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삼봉·국제정치 평론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10월24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헌법의 영토조항을 언급하였다. 정장관의 발언은 헌법 제3조에 규정된 영토조항을 삭제할 필요가 있다는 게 요지였다. 필자는 여기서 정장관 언급에 찬반론을 펴기보다는 우리와 비슷한 분단 상황에서 통일을 이룬 동서독 선례로 대한민국 헌법의 영토조항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살펴보겠다. 1949년에 제정된 서독 기본법(Grundgesetz)에는 대한민국 헌법 제3조 영토조항과 비슷한 항목이 있었다. 23조로 ‘기본법은 우선적으로 서독지역(독일연방공화국)
김정훈·사회부 runto@chosun.com 3일 오전 서울 힐튼호텔 그랜드볼룸. 국가인권위원회 주최의 북한 인권 국제세미나장 앞에는 인권위 직원 10명이 드나드는 사람의 명찰을 일일이 체크하고 있었다. 이들은 UN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 유럽의회 의원, 국내 교수 등 초청 인사들만 입장시키고, 다른 사람은 막았다. 취재도 허용하지 않고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했다.이 세미나가 열린다는 사실조차 인권위는 외부에 밝히지 않았다. 세미나가 시작되기 전까지 발표자는 자신의 발표문만 들고 있었고, 토론자는 자신이 논평할 발표문만 제공받았다. 한
남승우·인터넷뉴스부 seraphc@chosun.com경찰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패러디 합성 사진을 게재한 ‘인터넷 독립신문’을 2일 압수수색했다. 이 사진에서 노 대통령은 북한 인민군복을 입고 모자이크 처리된 김종빈 전 검찰총장의 머리를 들고 있다. ‘강정구 동무 건들면 이렇게 되는 거야’ 등의 문구가 실려 있다.경찰은 사진 게재가 명예훼손 행위라며 ‘독립신문’ 수사에 들어갔다. 사이버수사대 차원의 ‘인지수사’라는 취지도 밝혔다. 인지수사란 신문(訊問)이나 소문·첩보 등을 통해 범죄 혐의점을 발견했을 경우 직접 수사를 하는 방
정부는 내년부터 5년간 북한의 전기·농업·경공업·수산·광업 분야 지원에 5조2500억원을 쓰겠다는 계획서를 내놓았다. 이미 北북에 보내고 있는 쌀·비료 등의 지원비용(연간 약 1조원)과 앞으로 투입될 도로·통신 등의 인프라구축 지원비용까지 합치면 5년간 20조원이 넘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정부는 남북협력기금 중 對北대북 경수로 건설 비용을 제외한 남북협력분야의 내년도 기금 운용규모를 올해보다 78.8% 늘어난 1조2632억원으로 잡고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國債국채 발행으로 조성된 ‘공공자금 관리기금’에서 4500억원
박두복 ·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이 지난 28일 평양을 방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우의를 재확인했다. 김정일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수뇌부 모두가 공항으로 나와 10만 군중과 더불어 후 주석을 영접했다. 후의 이번 방북(訪北)은 작년 김정일의 베이징 방문 때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의 구성원들이 예외 없이 김정일을 만나, ‘절박한 우의’를 과시했던 상황과 기본적으로 맥을 같이한다.후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中)·조(朝) 우의는 중국공산당과 정부의 확고불변한 전략적 방침임을 강조, 대북(對北)
10·26 재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이 참패했다. 그러나 이것 하나로 사회적인 추세가 ‘2002 노무현 현상’ 이전이나 그 반대 쪽으로 선회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지금의 우리 사회 분위기로는 ‘2002 노무현 현상’ 같은 것이 2007년에도 얼마든지 되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분위기란 한마디로 “세계가 우(右)로 가고 있는데, 한국만 좌(左)로 가고 있다”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연장선상에서 보면, 2007년도 2002년의 재판(再版)이 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1980년대 주사파와 마르크스혁명파는 소련권 붕괴와 북한
