나 싶다가 이내 다시 대통령 선거가 휘몰아친다. 그러나 그 이전에 이미 4월이면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확정된다. 그리고 그로부터 한달쯤 뒤면 한나라당도 대통령 후보를 낸다. 이렇게 보면 김대중 대통령에게 남은 정치적 햇볕은 그야말로 한뼘쯤밖엔 안된다. 김 대통령이 진실로 이 점을 심각하게 받아 들인다면 그는 당장 오늘이라도 모든 「그래도 다시 한번」을 깨끗이 접어야 한다. 그래야 김 대통령
아내를 데려오겠다고 북한으로 들어갔다가 체포당한 후 다시 탈출해나온 유태준씨의 ‘모험 이야기’는 엄혹한 남북분단 상황과 엄격한 북한의 주민통제체제를 감안할 때 믿기 어려울 정도로 극적이다. 그의 귀환이 극적인 만큼 재입북과 탈옥, 재탈출과 재입국 등의 과정에 대한 궁금증이 아직 남아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그에게 한껏 격려를 보내고 싶다.그러나 한편으로 우리는 그가 맨몸으로 분단의 장벽을 넘나들며 시련을 겪고 있는 동안 현 정부가 보인 무관심과 소극적 대응에 대해서는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정부당국은 그가 북한으로 들어갔다는 사실이
지난 12일 귀성길 고속버스 안에서 전화를 받았다. 유태준씨가 살아 돌아왔음을 알려주는 가족의 전화였다.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기자는 작년 3월 그가 아내를 데려오겠다며 중국에 갔다가 행방불명된 후 북한에서 처형됐다는 기사를 썼었다. 탈북자들의 증언에다 정보소식통의 확인까지 거쳤고, 당국에서는 그의 임대아파트를 회수하고 주민등록까지 말소한 상태였다. 기사가 나간 후 한국과 미국 등지에 그의 생사확인을 위한 시민연대가 구성되었고, 외신들도 이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다. 이에 대한 응답인 듯 북한은 평양 라디오방송을 통해 작년 6월
로버트 두자릭(Robert Dujarric)/미국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북한·이란·이라크가 ‘악의 축’을 구성하고 있다는 부시 대통령의 발언이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인 논쟁의 축이 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그 발언으로 미·북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엔 종지부가 찍힌 것이라는 우려가 크고, 미국의 대북 강경정책이 남북 관계를 저해할 것이라는 위험성에 대해서도 걱정하고 있다.한국인들이 부시의 ‘악의 축’ 발언으로 혼란을 겪게 된 것은 이해할 만하다. 부시의 발언은 어떤 유용한 목적에도 쓸모가 없다. 이라크에 대한 군사행동은 대부분의 동맹
북한주민들의 참담한 인권문제만큼 남북관계에서 화급히 다뤄야 할 사안은 없다. 식량위기로 100만명 이상의 주민이 아사하고 삶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본권마저 보장되지 않는 것은 북한식 전체주의적 억압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화해를 해친다' '북한정권을 자극한다'는 이유로 그것을 외면해 왔다. 정부뿐 아니라 권위주의 정부시절 인권투쟁에 앞장서온 수많은 인권운동가들 마저 북한 인권문제만 나오면 이상스럽게도 입을 다물어 버렸던 것이 그간의 풍토였다.그런 풍토에서 그간 외롭게 활동해 온 북한인권시민연합(이사장 윤현)이 국제
보편적인 한국사람이 현 단계에서 생각하는 바람직한 남북한 관계는 평화와 공존일 것이다. 서로의 체제에 대한 물리적 간섭 없이 전쟁하지 않고 각기 삶의 수준을 높이는 데 협력하다가 언젠가 이념문제가 민족을 갈라놓을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라는 인식에 공동으로 도달할 때 자연스럽게 통일하는 것―이것이 많은 한국인들의 소박하고 현실적인 인식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민족문제를 해결하는 경제적 길일 것이다.그렇다면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이런 보편적 인식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 많은 한국인들은 햇볕정책의 동기와 명분
기독교인들은 대개 666이란 숫자에서 불길함을 느낀다. 성경 요한계시록에 언급된 이 숫자는 말세에 나타날 악마를 상징하는 것으로 돼있다. 히브리어나 영어의 알파벳에 순서대로 1, 2, 3… 등의 수치를 부여해 이름을 숫자로 풀어보는 것을 게마트리아라고 하는데 이 산법에 따르면 로마황제 네로가 666이 되고, 최근에는 컴퓨터와 빌 게이츠까지 이 숫자에 해당된다고 해서 논란이 됐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666이라는 숫자를 대단한 길수(吉數)로 여기는 모양이다. 김정일이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으로 추대된 곳이 666호 선거구다. 또 6을 세
