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勝俊 중국전문기자“용감하고 씩씩하게 압록강을 넘어서… 중국의 아들딸들아 마음을 모아… 미국에 맞서 조선을 돕자… 욕심 많은 늑대, 욕심 많은 늑대, 미국을 쳐부수자!”1950년 10월 25일, 셀 수 없이 많은 중국군 병사들이 그런 노래를 부르며 압록강을 건넜다. 강은 이미 얼어있었다. 흰 눈까지 덮여 있었다. 압록강을 건너간 이들 가운데 14만명이 한반도 곳곳의 전쟁터에서 죽었다.그때로부터 55년. 중국의 온라인 ‘항미원조 기념관’ 홈페이지에는 궈모뤄(郭末若)가 쓴 ‘항미원조(抗美援朝)’ 붓글씨 아래로 이런 글귀가 애플릿으로 흐
李翰雨 문화부 출판팀장1981년 대학 1학년 때 학교 신문에 ‘대학의 울타리’ 어쩌고 하는 짧은 글을 썼던 적이 있다. 전두환 정권의 강압적인 통치가 극에 달해 있던 때이기도 했다. 온 세상이 어둠에 젖어 있어도 상아탑이라 불리는 대학의 울타리 안이라도 언젠가는 세상에 널리 빛을 비추는 사람들을 길러내는 미래의 공간이 되어달라는 간절한 바람을 담았던 것으로 기억한다.요즘 강정구라는 이상한 교수 하나 때문에 국가가 휘청거리는 사태를 맞고 있다. 그가 교수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의 학문적 수준을 갖고 있다는 것은 알 만한 학자면 다
온 나라가 강정구 교수 사건으로 소용돌이치고 있던 지난 17일 한 일간신문에는 납북자 가족이 쓴 편지 형식의 광고가 실렸다.“김정일 위원장님께. 저는 1987년 백령도 부근에서 북한 경비정에 의해 납치된 동진호 어로장 최종석씨의 딸 최우영입니다. 이 편지가 위원장님께 부디 전해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입니다. 이 사회를 믿고 언제까지 죽어가는 아버지를 기다릴 수만은 없을 것 같아 위원장님께 간청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최우영(35세)씨의 슬픈 편지는 이렇게 시작했다. 수신인은 노무현 대통령이 아니었다. 최씨는 왜 우리 대통령이
법무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권 발동과, 지휘권 발동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사퇴한 검찰총장의 대립으로 빚어진 혼란은 청와대와 여당 당의장, 야당 대표의 회견과 입장 발표가 잇따르면서 本質을 벗어난 低質 입싸움으로 脫線해 버렸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18일 “국보법 폐지를 의도하는 정권이 남북관계에서 업적을 쌓겠다는 정략적 목적으로 북한 정권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법을 집행하는 기관을 무력화시켜 국가의 정통성과 자유 민주주의 체제를 흔들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대변인은 “한나라당은 있지도 않은 체제 위협을 과장해 국민
진성호 인터넷뉴스부장 한국전쟁 때 실화다. 병사들이 한 청년에게 총을 겨누었다. 그때 어린 동생이 울음을 터뜨렸다. 병사는 어린 아이와 청년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그냥 돌아섰다. 그즈음 한 여인이 젖먹이 아기를 업고 폭격을 피해 야채 밭에 엎드렸다. 폭탄이 떨어졌고 파편이 그 여인의 등에 박혔다. 금방 잠든 아기는, 머리가 옆으로 떨구어지면서 파편을 피할 수 있었다. 마침 근처에 병원을 지키던 의사가 있어 그 여인은 목숨을 건졌다.“그 청년이 저의 친할아버지이십니다. 그 여인은 저의 외증조 할머니셨고, 그 아기는 제 이모할머니이십니
남아프리카의 흑인 지도자 넬슨 만델라는 자서전 ‘자유를 향한 머나먼 여정’에서 자신이 언제부터 자유를 위한 투쟁에 일생을 바치겠다고 결심했는지 기억할 수 없다고 했다. “흑인 어린이는 흑인 전용 병원에서 태어나 흑인 전용 버스로 집에 돌아오고 흑인거주지역에서만 살아야 하며, 학교를 다니더라도 흑인전용 학교에만 다녀야 했다.” 남아프리카의 흑인들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느껴야 했던 모욕감과 모멸감이 자연스럽게 자유를 향한 투쟁의 길에 나서게 했다는 것이다. ▶남아공의 인종차별정책이었던 아파르트헤이트는 백인과 흑인간의 성행위마저 금할 정도
김승환 · 명지대 교수·미국 CSIS 고문·국제정치학내달 초로 예정된 제5차 6자 회담을 앞두고, 요즘 미국 워싱턴 외교가는 수면 밑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크리스토퍼 힐 수석대표가 의회 청문회나 연구소 등을 동분서주하며 미국의 대북정책을 설명하고 조야(朝野)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것이 그 한 예다.힐 대표는 9·19 공동성명이 원칙에 합의한 것일 뿐, 앞으로의 길은 험하고 멀다고 예견하고 있다. 북한의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포함한 모든 핵 프로그램은 공개·검증·제거시키고,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 국제원자력기구(