북한이 28일 남북경제협력추진위 회의에서 우리측에 신발 6000만 켤레, 양복 2000만 벌(3만t), 비누 2억 개(2만t)를 만들 수 있는 원자재를 달라고 요구했다. 북한 주민(2300만 명) 전체가 입고 신을 수 있는 양이다. 북한은 대신 북한의 지하자원을 남한이 캐 가라고 하지만 채굴 및 수송 설비를 우리가 모두 떠맡아야 하기 때문에 採算性이 없다. 북한의 요구는 사실상 그냥 달라는 것이다.북한이 올해 남한에서 가져간 쌀과 비료만 1조4000여억원어치에 달한다. 쌀과 마찬가지로 옷과 신발도 한번 주게 되면 해마다 보내주어야
유럽연합(EU)이 이번 유엔 총회에 북한 인권결의안을 상정해 표결에 부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정부는 지난 3년간 연속 유엔 인권위의 北인권결의안 표결에서 불참 또는 기권해 온 입장을 유지해 이번에도 기권할 방침임을 내비쳤다. EU가 마련한 결의안은 고문, 공개처형, 정치범수용소 운영, 외국인납치, 여성인신매매, 강제유산, 영아살해 등 북한에서 자행되고 있는 잔인한 인권탄압 사례들을 폭넓게 지적하면서 “북한이 모든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를 철저히 존중하고 유엔 인권위의 결의안 내용을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히고 있다. 유엔 총
김명배·인하대 초빙교수 전 주브라질 대사 2002년 부시 미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은 국제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북한·이란·이라크가 온갖 불법행위로 물의를 일으켜 온 것이 사실이지만, 냉전종식 이후 미국 주도의 ‘단극화 체제’에 대한 열강의 시샘과 냉소를 반영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민족주의와 국익이 강조되는 탈냉전 국제 분위기에서 미국마저 국제경찰 역할을 회피한다면 세계는 아마 무법천지가 될 것이다.9·11테러 후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은 국내외에서 대체로 지지받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라크전이 벌어지면서
崔成龍 납북자가족모임 대표都希侖 피랍탈북인권연대 사무총장「전향 장기수」 28명 송환 임박 정부는 최근 非전향 장기수 정순택씨의 유해를 북한으로 송환했다. 북한 공산주의를 위해 志操(지조)를 지킨 左翼(좌익)의 뼈다귀까지 챙겨 가는 북한 당국의 끈질긴 노력에 우리는 놀랄 수밖에 없다.북한은 『고문과 강압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전향한 28명의 일명 전향 장기수도 보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인도주의 원칙하에 조속한 시일 안에 송환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리는 이같은 얘기를 통일부의 고위 당국자로부터 직접 들을 수
金聖昊 연세대 교수·정치사상‘원조(元祖) 보수’로 알려진 18세기 영국의 버크(Edmund Burke)는 원래 그다지 보수랄 것도 없었다. 그는 만년 야당 소속 하원의원으로 평생을 보냈을뿐더러, 그 안에서도 진보적인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했다. 당시 영국에서 미국 독립혁명을 지지한 제도권 정치인은 여야를 막론하고 버크가 거의 유일했다. 그런데 그 불과 10여 년 후 그는 프랑스대혁명을 비난하며 보수의 편에 선다. 왜 그랬을까. 버크에 의하면 그것은 ‘게으른 진보’ 때문이었다.진보의 흑백논리나 혁명 한탕주의의 뒤에는 흔히 지성의 태만과
金昌基편집국 부국장‘통일’은 말 그대로 ‘하나가 되는 것’이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에 대한 혼란은 우리 사회에 별로 없었다. 때로는 눈물을 글썽이면서까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꾸밈 없는 열정으로 불렀다. 그 통일은 어떻게든 결국 북한 공산독재체제가 없어지고 우리 남한의 체제가 한반도 전체로 확산되는 형태의 것이었다.이와는 정반대로, 북한의 조선노동당이 지금도 규약에서 밝히고 있듯이 그들의 목적은 “공화국 북반부에서 사회주의의 완전한 승리를 이룩하여,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
대동강에 푸에블로호 떠있고 하루 반나절동안 택시구경 못해 이항재 ·전주대 국제학과 명예교수지난 7일 오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 북한 노동당 창건 60주년을 기념해 평양에서 벌어진 ‘아리랑 축전’을 관람하기 위해서였다. 북한의 대표적 비행장이라고 했지만 눈에 띄는 비행기는 2대뿐이었다. 청사(廳舍) 내에도 손님이라곤 우리 일행밖에 없었다.수속을 마치고 버스에 오르니 ‘안내원’이라는 가이드가 3명 있었다. 직업을 묻자 “중앙부처 직원인데, 이번 행사 기간 안내를 맡게 됐다”고 했다. 알고 보니 대학을 나온 엘리트들이었다.버스가 시
