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배·인하대 초빙교수 전 주브라질 대사 2002년 부시 미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은 국제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북한·이란·이라크가 온갖 불법행위로 물의를 일으켜 온 것이 사실이지만, 냉전종식 이후 미국 주도의 ‘단극화 체제’에 대한 열강의 시샘과 냉소를 반영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민족주의와 국익이 강조되는 탈냉전 국제 분위기에서 미국마저 국제경찰 역할을 회피한다면 세계는 아마 무법천지가 될 것이다.9·11테러 후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은 국내외에서 대체로 지지받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라크전이 벌어지면서
崔成龍 납북자가족모임 대표都希侖 피랍탈북인권연대 사무총장「전향 장기수」 28명 송환 임박 정부는 최근 非전향 장기수 정순택씨의 유해를 북한으로 송환했다. 북한 공산주의를 위해 志操(지조)를 지킨 左翼(좌익)의 뼈다귀까지 챙겨 가는 북한 당국의 끈질긴 노력에 우리는 놀랄 수밖에 없다.북한은 『고문과 강압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전향한 28명의 일명 전향 장기수도 보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인도주의 원칙하에 조속한 시일 안에 송환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리는 이같은 얘기를 통일부의 고위 당국자로부터 직접 들을 수
金聖昊 연세대 교수·정치사상‘원조(元祖) 보수’로 알려진 18세기 영국의 버크(Edmund Burke)는 원래 그다지 보수랄 것도 없었다. 그는 만년 야당 소속 하원의원으로 평생을 보냈을뿐더러, 그 안에서도 진보적인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했다. 당시 영국에서 미국 독립혁명을 지지한 제도권 정치인은 여야를 막론하고 버크가 거의 유일했다. 그런데 그 불과 10여 년 후 그는 프랑스대혁명을 비난하며 보수의 편에 선다. 왜 그랬을까. 버크에 의하면 그것은 ‘게으른 진보’ 때문이었다.진보의 흑백논리나 혁명 한탕주의의 뒤에는 흔히 지성의 태만과
金昌基편집국 부국장‘통일’은 말 그대로 ‘하나가 되는 것’이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에 대한 혼란은 우리 사회에 별로 없었다. 때로는 눈물을 글썽이면서까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꾸밈 없는 열정으로 불렀다. 그 통일은 어떻게든 결국 북한 공산독재체제가 없어지고 우리 남한의 체제가 한반도 전체로 확산되는 형태의 것이었다.이와는 정반대로, 북한의 조선노동당이 지금도 규약에서 밝히고 있듯이 그들의 목적은 “공화국 북반부에서 사회주의의 완전한 승리를 이룩하여,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
대동강에 푸에블로호 떠있고 하루 반나절동안 택시구경 못해 이항재 ·전주대 국제학과 명예교수지난 7일 오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 북한 노동당 창건 60주년을 기념해 평양에서 벌어진 ‘아리랑 축전’을 관람하기 위해서였다. 북한의 대표적 비행장이라고 했지만 눈에 띄는 비행기는 2대뿐이었다. 청사(廳舍) 내에도 손님이라곤 우리 일행밖에 없었다.수속을 마치고 버스에 오르니 ‘안내원’이라는 가이드가 3명 있었다. 직업을 묻자 “중앙부처 직원인데, 이번 행사 기간 안내를 맡게 됐다”고 했다. 알고 보니 대학을 나온 엘리트들이었다.버스가 시
김성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한·미 양국은 지난 21일 제37차 안보협의회(SCM)를 갖고 13개항의 공동성명을 채택하였다. 이번 공동성명의 핵심 내용을 재구성하면 다음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6자회담 베이징 공동성명 이행과 남·북 화해협력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고 북한의 위협을 점진적으로 감소시켜 나간다. 둘째, 한반도 평화 체제가 확립되기 전까지 현 정전(停戰)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유엔군사령부 역할을 인정하며, 한·미 지휘관계와 전시작전통제권에 대한 협의를 ‘적절히’ 가속화한다. 셋째,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