김형찬·미국 웨스턴워싱턴대 명예교수·북한학 한국사회는 심한 이념 갈등을 겪고 있다. 세대 간에 가치관의 현저한 차이, 남녀 간의 권위와 평등에 대한 의견과 태도의 차이, 없는 사람들이 가진 사람들을 보는 시각에서 오는 부에 대한 의견과 개념의 차이, 노동자와 사업주와의 노동시간·임금·분배에 대한 시각 차이 등 선진국 문턱에서 급격한 성장통을 겪고 있는 중이다.그런데 최근엔 대학교수들까지 이 이념분쟁에 가담해 사회의 혼란을 더욱 심화시키는 게 아닌가 염려된다. 물론, 논란을 야기한 동국대 강정구 교수나 장시기 교수는 ‘남북이 통일로
李枓娥 변호사지난 11일 도쿄 일본변호사회관에서 열린 일본변호사협회 북한인권위원회 총회에서 필자는 대한변호사협회 북한인권소위원회 간사 자격으로 초청받아 강연을 했다. 일본 변호사들은 물론, 법대 대학생, 납치 피해자의 가족까지 참석하여 열띤 분위기 속에서 장시간 질의와 응답이 이어졌다. 일본변호사협회는 북한 정권에 의한 인권 피해국인 한국과 일본의 변호사협회가 힘을 모아 이 문제를 다루는 세계 변호사들의 국제적인 연대를 마련하자고 요청했다. 또 북한인권백서 발간을 위한 자료 수집, 탈북자를 국제 난민으로 인정하여 일본에 정착할 수
제러미 수리· 美 위스콘신대 교수/정리=허용범기자 heo@chosun.com 제러미 수리(Jeremi Suri) 교수는 ‘수정주의(revisionism)’ 역사 해석의 잘못을 극복하면서 미국 역사학계의 주류로 자리잡은 ‘탈수정주의(post-revisionism)’의 대표적 학자로 꼽힌다. 스탠퍼드대 학사와 예일대 박사 출신. 위스콘신대는 한국전의 원인을 ‘미국의 남침 유도’로 설명하는 수정주의 학파의 본거지였고, 동국대 강정구 교수는 이곳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러나 수정주의는 1980년대 말 공산권의 붕괴로 실증적 자료
김상규 건국대 교수(정치학) 독일 역사는 분열의 역사다. 독일은 1871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통일된 민족국가를 수립해 제2차 대전이 끝난 1945년까지 74년이라는 짧은 기간의 통일 상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분열의 역사로 점철되었다. 패전 후 동·서독으로 나뉘었다가 1990년 다시 통일을 이룬 지 만 15년이 지났다.현재 통일된 독일은 미완성인 '분단상태의 통일'(getrennt vereint)에 머물고 있다. 즉 17% 정도로까지 차이가 좁혀지긴 했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소득격차에 따른 동독출신 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통일비용
독일의 소설가 리온 포이히트방거는 1937년 소련을 둘러본 뒤 기행문을 남겼다. 극우 나치정권에 몸서리쳤던 탓일까. 그 반대편으로 인식됐던 공산체제에 포이히트방거는 일방적 찬사를 보냈다. “소련 인민들은 행복한 표정이다. 인민 전체가 만족하며 산다.” 그러나 1937년은 스탈린의 ‘공포 정???시작된 바로 그 해다. 비밀경찰은 마구잡이로 반동분자 낙인을 찍어 총살형을 집행했다. 소련 주민들은 “체제에 만족하는 것으로 보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이치를 깨달았다. 생존을 위해 쓴 가면(假面)을 포이히트방거는 ‘행복한 표정’이라고 읽은
판사들도 할 말이 많은 것 같다. 요즘 서울 서초동 법원 청사에서 만나는 판사들마다 ‘강정구 파동’를 화제로 올린다. 법관들의 얘기를 요약하면, 정권에 의해 무시로 행해지는 사법권 침해와 사법부 무시 행태가 도(度)를 넘었다는 것이다. 대법원의 한 판사는 “법무장관의 강 교수 불구속 지휘는 ‘구속 여부는 법원의 고유권한’이란 원칙을 벗어난 것”이라고 했다. 헌법 제12조는 검사가 청구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으로 죄지은 사람을 구속하도록 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형사소송법에 명시하고 있다. 천정배 장관은 지난 12일 사상 초유의 지휘권을
거대한 음모의 냄새가 난다. 지난 반세기를 존속했던 한반도 남쪽의 판을 뒤엎으려는 음험한 프로젝트-그것을 가름할 결전(決戰)이 다가오고 있다. ‘강정구 현상’ ‘천정배 현상’은 바로 그 결전에 이르기까지의 한 과정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 프로젝트의 전체상을 꿰뚫어 볼 수 있어야지, 그때그때의 국지전(局地戰)에만 정신 팔려서는 안 된다.노무현 정권의 출현은 한반도 수구좌파에게는 57년 만에 굴러온 ‘대망의 기회’였다. “우리에게 이런 기회가 오다니!” 하는 것이 그들의 놀라움이요, 감격(?)이었으리라. 오랜 세월 숙