김성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한·미 양국은 지난 21일 제37차 안보협의회(SCM)를 갖고 13개항의 공동성명을 채택하였다. 이번 공동성명의 핵심 내용을 재구성하면 다음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6자회담 베이징 공동성명 이행과 남·북 화해협력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고 북한의 위협을 점진적으로 감소시켜 나간다. 둘째, 한반도 평화 체제가 확립되기 전까지 현 정전(停戰)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유엔군사령부 역할을 인정하며, 한·미 지휘관계와 전시작전통제권에 대한 협의를 ‘적절히’ 가속화한다. 셋째,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
李翰雨 문화부 출판팀장1981년 대학 1학년 때 학교 신문에 ‘대학의 울타리’ 어쩌고 하는 짧은 글을 썼던 적이 있다. 전두환 정권의 강압적인 통치가 극에 달해 있던 때이기도 했다. 온 세상이 어둠에 젖어 있어도 상아탑이라 불리는 대학의 울타리 안이라도 언젠가는 세상에 널리 빛을 비추는 사람들을 길러내는 미래의 공간이 되어달라는 간절한 바람을 담았던 것으로 기억한다.요즘 강정구라는 이상한 교수 하나 때문에 국가가 휘청거리는 사태를 맞고 있다. 그가 교수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의 학문적 수준을 갖고 있다는 것은 알 만한 학자면 다
南成旭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생전에 북한과 협상 시 배석자들에게 의자에 등을 기대지 말며 흰색 셔츠를 입으라고 하였다고 한다. 상대방에게 거부감을 준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처럼 남북 경협을 위한 협상 무대에는 ‘협상 7계명’ ‘성공적인 대북 진출을 위한 10가지 유의사항’ 등 다양한 불문율이 회자된다.개인 소유가 부인되는 사회주의 체제와 비즈니스를 개척하다 보니 곳곳이 지뢰밭이다. 언제 어느 때 무슨 문제가 돌출될지, 해결책은 어디서 찾아야 할지 매뉴얼이 있을 리 없다. 그래도 ‘민족 사업’이고 ‘통일 사
李枓娥 변호사얼마전 도쿄 일본변호사회관에서 열린 일본변호사협회 북한인권위원회 총회에서 필자는 대한변호사협회 북한인권소위원회 간사 자격으로 초청받아 강연했다. 일본 변호사들은 물론, 법대 대학생, 납치 피해자의 가족까지 참석하여 열띤 분위기 속에서 장시간 질의와 응답이 이어졌다. 일본변호사협회는 북한 정권에 의한 인권 피해국인 한국과 일본의 변호사협회가 힘을 모아 이 문제를 다루는 세계 변호사들의 국제적인 연대를 마련하자고 요청했다. 또 북한인권백서 발간을 위한 자료 수집, 탈북자를 국제 난민으로 인정하여 일본에 정착할 수 있게 하는
천정배 법무장관이 동국대 강정구씨를 구속하려는 검찰에 제동을 걸고 불구속을 ‘지휘’했을 때 어이가 없었다. 머리 좋기로 소문난 고시 출신 장관이 이념적으로 경도된 대학교수 한 사람을 위해 사법사상 유례 없는 ‘지휘권’을 꺼내 든 것은 마치 무엇 잡기 위해 도끼를 휘두른 격이었기 때문이었다. 왜 그랬을까―이해할 수가 없었다.엊그제까지 추파가 느껴질 정도로 야당과의 연정(聯政)에 매달리던 노무현 대통령의 청와대가 갑자기 돌변해 그 야당에 ‘냉전 수구세력’ ‘민주주의 탄압과 인권유린의 원죄를 저지른 정당’ ‘야만시대에 뿌리를 두고 있는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亞太아태위원회)는 20일 비리 혐의로 물러난 김윤규 현대아산 전 부회장 문제와 관련해 “현대와의 모든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고 재조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 기구로 對南대남 경협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아태위원회는 현대가 김 부회장을 내몬 것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배은망덕”이라고 하면서 “2000년 8월 현대가 우리와 체결한 7대 협력사업 합의서도 필요에 따라 수정 보충할 수 있으며 더욱이 이제 합의 주체도 다 없어진 조건에서 우리가 구태여 그에 구속돼 있을 이유마
朴勝俊 중국전문기자“용감하고 씩씩하게 압록강을 넘어서… 중국의 아들딸들아 마음을 모아… 미국에 맞서 조선을 돕자… 욕심 많은 늑대, 욕심 많은 늑대, 미국을 쳐부수자!”1950년 10월 25일, 셀 수 없이 많은 중국군 병사들이 그런 노래를 부르며 압록강을 건넜다. 강은 이미 얼어있었다. 흰 눈까지 덮여 있었다. 압록강을 건너간 이들 가운데 14만명이 한반도 곳곳의 전쟁터에서 죽었다.그때로부터 55년. 중국의 온라인 ‘항미원조 기념관’ 홈페이지에는 궈모뤄(郭末若)가 쓴 ‘항미원조(抗美援朝)’ 붓글씨 아래로 이런 글귀가 애플릿으로 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