李翰雨 문화부 출판팀장1981년 대학 1학년 때 학교 신문에 ‘대학의 울타리’ 어쩌고 하는 짧은 글을 썼던 적이 있다. 전두환 정권의 강압적인 통치가 극에 달해 있던 때이기도 했다. 온 세상이 어둠에 젖어 있어도 상아탑이라 불리는 대학의 울타리 안이라도 언젠가는 세상에 널리 빛을 비추는 사람들을 길러내는 미래의 공간이 되어달라는 간절한 바람을 담았던 것으로 기억한다.요즘 강정구라는 이상한 교수 하나 때문에 국가가 휘청거리는 사태를 맞고 있다. 그가 교수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의 학문적 수준을 갖고 있다는 것은 알 만한 학자면 다
南成旭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생전에 북한과 협상 시 배석자들에게 의자에 등을 기대지 말며 흰색 셔츠를 입으라고 하였다고 한다. 상대방에게 거부감을 준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처럼 남북 경협을 위한 협상 무대에는 ‘협상 7계명’ ‘성공적인 대북 진출을 위한 10가지 유의사항’ 등 다양한 불문율이 회자된다.개인 소유가 부인되는 사회주의 체제와 비즈니스를 개척하다 보니 곳곳이 지뢰밭이다. 언제 어느 때 무슨 문제가 돌출될지, 해결책은 어디서 찾아야 할지 매뉴얼이 있을 리 없다. 그래도 ‘민족 사업’이고 ‘통일 사
李枓娥 변호사얼마전 도쿄 일본변호사회관에서 열린 일본변호사협회 북한인권위원회 총회에서 필자는 대한변호사협회 북한인권소위원회 간사 자격으로 초청받아 강연했다. 일본 변호사들은 물론, 법대 대학생, 납치 피해자의 가족까지 참석하여 열띤 분위기 속에서 장시간 질의와 응답이 이어졌다. 일본변호사협회는 북한 정권에 의한 인권 피해국인 한국과 일본의 변호사협회가 힘을 모아 이 문제를 다루는 세계 변호사들의 국제적인 연대를 마련하자고 요청했다. 또 북한인권백서 발간을 위한 자료 수집, 탈북자를 국제 난민으로 인정하여 일본에 정착할 수 있게 하는
천정배 법무장관이 동국대 강정구씨를 구속하려는 검찰에 제동을 걸고 불구속을 ‘지휘’했을 때 어이가 없었다. 머리 좋기로 소문난 고시 출신 장관이 이념적으로 경도된 대학교수 한 사람을 위해 사법사상 유례 없는 ‘지휘권’을 꺼내 든 것은 마치 무엇 잡기 위해 도끼를 휘두른 격이었기 때문이었다. 왜 그랬을까―이해할 수가 없었다.엊그제까지 추파가 느껴질 정도로 야당과의 연정(聯政)에 매달리던 노무현 대통령의 청와대가 갑자기 돌변해 그 야당에 ‘냉전 수구세력’ ‘민주주의 탄압과 인권유린의 원죄를 저지른 정당’ ‘야만시대에 뿌리를 두고 있는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亞太아태위원회)는 20일 비리 혐의로 물러난 김윤규 현대아산 전 부회장 문제와 관련해 “현대와의 모든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고 재조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 기구로 對南대남 경협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아태위원회는 현대가 김 부회장을 내몬 것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배은망덕”이라고 하면서 “2000년 8월 현대가 우리와 체결한 7대 협력사업 합의서도 필요에 따라 수정 보충할 수 있으며 더욱이 이제 합의 주체도 다 없어진 조건에서 우리가 구태여 그에 구속돼 있을 이유마
朴勝俊 중국전문기자“용감하고 씩씩하게 압록강을 넘어서… 중국의 아들딸들아 마음을 모아… 미국에 맞서 조선을 돕자… 욕심 많은 늑대, 욕심 많은 늑대, 미국을 쳐부수자!”1950년 10월 25일, 셀 수 없이 많은 중국군 병사들이 그런 노래를 부르며 압록강을 건넜다. 강은 이미 얼어있었다. 흰 눈까지 덮여 있었다. 압록강을 건너간 이들 가운데 14만명이 한반도 곳곳의 전쟁터에서 죽었다.그때로부터 55년. 중국의 온라인 ‘항미원조 기념관’ 홈페이지에는 궈모뤄(郭末若)가 쓴 ‘항미원조(抗美援朝)’ 붓글씨 아래로 이런 글귀가 애플릿으로 흐
온 나라가 강정구 교수 사건으로 소용돌이치고 있던 지난 17일 한 일간신문에는 납북자 가족이 쓴 편지 형식의 광고가 실렸다.“김정일 위원장님께. 저는 1987년 백령도 부근에서 북한 경비정에 의해 납치된 동진호 어로장 최종석씨의 딸 최우영입니다. 이 편지가 위원장님께 부디 전해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입니다. 이 사회를 믿고 언제까지 죽어가는 아버지를 기다릴 수만은 없을 것 같아 위원장님께 간청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최우영(35세)씨의 슬픈 편지는 이렇게 시작했다. 수신인은 노무현 대통령이 아니었다. 최씨는 왜 우리 대통령이