동국대 교무위원회가 17일 성명을 내고 “강정구 교수의 발언이 정치적, 사회적 쟁점으로 비화하면서 학교는 실로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에 빠졌다”면서 “동국대생의 사회 진출을 막아 버리겠다거나 학생을 보내지 않겠다는 항의가 계속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동국대 교수들은 “(강 교수 발언이 사회의 갈등을 증폭시킨 결과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향후 당국의 법적 처리 결과에 따른 조치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대학을 보호할 힘을 가진 각계각층이 대승적 사고를 통해 지나친 갈등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대학으로서는 “한국의
姜薰 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시변) 공동대표강정구 교수 문제에 대한 천정배 법무부장관의 지휘권 발동에 대해 김종빈 검찰총장이 사표를 냈다. 지금은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 중 누가 옳은지를 둘러싸고 정치권은 물론, 시민단체·언론 등이 편을 갈라 싸우고 있다. 나아가 이 상태를 며칠간 방치하면 국가의 근간인 검찰 조직이 회복불가능한 상처를 입을 염려까지 제기되는 상황이 되었다. 당연히 사태는 수습되어야 하고, 그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이번 사태는 근본적으로 정부·여당의 과욕에서 비롯됐다.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당론으로 하고 있는 여당이
申志鎬 자유주의연대 대표·서강대 겸임교수프랑스 공산주의자들은 말했다. “북한 체제를 공산주의와 동류로 취급하는 것을 참을 수 없으며, 북한 스스로도 감히 공산주의를 표방한다는 사실을 좌시할 수 없다.”(프랑스 공산당기관지 ‘뤼마니테’, 2000년 5월 17일)마르크스주의를 제대로 공부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바이지만, 북한은 정상적인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다. 사회주의 기본원리에서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일탈 사회주의’ 국가다. 그렇다 보니 스탈린주의의 변형, 루마니아 술탄체제와 유사, 유교공산주의, 유격대 국가 등 북한 체제
천정배 법무부장관이 동국대학 교수 강정구씨를 불구속 수사토록 검찰총장에 대해 指揮權을 발동한 것은 강씨를 구속하는 게 옳은가 불구속하는 게 옳은가 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문제의 본질은 첫째, 법무부장관이 강정구라는 개인의 구속·불구속 문제에 대해 검찰청법의 지휘감독권을 행사한 것이 이 법의 입법 취지에 적합한 것인가 하는 것이다. 둘째, 법무부장관이 대통령 비서실장, 집권당 당의장 등의 비호를 받고 있는 특정 혐의자를 구속하지 말라고 검찰에 지시한 것이 과연 정당한 지휘권 발동인가 아니면 부당한 정치 압력인가 하는 것이다. 셋
지난 7월 좌파 통일운동 단체인 범민련이 주관했던 금강산 통일기행 참가자 속에 국가정보원이 訪北 승인을 반대했던 보안관찰처분 대상자 5명이 포함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6·25 전쟁 때 빨치산 활동을 했던 비전향 장기수 출신 김영승씨와 간첩활동을 했던 4명이다. 국정원 자료에 따르면 김씨는 ‘6·25 때 노동당에 입당한 후 20여 회 민가에 침입하여 식량을 강취하고 군부대를 습격하여 국군 5명을 살해한 자’로 기록돼 있다. 통일부는 이들의 방북 허용 이유에 대해 “人權 측면에서 금강산 관광을 제한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
강정구 교수와 함께 동국대에 재직 중인 장시기 교수(영문학)가 “김일성은 가장 위대한 근대적 지도자들 중 하나”라는 내용의 글을 자신이 속한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인터넷 홈페이지에 실었다. 그는 “1960년대 이후 아프리카 나라들의 독립에 가장 걸림돌 역할을 한 나라는 미국”이라면서 “미국과의 싸움에서 아주 당당했던 김일성은 (아프리카인들에게) 존경스러운 동양의 지도자였다”고 했다. 그는 “내가 김일성과 같은 코리안이라는 사실 때문에 이곳 아프리카인들에게 흡족한 대접을 받을 때마다 조금 부끄럽기도 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