박동순4년 동안에 장관이 다섯 번, 차관이 네 번 바뀌고 그밖에 간부들도 1년이 넘기가 무섭게 바뀌는 조직에서 효율적인 업무의 수행을 기대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 외교통상부가 바로 그런 조직이다. 국민의 정부 초대 외교부장관이었던 박정수 장관이 1998년 여름 한·러시아 외무장관회담 직후 경질된 이후 1년을 넘긴 장관이 거의 없다. 심지어 외무장관이 한·미 외무장관회담을 마치고 귀국하는 비행기 속에서 해임된 ‘참사’까지 빚어졌다. 이제는 어느 나라도 한국 외무장관의 권위를 인정하려 하지 않음은 말할 것도 없고 중요한 협상도
한·미 관계의 이상 기류가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부시 미국대통령이 국정연설을 통해 북한을 「악의 축」의 하나로 규정한 이후 미국의 외교·국방 수뇌부가 연일 북한에 대해 후속 공세를 펴왔다. 미국의 공세와 북한의 되받아치기에 동원된 수사만으로 보면 전쟁 일보전의 상황을 방불케 한다.애당초 이 위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국민을 불안케 한 것은 우리 정부의 이유를 알 수 없는 침묵이었다. 침묵은 당혹감의 다른 표현이다. 매일 쏟아지는 대결의 언사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국민에게 방향과 해석을 예시해야 마땅한 정부가 스스로 놀라고
작금의 한반도 위기조짐이 어느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지를 결정하게 될 중요한 변수들 중 하나는 북한정권의 상황인식과 대처방식임은 부연설명을 필요치 않는다. 그 대처방식에 있어 핵과 생화학 무기 같은 대량살상무기와 그 운반수단인 미사일 문제에 대한 투명성을 국제사회에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1차적 과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북한이 테러세력과의 직·간접적인 연계의혹을 완전히 떨치기 어려울 것이며,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압박을 피할 수도 없을 것이다.이런 점에서 북한이 작년 한해동안 장거리 미사일의 분사시험을 비롯해 최
현 정권 인사들의 입에 ‘전쟁’이란 말이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5일 “7000만 민족을 전쟁의 위협 앞에 놓이게 해선 안 된다. 최소한 전쟁분위기로 나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한반도에서 전쟁상황이 일어날 때의 엄청난 피해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이 언급은 한·미 정부 간에 햇볕정책에 대한 이견이 노출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햇볕정책 아니면 전쟁이 날 수도 있다’는 그의 인식을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었다. ‘햇볕 아니면 전쟁 위기’라는 이 인식은 김 대통령뿐 아니라 현 정권 인사들에게서 공통적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의 국회 대표연설은 최근 부시 행정부의 대북공격에 이의를 제기하는 집권측의 반발로 이해된다.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측의 합의된 공식견해로 성격규정된 이 연설에서 김 고문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에 대해 "이 발언이… 햇볕정책을 흔들게 해서는 안 된다"고 요구했다. 이어서 마지막 부분에 가서는 "지난 권위주의 시대??(미국이) 독재세력의 손을 들어주었던 아픈 기억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일반적으로 김 고문 연설 정도의 대미인식과 한반도 정세관은 충분히 나올 법한 많은 시각들 중 하나라는 점
한승주/고려대 교수·국제정치학한 순간에 수천 명의 생명을 빼앗아간 작년 9월 11일의 뉴욕과 워싱턴에 대한 테러는 미국 으로서는 사상 최대의 비극이었고 동시에 치욕이기도 했다. 이 사건은 또한 미국인들을 불안과 분노 속으로 몰아넣었다. 미국 경제의 상징인 WTC의 쌍둥이 건물들이 잿더미로 변하는 처참한 광경을 목격한 외국인들도 큰 충격을 받았으나 피해 당사자인 미국인들의 강한 보복심과 응징 결의를 이해하고 공감하기는 어려운 일이다.9·11 테러 직후 부시 대통령이 미국은 테러집단뿐만 아니라 테러를 지원, 또는 비호하는 세력도 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