법무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권 발동과, 지휘권 발동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사퇴한 검찰총장의 대립으로 빚어진 혼란은 청와대와 여당 당의장, 야당 대표의 회견과 입장 발표가 잇따르면서 本質을 벗어난 低質 입싸움으로 脫線해 버렸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18일 “국보법 폐지를 의도하는 정권이 남북관계에서 업적을 쌓겠다는 정략적 목적으로 북한 정권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법을 집행하는 기관을 무력화시켜 국가의 정통성과 자유 민주주의 체제를 흔들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대변인은 “한나라당은 있지도 않은 체제 위협을 과장해 국민
진성호 인터넷뉴스부장 한국전쟁 때 실화다. 병사들이 한 청년에게 총을 겨누었다. 그때 어린 동생이 울음을 터뜨렸다. 병사는 어린 아이와 청년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그냥 돌아섰다. 그즈음 한 여인이 젖먹이 아기를 업고 폭격을 피해 야채 밭에 엎드렸다. 폭탄이 떨어졌고 파편이 그 여인의 등에 박혔다. 금방 잠든 아기는, 머리가 옆으로 떨구어지면서 파편을 피할 수 있었다. 마침 근처에 병원을 지키던 의사가 있어 그 여인은 목숨을 건졌다.“그 청년이 저의 친할아버지이십니다. 그 여인은 저의 외증조 할머니셨고, 그 아기는 제 이모할머니이십니
남아프리카의 흑인 지도자 넬슨 만델라는 자서전 ‘자유를 향한 머나먼 여정’에서 자신이 언제부터 자유를 위한 투쟁에 일생을 바치겠다고 결심했는지 기억할 수 없다고 했다. “흑인 어린이는 흑인 전용 병원에서 태어나 흑인 전용 버스로 집에 돌아오고 흑인거주지역에서만 살아야 하며, 학교를 다니더라도 흑인전용 학교에만 다녀야 했다.” 남아프리카의 흑인들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느껴야 했던 모욕감과 모멸감이 자연스럽게 자유를 향한 투쟁의 길에 나서게 했다는 것이다. ▶남아공의 인종차별정책이었던 아파르트헤이트는 백인과 흑인간의 성행위마저 금할 정도
김승환 · 명지대 교수·미국 CSIS 고문·국제정치학내달 초로 예정된 제5차 6자 회담을 앞두고, 요즘 미국 워싱턴 외교가는 수면 밑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크리스토퍼 힐 수석대표가 의회 청문회나 연구소 등을 동분서주하며 미국의 대북정책을 설명하고 조야(朝野)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것이 그 한 예다.힐 대표는 9·19 공동성명이 원칙에 합의한 것일 뿐, 앞으로의 길은 험하고 멀다고 예견하고 있다. 북한의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포함한 모든 핵 프로그램은 공개·검증·제거시키고,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 국제원자력기구(
김형찬·미국 웨스턴워싱턴대 명예교수·북한학 한국사회는 심한 이념 갈등을 겪고 있다. 세대 간에 가치관의 현저한 차이, 남녀 간의 권위와 평등에 대한 의견과 태도의 차이, 없는 사람들이 가진 사람들을 보는 시각에서 오는 부에 대한 의견과 개념의 차이, 노동자와 사업주와의 노동시간·임금·분배에 대한 시각 차이 등 선진국 문턱에서 급격한 성장통을 겪고 있는 중이다.그런데 최근엔 대학교수들까지 이 이념분쟁에 가담해 사회의 혼란을 더욱 심화시키는 게 아닌가 염려된다. 물론, 논란을 야기한 동국대 강정구 교수나 장시기 교수는 ‘남북이 통일로
李枓娥 변호사지난 11일 도쿄 일본변호사회관에서 열린 일본변호사협회 북한인권위원회 총회에서 필자는 대한변호사협회 북한인권소위원회 간사 자격으로 초청받아 강연을 했다. 일본 변호사들은 물론, 법대 대학생, 납치 피해자의 가족까지 참석하여 열띤 분위기 속에서 장시간 질의와 응답이 이어졌다. 일본변호사협회는 북한 정권에 의한 인권 피해국인 한국과 일본의 변호사협회가 힘을 모아 이 문제를 다루는 세계 변호사들의 국제적인 연대를 마련하자고 요청했다. 또 북한인권백서 발간을 위한 자료 수집, 탈북자를 국제 난민으로 인정하여 일본에 정착할 수